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313
1312
“헉! 허억! 헉!”
충충은 지크를 향해 달리고, 또 달렸다.
“죽어!”
“죄송합니다!”
그러는 중에도 충충을 공격해오는 게이머들이 많았다.
이미 한바탕 살육전이 시작되어버린 터라, 지크를 향한 충충의 여정은 매우 험난했다.
사방이 적.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군인지조차 분간하기가 힘들었다.
곳곳에서 무지성으로 공격이 들어왔으니, 생존 확률은 극히 희박했다.
문제는 충충이 있는 곳과 지크가 있는 곳이 상당히 멀었다는 것.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스킬샷들을 피하고, 공격해오는 적들을 떼어내고, 그러면서 달리니 아주 죽을 맛이었다.
한편, 지크는 눈앞에서 벌어진 참상에 결단을 내린 상태였다.
아비규환의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이상 방법이 없었다.
‘진정시키긴 글렀어. 시간도 부족하고. 무지성으로 다 죽이는 수밖에.’
제아무리 지크이라도 이 많은 인원을 통제하고, 죽이고 죽을 사람을 선별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것도 1시간 안에?
세월아 네월아 시간을 흘려보내다가는 지크마저 즉사하게 될 것이었다.
“햄찌야.”
“뀨?”
“너도 죽여.”
지크가 햄찌에게 말했다.
“이거 답 없어. 죽이고 살아남는 수밖에.”
“뀨….”
“별수 있냐.”
다음 순간.
촤라락!
지크를 중심으로 수만 개의 빛의 검들이 생성되어 하늘 위로 두둥실 떠 올랐다.
그러던 중.
“자, 잠까아아아아아안!”
충충의 목소리가 지크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지크 님! 잠깐만요!”
“예…?”
“헉! 허억! 헉!”
“……?”
“저, 저한테 방법이… 헉헉!”
충충은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달려오느라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지, 지크 님! 헉헉!”
“말씀하세요.”
“꼭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헉헉!”
“……?”
“생명체를 죽이면… 헉, 허억….”
“좀 차근차근 이야기해보세요.”
지크는 헉헉대는 충충에게 를 건네주어 그가 스태미나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충충은 를 마시고 스태미나를 회복한 후 지크에게 말했다.
“저는 곤충을 소환하는 소환사거든요?”
“그래서요?”
“곤충을 죽여도 킬 카운트가 오릅니다.”
“……!”
“그러니까 굳이 죽이실 필요 없어요.”
“정말요?!”
“예.”
충충은 그렇게 말하더니 완드에 마나를 불어넣어서 많은 수의 벌떼를 소환해내었다.
“죽여 보세요.”
“아, 예.”
지크는 속는 셈 치고 충충이 소환해낸 벌떼를 죽여 보았다.
그 결과.
[알림: 킬 카운트가 1 올랐습니다!] [알림: 킬 카운트가 1 올랐습니다!] [알림: 킬 카운트가 1 올랐습니다!](중략)
[알림: 킬 카운트가 1 올랐습니다!]눈앞에 알림창이 주르륵! 떠오르며 킬 카운트가 약 1,500번가량 올랐다.
“어?!”
지크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자, 장난 아닌데요?! 진짠데?!”
“그렇죠?”
충충이 눈을 반짝였다.
“굳이 사람을 죽일 필요가 없으니까, 제가 곤충을 계속 소환하기만 하면….”
“잘하셨어요!”
지크가 충충의 두 손을 붙잡고 그를 크게 칭찬했다.
“이거 진짜 대박이에요! 대박!”
“하하하….”
“여러 목숨 살리시네요. 이건 진짜 대단한 발견입니다.”
지크는 충충을 인정했다.
충충의 발견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을지 생각해 보면, 이건 정말 위대한 발견이자 업적이었다.
‘그래. 사람마다 잘하는 게 달라. 사람을 전투력만으로 평가해선 안 되는 거야. 어떤 사람이든, 어떤 클래스든. 반드시 쓰임새가 있어.’
지크는 충충과 같은 게이머들이 세상의 빛이요, 소금과 같다고 생각했다.
“많이… 소환하실 수 있겠어요?”
지크가 걱정스레 물었다.
“진짜 많이 소환하셔야 할 텐데?”
“얼마나요?”
“못해도 200만 마리는 필요할 것 같은데….”
“히, 히익?!”
충충이 지크의 말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
문제가 아주 없진 않았다.
곤충은 엄청나게 강력하지 않은 대신 소환하는데 마나도 별로 안 들고, 대량 소환이 가능했다.
그러나 수백만 마리를 소환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왜?
스킬 사용이 들어가는 마나도 마나였지만, 쿨타임도 있었으니까.
충충은 그간 전투력에 도움이 되는 곤충들을 소환하는 스킬에 포인트를 투자해왔다.
문제는 그런 강한 곤충들은 마나 소모도 크고, 소환할 수 있는 개체 수도 그리 많지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강한 곤충보다는 약해도 많은 개체 수가 필요했다.
“그걸 채우려면….”
충충이 말했다.
“제가 스킬 포인트를 다시 찍어야 할 것 같아요.”
“예…?”
“초파리 소환이란 스킬이 있는데. 이게 마나 소모도 적고, 스킬 쿨타임도 없거든요. 근데 스킬 포인트를 투자를 안 해서….”
“그 초파리 소환이란 스킬의 스킬 포인트를 올려야 한다는 말씀이시죠?”
“네. 근데 지금은 레벨 업이 안 되는데… 남는 포인트도 없고요.”
“그건 걱정 마세요.”
지크가 자신의 아공간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러자 그 속에서 스킬 포인트를 초기화시킬 수 있는 아이템 두 개를 꺼내 충충에게 건넸다.
지크가 그 귀하다는 스킬 초기화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지크는 하다못해 같은 쓰레기 아이템조차도 일단 가지고 있는 습성이 있었다.
전생에 고물상이라도 운영했는지, 이런저런 잡동사니들을 닥치는 대로 주워 먹고 가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게이머들이 죽을 때마다 떨구는 랜덤드랍 아이템도 엄청나게 많이 주워 먹었다.
거기에 더해 용량이 무한인 아공간 인벤토리가 지크의 그 기이한 수집욕(?)을 가능케 했던 것이다.
“한 개는 지금 바로 쓰시고, 나머지 한 개는 일 끝나면 쓰세요.”
“헐….”
“그럼 됐죠?”
“됐죠! 당연히 됐죠!”
충충은 지크로부터 받은 아이템을 사용해 즉시 스킬을 초기화시켰다.
그런 뒤 스킬의 레벨을 MAX까지 찍었다.
윙~ 위이잉~.
그러자 수백만 마리의 초파리 떼가 나타났다.
초파리는 전투력이 없다시피 한 생명체.
하다못해 메뚜기 떼라면 적들의 농작물들이라도 초토화시키는 게 가능할 테지만, 초파리는 그야말로 이도 저도 아닌 해충에 불과했다.
그러니 소환하는데 드는 마나도 적었고, 쿨타임도 없으며, 숫자는 거의 무한에 가까웠다.
촤라락!
지크가 초파리들이 뭉쳐 있는 곳을 향해 를 휘둘렀다.
[알림: 킬 카운트가 1 올랐습니다!] [알림: 킬 카운트가 1 올랐습니다!] [알림: 킬 카운트가 1 올랐습니다!](중략)
[알림: 킬 카운트가 1 올랐습니다!]그러자 수십만 개의 킬 카운트가 쌓였다.
‘이거다!’
지크는 비로소 의 첫 번째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실마리를 찾았음을 확인했다.
100만?
쉬웠다.
초파리 100만 마리쯤 죽이는 게 뭐가 어렵겠는가?
촤락! 촤라락!
지크는 몇 번을 휘둘러 초파리들을 쓸어버렸고, 덕분에 을 제거하는데 필요한 킬 카운트를 모두 채우는 데 성공했다.
[알림: 킬 카운트 1,000,000을 달성하셨습니다!] [알림: 이 사라졌습니다!]지크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초파리!!!”
지크의 목소리가 근원력을 타고 필드 전체에 울려 퍼졌다.
“초파리를 죽여요! 킬 카운트 쉽게 올릴 수 있으니까! 사람 안 죽여도 됩니다! 소환물이라도 상관없어요! 그냥 생명체만 죽이면 돼요! 그러니까 날아드는 초파리들만 처치하세요!”
지크의 외침에 게이머들은 즉시 서로 죽이던 걸 멈추고 초파리들을 처치해 킬 카운트를 올렸다.
굳이 아군을 죽일 필요가 없으니, 더는 싸울 이유도 없었다.
덕분에 지크뿐 아니라 킬 카운트가 높았던 게이머들 역시도 손쉽게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게 가능했다.
그렇게 약 30분쯤 지났을 때.
띠링!
모두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를 클리어하셨습니다!]창조주가 보스로 등장하는 던전인 를 클리어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것도 전체 인원의 90퍼센트 이상이 생존한 상태에서 말이다!
***
그렇게 첫 번째 스테이지를 클리어한 후.
[알림: 다음 스테이지에 입장합니다!] [알림: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기 10분 전!] [알림: 준비하세요!] [알림: 10분 후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갑니다!]모두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이건 뭐 쉬는 시간도 아니고.’
지크는 수업이 끝나고 다음 수업 사이에 주어지는 짤막한 휴식을 떠올리며, 충충을 바라보았다.
“충충 님.”
“예?”
“정말 큰일 하셨어요.”
“아, 아니에요. 그냥 어쩌다 발견한 거죠.”
“아니긴요. 충충 님이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어요. 어쩌면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죽었을 수도 있죠.”
“하하하….”
“제가 꼭 사례하겠습니다. 아주 크게요.”
지크는 충충에게 보상을 약속하고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푸른 초원은 이미 많은 희생을 치른 대가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나마 충충이 공략법을 찾아내서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무슨 사태가 벌어졌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지크의 말처럼, 진짜 공대 전체가 전멸해서 누구도 를 클리어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높았다.
어쩌면 지크도 100만이라는 킬 카운트를 채우지 못하고 이 터져 죽었을지도 모르는 일이 아니던가?
‘시작부터 상상을 초월하네.’
지크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음 스테이지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알림: 준비하십시오!] [알림: 10초 후 두 번째 스테이지가 시작됩니다!] [알림: 10! 9! 8!](중략)
풍경은 변하지 않았다.
대신에 상황을 알리는 알림창이 떠올랐다.
‘추락? 무슨 의미지?’
그때.
“뀨! 주인놈아! 저길 봐라!”
햄찌가 하늘 위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뭔데?”
지크는 무심코 햄찌가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가 크게 놀랐다.
왜냐하면….
슈우우웅!
저 멀리, 하늘 높은 곳에서부터 운석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문제는 그 운석의 크기가 어마어마해서 필드에 그림자를 드리울 정도로 크고, 매우 빨랐다는 것.
그리고….
‘하, 한 개가 아니잖아?!’
족히 수십 개는 될 법한 거대한 운석들이 이곳 초원을 향해 떨어져 내리고 있는 것이다. 지크는 그 광경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운석, 낙하!
마치 적 마법사들이 미티어 스웜이라는, 특정 지역을 폭격하는데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한 주문을 사용하기라도 한 것 같았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운석은 추락지점을 중심으로 엄청난 충격파를 일으키기 마련.
게다가 저렇듯 거대한 운석들이 떨어져 내린다면, 그 결과는 뻔했다.
“아, 안 돼!!!”
지크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저렇듯 거대한 운석들 여러 개가 떨어지면, 이 필드에 있는 모든 이들의 목숨이 위험했다.
전멸.
어쩌면 필드 자체가 무너져 내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저런 크기의 운석이라면, 특정 지역을 넘어서 행성 자체에 엄청난 데미지를 주고도 남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꽈악!
지크가 를 움켜쥐었다.
‘부순다.’
그게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맞닥뜨린 지크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추락 전에 부순다.
세계 등급의 무기인 를 가지고 있기에 기대해볼 수 있는 방법이었다.
다음 순간.
쒜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가 마치 목표를 향해 발사된 미사일처럼 운석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