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34
133
“죄송한 말씀이지만… 이런 건 교단에서 직접 처리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물론 그러고 있다네. 저길 보게.”
레오나르도가 광장을 가리켰다.
우르르!!!
뭔가 ‘스파르타!’하고 외칠 것만 같은 근육질 NPC들이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었다.
“본 교단의 처형 부대지. 후후. 어떤가, 강해 보이지 않는가?”
“예, 뭐… 뭔가 세 보이기는 하네요.”
“하지만 저들로서도 승부 조작범들을 모조리 잡아들인다는 건 불가능하네. 한계가 있거든.”
“으음.”
“그래서 본 교단은 자네와 같은 실력자들에게 임무를 주고 있지. 말하자면… 외주랄까? 뭐, 그런 것일세.”
외주라고 하니 확 와닿았다.
“그리고 승부 조작의 99.9퍼센트는 자네 모험가들이 저지른다는 통계가 있네. 무신의 전당을 더럽힌 모험가들을 모험가들의 손으로 정화한다. 어때, 괜찮은 취지 아닌가?”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게다가 BNW의 개발사이자 유통사인 하이브는 게임에 개입하지 않고 방관하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운영자가 제재해야 할 악성 게이머들을 이런 식으로 처리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듣고 보니 옳으신 말씀 같습니다.”
“하겠나?”
“하겠습니다.”
“좋네.”
지크가 퀘스트를 수락하자 퀘스트의 내용이 떠올랐다.
[신성모독범들을 검거하라!]대륙 방방곡곡에 자리한 고위급 던전에서 어뷰징을 벌인 게이머들을 검거하라.
•보상 : 결투 등급 점핑!(영웅Ⅲ)
•진행 상황 : 0%(0/10)
•주의 사항 :
– 게이머들의 체력이 20% 이하일 때만 검거가 가능합니다.
– 죽은 게이머는 검거할 수 없습니다.
퀘스트의 내용은 단순했다.
그러나 ‘검거’가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게 문제였다.
“그런데… 모험가들을 어떻게 잡습니까? 저도 모험가긴 하지만, 모험가들을 검거한다는 건 불가능한….”
“물론 다 방법이 있지. 자네들은 이계에서 강림한 불사의 존재들. 그런 자네들을 일반인처럼 잡을 수는 없겠지.”
“그럼 어떻게….”
“자, 우선 이것들을 받게나.”
레오나르도가 지크에게 네 가지 아이템을 건네주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20)]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은 신분증 역할을.
은 어뷰져들의 위치를 알려주고.
는 검거한 어뷰져들을 무신교로 즉각 압송하는 데 쓰는 듯했다.
문제는 뭔가 불길하기 짝이 없는 밧줄들과 스킬북처럼 보이는 책.
“이 두 개는 뭡니까?”
“본 교단에서 신성모독범들을 속박하는 데 필요한 매듭술이 적힌 책. 그리고 마법의 밧줄이라네. 그 책을 보고 매듭술을 익힌 후 밧줄을 이용해 신성모독범들을 잡아 오면 된다네.”
“아하. 스킬북이란 말씀이시군요?”
“그렇다네.”
“예, 알겠습니다.”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게이머가 게이머를 잡는다. 신박한데?’
꽤 괜찮은 퀘스트 같았기에, 지크는 별생각 없이 어뷰징을 벌인 게이머들을 검거하기로 했다.
“자, 잠시 한쪽 무릎을 꿇게. 자네가 무사히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무신 아레스 님의 축복을 내려주겠네.”
“예.”
지크가 한쪽 무릎을 꿇자 레오나르도 대사제가 그의 머리 위에 한 손을 올려놓고 성스러운 기도문을 외워주었다.
[알림 : 을 받아 모든 능력치가 +15% 증가했습니다!(72시간 지속)]그러자 지크에게 매우 강력한 버프가 걸렸다.
“자, 그럼 출발하게.”
“예.”
버프를 받은 지크가 어뷰져들을 검거하기 위해 발걸음을 올렸다.
하지만 지크는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자신이 얼마나 볼썽사나운 퀘스트를 수락한 것인지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
어뷰져들을 검거하러 가는 길.
“주인 놈아! 쌈박질하러 간다더니 또 어디 가는 거냐?”
“아. 그게.”
지크가 햄찌에게 무신교로부터 받은 퀘스트 내용을 얘기해 주었다.
“쯧쯧. 인간들이란 어리석다. 어차피 다 뽀록날 텐데 그런 짓을 왜 하는 거냐?”
“글쎄? 결투 등급이 높으면 아무래도 있어 보이니까? 남들이 와! 해주기를 바라는 심리겠지.”
“쓸데없이 가오나 잡는단 말이냐? 허세충이다, 허세충!”
“그러게.”
지크는 햄찌의 말에 공감하며 과 지도를 번갈아 보았다.
“이쯤 어디인데….”
그때, 저 멀리 폐허가 된 신전 앞에 중무장을 한 기사들과 군인들이 보였다.
“멈춰라.”
책임자로 보이는 기사가 지크를 가로막았다.
“여긴 통제 구역이다. 험한 꼴을 당하기 싫거든 돌아가라.”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뭐냐.”
“그게….”
지크가 을 보여주며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음. 무신교에서 파견한 사람이었군. 때마침 잘되었군. 안 그래도 요즘 겉만 번지르르한 자들이 드나드는 통에 던전 통제가 어려웠는데 말씀이야.”
“예?”
“자네도 알다시피 이렇듯 국가에서 관리하는 던전들은 차원의 균열이라네.”
이란 언젠가부터 뉘르부르크 대륙 곳곳에 나타나기 시작한 기현상으로, 시공간이 뒤죽박죽 얽혀 있다거나 다른 차원의 괴수들이 득실대는 등 던전처럼 변해버린 곳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러한 들을 가만히 내버려 두게 되면, 안에 있는 끔찍한 재앙이나 몬스터들을 토해내게 되어 있었다.
때문에, 대륙 각국에서는 에 중무장한 병력을 배치시켜 관리하는 한편 실력이 검증된 모험가들에게 안에 있는 위험 요소들을 제거하는 임무를 맡기곤 했다.
그리고 그 ‘실력이 검증된 모험가’들이 곧 결투 등급이 높은 게이머들을 뜻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임무에 실패하는 파티가 부쩍 늘었다네. 그래서 조사를 해봤더니, 나 원 참!”
기사가 기가 막힌다는 듯 어이없어했다.
“아니, 이 빌어먹을 자식들이 무신의 전당에서 승부 조작을 벌였던 모양이야. 부정한 방법으로 차원의 균열에 입장할 자격을 취득했던 것이지.”
말인즉슨, 실력도 없는 게이머들이 어뷰징을 통해 고위급 던전인 에 들어갔다가 실력이 들통남과 동시에 동료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등 민폐를 끼쳤단 이야기였다.
“이러니 우리가 무신교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제대로 검증되지도 않은 놈들을 보내는데. 그리고 자네 모험가들을 믿을 수 있겠어?”
어뷰져들이 NPC들에게 끼치는 민폐가 결국에는 같은 게이머들에게로 돌아온단 말이었다.
“해서 하는 말인데, 그 빌어먹을 자식들을 꼭 좀 검거해주게나.”
“그러려고 왔으니 믿고 맡겨 주십시오.”
그렇게 말한 지크가 을 꺼내 보았다.
그러자 나침반의 바늘이 쪽을 향했다.
“안에 검거할 범죄자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 그래? 얼른 들어가 보게! 어떤 놈이 승부 조작을 벌인 놈인지 내 얼굴 좀 봐야겠어! 자, 이쪽일세!”
을 책임지는 기사가 지크에게 길을 터주었다.
***
결투 등급 초고수 이상으로 이루어진 다섯 명의 게이머들은 고위급 던전인 어느 앞에서 만나 파티를 결성하고, 사냥에 나섰다.
처음 사냥은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하지만 인간형 몬스터들이 등장하면서부터, 파티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원인은 다섯 명 중 ‘사나갓’이란 ID를 사용하는 게이머가 전투 중 이리저리 똥을 뿌렸기 때문이었다.
사나갓은 초절정고수 등급을 단 것이 무색하게도, 인간형 몬스터들에게 전혀 우위를 점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았다.
덕분에 파티원들은 그런 사나갓을 돕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버프를 몰아주는 등 노력을 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법.
“저기요! 거기서 그렇게 무너지면 어떡해요!”
“아. 장난하나.”
“으으! 잘 좀 해봐요!”
“진짜 미치겠네. 답이 없다, 답이 없어.”
보스전을 치르던 중 참다못한 파티원들이 사나갓을 향해 불만을 토로했다.
“혹시 어뷰져세요? 뭔 초절정고수가 실력이 그따위지?”
그중 한 게이머가 사나갓을 의심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며 말했다.
“생각해 보니까 그러네.”
“템은 완전 템귀에다 결투 등급도 초절정고수인데 실력이 영….”
“아. 진작 버릴걸. 저런 쓰레기를 보스전까지 버스 태웠네.”
하지만 파티원들은 더 이상 사나갓을 비난할 수가 없었다.
[네놈들의 사지를 뜯어먹어 주마.]보스 몬스터인 가 팀워크가 무너져 내린 파티를 향해 맹공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아! 존나! 내가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런 거지 원래 같았으면 나 혼자서 솔플로 깬다!”
그 긴박한 순간에도 사나갓은 말 같지도 않은 허세를 부리며 파티원들을 열받게 했다.
자신이 끼친 민폐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은 태도였다.
“진짜?”
누군가 그런 사나갓의 귓가에 속삭였다.
“당연하지! 사람이 컨디션이 안 좋을 수도 있… 뭐, 뭐야!”
“하이.”
지크가 씩 웃으며 사나갓을 향해 인사했다.
“너 뭐야! 파티원도 아닌데 여긴 어떻게 들어왔어!”
“나? 너 잡으러 왔지.”
“뭔 개소리야?”
“무신교에서 어뷰져 잡아 오래서 잡으러 온 거니까, 얌전히 가자.”
“무, 무신교?!”
사나갓이 화들짝 놀랐다.
‘그때 도망치고 끝난 거 아니었어?’
어뷰징을 받던 중 처형 부대의 습격을 받고 간신히 도망친 후 투기장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은 지가 벌써 한 달 전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잡으러 왔다니?
그것도 NPC가 아니라 같은 게이머가?
“그, 그게 말이 돼? 니가 무슨 운영자도 아니고….”
그 순간.
빠악!
지크의 망치가 사나갓의 머리통을 내리찍었다.
“커헉…!!!”
쓰러진 사나갓.
[알림 : 신성모독범의 체력이 20퍼센트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알림 : 능욕의 밧줄을 이용해 신성모독범을 포박하세요!]떠오른 알림창을 본 지크가 능욕의 밧줄을 슥- 하고 꺼냈다.
“아차차. 스킬북부터 봐야지.”
지크가 레오나르도 사제가 준 스킬북을 대충대충 휙휙 넘겼다.
‘뭐지? 그림이 좀 이상한데?’
범죄자를 묶는 방법이 뭔가… 이상했다.
“저… 누구세요?”
보스인 와 싸우던 파티원 중 하나가 그런 지크에게 물었다.
“얘 잡으러 온 거니까 하던 거 마저 하세요. 아, 거기! 그쪽 위험하다.”
지크가 신경 쓰지 말라는 듯 말하며 플라잉 스퍼 스킬을 사용해 위험에 빠진 파티를 구해주었다.
[알림 : 비급을 읽었습니다!] [알림 : 스킬을 습득하셨습니다!]굉장히 수상쩍은 스킬을 습득하게 된 지크가 쓰러져 있는 사나갓을 로 묶기 시작했다.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좀….’
뭔가 찜찜한 기분을 느끼며….
꽈악!
그리고 지크가 스킬의 마지막 매듭을 꽉 조였을 때.
“으! 내 눈!”
지크는 자신의 손으로 연출해낸 끔찍한 광경에 그만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말았다.
“야 이 개 같은 새끼야! 풀어, 당장 풀으라고오오오오오오!!!”
알고 보니 무신의 교단에서 사용한다던 비전의 매듭법이 어째 모양새가 좀 굴욕적이었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