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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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으면 죽어!’
콰지모도의 무쇠 주먹을 본 지크는 곧장 몸을 날렸다.
콰앙!
지크가 몸을 날리자마자 콰지모도의 주먹이 지크의 뒤편에 자리한 기둥을 때렸고.
와르르!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야~ 이 씨! 이거 반칙이야!!! 맨주먹 주제에 뭐 이렇게 세!!!”
지크가 비명을 내질렀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데미지였다.
맨주먹을 휘둘러 돌로 만든 기둥을 박살낼 줄 누가 알았겠는가?
살짝 파이는 정도야 지크도 얼마든지 가능하겠지만, 저렇듯 부숴버리는 건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만약 저 주먹에 제대로 안면을 맞았다간?
‘즉사다.’
탱커가 아닌 지크로서는 두고 볼 것도 없이 즉사할 게 뻔했다.
진짜 강자.
콰지모도는 비록 지크가 만났던 수없이 많은 강자와 초강자 중 최하위권이 분명했지만, 그 무력만은 정말이지 무시무시하기 짝이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크가 만났던 강자들과 초강자들은 모두 적이 아닌 아군이었고, 그나마 가장 강적이라고 할 수 있었던 메네시아와는 사실상 제대로 붙은 것도 아니었다.
이미 브륜힐트에게 극심한 부상을 입은 메네시아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던 것이라, 결코 제대로 된 싸움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즉, 강자를 많이 만났지만 그들의 진가를 몸으로 느껴볼 기회가 거의 없다시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 만난 255레벨의 네임드 NPC인 콰지모도는 달랐다.
서로 100퍼센트 컨디션인 상태에서 적으로 만났기에, 비로소 그 격차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것이 콰지모도가 지크가 만났던 초강자 중 최약체였음에도 가장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이유였다.
“움직임이 좋군.”
콰지모도가 피식 웃었다.
“언제까지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은가. 이 비열한 배신자여.”
“그, 글쎄?”
지크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뒷걸음질 쳤다.
“네놈이 남자라면 남자답게….”
“수고!”
“이 쥐새끼 같은 놈이!!!”
콰지모도는 지크가 ‘수고!’라고 외친 뒤 도망치는 걸 보고 분통을 터뜨렸다.
“어딜 도망가는가!”
콰지모도가 지크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
호다다닥!!!
지크는 자신을 쫓아오는 콰지모도를 피해 요새 안쪽 깊숙한 곳으로 뛰었다.
‘걸려들었어!’
지크는 자신을 쫓아오는 콰지모도를 보며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사실 지크가 도망친 건 어디까지나 얄팍한 속임수에 불과했다.
이미 성벽을 중심으로 와 을 깔아놓은 이상, 공성전에 유리한 건 황당파 측이지 교황청이 아니었다.
물론 지크가 직접 전투에 참여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어쨌든 디버프 필드를 깔아놓은 이상 지크는 최소 1,000인분 이상의 몫을 한 셈이었다.
반대로, 콰지모도의 경우 지크를 추격한 건 명백한 실책이었다.
이 전투에 참가한 인원 중 교황청 측의 최강자인 콰지모도는 황당파의 최강자인 지크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콰지모도는 굳이 지크를 쫓을 필요가 없었다.
그럴 시간에 성벽 안쪽에서부터 자신의 무력을 뽐내며 베이퍼 요새의 주요 시설물과 강자들을 모조리 쓸어버리는 편이 훨씬 나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콰지모도는 지크를 미친 듯 추격해오고 있었다.
그것은 분노 때문이었다.
‘이 쓰레기 같은 놈. 그만한 강함을 가지고도 이렇게 비열하게 행동하다니! 네놈은 내 손으로 처단할 것이다. 감히 제국의 어버이이신 교황 성하를 배신한 죗값은 죽음으로도 부족할 테니 말이다!’
크게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콰지모도는 교황의 충견으로서 지크에게 원초적인 증오를 느끼고 있었다.
교황에 대한 콰지모도의 사랑은 가히 광적일 정도였다.
추한 외모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온갖 멸시와 학대를 당해왔던 콰지모도는, 자신을 거두어준 교황을 마음속 깊이 사랑하고 있었다.
그런 콰지모도에게 있어 교황을 배신한 지크는 철천지원수와도 같이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어어? 어어어~ 꺄울! 오오! 뒤질 뻔했어!”
지크가 아슬아슬하게 도망치면서 약을 올려대는 통에, 콰지모도는 분노에 그만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를 최대한 빠르게 점령한 다음 황당파의 후방을 쳐야 하는 본래의 임무마저도 까맣게 잊게 할 정도로, 지크는 너무나도 얄미웠다.
사지를 뽑고, 나아가서는 그곳(!)을 뽑아 죽이고 싶을 정도로….
“이 뺀질이 자식아!!!”
콰지모도가 벼락과 같은 호통을 내지르며 지크를 매섭게 추격했다.
“거기 서지 못할까!”
“싫은데!!”
“쥐새끼가!!!”
“너 같으면 서겠냐? 어? 으악!”
지크는 진짜 쥐새끼처럼 잡힐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도망치고 있었다.
콰지모도로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래서 콰지모도는 더더욱 지크를 추격하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사이 공성전은 7대 3 정도로 황당파 측이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지크가 깔아놓고 간 와 이 교황청의 군대를 디버프 지옥에 빠뜨렸기 때문이다.
“콰지모도 이 미친 사냥개가! 공성전에나 집중할 것이지 도대체 어딜 갔단 말인가!”
오죽했으면 교황청의 지휘관이 답답한 마음에 콰지모도를 욕하며 찾았을 정도였다.
콰지모도가 성벽 위를 휘저어 주기만 한다면, 디버프 필드를 충분히 극복하는 게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크를 쫓아 깊숙한 곳까지 들어간 콰지모도는 마치 함흥차사라도 된 듯 전장에 합류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성공이다!’
그것은 모두 영악한 지크의 속임수였다.
‘으. 간 떨려. 아슬아슬하게 튀는 게 이렇게 힘들구나. 하지만 어쩔 수 없어. 이 괴물을 묶어두는 게 내가 할 일이야.’
지크는 칭호의 능력을 켠 채로 콰지모도를 끊임없이 희망 고문하며 유인했던 것이다.
콰지모도가 다른 생각, 그러니까 전장에 합류할 생각을 하지 못하게끔 만들기 위해서였다.
실제로도 훌륭하게 성공하고 있는 중이었고.
‘지형지물을 최대한 이용해서 튀는 거다.’
지크가 안의 건물들 사이로 요리조리 도망치기 시작했다.
때론 골목으로.
때로는 건물의 지붕을 타고.
쾅, 콰앙!!!
지크를 쫓는 콰지모도의 핵주먹이 온갖 시설물과 담벼락, 지붕 등을 박살내 놓았다.
“으, 으악!!”
“악!”
때로는 요새 내부의 있던 민간인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긴 했지만, 어쨌거나 지크는 콰지모도를 매우 성공적으로 따돌리며 시간을 벌고 벌고 또 벌었다.
‘쓰레기 자식아. 빨리 이기라고.’
지크는 ‘그 쓰레기’가 교황청의 군대를 일분일초라도 더 빨리 쳐부숴 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
지크가 콰지모도를 상대로 뺀질거리고 있을 무렵 에서는….
“들어라! 짐의 군대여!”
프레드릭 황제가 우렁찬 목소리로 전군을 호령했다.
“주님의 뜻을 저버리고 한낱 사이비로 전락한 이들에게 정의로운 응징을 가하라!!! 주님의 진실 된 종은 바로 이 프레드릭이니라!!”
성문을 열고 쏟아져 나온 황당파의 군대는 교황청의 군사들을 닥치는 대로 쓸어 담으며 진격을 거듭했다.
같은 시각 약 5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본래 에 투입해야 할 병력들을 와 에 나누어 투입했기에, 프레드릭 황제의 군대는 그 물량이 가히 어마어마했다.
“디자이어 경! 그대의 길드원들을 더욱 독려해 주시오!! 이것으로는 부족하오! 적이 너무 많소!!!”
미카엘 총사령관은 채형석을 닦달했다.
“채서늘 다하고 있탄 말힙니타아!!”
채형석이 성치 않은 발음을 가지고 소리쳤다.
에서 지크에게 처맞느라 치아가 모두 부러진 채형석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질렀다.
쏴아아아-!!!
우웅!!!
그런 채형석이 전개하는 와 은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그 여느 때보다 더 강렬한 이펙트를 뽐내며 아군 버퍼들의 힘을 증폭시켜 주고 있었다.
그러나….
“저, 적들이 너무… 크악!”
“거기 더 받쳐줘! 무너지잖아!”
“못 버텨! 더는… 으으으으윽!”
교황청의 군대는 버프를 둘둘 두른 채로도 황당파의 군대를 당해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동부 콘스탄틴군의 병력 숫자가 너무나도 압도적이었다.
교황청의 입장에서는 적을 둘, 셋을 죽여도 네다섯 명이 덤벼드니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물량 공세!
프레드릭 황제는 떨어지는 군대의 질적 수준을 압도적인 물량 공세로 극복하려 하고 있었고, 그 선택은 매우 탁월했다.
“초, 총사령관님! 중앙이 무너집니다!”
“좌측도 무너집니다!!”
교황청 군대의 진영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
프레드릭 황제가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모조리 쓸어 담아라! 이 전투는 우리의 승리이다! 저 사이비들에게 주님의 진정한 분노를 보여주라!!”
프레드릭 황제의 외침에 황당파의 군대가 더욱 거세게 교황청의 군대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아아….”
미카엘 총사령관은 탄식했다.
“이 전투를 이렇게… 가짜 황제의 도박에 놀아나게 되다니!!”
바로 그 순간.
– 가짜 황제여. 네놈의 머릿속에는 마귀가 가득하구나.
전장에 교황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성스러운 군대여. 가짜 황제는 마귀에 현혹당했도다. 어서 가 그와 그의 추종자들의 머리통을 부수어라. 부수어서, 안에 든 마귀를 때려죽이도록 하라!!!
다음 순간.
“이름 없는 신께 영광을!”
“주님의 은총을!”
“교황 성하, 만세에에에!!!”
교황청의 군복을 입은 수만 명의 병력이 난데없이 나타나더니, 동부 콘스탄틴군 진영의 옆구리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군대를 몸소 지휘하는 자는 새하얀 법복을 입고, 머리에는 기다란 모자를 쓴 애꾸눈의 중년 남자였다.
“사, 사이비 교주!! 네놈이 여길 왜!”
프레드릭 황제가 절규에 가까운 비명을 내질렀다.
왜냐하면, 갑작스레 등장한 군대의 지휘관이 다름 아닌 교황 테오필리우스 5세였기 때문이다.
***
지크는 영리했다.
콰지모도를 피해 내부의 이곳저곳으로 도망치는 한편, 때가 되면 성벽 근처로 돌아와 와 을 다시 깔았다.
그러고는 얼른 성벽으로부터 멀리 멀리 도망쳤다.
그 과정은 무려 다섯 번이나 반복되었고, 결과적으로 공성전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지속적으로 디버프 필드의 혜택을 받은 동부 콘스탄틴군은 성벽을 기어오르는 적들을 무차별적으로 쳐부수며 일당백의 면모를 과시했다.
그 결과 교황청이 압도적으로 유리했던 공성전은 어느덧 동부 콘스탄틴군이 유리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아뿔싸!’
지크를 쫓던 콰지모도가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교황청의 군대 반이 전멸해버린 뒤였다.
‘전투에 합류해야…!’
뒤늦게 자신이 농락당했다는 걸 깨달은 콰지모도는 지크에게 분풀이를 할 겨를도 없이 무작정 성벽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도 공성전에 합류해 동부 콘스탄틴 측을 휘저어 놓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
미친 듯 내달리던 콰지모도는 순간 몸의 중심이 잡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뒤이어 땅에 거칠게 처박히고 말았다.
우당탕탕!!!
달리던 속도와 몸무게만큼이나 거칠게 곤두박질친 콰지모도.
그가 중심을 잃고 넘어진 이유는, 달리던 골목길에 기다란 막대기가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막대기의 이름은 라고 했다.
‘지금!’
무려 를 이용해 콰지모도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 지크가 번개처럼 솟구쳐 쓰러진 콰지모도를 덮쳤다.
지형지물을 이용해 덫을 놓고, 콰지모도가 빈틈을 드러내게끔 유도한 것이다.
반격의 시작이었다.
화륵, 화르륵!!!
쓰러진 콰지모도를 시뻘건 불길, 가 집어삼켰다.
‘디버프 들어갔고.’
지크가 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뒈져.’
다음 순간.
쾅, 쾅, 쾅, 쾅, 쾅, 쾅, 콰앙-!!!
스킬이 빛의 속도로 콰지모도의 뒤통수에 작렬했다.
그러나 콰지모도의 방어력은 가히 무쇠와도 같아서, 그 공격에 뒤통수가 박살나지는 않았다.
물론 피를 철철 흘리며 괴로워하긴 했지만, 콰지모도는 에 얻어맞는 도중에도 재빨리 몸을 굴렸다.
그리고는 벌떡 일어나서 자세를 다잡으려 했다.
정말이지 엄청난 맷집과 정신력이었다.
‘그래, 일어나.’
하지만 지크는 그런 콰지모도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있었으므로, 미리 준비해 두었던 비장의 한 수를 꺼내들었다.
촤라락!!!
지크가 몸을 빙글 돌리자 가 콰지모도의 안면을 그었다.
정확히는 두 눈을 일직선으로.
단칼!
도제 베텔규스의 비기였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콰지모도가 두 눈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