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293
292
결혼식이 시작되기 전.
“어머! 축하드려요!”
“축하드립니다!”
“전하! 축하드리옵니다!”
지크는 수없이 많은 하객들의 축하 인사를 받았다.
스톤 아일랜드, 맥캘란 왕국, 신성 콘스탄틴 제국, 구찌오 상단, 비머리언 공방, 아우토니카 공방, 메르세데스 공방 등등….
프로아 왕국과 우호 관계에 있는 수없이 많은 이들이 찾아와 지크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한편으로는 작은 소란이 일기도 했다.
“얼씨구? 샌님 놈들이 여긴 왜 왔나?”
“무식하기 짝이 없는 놈들 주제에?”
비머리언 공방과 아우토니카 공방은 만나자마자 서로 으르렁거리며 지크의 진땀을 빼놓았고.
우당탕탕!
급기야 이런저런 시비가 붙어 작은 난투극을 벌이기까지 했다.
“…내가 못 살아.”
지크는 비머리언 공방과 아우토니카 공방 측 인사들을 초대한 걸 뼈저리게 후회했다.
딱히 이간질을 안 했는데도 만나자마자 서로 못 잡아먹어 패싸움까지 벌일 줄이야….
“쯧쯧. 1등도 못하는 것들이 2등을 가지고 아귀다툼이라니. 여전하구먼.”
부동의 1등을 차지하고 있는 메르세데스 공방의 인사들은 그런 비머리언과 아우토니카를 내심 비웃었다.
역시 제일 잘난 놈은 가만히 앉아서 구경이나 하고, 덜 잘난 놈들 두 명이서 아웅다웅하기 마련이라는 게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으으.”
지크는 비머리언과 아우토니카의 패싸움에 치를 떨었다.
“괜히 불렀나.”
문득 초대장을 보냈던 게 후회되던 순간.
“동생!!!”
노르드족의 왕 라이언베르트가 지크의 손을 덥석 잡았다.
“아! 형님!”
“허허! 이거 축하하네! 엘론델의 공주와 결혼을 하다니! 역시 동생이구먼!”
“하하. 별말씀을.”
“동생은 역시 남자야! 왕비가 무려 엘론델의 공주라니! 그 공주님 정말 참해 보이고 강하기도 강해 보이던데! 이거 부럽기 그지없구먼!”
“형님은 이미 장가 많이 가셨으면서….”
“무슨 소리! 앞으로 세 번은 더 할 생각인데!”
“예?”
“우리 노르드족은 더는 서지 않을 때까지 결혼을 거듭하는 풍습이 있다네! 난 아직 현역이지! 음핫핫핫핫!”
“도대체 뭐가 설 때까지 결혼을 계속한다는 겁니까?”
“허허! 모르는 척은!”
“모르고 싶네요. 하하하….”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괜히 모르는 척 빼지 말게나. 알 것 다 아는 친구가 그러기야?”
“저,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껄껄껄! 사내가 수줍어하기는!”
라이언베르트는 지크를 부러워하면서도 이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문제는 그다음.
“그런데… 동생?”
“예?”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라이언베르트가 지크의 귓가에 속삭였다.
“조심하게.”
“뭘요?”
“흠흠. 그게 말일세.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결혼을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어서 말이야.”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요?”
“설마 모르는 건 아니겠지? 자네를 언젠가 잡아먹고 말겠단 사람이 있다는 걸….”
“헉!”
순간 지크는 뇌리를 스치는 생각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날 이렇게 만들어놓고… 너 없이는 못 살게 만들어놓고… 다른 계집애랑 물고 빨고 있었단 말이야?] [으으! 지크프리트으으으으!!!] [언젠간 ♥고 말 거야!!!]잉그리드의 분노와 집착에 찬 외침이 지크의 귓가를 파고들고 있었다.
“서, 설마….”
“그 설마가 맞아.”
“하하. 하하하. 하하. 하하하하.”
“동생에 대한 그 아이의 집착은 가히 대단한 수준이야.”
“어, 어느 정도입니까?”
“자네를 강제로라도 가지겠단 생각에 수련에 수련을 거듭하다 보니 어느새 나를 뛰어넘었지.”
“예?!”
“거의 마스터의 경지에 근접한 것 같긴 한데… 아무래도 벽에 부딪힌 상태인 것 같더구먼.”
“미친.”
라이언베르트의 말에 지크는 혀를 내둘렀다.
오싹!
등골이 서늘했다.
‘그 짧은 시간에 마스터에 근접했다고? 도대체 얼마나 나한테 집착하는 거야?’
지크보다 훨씬 약하던 잉그리드가 불과 1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마스터에 근접하다니.
지크의 성장 속도를 몇 배나 뛰어넘은 사기적인 성장 속도였다.
그렇다는 말은….
‘진짜 날 강제로 잡아먹겠다는 거잖아!!!’
지크는 자신에 대한 잉그리드의 집착이 단순한 집착이 아닌 ‘그 무엇’이라는 걸 깨달았다.
“동생.”
“예?”
“부디 조심하게.”
라이언베르트가 지크에게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아이는 자네의 결혼 소식을 듣자마자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지. 상처를 받은 건지, 아니면….”
“아니면?”
“자네의 결혼식에서 깽판을 칠 준비를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야.”
“으으!”
“그 아이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니 내 자네에게 우리 노르드족 최고의 전사 100명을 호위로 붙여주겠네.”
“감사합니다, 형님.”
지크는 공포에 떨며 라이언베르트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고맙긴 뭘. 딸자식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는 이 형의 잘못인데.”
“아닙니다.”
“아무튼, 자네가 무사히 결혼식을 마칠 수 있도록 내 최선을 다할 터이니 자네는 그냥 조심만 하게나.”
“예. 제발 그랬으면 좋겠네요.”
지크는 왠지 자신의 결혼식이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 같단 느낌을 받았다.
“전하! 곧 엘론델의 사절단이 도착할 예정이옵니다! 어서 준비하시지요!”
그때, 시종장이 다가와 지크에게 보고했다.
“갑니다!”
지크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
쿠웅!
성문이 열리고.
“아아- 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
엘프들의 노랫소리와 함께 엘론델의 사절단이 프로아 왕국의 수도 프로이센에 입성했다.
약 5,000명으로 구성된 엘론델의 사절단 선봉에는 엘프들의 군주인 로엔그린이 천마 페가수스를 타고 자리했다.
그런 로엔그린의 뒤에는 엘프들 특유의 예술 기법으로 장식된 거대한 꽃가마가 따랐다.
오늘의 신부이자 지크의 아내로서 장차 프로아 왕국의 왕비가 될 브륜힐트는 그 꽃가마 안에 타고 있었다.
“와아!!!”
“환영합니다!!!”
“진짜 엘프 왕국의 엘프들이다!”
“휘이익!”
프로아 왕국의 백성들은 엘론델 사절단의 모습에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다.
선봉에는 엘프들의 군주.
뒤에는 거대한 꽃가마.
좌우로 늘어선 엘프 기사들과 합창단, 그리고 이번 결혼식 예식을 담당할 엘프들의 모습이란 평생에 한 번 보기 힘든 진풍경이었다.
“제자야.”
사부가 왕성의 성문 앞에 선 지크에게 물었다.
“예, 사부님.”
“저기 네 신부가 오는구나.”
“하하하.”
“저기 저 앞에 선 중년의 엘프가 본좌의 사돈이 될 엘프 왕국의 군주냐?”
“맞습니다.”
“흐음.”
사부가 눈을 가늘게 뜨고 저 멀리 로엔그린을 바라보았다.
“어째 낯이 익은데? 혹시 저놈 본좌가 아는 놈이냐?”
“제가 알기론 제 장인어른 되실 분께서 사부님을 잘 알고 계시는 듯했습니다.”
“그으래? 이름이 뭐냐?”
“로엔그린이라고 합니다.”
“로엔그린? 로엔그린이라. 흐음. 로엔그린. 누구였더라.”
사부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내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아하! 그 소심한 왕자 녀석이로구나!”
“예?!”
“본좌가 젊은 시절 테라모그를 사냥할 때 봤었지. 그때 그 소심하기 짝이 없는 놈이 엘프들의 군주가 되었단 말이렷다. 허허! 거 참 말세로다. 저런 소심한 놈이 왕위에 오를 줄이야.”
아무래도 사부는 로엔그린의 흑역사 시절을 매우 상세하게 기억하고 있는 듯했다.
“하하… 하하하.”
지크는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고. 장인어른. 체면 다 구기게 생기셨습니다.’
지크는 앞으로 몇 분 뒤에 벌어질 일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그 생각은 이내 곧 현실이 되었다.
“반갑소이다. 엘론델의 군주 로엔그린이라고 하오. 그런데 귀하께서는 누구시오. 혹시 내 사위 될 사람의 조부님….”
“오래간만이다?”
“헉?!”
로엔그린이 어느새 젊은 시절의 모습을 한 사부를 보고는 흠칫 놀랐다.
“요, 용사님… 아니십니까?!”
“맞다.”
“헉!”
“제법이다? 450년 전에는 왕위에 오르기는커녕 찌질함의 극을 달리던 놈이 이제는 본좌의 제자 녀석을 사위로 삼을 정도가 됐어?”
사부의 말에 로엔그린은 얼굴이 시퍼렇게 질린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이런 빌어먹을! 이걸 생각 못 하다니! 사위가 용사님이 아직 살아 계신다고 했으면 결혼식에도 참석하실 게 당연한 일인데!’
로엔그린은 몸소 사절단을 이끌고 온 것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으아악! 용사님! 살려 주십시오!] [용사님! 그, 그만! 그만 때리십시오!] [으헝헝헝! 용사님! 너무 무섭습니다!]사실 로엔그린은 사부를 그리 편히 대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젊고 철없고 멍청하고 어리석던 시절에 혼쭐이 난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테라모그가 무섭다고 내 등 뒤에서 X 빠지게 튀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제법 어른티가 나는구나? 애송이?”
“요, 용사니임….”
자신의 흑역사가 들추어진 로엔그린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곤란해했다.
“근데 언제까지 말 위에 타 있을 셈이냐? 설마 본좌더러 네놈을 계속 올려다보라는 뜻은 아니겠지?”
“아, 아닙니다!”
로엔그린이 황급히 천마 페가수스에서 내려 사부를 향해 넙죽 절했다.
“엘론델의 군주 로엔그린! 용사님께 인사드립니다!”
그러자 가마에 탄 브륜힐트를 뺀 엘프들의 사절단 전원이 사부에게 넙죽 엎드려 예의를 표시했다.
“오오!”
“엘프 왕국의 엘프들이 국사 어르신께 예의를 표하다니!”
“하긴! 국사 어르신은 에인션트급 드래곤을 맨주먹으로 때려잡으신 분이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
프로아 왕국의 대소신료들은 엘프들의 반응에 놀라면서도 ‘과연 국사 어르신!’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껄껄! 그래! 오늘은 좋은 날이니 본좌가 특별히 이번 한 번만 좋게 넘어가 주마!”
“감사합니다! 용사님!”
로엔그린은 사부가 자비를 베풀자 무척이나 기뻐했다.
‘용사님께서는 450년 전에도 성질머리가 개 같기로 유명하셨다. 언제 본색을 드러내실지 모르니 각별히 조심해야겠구나.’
로엔그린은 혹시나 사부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거듭했다.
999레벨의 히든 NPC인 데우스는 예나 지금이나 매우 무시무시한 인격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자. 들어가자꾸나.”
“예! 어르신!”
그렇게 엘론델의 사절단은 로엔그린이 사부에게 인사를 오지게 박음으로써 왕성에 입성할 수가 있게 되었고, 이내 곧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
결혼식은 무려 두 시간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으악! 지겨워!’
지크는 브륜힐트를 만나보지도 못한 채 이런저런 행사를 치르며 고통받아야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크는 왕족이었으므로, 평범한 백성들처럼 결혼식을 간편하게 치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드르렁, 드르렁!!!
결혼식 절차가 얼마나 복잡하고 길었으면, 지크의 친구로서 참석한 천우진과 승구는 아예 의자에 기댄 채 대놓고 잠을 청하기도 했다.
그렇게 길고 긴 시간이 지났을 때.
“신부! 입장!”
지크는 로엔그린의 팔짱을 끼고 입장한 브륜힐트와 마주했다.
“자자. 서로 할 말이 많을 테지만, 그 전에 본좌의 당부의 말부터 듣도록 해라.”
주례는 이번 결혼식의 최고 연장자인 사부가 맡았다.
“일단은… 으음?”
사부가 주례사를 시작하려 할 때였다.
“제자야?”
“예, 사부님.”
“혹시 요즘 결혼식에는 뱀을 뿌리는 이벤트 같은 것도 하는 것이냐?”
“예?”
지크는 사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가 여기 사람은 아니지만 결혼식에 뱀을 뿌리는 이벤트 같은 걸 진행할 리가….”
“하는 것 같은데?”
“예?”
“저기를 봐라.”
사부가 하늘을 가리켰다.
그러자 결혼식에 참석한 거의 모든 이들의 시선이 사부의 손가락 끝을 향했다.
“뱀이네.”
“뱀이… 떨어지네?”
“누가 뱀을 뿌리나?”
하객들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건 지크 역시 마찬가지.
“하늘에서… 뱀이 떨어져 내려???”
지크가 황당하다는 듯 중얼거린 이유는, 저 멀리 하늘에 뜬 프로아 왕국의 비행선에서 수십 마리의 뱀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뱀의 크기가….
“뭐, 뭐야! 뱀들이 왜 저렇게 커!!!”
지크가 비명을 질렀다.
왜냐하면….
[코카트리스]메두사·바실리스크와 가까운 친척 관계에 있는 파충류 몬스터.
입에서 매우 강력한 석화 가스를 뿜어내는 몬스터로서, 극히 위험하다.
•존재 구분 : 몬스터
•등급 : 보스
•레벨 : 250
프로아 왕국의 비행선에서는 계속해서 몬스터가 쏟아지는 중이었다.
누군가 지크의 결혼식장에 뱀을 푼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