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843
842
지크는 그 후로도 을 돌며 을 파밍하는 한편, 미하일의 기억을 찾아 헤맸다.
그러나 던전을 돌면 돌수록 만 모일 뿐, 미하일의 기억은 흔적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은 으로도 검색이 불가능한 곳이라서, 미하일의 기억을 찾는 건 더더욱 어려웠다.
던전에 입장하면 으로 현재 던전을 통찰하는 건 가능했다.
그러나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건 불가능했다.
자체가 무한에 가까운 던전으로 이루어졌기에, 제아무리 이라도 한계가 있었다.
때문에, 지크는 을 무작정 도는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이틀 뒤.
‘이게 진짜 서울에서 김 서방 찾기 아닌가?’
오늘도 을 찾은 지크는 그렇게 투덜거리며 하루를 시작했다.
번쩍!
그때, 로부터 강렬한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웅! 우웅!
뒤이어 이 강렬한 파장을 뿜어내며 더욱 시뻘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알림 : 경고, 경고!]그와 동시에 지크를 포함한 모든 게이머들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 이 폭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알림 : 이 48시간 뒤에 완전히 개방됩니다!] [알림 : 만약 완전한 개방이 이루어지면 무시무시한 재앙이 들이닥칠 것입니다!]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지크가 미하일의 기억을 찾으려니 이 폭주를 일으키고 말았던 모양이었다.
“아오!”
지크는 미하일의 기억을 찾아 헤매던 중에 이 폭주까지 일으키자 있는 짜증 없는 짜증을 다 토해냈다.
“뀨! 주인 놈아아! 빨리 차원의 대균열을 잠재워야 한다! 뀨우!”
“나도 알아. 킁.”
지크는 콧방귀를 한 번 뀌고는 곧장 게이머들이 모여 있는 장소로 향했다.
“지크 님!”
“지크니이이이이임!”
“지크 님, 지크 님!”
게이머들은 안 그래도 지크를 기다리고 있다가, 부리나케 달려왔다.
그리고 오늘의 지크는 그 여느 때보다 인기가 많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폭주한 은 총 네 개의 던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다.
그리고 48시간 안에 네 개의 던전을 모두 클리어해야 폭주를 멈출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런데 한 파티가 48시간 안에 네 개의 던전 모두를 클리어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폭주한 에 입장하면 클리어하는 데 최소 몇 시간, 길면 일주일까지 걸릴 정도로 어려운 던전이 등장하기 마련.
즉, 이번 폭주를 막기 위해서는 파티를 네 개로 나누어 각 던전을 따로따로 공략해야 했다.
그래서 게이머들은 가장 강한 파티에 들어가길 원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지크에게 몰려드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지크는 오늘만큼은 게이머들과 파티를 할 생각이 없었다.
지크에게는 이미 동료들이 있었다.
“오빠!”
“태성 오빠!”
“태성 씨!”
“형님!”
“우리 조카! 오랜만이야!”
지크가 최근 을 돈다는 소문을 듣고 용설화, 고스란, 데이토나, 승구, 그리고 용태풍이 찾아왔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길마 형!”
“길마님!”
길드원들 역시도 지크와의 파티 플레이를 위해 을 온 상황이었다.
정작 지크는 그 누구도 부른 적이 없었건만, 다들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제 발로 찾아와 주었던 것이다.
사실 지크는 워낙에 유명 인사라서, 게이머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 갈 때면 현재 위치가 동네방네 알려지기 마련이었다.
SNS, 지튜브, 뉴스 기사 등등 현실의 매체를 통해 지크가 뭘 하는지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는 것이다.
‘굳이 처음 보는 사람들이랑 같이할 이유가 없지.’
지크는 자신을 먼저 찾아와준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
사실 의 폭주를 잠재우는 건 지크에게도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프로아 왕국의 위치는 뉘르부르크 대륙 서북쪽.
은 그런 프로아 왕국으로부터 약 250킬로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만약 의 폭주를 막지 못해 몬스터 웨이브가 쏟아져 나온다거나, 혹은 어떠한 대재앙이 벌어진다면 프로아 왕국조차도 무사할 수 없었던 것이다.
“다들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크는 평소 알고 지내던 게이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뒤 던전 공략에 나섰다.
이번에 폭주한 에 등장하는 던전은 총 네 개로, 그 목록은 다음과 같았다.
– 끝없는 추락.
– 거신의 생츄어리.
– 타락한 고대 도시.
– 깊은 늪.
각 던전의 입장 제한 인원은 150명.
지크는 자신의 파티를 대표해서 나머지 세 명의 파티장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딱히 할 얘기는 없었다.
지크와 나머지 세 명의 파티장들은 제비뽑기를 통해 어떤 던전을 공략할지 정했다.
“흠.”
지크는 라 적힌 제비를 뽑았다.
“빨리 깨는 쪽이 대기하고 있다가 혹시 실패한 쪽 지원 가는 걸로 하죠.”
지크가 파티장들에게 제안했다.
“네.”
“그게 좋겠네요.”
“알겠습니다.”
파티장들 역시 지크의 생각에 동의했기에, 합의는 쉽게 끝났다.
“갑시다!”
그렇게 지크는 늘 함께하던 동료들과 함께 공략에 나서게 되었다.
던전에 들어간 직후.
[서쪽 차원의 대균열 : 거신의 생츄어리]지크 일행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여긴 뭐지.”
지크는 던전에 입장하자마자 주변을 돌아보았다.
풍경은 별것 없었다.
그저 돌로 이루어진 바닥에 커다란 기둥들이 우뚝 솟아 있었을 뿐….
“일단 맵핵으로 좀 볼게요.”
지크는 파티원들에게 그렇게 말한 후 을 켜 던전을 통찰해보았다.
그런데.
‘어?’
지크는 던전 입구에서부터 몬스터들이 여러 마리 있는 걸 확인하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으로 살펴본 결과 현재 위치에서 란 몬스터가 무려 세 마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설마 은신 능력인가?’
지크는 란 몬스터들이 자신의 예민한 감각마저 속일 정도로 은신 능력이 뛰어나다고 판단하고는, 동료들에게 경고했다.
“다들 조심해요. 근처에 적….”
그 순간.
쿠웅!
갑자기 하늘 위에서 커다란 바위가 뚝! 하고 떨어져 내려 지크의 동료들을 덮쳤다.
“……!”
“……!”
“……!”
그 광경을 본 모든 사람이 경악했다.
약 10여 명이 농구 코트 크기만 한 면적의 바윗덩어리에 깔려 사라지는 모습이란, 마치 거짓말 같았다.
지크와 파티원들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위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화들짝 놀랐다.
“거, 거인?!”
알고 보니 파티원들을 깔아뭉갠 바윗덩어리는 돌이 아니라 거인의 발이었다.
쿵, 쿠웅!
뒤이어 거인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 거인뿐만이 아니었다.
쿵, 쿠웅!
나머지 두 명의 거인들 역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사실 주변을 돌아보았을 때 보였던 기둥들은 거인의 다리였던 모양이었다.
‘미친!’
지크는 거인들의 키가 서울의 랜드마크인 63빌딩과 엇비슷하다는 걸 확인하고 경악했다.
거인들이 꿈쩍도 안 하고 있을 땐 미처 몰랐는데, 막상 움직이기 시작하니 그 거대함이 피부로 와닿았던 것이다.
‘쟤들이랑 싸움이 돼?’
지크는 키가 200미터가 넘는 거인들인 를 무슨 수로 상대해야 할지 감조차 잡지 못했다.
때려 봤자 코피나 흘릴지 의문이라고나 할까?
‘일단….’
지크는 파티원들을 돌아보며 조용히 하란 뜻에서 검지를 세워 입술에 가져다대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으음?]하나가 무심코 눈을 돌리다 지크 일행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와 동시에 그 가 그 거대한 다리를 들어 올렸다.
뒤이어 벌어질 일이야 뻔했다.
“다 뛰어!!!”
지크의 입에서 비명에 가까운 고함이 터져 나왔다.
***
쿵! 콰앙! 쿵! 쿠웅! 쿵!
들의 발길질은 그야말로 무지막지했다.
마치 지크의 이 연달아 터지는 것 같다고나 할까?
“으악!”
지크는 평소 인간들이 아무 생각 없이 밟던 개미의 기분을 몸소 체험하며, 죽지 않기 위해 몸을 날려야만 했다.
그건 다른 게이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들은 그 거대한 덩치만큼이나 발의 면적 또한 넓어서, 깔려 죽지 않으려거든 한 번에 수십 미터에서 수백 미터를 점프해야 했다.
즉, 공격이나 방어는커녕 오직 살기 위해서 뛰고 또 뛰어야 했던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지크에게는 비행 능력이 있단 점이었다.
“햄찌야! 타!”
“뀨우!”
지크는 를 펼쳐 들의 다리 사이를 비행했다.
동료들 역시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그들은 거의 대부분이 299를 찍은 고레벨 게이머들이었기에, 적들이 거인이라고 해서 어버버 하다가 죽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게이머들은 이 악조건 속에서도 살길을 찾아내었다.
“타!”
“그냥 타! 깔리지 말고!”
“타고 올라!”
게이머들은 거인들의 발에 올라탄 뒤 아예 다리를 기어오르며 반격을 꾀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제가 견제할게요!”
고스란은 자신의 텔레포트 능력을 이용해 거인들의 얼굴로 접근 후 화살을 날려대었다.
지크도 자신의 비행 능력을 이용해 거인들의 얼굴을 향해 날았다.
그런 뒤 에서 얼음 수리검들을 뽑아내어 거인들의 눈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동료 중 비행 능력을 가진 이들 역시도 지크와 고스란을 뒤따라 거인들의 얼굴을 공격했다.
거인들은 게이머들이 눈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오자 귀찮다는 듯 손을 마구 휘저어댔다.
거인들의 손과 팔이 워낙이 컸기 때문일까?
붕! 부웅!
거인들이 손을 휘저을 때마다 강력한 강풍이 불었다.
“크윽!”
지크는 거인들을 공격하다가 강풍에 휩쓸려 황급히 회피 기동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퍼억!
길드원 하나가 회피 기동을 하던 중 거인이 휘저은 손바닥에 맞고 저 아래로 추락했다.
“……!”
지크는 그 길드원을 도와줄 수 없었다.
아니, 충분히 도와줄 수 있었지만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 게이머는 거인의 손바닥에 맞은 순간 몸이 산산조각으로 터져버려서, 추락하기도 전에 즉사했기 때문이다.
오싹!
지크는 그 광경을 보고 소름이 끼쳐 몸을 떨었다.
단순히 귀찮다는 듯 휘두르는 손짓 한 방에 299레벨의 게이머가 즉사할 정도라면, 거인들이 가진 공격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 만했던 것이다.
‘외부에서 공격해봤자 아무짝에도 소용없어.’
지크는 거인들의 얼굴 가죽이 엄청나게 두껍고 질겨서, 고스란의 화살조차 쉽사리 꿰뚫지 못하고 있는 걸 보고 그렇게 생각했다.
게다가 거인들은 너무나도 거대해서 를 깔아 봤자 디버프가 걸릴 것 같지도 않았다.
거인들의 키를 생각하면, 한두 걸음만 걸어도 를 벗어나는 게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저기다.’
지크는 거인의 귓구멍을 노리고 비행했다.
“뀨! 주인 놈아아! 어디 가냐!”
“귀!”
“뀨우?!”
“가자!”
지크는 햄찌와 함께 거인의 귓바퀴에 착지했다.
[크음!]그러자 거인이 가렵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며,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려 했다.
“빨리 들어가자!”
“뀨!”
거인의 손가락에 눌렸다간 쥐포가 될 게 뻔했으므로, 지크와 햄찌는 황급히 귓구멍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그건 매우 현명한 판단이었다.
체급 차이를 떠올려 보면, 거인을 외부에서 공격하는 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안쪽에서 공격하는 거다.’
지크는 거인의 고막을 파괴하고, 기회가 닿으면 뇌까지 박살을 내놓을 생각으로 귓구멍 속을 내달렸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