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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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반트가 만들어낸 역작인 는 아이템의 스펙만으로도 지크의 입을 떡 벌어지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크반트는 한 시대를 풍미한 위대한 대장장이 중 하나였다.
그런 그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완성시켰던 무기라면, 지크가 긴장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엄마는 빠져 있어.”
베르단디가 브륜힐트에게 경고했다.
“끼어들면, 갇히는 것으로 안 끝날 거야. 엄마까지 다치게 하고 싶진 않거든. 그리고 엄마도 피해자잖아?”
“그럴 수 없단다.”
브륜힐트는 베르단디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땅에 떨어져 있던, 반쯤 부서진 검을 주워들었다.
“난 엄마로서 널 가르쳐야 하니까.”
브륜힐트는 어머니로서, 폭주하는 딸을 제압하겠단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보였다.
“풉. 고작 그 실력으로?”
베르단디는 그런 브륜힐트를 비웃었다.
솔직히 말해서, 400레벨의 베르단디에게 299레벨의 브륜힐트는 식후 간식거리 딱 그 정도에 불과했으니까.
“엄마란 사람은 정말 멍청한 여자네. 고작 저런 한심한 인간한테 홀려서 이러는 걸 보면.”
“말조심하렴.”
“말은 누가 조심해야 할까?”
그와 동시에 베르단디가 자신의 마나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방심하면 죽는다.’
지크는 그런 베르단디를 바라보며 를 뽑아들었다.
상대는 레벨이 더 높았고, 다양한 공격이 가능해 전투 스타일의 예측이 불가능했다.
단 한 번의 실수만으로도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는 수가 있었던 것이다.
“둘 다 사이좋게 보내줄게.”
베르단디는 그렇게 말하며 소름 끼칠 정도로 무시무시한 미소를 피워 올렸다.
‘먼저 압박해야 돼.’
지크는 그런 생각을 머금고 을 켠 채로 베르단디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런데.
번쩍!
베르단디가 지크의 바로 옆으로 텔레포트를 해왔다.
“느려.”
그 한마디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촤라락!
가 지크의 옆구리를 훑고 지나갔다.
푸화아악!
그러자 지크의 옆구리로부터 시뻘건 피가 확! 하고 튀어 올랐다.
‘크윽!’
지크는 그 와중에도 반격을 한답시고 를 휘둘렀지만, 베르단디는 또다시 텔레포트를 사용해 거리를 벌린 뒤였다.
의 슬로우 효과를 미처 받기도 전에 딱 한 대만 치고 빠졌던 것이다.
“여보!”
브륜힐트가 황급히 달려와 지크를 부축했다.
“괜찮으세요?”
“이 정도는 괜찮아요.”
지크가 옆구리에 포션을 들이 부우며 몸을 일으켰다.
‘텔레포트를 쓰는 근접 딜러라니. 개사기잖아.’
텔레포트를 쓰는 원거리 딜러인 고스란도 상대하기가 엄청나게 까다로웠는데, 베르단디마저 이럴 줄이야….
“둘이 붙어 있는 꼴이 왜 이렇게 보기 싫지?”
그때, 베르단디가 비틀린 미소를 짓더니 를 휘둘렀다.
화르르르르!!!
그러자 시뻘건 화염구가 지크와 브륜힐트를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른바 라 불리는 이 구체 형태의 불덩어리들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적들을 불태우는 무시무시한 주문이었다.
문제는 그 화염구가 한 개가 아니었다는 것.
베르단디가 를 휘두를 때마다 수십 개의 가 터져 나왔다.
어지간한 마법사들은 단 하나를 만들어 내기도 버거운 화염계 공격 마법을 한꺼번에, 그것도 수백 개를 쏟아낸 것이다.
마치 폭격처럼 말이다.
“물러서요!”
지크는 베르단디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를 방패의 형태로 바꾸었다.
쾅! 콰앙!
화르르르르르!
화염구들은 그런 지크를 향해 끊임없이 돌진해오며 를 두들겨댔다.
“으으으윽!”
지크는 를 놓치지 않으려 이를 악물었다.
“버텨?”
베르단디는 그 광경을 보고 입을 씰룩이더니, 더 강력한 주문을 준비했다.
하지만 지크도 마냥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쏴아아아아아!
베르단디는 주문을 준비하다가 오러 블레이드로 이루어진 빛의 검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걸 발견하고 눈을 크게 떴다.
지크가 원거리에서 로 반격한 것이다.
번쩍! 번쩍! 번쩍! 번쩍! 번쩍!
베르단디는 자신을 쫓아오는 빛의 검들을 피하기 위해 연거푸 텔레포트를 사용해야 했다.
그러는 사이.
쾅! 콰앙!
지크는 를 모두 파괴하는 데 성공하고 를 다시 망치 형태로 바꾸었다.
“가요.”
지크가 브륜힐트를 돌아보았다.
“네, 여보.”
그렇게 지크와 브륜힐트 부부는 빛의 검들을 피하고 있는 베르단디에게로 달려들었다.
***
전투는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지크와 브륜힐트는 부부답게 환상의 케미를 자랑하며 베르단디를 압박해 나갔다.
베르단디는 그런 엄마 아빠의 공격에 의외로 고전했다.
그것은 실전 경험에서 나오는 차이였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수없이 많은 전투 경험을 가진 지크와 브륜힐트.
반대로, 베르단디는 이렇다 할 전투 경험 없이 재능만으로 성장한 케이스였다.
그 차이는 컸다.
팟!
베르단디는 또다시 텔레포트를 이용해 지크의 급소를 노렸다.
‘뼈를 주고, 살을 깎는다.’
베르단디의 검이 자신의 허벅지를 가를 때, 지크는 생각했다.
뒤이어 스킬이 발동되었다.
번쩍!
극저온의 냉기가 뿜어져 나오고.
“……!”
베르단디는 지크를 공격하고 도망치려다가 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말았다.
물론 베르단디의 레벨이 높아 완전히 얼어붙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지크가 기회를 잡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지금.’
지크는 마나를 끌어올려 의 위력을 높였다.
촤락! 촤라락!
그러자 어둠의 손길들이 베르단디의 팔, 다리, 어깨, 목, 발목 등 전신을 휘감았다.
‘방어력 깎고.’
지크는 뒤이어 을 사용해 베르단디를 불태웠다.
그 다음은?
‘팬다.’
지크는 를 놓아버리고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런 뒤 무왕 레오니드의 격투술을 이용해 베르단디를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죽이는 게 아닌 제압이 목적이었기에 차마 로 베르단디를 내리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브륜힐트 역시 검을 놓고 베르단디를 붙잡았다.
“크, 크윽!”
그렇게 베르단디는 디버프에 떡칠이 된 상태에서 엄마 아빠에게 비 오는 날 먼지 나게 두들겨 맞았다.
지크와 브륜힐트가 가진 를 극복하지 못했던 것이다.
[베르단디 폰 프로아]•생명력 : ■■■■■□□□□□
덕분에 베르단디의 생명력은 순식간에 50퍼센트가량이 날아가 버렸다.
“당신들….”
베르단디가 으르렁거렸다.
“실수한 거야.”
그 순간 베르단디를 휘감고 있던 어둠의 손길들이 검은색 촉수로 변했다.
연금술.
물질을 변화시키는 능력이 발동된 것이다.
촤락! 촤라락!
어둠의 손길들은 칠흑의 촉수로 변해 지크와 브륜힐트를 휘감았다.
“……!”
“……!”
지크와 브륜힐트는 베르단디의 변칙적인 연금술 활용에 미처 대응하지 못하고 속박 당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연금술이라는 게 워낙에 변칙적인 능력이라서, 알고서도 당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팟!
베르단디는 의 슬로우 효과에서 벗어나기 위해 텔레포트를 펼쳐 거리를 벌렸다.
“죽어. 둘 다.”
그러고는 속박 당한 지크와 브륜힐트를 향해 폭격에 가까운 마법을 난사해대기 시작했다.
***
지크는 촉수에 휘감긴 상태에서도 브륜힐트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펑! 퍼엉!
그러는 동안 베르단디의 무시무시한 마법 폭격이 쏟아졌다.
‘그냥 끝장을 내버렸어야 했나?’
지크는 기회를 잡았을 때 베르단디를 확실하게 죽이지 못한 걸 후회했다.
어차피 현실도 아니니까, 쿨하게 보스 몬스터인 베르단디를 죽여 버렸어도 되었다.
단, 던전 클리어 조건에 대한 확신이 없어 을 선택했을 뿐….
‘진짜 끝장을 내?’
바로 그때였다.
띠링!
지크의 눈앞에 퀘스트창이 떠올랐다.
[알림 :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아빠가 미안해.]베르단디의 생명력이 5퍼센트가 되면 제압한 후 미안하다며 사과하고 안아주기.
•타입 : 일반 퀘스트
•보상 : 던전 클리어
•진행률 : 0%
‘역시.’
지크는 자신의 예상이 옳았다는 걸 확인하고 미소를 지었다.
그간 던전을 한두 번 클리어해 보았겠는가?
보스 몬스터라고 해서 무조건 때려잡는 게 능사가 아니었다.
던전 클리어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어서, 이렇듯 사서 고생을 해야 할 때도 있었던 것이다.
‘일단 기회를 봐서 확실하게 때려잡는다.’
지크는 우선은 방어에 집중하면서,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지크를 닮은 베르단디는 엄청나게 영리해서, 계속 마법을 통한 원거리 공격만을 해올 뿐 접근 자체를 해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맞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
우웅!
지크는 을 뿜어내 베르단디를 원거리에서 공격하는 한편 를 펼쳤다.
“도와 줘! 햄찌야!”
“뀨! 알겠다!”
햄찌는 오스칼과 미켈레를 돌보던 중 지크의 외침을 듣고 을 뿜어내 베르단디를 공격했다.
지크는 비행 능력을 이용해 텔레포트로 도망 다니는 베르단디를 집요하게 뒤쫓았다.
그러나 지크로부터 영원히 도망치는 건 불가능했다.
‘지금!’
지크는 베르단디가 사정권에 들어오자마자 을 유지하던 마나의 양을 열 배로 늘렸다.
화아아악!
그러자 의 범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도망치던 베르단디를 휘감았다.
‘접근.’
그렇게 좁혀진 거리.
“소용없어.”
베르단디는 이번에도 어둠의 손길들을 연금술로 바꾸어 속박에서 탈출하려 했지만, 지크가 더 빨랐다.
우웅!
지크를 중심으로 시공간이 일그러지고, 뒤이어 어둠의 세계가 베르단디를 집어삼켰다.
“……!”
베르단디는 자신이 전혀 다른 세계로 이동되었다는 걸 깨닫고 눈을 크게 떴다.
팟!
그래서 황급히 텔레포트를 사용해 보았지만, 헛수고였다.
왜?
이곳 에서 벗어날 방법 따위, 없었으니까.
가 지배하는 영역인 무(無)의 공간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지속 시간이 다 될 때까지 버티거나, 죽어서 나가는 것뿐이었다.
꽈악!
지크는 에 베르단디를 가두자마자 를 몽둥이의 형태로 바꾸었다.
강력한 상대인 베르단디를 맨손으로 제압하는 게 쉽지 않아서, 부득이하게 몽둥이를 들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지크가 자식에 대한 부모의 체벌을 옹호하는 건 결코 아니었지만 말이다.
‘속전속결.’
지크는 당황한 베르단디에게 접근해 맹공을 퍼부어 대었다.
“크윽!”
베르단디는 그런 지크의 공격에 반격을 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손해만 보았다.
베르단디의 레벨이 높아도, 안에 갇힌 이상 이전처럼 유리한 싸움을 하는 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차이 역시 엄청났다.
강하긴 했지만, 온실 속 화초인 베르단디가 야생화와 같은 삶을 살아온 지크 특유의 노련함을 극복하기란 힘들었던 것이다.
‘이건 현실이 아냐! 던전일 뿐이야! 던전!’
지크는 기회를 잡은 김에 이를 악물고 베르단디를 향해 를 휘둘렀다.
퍽! 퍼억!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광경이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삐뚤어졌어도 좀 비뚤어졌어야지.
폭군이 되어버린 딸에게는 몽둥이가 약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크는 눈을 질끈 감고는 베르단디의 생명력이 바닥을 칠 때까지 몽둥이찜질을 계속했다.
‘아빠가 정말 미안하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속으로 소리 없는 절규를 내뱉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