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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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뀨! 주인 놈아! 왜 그러냐!”
햄찌가 지크에게 소리쳤다.
“왜 그러긴 인마.”
“뀨우?”
“이 가면을 쓰면 망자들한테 발각당할 일이 없잖아.”
“뀨?!”
“그러니까 굳이 전투를 치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그, 그런 거냐! 뀨우!”
“그래, 인마.”
지크는 햄찌를 향해 씩 웃어 보인 다음 죽은 망자들의 잔해를 뒤적여 보았다.
[알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중략)
[알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지크는 망자들의 잔해를 뒤져서 약 열다섯 개의 을 확보했다.
이번 전투에서 처치한 망자의 숫자가 약 500여 명인데, 획득한 의 숫자가 터무니없이 적었다.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의 내구도가 워낙에 약해서, 평타만 스쳐도 산산조각으로 깨져 나갔던 게 원인이었다.
“이거라도 챙겨서 다행이다.”
지크는 15개의 을 주워서 하나는 자신이 착용하고, 다른 하나는 햄찌에게 씌워주었다.
그리고 나머지 13개의 을 파티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만족하기 힘든 개수였지만, 앞으로 파티원 수만큼 모아 나간다고 생각하면 위안이 될 만했다.
‘뭐가 더 있나?’
지크는 혹시나 싶어 망자들의 잔해를 더 뒤져보았다.
[알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으로 비추어 본 결과.
[망자의 예복]망자들이 축제를 벌일 때 입던 예복.
어두운 톤이지만, 매우 화려하다.
이 예복을 입으면 망자들로부터 기척을 숨기는 게 가능하다.
•타입 : 의류(예복)
•등급 : 매직
•내구도 : 1/1
•특이 사항 : 내구도가 매우 약해서, 살짝만 스쳐도 장비가 파괴되니 각별히 주의하세요.
그뿐만이 아니었다.
띠링!
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연달아 떠올랐다.
[알림: 아이템을 완성하셨습니다!]알고 보니 과 이 세트 아이템이었던 모양이었다.
[망자의 축제 세트]망자들이 축제에 참여할 때 입는 가면과 예복으로 이루어진 세트 아이템.
망자들로부터 산 자의 기척을 숨겨주는 신비한 힘이 있다.
•구성 : 망자의 가면, 망자의 예복
•내구도 : 1/1
•세트 효과 : 위장 효과 +250%
•주의 사항 : 매우 강력한 망자의 눈을 속일 순 없으므로, 이 세트 아이템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건 매우 위험합니다.
“오?”
지크는 숨겨져 있던 던전의 특산물(?)인 를 발견하고 미소를 지었다.
과 을 모으고 모아 파티원들을 무장시킨다면, 큰 전투 없이 보스 몬스터가 자리한 곳까지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크으. 야, 햄찌야.”
“뀨?”
“진짜 잘했어.”
지크가 햄찌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해 주었다.
“하여간 믿을 건 너밖에 없다니까?”
“뀨우우! 그렇다! 햄찌 든든한 동료다! 뀨! 뀨우우!”
햄찌는 오랜만에 지크로부터 칭찬을 받고, 또 도움이 되었다는 게 기뻐서 폴짝폴짝 뛰며 행복해 했다.
지크는 그런 햄찌가 무척 귀여웠지만, 한편으로는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저런 놈이 그렇게 잘생긴 대정령이라고? 도대체 진짜 모습이 뭘까?’
햄찌가 본체일 때 보여주었던 그 시크하고 퇴폐적인 모습이 떠올라서, 귀여운 햄스터와는 도저히 매치가 안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일단 가자.’
지크는 계속해서 던전을 공략해 나가기로 했다.
아군 사망자 숫자가 실시간으로 오르고 있는 걸 보고 있자니 도저히 어기적어기적 시간을 허투루 흘려보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
지크는 를 갖춰 입자마자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던전은 으로도 맵 전체를 스캔하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미친.”
하늘에 떠올라 던전을 내려다본 지크는 혀를 내둘렀다.
던전의 면적이 너무나도 넓어서, 도저히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탓이다.
그리고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거대한 건물은, 도시 전체가 회색으로 물들어 있었음에도 홀로 붉은색을 유지하고 있었다.
‘어휴. 뭐 이렇게 넓어. 마우레키온 제국의 수도도….’
그 순간.
‘어?!’
지크는 던전의 풍경이 마우레키온 제국의 풍경과 매우 닮아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니?
그냥 닮은 정도가 아니었다.
지크는 를 스나이퍼 모드로 변경해 저 멀리 지평선 끝자락에 우뚝 솟아 있는 붉은 건물을 겨냥했다.
그리고는 조준경을 들여다보았다.
지크의 시력으로도 제대로 확인하기가 힘들 정도로 멀기 때문에, 조준경으로 확대해서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결과.
‘피의… 궁전.’
지크는 저 멀리 보이는 붉은색 건물의 정체가 다름 아닌 마우레키온 제국의 황궁(皇宮)이라는 걸 깨달았다.
알고 보니 던전은 마우레키온 제국의 수도가 망자들의 도시가 되었다는 컨셉이었다.
그렇다는 말은….
‘보스가 슈트카르트 황제는 아니겠지?’
지크는 어쩌면 언데드가 된 슈트카르트 황제가 이 던전의 보스로 등장할지도 모른단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점점 빡세질 텐데.’
지크는 걱정이 더 앞섰다.
이 던전이 마우레키온 제국의 수도라는 게 확인된 이상, 중심부에 가까워질수록 더더욱 강력한 몬스터들이 등장할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몬스터들의 강력함이란 엄청날 게 분명했다.
어중이떠중이들도 아니고, 마우레키온 제국의 정예들이 언데드 몬스터가 되어 등장할 것이니 약하면 그게 더는한 일 아니겠는가?
‘이건….’
일단 상황이 파악되자 지크의 머리가 맹렬히 돌아가며 일하기 시작했다.
‘답은 무작정 중심부로 가는 게 아니야. 외곽을 돌면서 망자의 예복 세트를 모으는 거지.’
그렇게 지크는 던전의 공략법을 알아내게 되었다.
햄찌의 발견 덕분에 던전의 모티브를 알아냄으로써, 이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자자. 다들 이쪽으로 가시죠.”
지크는 땅으로 내려오자마자 파티원들을 이끌었다.
“어? 그쪽은 중심부 쪽이 아닌데요?”
한 게이머가 지크의 오더에 의문을 제기했다.
“네, 아니에요.”
“예?!”
“우리는….”
지크가 파티원들에게 어째서 중심부로 나아가지 않는지를 설명해 주었다.
“캬아!”
“크!”
“아하! 그런 방법이!”
파티원들은 지크의 설명을 듣고 이마를 탁! 치며 감탄했다.
꾸역꾸역 중심부를 뚫고 들어가는 것보다 를 갖춘 다음, 보스 몬스터가 있는 곳까지 하이패스로 가는 게 훨씬 낫다는 걸 모두들 이해한 것이다.
***
지크가 이끄는 파티는 계속해서 던전 외곽을 돌며 를 모았다.
지크는 그 과정에서 굉장한 사실을 발견했다.
‘어?’
지크는 파티원들보다 앞서 나가 정찰하던 중, 퍼레이드를 벌이는 망자들이 자신을 유유히 스쳐 지나가는 걸 보고 당황했다.
‘설마… 진짜 못 알아보는 건가?’
망자들은 지크를 아예 인식하지 못하거나, 혹은 따로 방황하는 동료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이모텝… 이모텝….”
그래서 지크는 파티원들과 떨어져 망자들의 틈바구니에 은근슬쩍 끼어들었다.
행진을 벌이던 망자들의 숫자는 약 500여 명.
숫자는 많았지만, 처치하기는 너무나도 쉬웠다.
왜?
망자들은 오와 열을 맞추어 행진하는 바람에 적절하게 밀집해 있는 상태였다.
그렇다면?
번쩍!
지크는 즉시 스킬을 발동해 망자들을 꽁꽁 얼려버렸다.
그 다음은?
촤라락!
도(刀) 형태의 가 오와 열을 맞추고 있던 망자들의 목을 갈랐다.
지크가 몸을 빙그르르 회전시키며 도제 베텔규스의 비기 중 하나인 스킬을 사용했다.
털썩, 털썩, 털썩… 털썩!
툭, 툭, 툭… 툭!
그렇게 망자들은 머리와 몸이 분리되어 쓰러지게 되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중략)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지크는 막대한 경험치를 챙기는 한편 망자들의 잔해로부터 과 을 챙겼다.
[알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중략)
이번에는 망자들의 목을 깔끔하게 자른 덕분에 의 재료들이 파괴되지 않아, 대량으로 구할 수 있었다.
“얼른 주워 입으세요! 얼른!”
“뀨! 빨리 장비 입어라!”
파티원들은 지크와 햄찌의 지시에 따라 망자들의 잔해를 뒤져 를 챙겨 입었다.
그 결과.
“굿굿.”
지크는 자신이 이끌던 파티원 전원이 를 갖춰 입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뒤엔 모든 게 쉬웠다.
“축제… 축제다아….”
“우린 망자들이다….”
“이모텝… 이모오테엡….”
지크의 파티는 를 입고 행진을 벌이는 망자들인 척 어기적어기적 걸어서 이동했다.
‘오오! 먹힌다! 먹혀!’
지크는 이동 중 마주친 망자들이 파티를 스쳐 지나가는 걸 보고 속으로 환호했다.
위장이 완벽하게 먹혀들어서, 던전 안에서 매우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약 한 시간 뒤.
“잠깐 쉬었다 가죠.”
지크는 지친 파티원들을 위해 휴식 시간을 갖기로 했다.
물론 지크 본인도 상당히 피곤했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
꿀꺽꿀꺽!
지크는 쉬는 동안 를 마시며 갈증을 해결했다.
“캬아! 이맛이지!”
“뭐 드시는 거예요?”
한 파티원이 지크에게 물었다.
지크가 를 벌컥벌컥 시원하게 들이켜는 모습에 호기심이 일었던 모양이었다.
“아, 이거요. 제가 즐겨 마시는 음료에요. 드셔보실래요?”
“어? 감사합니다!”
그 파티원은 지크가 호의(?)를 베풀자 냉큼 를 받아 꿀꺽꿀꺽 들이켰다.
그로부터 정확히 2초 뒤.
“으… 으으윽!”
파티원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우웨에엑!”
그러더니 마시고 있던 를 모조리 토해냈다.
“으으… 뭐 이런….”
“뭐라고요? 이 사람이 진짜! 기껏 선심을 썼더니 예의가 없으시네! 예의가!”
지크가 망치 형태의 를 움켜쥔 채 눈알을 부라리던 순간.
“으… 으으으으! 꽥!”
를 마셨던 파티원이 눈을 허옇게 까뒤집은 채 몸을 떨더니 픽 하고 쓰러져버렸다.
띠링!
뒤이어 떠오른 알림창.
[돌연사!]•원인 : 민트초코에이드 섭취
•사인 : 신경성 쇼크(Neurogenic shock)로 인한 심정지.
괴랄한 맛의 음료를 마셔서 순간적으로 자율 신경 전달 체계가 교란을 일으켰고, 그로 인해 혈압이 급격히 떨어져 심정지가 발생했습니다.
“그거 먹었다고 죽는 게 말이 되냐아아아아아아아아아!”
지크는 파티원이 죽자 약이 잔뜩 올라 빽! 하고 소리쳤다.
먹고 죽을 것을 준 것도 아니고, 그 맛있는 를 마시고 죽다니?
“설마… 너무 맛있어서 쇼크를 받는 건가?”
지크는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주인 놈. 맛있어서 죽는 게 아니라 맛이 없어서 죽은 거다. 어휴.’
햄찌는 지크가 죽은 파티원을 제멋대로 오해하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심해 했다.
어쨌거나 휴식은 평화로웠다.
파티원 하나가 를 마시고 돌연사한 것만 빼면, 매우 순조로운 휴식이었다.
‘현재까지 사망자 숫자가… 555명이네. 그렇게 많이 늘어나진 않았어.’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 사망자 수가 529명이었으니, 꽤 선방한 셈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다들 잔뼈가 굵은 베테랑 게이머들이니만큼,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던전에 적응한 게 분명했다.
‘좋아. 다른 파티를 만나면 이 공략법을 알려주면 되겠어.’
지크의 입가에 미소가 떠오를 무렵이었다.
슈우우웅!
슈우웅!
퍼엉!
휴식을 취하던 지크의 파티를 향해 난데없이 포탄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