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115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15화
테스타에게 신인상을 주면 안 된다는 댓글들 주장은 이전보다 논리가 꽤 정교해졌다.
초점을 테스타 자체가 아니라 신인으로 옮겨 버렸기 때문이다.
-진짜ㅠㅠ 마음이 안 좋아 작년 기준이면 충분히 받을만한 성적인 애들이 체념했을 걸 생각하면…
-애초에 예능 출신 자체가 판 교란이야 테스타도 그냥 나왔으면 과연 신인이 이 성적일까? 절대 아니라고 생각함
└ㅇㅇ아주사 공정성 문제도 나오고 있는 판국에 신인상까지 낼름 가져가겠다는 건 진짜 선 넘었지
-와 너희야말로 선 넘은 것 같은데? 테스타가 무슨 사재기라도 한 줄 알겠어;
└솔직히 사재기보다 심한 일이라고 생각해
└아니 사재기는 범죄거든요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범죄가 아니라 더 문제라는 생각 안 들어? 그래서 지금까지 막을 방법이 없었잖아
-이 기회에 프로그램 빨로 성적 내는 케이스 분리해야 하지 않을까ㅠ 신인상은 진짜 신인이 받아야지.
‘잘 엮네.’
아무래도 그룹 성적으로는 도저히 물고 늘어질 수 없으니, 상징성 있는 신인상이라도 안 주고 싶은 것 같다.
이게 통해서 혹시라도 진짜 신인상을 못 받으면, 또 그걸 바탕으로 ‘오죽했으면 신인상도 못 받았겠냐’는 말 꺼내서 역으로 써먹을 수도 있고.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여기서 떠들어봤자 실제 수상 집계기준에는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뭐, 아주사처럼 마이너스 투표가 가능한 것도 아니고.’
어차피 메인 여론은 다 잡혀서 심사위원 점수에서 문제가 생길 확률도 낮았다.
부득불 신인상 타간다고 몇몇 커뮤니티에서 욕 좀 먹고 축하 못 받는 정도야 가능하겠다만…… 당장 수상에 문제가 생길 것 같지는 않다.
당장 이 글도 시간이 흐를수록 밀리고 있기도 했다.
-하다하다 사재기까지 들먹이냐 진짜 열폭에 넹글 돌아버린 듯
-뭐 한 20만쯤 판 혜성 같은 루키 있었으면 나도 설득당했겠는데..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ㅋㅋㅋㅋㅋ
-기분은 이해하겠음 근데 니들이 뭐라고 신인상 기준을 재창조하고 계세요ㅋㅋ
이런 댓글이 꽤 많아지더라고.
‘연말 무대 연습이나 하고 있자.’
나는 일단 모니터링을 중지했다. 쓸데없이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서였다.
‘…팬들도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일단 SNS 등 소통 활동이 중지된 상황이라 뭘 해보기가 어려웠다.
사실 좀 무리하면 ‘그럼 테스타 대신 누가 신인상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같은 글로 논란을 돌려 버릴 순 있겠다만…….
그러다 혹시라도 박문대라는 게 걸리면 진짜 스캔들감이다.
‘무대나 제대로 해야겠군.’
결국, 다시 연습으로 생각이 돌아왔다. 나는 한숨을 쉬며 결론을 받아들였다.
“한 번 더.”
“넵.”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놈들도 유독 연습 분위기가 비장해졌다.
‘다 찾아봤군.’
아무래도 논란 선동 글이 제법 퍼진 모양이었다. 팬분들이 한탄하는 말이라도 본 게 아닌가 싶다.
그 덕에 뭔가 보여주겠다는 기세가 거의 아주사 팀전급이었다.
거의 탈진 직전인 류청우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다잡는 것처럼 중얼거렸다.
“지금 우리가 연습하는 게… SBC용이었나?”
“맞습니다.”
김래빈의 대답을 들으며, 배세진이 허연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게 가장 어려운 것 같은데.”
“맞아요! 재밌어요!”
“…….”
배세진은 쾌활한 차유진의 면상을 딱 한 대만 때리고 싶다는 얼굴로 잠시 쳐다보았다.
류청우가 웃으며 상황을 정리했다.
“그래. 우리 열심히 해서 재밌게 보여드리자.”
“네, 네!”
“저희 다 힘냅시다~”
소속사가 혹시 모를 추가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11월 대외 스케줄이 조금 줄어든 덕에 연습 시간이 좀 늘어났다.
그래서 각종 시상식 무대에 대해 제법 만반의 준비가 끝난 뒤에야 연말 시상식 시즌이 다가왔다.
첫 시상식은 ToneA였다.
* * *
ToneA. T1에서 주최하는 자칭 아시아 최대규모 글로벌 뮤직 어워드다.
이 말이 무슨 뜻인가 하면, 테스타를 밀어줄 마음이 가득한 모기업에서 주최하는 시상식이란 뜻이다.
당연히 테스타는 성적대로 상을 챙겼다.
“수상자는… 테스타! 축하드립니다!”
이 말을 오늘만 네 번 들었다.
우수상, 인기상, 심지어 뮤직비디오상까지 챙겼다.
그리고 물론… 신인상도 받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초심 잃지 말라는 의미에서 주신 상으로 알고, 더 조심하고, 더 노력해서 정진하겠습니다.”
신인상 수상소감은 일부러 큰세진이 했다. 류청우와 상의 된 사항이었다.
내용도 회사와 이야기해서 논란이 안 될 만한 소지에서 잘 마무리했으니, 원래 먹을 욕 정도만 먹겠지.
…다만, 예상대로 내 상태이상은 풀리지 않았다.
‘기대도 안 했다.’
ToneA가 아시아 최대규모 같은 소리를 해도 별 권위는 없다는 건 보는 사람들도 다 알 것이다.
어쨌든, 멤버들은 일단 첫 시상식이 무사히 끝나니 제법 홀가분해진 모양이다.
“수고하셨습니다~”
다만 상을 탔는데도 기쁨보다는 ‘해냈다’는 안도감이 더 큰 것 같았다.
‘하필 지금 터져서 맘고생만 했군.’
이놈들이 일 년간 개고생한 보람을 가장 진하게 느낄 타이밍을 놓치는 게 썩 기분이 좋진 않았다.
“얘들아, 정말 고생 많았다.”
“히히.”
“자, 잘 끝난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다른 변수를 제외하고 저희만 두고 판단한다면, 무대도 준비한 만큼 잘 소화한 것 같습니다.”
김래빈의 말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열심히는 했지.’
여기 무대는 대충 8분쯤 받았다.
Tnet에서 구성을 ‘테스타가 이렇게 많은 히트곡을 냈다’ 자랑으로 해달래서 네 곡을 메들리로 묶어서 했고.
덕분에 추가 동작이 거의 없어서 연습은 비교적 쉬웠다. 중간에 쉴 틈이 없으니 무대 내려와서 산소호흡기를 찾아야 하는 게 문제지.
그래도 실수 없이 잘 소화했다고 생각은 한다만, 문제는… 카메라였다.
후반부만 겨우 모니터링했는데 대체 뭘 한 건지도 모르게 잡았더라.
심지어 화면이 너무 어두워서 집중도 잘 안 됐다.
‘열 받네.’
데이터 팔이라도 좋으니 누가 고정캠으로 잘 찍어뒀길 바란다. 나중에 위튜브에서 찾아봐야겠군.
“…음, 현장에 있던 분들께는 잘 전달됐겠지.”
“함성이 좋았죠~”
일단 무대 뒤 복도에서 카메라를 성토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다들 열심히 얼버무렸다.
더 각잡고 준비한 무대가 많이 남아있어서 아쉬움을 참을만 한 듯 싶었다.
‘…대기실에서 스마트폰이나 찾아오자.’
혹시라도 다른 문제가 튀어나온 건 없는지 살펴볼 생각이었다. 아마도 인기글 한둘에서 욕이나 좀 먹고 끝일 것 같긴 했지만.
그리고 그대로 대기실 앞으로 돌아갔을 때, 전혀 예상치 못하고 반갑지도 않은 얼굴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헉!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청려였다.
‘신인 대기실 문 앞에 대상 수상자가 서 있어?’
관계자들한테 보라고 시위하는 것 같은 꼴이었다.
‘못 피하게 만들려는 건가.’
어쨌든, 상상도 못 해본 상황에 당황한 멤버들은 꾸벅꾸벅 고개를 숙이며 축하의 말을 쏟아냈다.
“대상 2관왕 정말 축하드립니다, 선배님!”
“축하드립니다!”
“아, 감사합니다.”
청려는 웃으며 인사를 받았다. 김래빈이 눈을 번쩍이며 물었다.
“어쩐 일로 저희 대기실에 방문하셨습니까?”
“축하 겸 후배 얼굴이나 볼까 하고요.”
청려는 나와 눈을 마주쳤다.
“신인상 축하드립니다. 별 의미는 없었겠지만.”
“……!”
“예?”
청려는 약간 얼이 빠진 김래빈에게 멋쩍은 듯이 덧붙였다.
“4관왕이나 했으니 이미 신인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잘나가는 후배분들이란 뜻이죠. 앞으로도 활약 기대 하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그럼 얼굴도 봤으니 이만 가볼게요. 일정이 있어서.”
“넵, 잘 들어가시길 바랍니다!”
청려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고생하세요.”
그리고 복도를 성큼성큼 걸어 사라졌다.
나는 내심 혀를 찼다.
‘…완전히 신인상으로 특정했군.’
본인도 비슷한 조건이었던 게 분명했다. ToneA 신인상으로는 의미가 없다는 것까지 던졌으니까.
‘찝찝한데.’
소득 없이 일방적으로 정보가 넘어간 것 같아 뒷맛이 좋지 않았다.
‘본인이 겪은 상태이상 목록으로 딜 걸어올 수도 있겠고.’
추측하고 있자니, 옆에서 다른 놈들이 말을 걸었다.
“올~ 문대, 예능으로 인맥 생긴 거야?”
“마, 많이… 친해?”
선아현 질문에 정색할 뻔했다.
“…그냥 안면 좀 튼 거지.”
“그, 그럼 질문 하나만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마지막은 선아현이 아니라 대화에 끼어든 김래빈이다. 과도한 흥분 탓에 말을 더듬은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이놈이 VTIC 언급하는 경우가 많았던가.’
팬인가 짐작하자니, 곧 정신을 차린 김래빈이 진지한 얼굴로 간절히 말했다.
“VTIC 선배님들께서 지난 앨범 타이틀 작업에 쓰신 편곡 프로그램이 정말 궁금합니다…!”
“…….”
제보다 젯밥에 관심이 많았군.
“기회되면 물어볼게.”
“감사합니다!”
기회가 영영 안 올 수도 있다는 의미를 전혀 캐치하지 못한 김래빈이 행복해했다. 뭐, 한 명이라도 즐겁다니 다행이군.
‘시청자 반응이나 확인하자.’
나는 연습실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SNS 등지와 커뮤니티를 가볍게 돌았다.
그래도 여론이 악화되진 않았는지, 축하한다는 의견이 은근히 비꼬는 의견보다 많은 상태였다.
‘…팬들이 참고 있네.’
어떻게든 꼬투리를 주지 않기 위해 살살 긁는 소리들을 최대한 무시하고 축하로 글을 밀어버리려 노력 중인 게 보였다.
감정싸움에 말려들면 결국 정체가 분명한 그룹 쪽만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물론 SNS 개인 계정에서는 성토글이 이어졌다.
-결국 남는 건 기록이다 반년만 지나도 사라질 개소리 신경 쓰지말고 투표나 해야지
-아 ㅅㅂ 개쌉소리들 다 처패야하는데 참으려니까 사리 나올듯
-라이징 때리는 거 맛들인 새끼들 개많네 이 와중에 발카까지ㅋㅋㅋ환장하겠다
-ㄹㅊㅇ 무매력 머글픽 때문에 이게 다 무슨 일이냐 ㅇㅈㅅ에서 팀 다 말아먹고 또 리더 완장 찰 때부터 싸했다
그룹 팬부터 악성 개인팬까지 누구 하나 빠짐없이 피로감을 호소하는 중이었다.
부채감이 차올랐다.
‘…차라리 안 받아도 된다고 해버리고 싶은데.’
돌연사 피하겠답시고 입 싹 닦고 있으려니 좀 씁쓸했다.
‘그래도 죽을 것 같진 않군.’
다행인 것은, 여론에서 밀리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 수위를 오가다가 시상식 끝물쯤에는 흐지부지될 것 같다는 점이다.
‘ToneA에서도 딱 받을 만한 부분만 챙겼고.’
혹시라도 더 과하게 챙겨줄까 봐 약간 걱정했는데 눈치는 있는지 적정선에서 끝냈다.
누구든 우호적인 시상식에서 챙길 수 있을 만한 정도라 비난 여론이 물 위로 오르진 않았다.
‘무대에서 별 소득이 없는 건 아쉽다만.’
그건 직캠을 기다려 보면 어느 정도는 해결이 될 것 같았다. 다음 무대도 계속 남아있고.
‘좀 안 풀리긴 했다만, 이런 때도 있는 거겠지.’
일 좀 진정되면 뭐라도 팬들이 스트레스를 풀 만한 컨텐츠를 올려야겠다.
나는 머리를 정리하고 스마트폰을 껐다.
아니, 끌 생각이었으나… 막 커뮤니티에 최신 인기글로 등록된 게시글의 제목을 보고 말았다.
[Tnet 예능 출신이 4관왕하는 동안 박수만 쳐야 했던 신인 남돌]“…….”
당장 제목을 클릭했다.
그러자 카드뉴스 형식으로 된 이미지 게시글이 쭉 나타났다.
‘X발.’
이 새끼들 작업 들어갔네.
* * *
청려는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내렸다. 신인상으로 아수라장이 된 모 인기글이 떠 있었다.
“궁금하네.”
“…네? 뭐가요?”
청려는 멤버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그냥 화면에 자신의 SNS 계정을 띄웠을 뿐이다.
‘어떻게 되려나.’
청려는 오늘 찍은 사진 여러 장을 코멘트와 함께 SNS에 차례대로 올렸다.
그리고 그 사이, 대수롭지 않게 지나간 것처럼 사진 하나를 골라 추가했다.
========================
열심히 하는 후배들
연말에도 좋은 결과 있길
========================
그리고 업로드를 눌렀다.
도화선에 불이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