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120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20화
얼마 지나지 않아 모니터링 화면에서 문제의 그 파트가 나오기 시작했다.
나를 포함한 멤버들이 반주 인이어 뽑는 컷이 지나가고, 그다음.
‘…미끄러지는 게 너무 부각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선아현이 그걸 수습이라고 불러도 되나 싶을 정도로 대단한 일을 해놨다만, 전후 그림이 어떻게 잡혔을지는 또 다른 문제라서 말이다.
하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
“우와.”
백덤블링하는 선아현과 그 등을 잡은 양옆의 둘은… 완전히 의도된 퍼포먼스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숙련도의 문제인가.’
연습 없이 했다고는 믿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공중돌기의 인상이 워낙 강력해서 앞서서 미끄러진 것도 동작의 일환처럼 보였다.
바닥이 어두워서 발에 걸린 인이어가 잘 보이지 않았다는 점도 한몫했고.
게다가 전체 안무를 잡는 정면 컷이 때마침 들어가는 덕에, 놀라서 굳은 표정들이 잘 보이지 않았다.
…원래 저 파트는 안무가 잠깐 멈춰서 클로즈업이 들어가야 맞았다는 점은…… 넘어가자.
‘어쨌든, 잘 나오긴 했어.’
최상의 결과였다. 큰세진이 휘파람을 불었다.
“오~ 아현이 임기응변~”
“멋져요!”
선아현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혹시 이런 문제가 생길 때는 대비해서 미리 준비해 두신 동작입니까?”
“그, 그런 건 아니고. 그, 그냥…… 너, 넘어지면 안 되겠다, 해서, 해봤어…!”
“대단해요!”
선아현이 계속되는 칭찬에 상기된 얼굴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흠, 일단 나도 칭찬부터 해두자.
“의도한 것처럼 나왔어. 우리 원래 안무보다도 멋있는 것 같다.”
“…! 그, 그 정도는 아니지만……. 고, 고마워, 더 열심히 할게…!”
“박수~”
멤버들이 박수 세례를 보냈다.
주변의 몇몇 스탭들까지 웃으며 따라 치는 시늉을 하자, 선아현은 부끄러움과 뿌듯함으로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얼굴이 되었다.
‘좀 더 즐기게 놔두자.’
대기실에서 일부러 약간 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소강상태에서 선아현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선아현.”
“으, 응?”
“아까 수습해 준 거 정말 고맙긴 한데, 앞으로는 이렇게까지는 안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선아현의 얼굴이 즉시 새파래졌다.
“왜, 왜…?”
생각 이상으로 반응이 과민했다.
방금 넘치게 칭찬 들은 뒤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말을 잘 골라야겠군.’
“심각하게 다칠 수도 있으니까. 즉흥적으로 하기엔 너무 위험한 것 같아서.”
그러자 복잡한 표정이던 류청우가 결국 말을 얹었다.
“그래 아현아, 정말 고맙고 잘하긴 했지만…… 우리 부상은 조심하자. 머리부터 부딪히면 정말 큰일 날 수도 있어.”
부상 후유증 때문에 은퇴했던 만큼 이쪽도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죄, 죄송해요.”
선아현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들뜬 기색이 싹 사라진 게 자괴감이 고개를 든 모양이다. 류청우는 당황했다.
“사과할 거 아니야! 아현아, 그냥 걱정돼서 하는 말이야.”
상황 보던 큰세진이 끼어들었다.
“음~ 뭐 그럴 것까지 있을까요? 아현이 무용 전공자였잖아요~ 딱 자기 몸 확인하고 한 거였겠죠. 안 그래?”
“…으, 응.”
아닐 것 같은데.
선아현은 압박감이 들면 좀 자기 파괴적으로 무리하는 경향이 있었다.
아마 이번에도 일단 수습해야 한다는 생각에 리스크 고려 안 하고 제일 멋질 것 같은 동작을 해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달랠 타이밍이긴 했다. 나는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당연히 이번에 넌 상상 이상으로 잘했고. 그냥, 내가 걱정해서 하는 말이야. …건강하게 오래 하는 게 좋잖아.”
“……! 으, 으으응! 조, 조심할게!”
“그래.”
다행히 선아현은 ‘걱정’에 초점을 맞추자 감동으로 코드가 넘어간 모양이다. 사소한 대인관계에 감명받는 스타일이라 다행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배세진이 어두운 얼굴로 팀원들에게 사과했다.
‘넌 또 왜.’
“…미안해. 내가 인이어를 떨어뜨려서.”
왠지 이럴 것 같긴 했다.
“그건 사고지! 놀랐을 텐데 마무리까지 잘했잖아 세진아.”
“맞습니다. 고정이 잘못된 거니까 완전히 운의 영역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형 인이어 줄 이상했어요. 형 말고 인이어가 사과해요!”
“마, 맞아요! 인이어가 사과……?”
당황한 선아현이 맞장구를 치려다가 차유진의 문법 오류에 말려들었다.
그리고 슬슬 이 흐름이 짜증 나는지 큰세진이 대화를 끊었다.
“하하, 우리 그냥 잘 수습한 걸 축하하고 넘어가는 게 어떨까요? 잘 끝났는데 분위기 왜 이래~”
그렇긴 했다.
류청우가 웃으며 말을 받았다.
“그래, 오늘 다들 너무 잘했어! 몸 챙기면서 앞으로도 잘해보자. 5년 길잖아.”
“어허~ 형님 우리 재계약까지 같이 가는 거 아니었나요? 10년 하죠, 10년~”
“하하! 그러게. 10년 잘해보자!”
“옙!”
“좋아요!”
배세진이 기겁할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면서, 팀원들은 자축으로 대화를 끝냈다.
그리고 나도 만족했다.
‘어쨌든, 무대는 좋았다.’
이걸로 인터넷 반응도 일단락되겠다 싶었다.
아마도 ‘테스타 역시 무대 잘하네’ 정도로 결론 나지 않았을까.
나는 그렇게 기대하면서 엔딩 무대로 나갈 준비를 했다. 원로가수와 함께하는 출연진 단체 무대였다.
“할머니께서 좋아하시는 곡입니다!”
김래빈이 유독 신나 했다는 것만 말해두겠다.
그리고 방송이 다 끝난 후 자정이 가까운 시간.
차에 타서 확인한 인터넷 여론은 상당히 재밌게 흘러가 있었다.
* * *
테스타의 KBC 무대가 끝난 직후의 반응은 박문대의 예상대로 호평 일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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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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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라이브
-이런 컨셉도 잘하냐
-중간에 공중돌기 보고 헉함
-오졌다 진짜 저게 쌩라이브로 된다는 게 신기할 뿐;
-뭐야 립싱임?
└오케스트라 라이브에 그럴 리가
└뭐래 라이브 반주에도 AR 깔 수 있어
└아 그래? 그럼 립싱일 수도 있겠다~ ㄱㅅㄱㅅ
└차유진 중간에 랩 일부러 한 박 늦게 들어가는데 무슨 개소리야 얘네 영상도 안 보고 댓글 막 다네ㅋㅋㅋ
└이쯤 되면 정병들 망상 속에 동명이팀 테스타가 있는 듯
-개잘하네
-선아현 공중제비 머선일이고
-연말 편곡 중에 이게 가장 좋은 듯 음원 내줬으면 좋겠다
-우리 아현이 천사인 건 알았지만 이렇게 공중파에서 인증까지 할 줄은 몰랐어 하늘을 날다니… 이제 오피셜이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주접 봐
-배세진 매번 아쉽네 엔딩 주지 말지
└엥 이번 건 잘하지 않았어?
└생각보다 쌩 라이브 잘해서 오히려 놀랐는데;
└세진이가 파트가 적어서 그렇지 자기 파트 못 소화한 적은 없어ㅠㅠ
중간중간 어떻게든 긁어 내리려는 시도가 깔끔히 막혔다. 완전한 굳히기였다.
다만 박문대가 예상하지 못했던 점은, 인이어를 뽑는 것의 반응이 좋았다는 것이다.
그것도 무척.
-인이어 뽑는 거 진짜 설렌다 신인 안 같고 뭔가 엄청 전문적인 느낌이야ㅋㅋㅋ
-아마 지금 슨스 들어가면 보정 다른 짤 인간의 상상력만큼 나왔을 듯ㅋㅋㅋㅋㅋ
└ㄹㅇ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멤버별로 볼 듯ㅋㅋㅋㅋㅋ
└팬도 아닌 내 계정 타임라인에 벌써 들어오고 있어… 박문대 잘생겼네 내 망태기에 넣어두겠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ㅅㅂ
-각자 느낌이 살짝씩 달라서 계속 보게 된다ㅋㅋ
└맞아!ㅋㅋ
-내 픽은 약간 찡그리는 것처럼 웃으면서 빼는 키 큰 멤버야 눈웃음이 매력적이라ㅋㅋ 혹시 이름 알려줄 사람?
└큰세진
└??? 큰씨가 있어…?
└엌ㅋㅋㅋ 이세진이야! 우리 애 크고 귀여워서 큰세진이 별명이거든 좋아해 줘서 고마워! (큰세진 사진)
테스타 멤버들이 한쪽 인이어를 잡아 뽑는 장면은 대부분 카메라에 선명히 찍혀서 좋은 컨텐츠가 되어주었다.
‘비행기’의 후렴 안무 파트였기 때문에 멤버들이 골고루 다 잡힌 덕이었다.
그리고 팬들은 오랜만에 즐겁고 마음 편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케비씨야 멤버별 직캠을 내놓아라 인이어 빼는 짤 다른 각도도 보게ㅠ
-발음향을 이기는 천재 아이돌 라이브를 보고싶다구? 잘 찾아오셨습니다 (영상)
-KBC 무대 컨셉 정말 맘에 든다 스케일 큰 동화 느낌이라 SBC의 까리한 무대하고 붙여놓으면 서사 생성기가 따로 없음 (비교 짤)
-마법소년에서 비행기로 넘어갈 때 문대랑 배세가 마주 보고 고개 젓는 안무가 있네. 혹시 다음 앨범의 스포일러일까? (짤)
-문대 KBC 출근길 차림 머리부터 발끝까지 생일 서폿 인증임… 세상에 (정리 사진)
시비를 걸거나 비아냥거리는 말들이 툭툭 튀어나오지 않는 이 분위기에 팬들은 더없이 기꺼워했다.
무대 영상을 돌려보던 사람들이 이상한 점을 발견한 건 딱 그때쯤이었다.
첫 시작은 영상 자료 등을 보정하는 팬의 잡담용 계정이었다.
-클로즈업 움짤 찌다가 발견했는데, 아현이 공중제비 돌기 전에 미끄러진 것 같아서… 잠만.
└??
└선생님?
└뭐야
-다시 돌려보고 왔다… 맞는 듯. 아현이 발밑에 뭐가 있어서 걸려 넘어질 뻔한 거 청우랑 문대가 잡아줌. (캡처)
-거기서 아현이가 미끄러질 뻔한 거 만회하려고 공중제비 돌아버린 거야. 보면 청우랑 문대 둘 다 표정 굳음. (캡처)
└미친
└그게 사고 수습이었다구요…?
순식간에 팬들은 영상의 미세한 부분까지 돌려보며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의 원인까지 발견했다.
-배세 인이어가 떨어졌네… 담당이 고정을 잘못시킨 듯 (바닥 캡처)
└세상에
└아 미치겠다
└아 뽕 차는데 동시에 개빡치네 애들 다쳤으면 어쩌려고…
└잘 보니까 세진이 엔딩에 손 떨고 있어 아ㅠㅠㅠ
└미친 그럼 아현이 공중제비 애드립이야?;; 사람이 그런 게 가능해?
난리 난 팬들의 소식은 곧 일반 연예 커뮤니티들로까지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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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타 KBC 무대 사고 났던 듯]: (정리글 링크)
한 줄 요약 : ‘인이어~엔딩’까지 전부 테스타가 무대 사고 수습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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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뭐야 이거 진짜야?
-끼워 맞추기 같은데…
-너무 침착하게 처리해서 팬들도 지금 알아차린 거면 진짜 대단한 일임
-무대 실수 수습하느라 공중제비 도는 남돌이 어딨어 그냥 안무한 거겠지ㅋㅋㅋㅋ
└실수 아니고 사고임 그리고 테스타는 아주사 때부터 행적 보면 충분히 그럴 만한 놈들 같은데…
└자기들이 인이어 뽑다가 바닥 떨어진 거면 실수 맞잖아 제발 팬들 망상에서 깨어나세요ㅋㅋㅋ
└지나가던 타팬인데 인이어 원래 빼도 바닥에 안 떨어지는 게 정상이고 이거 소품 사고 맞아
-바닥에 인이어 확실해? 그냥 착시 같은데…
└인이어 맞아 여기 (밝기 더 조절한 캡처 사진)
└헐 진짜네
└미친 걸려 넘어진 거네
-애들 표정 보니까 맞는 듯??
-선아현 백덤블링은 원래 안무 같아 침착하게 소화한 건 맞지만
└나도 이거에 한표
└근데 멤버들이 넘어질까 봐 잡아주는 동작부터 들어가잖아 우연히 동작 맞은 거라고 보긴 애매한데
SNS와 관련 커뮤니티마다 ‘맞다, 아니다’의 의견이 난무하며 난장판이 되었다.
-으아아 미치겠다 누가 빨리 테스타 계정에 물어봐 줰ㅋㅋㅋㅋㅋ
-결론이 안 나네ㅋㅋ
그리고 재밌게도, 바로 직후에 테스타와 실시간 소통 가능 창구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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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테스타 덥앱 왔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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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테스타의 W라이브였다.
신인상 논란 이후 오랜만의 실시간 소통은, 거창한 타이틀과 함께 시작했다.
[테스타의 연말 기념 저녁 식사 만들기! 오늘의 메뉴 :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 (고양이 이모티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