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156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56화
좋은 곡을 알아차리는 능력이 증폭되는 ‘잡아채는 귀’ 특성을 가진 이후 선곡에서 실패해 본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말하는데, 골드 1이 자기들 이번 타이틀이라고 보낸 이 곡 후렴은… 정말 좋았다.
완성도나 예술적 측면에서 말하는 게 아니었다. 그냥 한 번 척 듣기에도 머리에 남는 곡이라는 뜻이다.
극단적인 대중성이었다.
‘망할.’
물론 여전히 테스타가 성적에서 밀릴 가능성은 없다.
다만 헛소리하는 놈들이 나올 것 같다는 게 문제다.
‘지금은 그걸 용납해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일단… 테스타의 이번 앨범인 ‘착호갑사(捉?甲士)’의 현재 분위기는 이렇다.
우선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음악 평론 사이트의 평론가 평점이 별 네 개.
올해 나온 아이돌 신보 중에 첫 별 네 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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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의 미학.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 달라야 한다. 뭄바톤의 부터 신스팝의 까지 다양한 요리를 국악기라는 재료로 엮어, 타이틀 에 방점을 찍어 정찬으로 승화했다.
싱글과 미니로 점철된 근래의 경향성 속에서 반년 이하의 텀으로 연속 정규 앨범을 시도한 과감함은 짜임새 있는 근거를 갖추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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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에 덧붙인 ‘만듦새가 강박적이고 타이틀의 구조가 전형적이다’라는 게 비평의 전부였다.
상상 이상으로 평론가가 호평한 것이다. 당연히 그룹 위상에 도움이 된다.
게다가 해외 반응도 뚜렷했다.
뮤직비디오 조회수와 앨범 판매량, 그리고 글로벌 음원 사이트 등지에서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니 해외 러브콜부터 들어왔다.
당장 준메이저급 영어권 토크쇼와 일본 아침 방송에서 퍼포먼스 일정까지 잡아둔 상태다.
심지어 극도의 퍼포먼스 곡이라 이지리스닝과 거리가 먼데도 국내 음원 성적까지 좋았다.
‘지금 4위였지.’
회사에서 얻어듣기로는 공식 팬덤 가입자 유입이 지난 앨범보다도 가속화 중이라는데,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모든 지표를 정리하자면, 이번 활동은 상업성과 작품성을 다 잡아서 탑티어 안정권으로 날아오를 절호의 기회였다.
한마디로 미친 전성기 시작의 문을 막 열어젖히려는 참이란 뜻이다.
그런데 여기서 골드 1 그룹, 그러니까 골든에이지가 동발해서 테스타를 물고 늘어지는데, 심지어 더럽게 좋은 곡을 들고나왔다고 생각해 봐라.
‘분명 ‘곡은 골든에이지가 더 좋은데 테스타가 팬빨로 이겼네’ 같은 소리 나온다.’
한마디로, 팬과 대중의 인식에서 뽕이 빠진다는 말이다.
테스타가 막 얻으려던 ‘전 방면에서 잘나가는 대세 그룹’이라는 이미지 평판이 ‘팬덤 큰 남자 아이돌 그룹’으로 축소될 위험성이 벌써 보였다.
탑티어 진입이 목전인데 여기서 발목 잡히는 건 사양하고 싶다.
‘투어를 대규모로 돌아야 한다고.’
상태이상 돌연사를 피하려면 이다음 컴백까지 테스타의 기세가 빠지면 안 됐다.
‘여론이 계속 테스타 이번 앨범을 고평가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나는 고민하다가, 금방 결론을 내놨다.
‘답은 국뽕이다.’
테스타가 국내 대중과 가진 공통분모를 자랑스럽게 만들어줘야겠다. 너무 인위적이고 과해서 거부감이 들지 않은 정도로만.
나는 짧게 한숨을 쉬며 뒤늦게 골드 1의 메시지에 답장했다. 이미 여럿이 답을 올린 후였다.
혹시라도 저 회사에서 이상하게 써먹지 못하도록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보냈다.
골드 1은 그냥 고마워했다.
[하일준(형) : ㅠㅠ고맙다 얘들아!] [하일준(형) : 하 반응 좋아야 할 텐데… 열심히 해봐야지]골드 1은 좀 불안한지 몇 마디 대화를 나누다가, 농담과 함께 대화를 끝냈다.
[하일준(형) : 다음 주에 음방에서 만나면 CD에 싸인 좀 해줄래…? 동생이 날 죽이려고 한다]하지만 한두 시간 뒤, 다시 단체 메시지 방이 울렸다.
[하일준(형) : 얘들아 진짜 면목 없는데 혹시 너희가 곡 칭찬했다고 이번 주에 인터뷰나 이런 데서 말해도 될까?] [하일준(형) : 아니 자꾸 싸움 붙이려고 질문해서 무서움] [하일준(형) : 아 갓스타랑 우리 체급 차이가 얼만데 자꾸 그러니까 살 떨려… 살려줘]어쭈.
‘그건 안 되지.’
본인은 진심일지 몰라도 저 회사에서 어떻게 써먹을지는 알 수 없다.
‘경쟁자인 테스타도 인정한 골든에이지의 이번 신곡’ 같은 소리로 언플하기 딱 좋지 않은가.
나는 다른 놈들이 답장하기 전에 빠르게 메시지를 쳤다.
[괜찮을까요? 형 그거 혹시라도 아주사 인맥으로 타 그룹에 타이틀 유출했다는 식으로 갈까 봐 걱정되는데요.]그러자 직후 개인 톡이 도착했다.
역시 일부러 답장 안 하고 있었나.
그리고 큰세진이 맞장구치며 분위기 잡을 필요도 없이, 기겁한 골드 1의 답문이 바로 돌아왔다.
[하일준(형) : 헐 그럴 수도 있겠다; 고맙다 문대야 이놈의 회사가 정신이 나가서 날 팔아넘길 뻔]‘회사가 조언한 게 맞았군.’
역시 보통 새끼들이 아니었다.
골드 1은 애초에 체급 차이가 워낙 나니 테스타에 대한 견제 심리는 아예 가지지도 못하는 것 같다만, 회사를 신뢰하는 건 분명해 보였다.
‘부럽네.’
정말 이 동네랑 비교된다.
나는 한숨을 참으며,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날짜까지 정확하게 요청해야겠어.’
그냥… 뭐든 일일이 확인하는 게 회사에 뒤통수 안 맞는 길이었다.
* * *
박문대가 골든에이지의 타이틀곡을 확인한 그다음 주.
한 대형 위튜브 채널에 리액션 영상이 올라왔다.
독특한 상황을 연출해서 재밌는 리액션을 뽑아내기로 유명한 채널이라 최근 연예인 출연이 잦았긴 했다.
하지만 이 분야의 사람들이 출연하는 건 또 처음이었다.
[최신 KPOP을 본 국악인들 (feat. 테스타) | NAYA]바로 한국 전통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출연이었다.
영상은 각 출연진당 하나씩 촬영되어, 컷을 연결해 편집되었다.
[안녕하세요. 국악성악가 백주빈입니다.] [작년에 국립국악원에서 가야금 독주회를 했었어요.] [가장 최근에 공연한 건… 처용무?]영상은 짧게 자료를 곁들여서 예술가들의 행적을 소개한 다음, 간단한 문답으로 시작했다.
[NAYA : 혹시 KPOP 들으세요?] [유명한 건 대충 알아요.] [아뇨.] [네. 좋아해요.]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였지만, 영상에서 강조하는 평은 이것이었다.
[아무래도 제가 평소에 하는 음악과는 많이 다르지 않나.]그러자 채널 제작진들은 노트북을 열어서, 국악인들에게 한 뮤직비디오를 시청하게 했다.
정확하게는, 티저였다.
[NAYA : 지금 실시간 인기 동영상 순위에 있는 KPOP 뮤직비디오를 하나 소개해 드릴 거예요.] [음… 그냥 보면 되나요?] [일, 십, 백, 천… 이거 단위가 천만이네, 와.] [3, 2, 1, 저 누릅니다.]달칵.
곧 작은 화면으로 해당 영상이 함께 송출되었다.
바로 테스타의 이번 신곡 티저였다.
[어, 이거?]그리고 국악인들은… 선아현의 솔로곡이 나올 때부터 웃기 시작했다.
[이래서 보여주셨구나!] [가야금이네요.]물론 메인 악기를 제외한 요소는 지극히 KPOP에 가까웠지만, 그래도 국악인들은 꽤 재밌어했다.
[되게 영리하게 잘 썼다.] [약간… 동작에도 그런 걸 섞었네요. 태평무에서 쓰는 팔 동작이 있어요.] [와, 진짜 잘생기셨어! 저런 분이 우리 쪽(?)에 왔어야 하는데.]하지만 바로 다음으로 차유진의 솔로곡이 이어지자, 반응이 약간 더 강해졌다.
[끝이 아니었네요??] [오, 이분도 되게 멋있다! 꽹과리가 굉장히 잘 어울려요!] […잠깐, 이거 영상 길이가… 잠시만요.] [NAYA : 계속 봐주세요. (웃음)]국악인들은 이어지는 테스타 각 멤버들의 솔로곡 1절을 전부 감상하게 되었다.
자본이 흘러넘치는 영상미와 함께.
[오…….]처음에 그냥 적당히 예의를 차리고자 시작한 반응은 영상에 점점 몰입하며 강해졌다.
특히, 각 솔로곡의 국악기들이 쌓이며 타이틀을 만드는 순간에는 가장 격한 반응이 터져나왔다.
[와!!] [아 이게 다 일부구나!] [대체 이런 생각을 어떻게 하셨을까요??] [이 악기들이 원래 쓰이는 곳이 달라서 다 같이 쓰이는 경우는 아마 없을 텐데… 오 굉장히 신선해요.] [NAYA : 이 친구들이 직접 곡을 만들면서 낸 의견이라고 해요.] [대단하다 진짜!]그리고 류청우가 등장하는 순간, 결국 스토리에까지 몰입하게 되었다.
[요괴예요? 아까 책에 요괴…….] [음~ 알겠다. 보세요. 일단 이 친구는 구미호야.] [그래요? …아, 그럼 혹시 맨 앞에 그 친구가 처용 아니에요? 맞는 것 같은데.]그러자 채널 제작진들이 폭탄선언을 했다.
[NAYA : 직접 물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네??]그리고 화면 밖에서 테스타 멤버들이 등장했다.
[박문대 : 안녕하세요. 테스타의 박문대입니다.] [차유진 : 안녕하십니까! 저는 차유진입니다. 테스타예요!] [엄마야!]테스타 멤버들은 영상마다 각자 하나 혹은 둘씩 나타나서 국악인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 경악한 국악인들과 재밌고 훈훈한 모습을 연출했다.
[아, 영상 너무 재밌게 잘 봤어요!] [완전… 천재 같았어요. 짱.] [실물이 더 잘생기셨다.] [저, 혹시… 정말 눈이 좀 불편하신…….] [배세진 : ???? 아, 아닙니다…. 저는, 그, 아역배우 출신…….] [아아아! 어떡해, 죄송해요! 눈 가리신 게 연기가 너무 리얼해서!]서로 당황해서 나오는 날것의 반응들이 주는 친근감과 웃김이 길게 흘렀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약간 감동적이고 진지한 이야기로 살짝 기울었다.
[사실 이 일을 계속하다 보면, 저희가 대중과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도 받거든요. 이렇게 멋진 퓨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박문대 : 저희야말로 덕분에 국악기가 이렇게 멋진 소리를 낸다는 것을 알고 쓸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서로 힘내죠!] [차유진 : 좋아요! Let’s hug!]그리고 여운이 너무 무겁지 않게, 살짝 개그를 곁들여 상황은 마무리되었다.
[차유진 : 근데 저 사실 미국 사람이에요! 깽까리 좋아요!] [????]국악인은 혼란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영상은 그렇게 끝났다.
그리고 당연한 것처럼, 영상은 업로드되자마자 빠르게 수십·수백만 뷰를 얻으며 국내 인기 동영상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그건 비단 이 동영상만이 아니었다.
테스타는 안무 영상 전문 위튜브 채널에서 아예 본격적으로 한복을 입고 무대를 하는가 하면, 공중파 예능 예고에서는 각자 맡은 국악기를 치며 등장하기도 했다.
적당히 컨텐츠에 어울리고 과하지 않을 수준에서 이번 앨범의 어필 요소를 강조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테스타가 우리나라 국악을 알려요’라는 뉘앙스의 밑밥을 열심히 깔아둔 뒤.
소속사는 테스타의 해외 스케줄 기사를 포털 메인에 펑펑 터트리기 시작했다.
골드 1 그룹의 첫 주 활동이 간신히 시작할 무렵에 투하된 폭탄이었다.
작업은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어차피 이런 정도로는 ‘한국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그룹’ 같은 무시무시한 자리엔 앉지도 못했다. VTIC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일이 예상대로 흘러가지만은 않았다.
* * *
테스타의 이번 활동 첫 해외 스케줄 촬영.
원래라면 각종 점검으로 바쁠 백스테이지가 다급함과 걱정으로 난장판이었다.
“김래빈!”
“괜찮아??”
“모, 모르겠…….”
얼굴이 허옇게 질린 김래빈이 자신의 오른발에 손을 뻗었다가, 황급히 떼어 냈다. 통증이 심한 게 분명했다.
“래빈아 발 만지지 마.”
“키트 있어요??”
“좀 볼게요!”
스탭들이 황급히 신발을 벗겨 조심스럽게 상태를 확인했다.
피가 흐르는 발등이 눈에 띄게 부어 있었다.
‘망할.’
혀를 씹을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