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190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90화
시즌 4로 뽑히는 새 아이돌 그룹이 이 소속사로 오는 건 당연히 짐작했다.
다만 지금 상황이 좀 재밌게 되었다는 말이다.
‘당연히 그쪽 용으로 새 전담 인력 뽑을 줄 알았지.’
테스타도 아직 2년 차인데, 여기서 누굴 차출해 간다라.
아직 들어와서 제대로 견적 뽑은 것도 아닌 그룹을 대상으로 말이다.
“오~ 저희도 후배 생기는 거네요! 아, 근데 새로 뽑으시는 게 아니라 우리 직원분들 가시는 건가? 어휴, 업무 너무 많아지시는 거 아니에요?”
“새로 뽑기도 하지! 근데 경력자들을 좀 분배하려는 모양이더라. 걱정 마 형은 안 간다니까~ 둘째 보낼게!”
“하하~”
큰세진이 농담 같은 매니저의 말에 밝게 웃었으나, 크고 작은 소속사를 경험해 본 놈이니 대충 분위기 짐작했을 것이다.
‘본부장이 테스타 놓고 후배 그룹을 잡았군.’
정확히 말하자면, 테스타 팬들에게 학을 뗀 것이다.
본부장 입장에서는 벌써 전임자들이 빠른 텀으로 둘이나 갈렸고, 뭣만 하면 팬들이 살벌하게 화를 낸다고 여기기 딱 좋았다.
실제로 이미 테스타 팬들은 소속사를 고깝게 보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거기서 심지어 멤버들도 본인 비전에 반대하는 눈치지.’
그놈의 미국병 말이다.
새로 오는 그룹도 미친 서바이벌을 거치며 충분히 팬덤이 형성된 상태니, 그쪽으로 중심 인력을 돌려서 새 비전을 꿈꿔도 이상하지 않다.
“우리 회사 요새 실적 좋잖아~ 더 좋은 사람들 올 거야,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넵넵!”
나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개꿀이지.’
대단히 좋다.
회사도 팬들과 또 소득 없는 잡음을 만들고 싶지 않을 테니, 케어는 제대로 할 것이다.
그렇다면 본부장이 참견하지 않고 자본투자만 당길 수 있는 이 상황이 베스트다.
어차피 기획이야 자체적으로 가능하니까.
‘결재봇 재림인가.’
다만 마음에 걸리는 점이 하나 있기는 했다.
어느 순간 새 앨범에 제대로 투자를 안 해주고 투어만 뺑뺑 돌리려 들지도 모른다는 위험 요소.
‘캐시카우 취급당하는 거지.’
당장 이번 투어가 끝난 뒤에라도 수익을 한번 확인하면, 매출 규모 보고 본부장 눈이 돌아가 버릴 확률도 충분했다.
자기가 신경 써서 키울 다른 옵션이 생겼으니 테스타에서는 돈이나 뽑자는 식으로 나오면 곤란하다.
그럼 대책은 무엇인가?
간단하다.
‘테스타에 대한 자본투자만 포기 못 하게 만들면 돼.’
앞으로 계약 끝날 때까지 3년 반.
그동안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하면 된다.
‘더 커서 투어 규모를 더 불릴 수 있다’는 경제적 측면과, ‘내 밑에서 소속 가수가 이토록 대단해졌다’는 명예욕적 측면을 동시에 긁어주는 것이다.
‘이번 본부장 놈 성격 보면 절대 포기 못 한다.’
그러니 이번 투어 때 테스타에 대한 대외 분위기가 중요하다.
첫 장기 공백기였다. 시상식에 얼굴 비추는 것 이상으로 화제성을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빡빡한 스케줄, 국내에서 추가 활동을 넣을 수는 없겠지.
그럼 답은 하나다.
‘리얼리티를 계획보다 잘 내놔야겠어.’
어차피 잡혀 있는 스케줄의 규모를 더 키우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해봐야겠군.’
이후로 이런 결심을 해보는 것은 처음인데, 좀 자극적으로 컨텐츠와 캐릭터를 잡아보자.
“우리 후배 봐요??”
“당장은 힘들 거야.”
주변에서는 차유진의 말에 대답해 주는 류청우의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그 말이 맞았다.
투어 출국이 바로 내일이었다.
* * *
호평이 자자한 서울 콘서트 이후, 테스타는 바로 미국으로 출국했다.
1월에 몰린 시상식 시즌에는 금방 국내로 오갈 수 있게 가까운 일본에 가고, 규모가 작으며 빨리 끝날 미국을 지금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콘서트에서의 떡밥을 다 소모한 팬들은 손가락을 빨고 있었다.
테스타 콘서트로 어그로를 끌었던 시즌 4 마지막 화가 방영된 것도 딱 그쯤이었다.
[논란·화제의 … 대단원의 막 내리나>] [ 시즌4 데뷔명 ‘미리내(Miry-nay)’ 최종 확정] [ 새 시즌 우승자들, 테스타와 한솥밥?]테스타 팬들의 날 선 반응에 Tnet도 슬쩍 발을 빼서, 테스타 콘서트는 그 자체를 칭찬하는 뉘앙스로 잠깐 등장하기만 했다.
하지만 이 문제가 아니더라도 시즌4는 수많은 구설수를 제대로 털지 못했다.
테스타의 시즌3가 워낙 잘되었던 탓에 그것과 계속 비교되다 보니, 매번 더 자극적인 구성을 들고나왔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은 서바충인 나도 못 버티겠다 하차
-시즌3 다시 보니 선녀네
-미친 이게 뭐야 보다가 테스타로 도망침ㅅㅂ
지나치게 가학적이고 지망생들의 꿈과 희망을 쥐어짜 낸다는 비난과 중도 하차한 참가자들의 증언들로 프로그램 이미지는 최악이었다.
그렇기에 프로그램의 흥행과는 별개로, 이번 시즌을 통해 출범하는 그룹에 대한 찝찝함은 대중에게 은연중 깔려 있었다.
그러니 테스타의 팬들도 당연히 깊게 엮이고 싶지 않아 했다. 데뷔 후 독자적인 이미지와 세계관을 만들어가고 있던 참이니 더 그랬다.
-끼워 팔기만 하지 마라
-애들이 무슨 죈가 싶긴 한데 찝찝하긴 하네
-패 놓으니 조용해서 좋다 역시 패는 게 답이었다
그래도 몇 번의 간 보기 기사를 제외하면 특별히 소속사의 경거망동은 없었기 때문에, 아직 반감은 강하지 않았다.
그보다 얼마 안 되는 테스타의 소식에 신경을 곤두세운 팬들이 훨씬 많기도 했다.
-가요대전도 사녹하고 바로 출국한 듯 애들 얼굴 오랜만에 봤다 (퇴근길 사진)
-덥앱 좀 와줘 얘들아ㅠㅠ 요새 자체 컨텐츠도 없고 심심해…
-2X1221 뉴저지 콘 프리뷰 (사진)
-문대솔로 의자에 앉아서 올라가는 걸로 수정됐네 더 안정적이긴 한데 좀 아쉽기도ㅠ 서울콘 VOD 즉시 발매 기원
테스타는 공중파 연말 프로그램과 큰 시상식 하나만 제외하면 12월 내내 한국에 없었다.
게다가 박문대의 생일 기념 짧은 W라이브 한 번 외에는 다른 이야기 없이 투어 소식만 들렸다.
자체 컨텐츠 소식도 없었다. VOD로 빠졌는지 콘서트 비하인드들도 올라오지 않았다.
당연하지만, 설레발로 걱정하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KPOP 마니아 경험이 귀납적으로 알려준 추리였다.
-지금 분위기 보니 투어 내내 떡밥 없을 것 같아서 걱정인데;
-X소 새끼들 테스타 인력 빼서 신인 챙기느라 테스타 새 컨텐츠 뒷전일 게 뻔함 한두 번 겪냐
-시상식 시즌 충분히 즐겨두세요 러뷰어들아 테스타 컴백마다 국내음방에서 3주씩 보는 건 올해로 끝임ㅋㅋ
-X발 우리 애들 2년 찬데 설마 투어 뺑뺑이 아니겠지 1년 2컴백 보장하라고 X새끼들아
-슬슬 해외 위주로 활동 개편할 타이밍이긴 하지 셤별 너무 컸어
심지어는 이 정도까지 나가는 사람도 나왔다.
-다음 앨범 해외 반응 별로였으면 좋겠다 그래야 국내에 집중할 거 아니야
└애들 프로필 달고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내가 셤별도 아니고 왜?ㅋㅋ 여기서 더 떠 봤자 빠질엔 하등 도움 안 됨 국내 안 들어오지 팬싸컷만 X나 높아지지 초심 박살 나지 초창기 빠들 탈덕 지름길
사실 테스타가 한두 달 이상 소식이 없던 것도 아니니 벌써 이런 말이 나오기에는 너무 이른 시점이었다.
문제는 그동안 테스타가 소처럼 쉬지 않고 일하며 매일 소식이 쏟아졌다는 점이었다.
휴가 때도 온갖 SNS와 동영상으로 전하던 소식이 뚝 끊기니, 이 짧은 무소식만으로도 동요한 사람들이 생긴 것이다.
-투어 막 시작했고 연말 프로그램까지 겹쳤는데 당연히 바쁘겠지 작작 좀 해라
└뭐래 셤별 여기저기 놀러 다니는 거 다 떴는데ㅎ 출국이 투어보다 관광 목적이었나 봐ㅋ
-여기서만 하는 이야기지만… 사실 자기들끼리 놀면서 한 컷 올려주는 게 그렇게 힘든가 좀 서운하긴 함
└맞아요 그 막콘 때 ㅁㄷ 생일 축하도… 결국 아무것도 안 푼 거 좀 많이 그랬어요ㅠㅠ
-개판이네 돌이 그동안 너무 잘 해줬나 팬질 처음 해보는 사람이 많은 건가; 별걸로 다 서운하고 지랄
그래도 연말 프로그램 출연 덕에 아예 떡밥이 없던 것은 아니었기에, 이런 목소리들이 소소히 취급되던 12월이었다.
그리고 12월 마지막 날, MBS의 가요대제전에도 사전 녹화로 출연한 테스타에 팬들이 아쉬워할 때.
테스타의 공식 위튜브 채널에 알림이 들어왔다.
띠링.
썸네일은 바닷가에서 앉은 일곱 인영의 모습이었다.
‘아 드디어!’
‘그래, 리얼리티 정도는 풀어줘야지, 공백긴데!’
‘투어 중이니 뭐 꿀노잼 다큐 수준이겠지만 괜찮아! 떡밥이니까!’
팬들은 새해 선물에 안도하며 재빠르게 썸네일을 클릭했다.
그리고 재생되는 내용에 좀 당황했다.
‘…??’
일단… 다짜고짜 웅장한 금관악기와 성악가의 고음이 몰아쳤다.
빰 빰 빰 빰 빠바바밤!!
[으헉!] [악!] [와,] [Oops!!] [으윽!]그 박자에 맞춰서 테스타 멤버들이 각자 비명과 탄식을 내지르는 장면이 휙휙 지나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완전히 얼어붙어서 두 손을 들고 있는 배세진의 모습이 길게 잡혔다.
바로 밑바닥에 와장창 쏟아진 아이스크림이 보였다.
-???
-ㅋㅋㅋ잉?
-뭐얔ㅋㅋㅋ
당황하는 실시간 반응을 뒤로한 채, 영상은 갑자기 침착해졌다.
인터뷰하는 테스타의 평온한 일상이 갑자기 이어 나온 것이다.
질문도 간단했다.
[아르바이트해 보신 적 있으세요?] [이세진 : 네!] [청우 : 부모님 가게 도와드린 정도?] [배세진 : …아뇨. (긴장) 왜, 왜요?]검은 화면에 흰 글씨가 떴다.
[그냥요ㅎ]그리고 다시 전환된 장면.
캐리어를 든, 완연한 출장 중 차림인 테스타에게 제작진이 외쳤다.
[여러분! 리얼리티 찍을 준비 되셨나요? 이번 주제는 자유여행입니다!] [이세진 : 와!!] [선아현 : 정말요?] [그럼요! 마음껏 다니세요!]그리고 이국적인 바닷가나 음식점에서 둘 셋씩 무리를 지어, 혹은 단체로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테스타의 훈훈한 컷이 휙휙 지나갔다.
이 빨간 자막과 함께.
[※비용이 청구됩니다.※]다시 검은 화면에 흰 글씨가 의미심장하게 떠올랐다.
[과연 테스타는… 무사히 돈을 벌어서 놀러 갈 수 있을 것인가!] [유진 : 저 집 갈래요.] [문대 : 제발 가자….]두 손으로 눈을 가린 박문대와 차유진의 모습이 허망하고 웃기게 나왔다.
[테스타의 리얼리티 쇼쇼쇼] [아이돌 워킹 홀리데이] [1월 9일 목요일 1화 공개!]당연하지만, 팬들도 예상치 못한 본격적인 대중 예능의 맛이었다.
* * *
“그래서 오늘 매출이 드디어 천 달러를 넘겨서 내일은 빚 없이 테마파크에 갈 수 있을 것 같다.”
“와!!”
주변에서 박수 소리가 울렸다. 멤버들이 뿌듯한 얼굴로 기지개를 켜고 하이파이브를 했다.
“이, 이거 마실래?”
“고마워.”
나는 선아현이 타주는 매실 주스를 쭉 들이켰다. 꽤 뿌듯했다.
‘다들 열심히 하긴 했지.’
이대로 간다면 순조롭게 빚 없이 다닐 수 있겠… 잠깐.
“…….”
‘이거… 더는 예능이 아닌 것 같은데…?’
다들 너무 과몰입했다.
졸지에 노는 것보다 빚 탕감에 진심이 되어버린 촬영 현장을 깨닫고, 나는 식은땀을 흘렸다.
‘이거 어떻게 살리냐.’
안 되겠다.
아무래도 탕진을 부추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