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236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36화
배세진의 인권위 소환은 잭팟이 터졌다.
‘이게 이렇게 먹혔냐.’
나는 신나게 T1을 때리는 중인 인터넷 분위기를 보며 말문이 막힐 뻔했다.
일단 제일 잘 먹힌 건… 당연하지만, 테스타 교통사고 원인 은폐다.
[안일함이 부른 참극… 대형 엔터테인먼트사 T1의 민낯] [“교통사고가 아닌 사건이었다” 테러를 은폐한 기획사]내가 혼수상태에서 18일 만에 회복하며 ‘테스타의 교통사고’가 다시 인터넷의 제일 핫한 화제로 오른 것이 직전이다.
그런데 그 사건에 비하인드 설이 있는데, 심지어 그게 극도로 자극적이다?
음모론이 현실화된 것처럼 사람들이 잔뜩 흥분해서 달라붙었다.
기사들도 ‘테러’, ‘뒷공작’, ‘대형 참사 위기’ 등의 단어를 쓰며 신나게 그 여론을 부채질했다.
연예면도 아니고 사회면에서 엠바고가 터져 버리니,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쏟은 물을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소속 가수가 사경을 헤매는데 그저 입 막을 생각만! 캬 대기업 클라스~
-전매니저 의도적 테러? 회사는 무서우니까 아이돌한테 지랄한 거자너 ㅅㅂ
└ㄹㅇ면접도 안 보고 뽑았냐 이런 새끼를 1군 아이돌 매니저로ㅋ
-낙하산 X나 많았구만ㅋㅋㅋ 회사 내부 개판이었을 듯 테스타 탈모 온 거 아닌지
-‘다수의 폭언으로 권고사직’ <- ?한참 눈치 못 채다가 허겁지겁 잘랐는데 보안도 ㅂㅅ이라 X 됐단 거네ㅋㅋㅋㅋㅋ대단하다 티원!
-은폐와 뒷공작에만 능한 더러운 종자들이구나 단호히 뿌리 뽑아야 나라가 사는 것이다 엄벌에 처해야 합니다
게다가 배세진이 알뜰살뜰 인권위에 찌를 수 있는 건 다 끌어모아 찔러넣은 덕에 자극 이상의 명분도 충분했다.
[대기업 계열사, T1 Stars의 노동자 인권침해 심각] [“야근 시간이 조작되었다”, 폭언에 퇴사까지… 다량의 폭로] [T1 “T1 Stars 경영 관여하지 않아” 꼬리 자르기 비판 직면해]막말로 돈 잘 버는 인기 아이돌이 회사 갑질에 신음한다는 건 썩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요소는 아니지 않은가.
‘그래도 걔넨 어린 나이에 돈 많이 벌잖아’라는 만능 답변을 만나면 기세가 수그러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냥 ‘이 대기업은 쓰레기’라는 결론이 나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공통의 적, 명분이 생기면 사냥의 재미가 탁월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마가 늦은 쾌청한 7월, 사람들은 무더위 스트레스를 신나게 T1을 패는 것에 사용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막 출범한 신생 소속사인 ‘T1 Stars’보다는 모기업인 T1의 인지도가 압도적이다 보니 그쪽이 신명 나게 두들겨 맞고 있다.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T1의 인권침해 실태에 대한 조사를 요구합니다.]물론 이런 건 그냥 물타기다만, 당연히 T1 본사는 기함한 모양이다.
‘자기들도 좋은 직원 복지로 유명한 기업은 아니면서 말이지.’
솔직히 자업자득이다.
담당자들은 안됐긴 하지만, 참 재밌게 됐다.
어쨌든 배세진의 생각대로, 놈들은 내부고발이나 경쟁사의 작업으로 의심하며 색출 중인 듯했다.
테스타 사건은 누가 봐도 판을 키우기 위해 이용한 것 같은 구도가 된 탓이었다.
‘…잘됐네.’
아무리 캐봐라, 나오나.
시간 낭비가 많아질수록 회사는 마비되고 그룹의 영향력은 커질 것이다.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스마트폰 화면을 전환했다.
이번엔 팬 커뮤니티.
[T1 보이콧합니다 (175)] [못된 새끼들 진짜 치가 떨림 (24)] [애들 다른 소속사 갈 순 없을까?? (798)] [소속사 때문이었다니ㅋㅋ.. (13)] [문대 깨어나서 ♡좋은 것♡만 보고 있었으면 좋겠어ㅠㅠ (151)]관련 글이 이 정도 느낌으로 올라오긴 했다만, 분위기가 침통하진 않았다.
당장 내가 깨어났다는 것이 워낙… 기쁘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리고 여론 자체가 호의적이고 테스타를 살짝 빗겨 가서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럴 줄 알았다’는 사람이 워낙 많은 걸 보니, 팬들 사이에선 비슷한 추측이 이미 돌았던 것 같고.
‘…다행이네.’
나는 화면을 문질러서 닫았다.
슬슬 글이라도 하나 올리고 싶은데, 혹시 모르니 다른 놈들과도 좀 상의한 후에 올릴 생각이다.
‘생존 신고 정도는 괜찮겠지.’
…그리고, 대단히 중요한 제안도 해야 한다.
‘투어는 진짜 어떻게든 간다.’
이건 나름대로 계획을 짜놨다.
나는 팔짱을 낀 채, 놈들이 올 때까지 차분히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오후 2시.
병실을 박차고 들어온 배세진은 흥분으로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잘된 것 같지!”
“네. 반응 좋네요.”
“…!”
두 손을 틀어쥐고 사이다의 맛에 전율하는 놈을 내버려 두고 살살 내 본론을 꺼내려던 찰나였다.
“인권위 진정 결과 나오면… 이대로 소송 들어가자!”
“…!!”
“증거만 나오면 승소할 수 있어! 내, 내가 변호사비 다 댈게!”
배세진은 한 번 더 액셀을 세차게 밟아보자고 강력히 주장했다.
‘안 돼.’
이놈이 사이다 뽕에 너무 취했나.
결과가 좋으니 그럴 만도 하다만, 이 바닥에서 소송은 진짜 손 패가 다 말랐을 때나 써야 하는 극단적 패란 말이다.
하지만 내가 입 열기도 전에 먼저 큰세진이 치고 나왔다.
‘여기까진 합의 안 된 사항인가 보지.’
드디어 정신 차린 모양이다.
“형님. 그거 승소한 다음에 소속사 옮기자는, 그런 플랜이시죠?”
“…그래.”
“음, 그럼 우리 T1에서 투자하는 방송사랑 프로그램은 다 못 나올 텐데, 힘들지 않겠어요?”
“…다른 방송도 많잖아. 그리고 요새는 위튜브나… 활동할 다른 방법은 많아.”
배세진이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지금 못 나오면, 우린 이 소속사랑 3년은 더 해야 해… 3년 후에는 또 무슨 짓을 해서 재계약하려고 들지도 몰라!”
“…….”
“그러니까 지금 하는 게… 나, 나는 지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큰세진은 눈을 꿈틀거렸다. 그러나 곧 적당히 쾌활한 어조로 대꾸했다.
“소송이 잘되면 좋죠~ 근데 지금 저희 1년 이상 활동 못 하면 커리어 확 죽는 건데요.”
“…!”
“그러면… 승소하더라도 굳이 저희랑 계약하려는 소속사도 없을 것 같아서요.”
큰세진은 부드럽게 말을 마무리했다.
“다른 소속사가 굳이 T1이랑 척지면서 데려올 정도로 저희가 잘나가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거잖아요~”
“…….”
“그냥 이걸로 소속사랑 잘 딜해서 전담팀 인력도 더 충원하고, 계약서 조항도 추가하면 좋을 것 같은데… 그건 어때요, 다들?”
배세진은 할 말이 많아 보였으나, 여러 가지 예상 답변을 떠올리고 미리 타격을 받는지 안색이 나빠졌다.
‘이렇게 되는군.’
나는 머리를 짚으며 말했다.
“일단… 그럼 거수 좀 보죠. 소송 지금 당장 해보자는 분?”
배세진이 살짝 손을 들었다.
그리고 번쩍. 차유진이 손을 치켜올렸다.
“…….”
“우리가 이겨요!”
누가 미국놈 아니랄까 봐 변호사 선임 더럽게 좋아하네.
“야, 차유진. 1년 쉬는 건?”
“1년 쉬어도 우리 잘해요. 괜찮아요! 또 하면 돼요!”
아주 긍정적이고 자신감 넘치면서 현실성 없는 답변이다. 고맙다.
“그럼 소속사에 남아서 환경을 개선해 보자는 분?”
큰세진은 당연히 들었고, 의외로… 김래빈이 따라 들었다.
“회사에 훌륭한 분들도 많이 계시니, 협력하여 개선해 가면 좋을 것 같아….”
“…….”
다른 의미로 참 긍정적이고 현실성 없군. 고맙다.
그럼 남은 건 류청우랑 선아현인데.
“아현이 넌?”
“나, 나는… 어, 어느 쪽이든, 다들 마음 편하고 안전하게 잘 지낼 수 있으면, 다 좋아…!”
“알았어.”
선아현답다.
“…그럼 청우 형은.”
“……비슷해. 마음 같아선 소송 걸어봤으면 좋겠는데… 우린 그룹이니까, 의견이 다른 사람의 커리어도 존중해야지.”
류청우는 느리게 대답했다.
“문대 너는 어떻게 생각해?”
나? 간단하다.
“…당장 소송은 힘들지 않을까요.”
내 투어 문제가 아니더라도 소송은 반대다.
‘일이 너무 커졌어.’
그룹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 인권 침해 문제로 번진 순간, 대기업은 절대 소송에서 자신들이 패소하는 케이스를 남기려 하지 않을 것이다.
테스타의 소송이 판례로 남아버리기 때문이다.
‘그 뒤로 노동조합에서 줄소송 걸면 미쳐 버릴 노릇이겠지.’
그러니까 그냥 우리 눈치 보는 이때, 날치기로 챙길 수 있는 건 한탕 당기면서 우호 관계는 상하지 않는 편이 좋다는 것이다.
‘회사가 테스타에게 미안해하는 구도로 가야 한다.’
실제로 미안하지 않더라도 그런 시늉이라도 하는 순간을 알차게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배세진의 공이 있으니 이걸 대놓고 말하긴 그렇고… 약간 돌려볼까.
“당장 내일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게 여론이잖아요. 좀 더 지켜보면서, 여건이 괜찮으면 소송도 할 수 있게 자료는 모으는 건 어떨까요.”
“비밀리에?”
“그렇지.”
배세진은 대화를 들으며 생각에 잠긴 얼굴이었으나,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어. 내 의견만… 주장할 수 없지. …우리는 티, 팀이니까!”
“…….”
이놈도 드디어 때 선아현처럼 또래 뽕맛을 보기 시작한 것 같다.
‘뭐, 좋은 일인가.’
“Team~ 테스타, Come on~!”
“옮은 말씀입니다, 형!”
나는 어깨를 으쓱한 뒤, 겨우 내가 하려던 말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분위기 좀 보다가 이미 잡힌 스케줄은 처리하는 편이 어떨까요.”
“어?”
“왜, 왜…?”
“취소 위약금 문제도 있고, 그룹이 건재하다는 걸 좀 보여주면 분위기가 더 좋아질 것 같아서.”
“…….”
“너도?”
“예. 아, 물론 몸은 다 회복한 다음에요. 완치 소견 받으면.”
아무 블러핑도 없는 말 그대로의 뜻이다. 넥타르 덕에 이런 말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군.
“음….”
“특히 투어는 이미 예매한 분들도 많으니, 되도록 도는 편이….”
“아, 안 돼!!”
“…!!”
뭐, 뭐라고?
…선아현이 소리를 질렀다.
나는 놈을 쳐다보았으나, 선아현은 시뻘겋게 얼굴이 변한 채로도 꿋꿋했다.
“무, 문대는 쉬어야 해!”
“그러니까 쉬고 나서….”
“마, 많이 쉬어야 해!”
아니 무슨 말이 안 통하네.
“아현이 말이 맞아, 문대야.”
“무슨 소리를 하나 했는데 투어는 무슨… 문대문대, 침대나 더 즐겨라.”
“…??”
“다음 앨범 준비는 착실히 진행하여 보고드릴 테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형 오래오래 살아요!”
너희가 이러면 오래 못 산다.
그러나 놈들은 단호했고, 결단코 타협은 없다는 자세를 고수했다.
아무래도 18일 혼수상태의 인상이 지나치게 강렬한 나머지 이러는 것 같다.
‘넥타르 소리를 할 수도 없고….’
미친 척하고 상태창 이야기를 하면 정말로 정신 병원 상담 및 입원까지 일정에 추가될 미래가 보였다.
내가 관자놀이의 통증에 시달리는 사이, 류청우가 옅은 미소와 함께 말했다.
“그리고 문대야, 이미 하반기 투어 취소 내부결재 끝났어.”
“…!”
미친놈들아.
이 빌어먹을 놈들은 내 어깨를 두드리며 정답게 말했다.
“팬분들은 네가 무리하지 않고 건강한 모습으로… 가끔 글이나 사진만 올려주는 걸 더 좋아하실 거야.”
“…….”
“한동안은 그렇게 하자.”
“그래~ 형 말씀이 맞다~”
“건강 회복에 주력하시는 모습 응원하겠습니다!”
그렇게… 투어는 날아갔다.
* * *
“…….”
나는 놈들이 떠난 병실에 누워서, 이 사태를 복기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X 됐다.
‘관객 40만 명을 투어 없이 무슨 수로 채워.’
어디 명동이나 네버랜드에서 게릴라 공연이라도 40번쯤 해야 하냐?
대가리가 얼얼할 지경이다.
‘…좋은 의도인 건 알아서 화도 못 내겠군.’
나는 몇 번 한숨을 쉬며 여러 가지 방안을 짜보다가, 일단 손을 뗐다.
‘관객의 조건을 더 알아봐야겠군.’
그리고, 그 전에 할 일을 하자.
나는 스마트폰을 켜서, 내 사진을 몇 번 찍어서 잘 나온 것을 골랐다.
그리고 SNS에 접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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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러뷰어
저는 문대 (강아지 이모티콘)
건강히 잘 먹고 잘 지내고 있어요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모습으로 금방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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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진을 첨부해 업로드했다.
‘…21일 만인가.’
좀 떨리긴 하는군.
아니나 다를까, 곧 미친 듯이 SNS 알림이 갱신되기 시작했다.
-문대야!!!
-고마워 정말
-♡♡♡♡ㅠㅠㅠㅠ
-잘 지내야 해 문대야 잘 먹고 푹 쉬고 잘 자고…
└또 너무 많이 자진 말고ㅋㅋㅋ
└넌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고소한다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해야 해
“…….”
글자였지만, 온도가 있는 것 같았고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든든한걸.’
나는 웃으며 댓글들을 살폈다.
그리고 약간 기대하는 것도 있었다.
‘금방 찾아뵙겠다는 말에 팬들이 좋아하면, 이걸 증거로….’
-금방 안 와도 괜찮아 문대야 건강이 제일 중요해
-문대야 제발 몸을 소중히 해줘
“…….”
말은 이렇게 해도, 아마 실제로는 직접 보고 싶을 것…이다.
그래야 한다.
‘미치겠네.’
나는 뒤 머리를 휘저으며 스마트폰을 베개 옆으로 던졌다.
지잉, 지잉, 지이잉!
그러자 마치 짜 맞춘 듯이 스마트폰이 여러 번 울렸다.
‘SNS는 방금 알림 껐는데.’
나는 약간 의아해하며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확인해 보니… 문자다.
[(사진)]눈에 익은 개 사진이 연달아 20장쯤 도착해 있다.
“…….”
와, 이게 반갑네.
‘야 X발 뭐라도 뱉어봐라.’
어차피 뒈질 거라면 썩은 지푸라기라도 잡아본다.
[VTIC 신청려 선배님]나는 놈에게 전화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