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373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73화
이곳에서 탈출하기 위한, 오로지 단기간 최고효율 성과를 향한 단기 프로젝트 그룹.
이게 받아들여지려면 결국 현실이 따로 존재하며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 새끼가 거기까지 갈 수 있냐가 문젠데.’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청려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요.”
먹힌 것이다.
‘됐다.’
나는 주먹을 쥐며 한숨을 참았다. 안도했다는 기색을 드러낼 필욘 없지.
“그럼 이제 서바이벌은….”
취소하라고 말할 참이었다. 다음 말만 아니었다면.
“음? 그건 이미 진행될 예정이라.”
“…!!”
이 새끼 지금까지 말을 어디로 처들은….
“취소해라.”
“음? 내가 방송국 사장도 아니고… 이제 와선 힘들죠. 하하.”
한 대만 갈기고 싶다.
놈은 그걸 눈치채기라도 한 듯이 드디어 쓸 만한 이유를 내놓았다.
“초반 화제성에 서바이벌만 한 게 없지 않나요?”
“…….”
나는 턱을 만졌다.
“그렇긴 하지.”
여기 산증인이 있지 않은가.
제대로 수요층에게 어필만 된다면 서바이벌만큼 단기 화력 결집에 좋은 방법도 없다.
문제는 칼자루 쥔 게 저놈이란 거다.
“네가 허튼짓만 안 한다면.”
“허튼짓?”
꼴 받는다고 차유진을 방송에서 박살 내려 들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새끼야.
굳이 말하진 않았지만 대충 뉘앙스로 짐작했는지, 청려가 어깨를 으쓱했다.
“음, 여기서 오해가 생긴 것 같은데.”
그리고 다시 쪼갠다.
애송이를 안쓰럽게 보는 표정 같다는 점에서 기분이 더러워진다.
“설마 부정한 개입만 없다면 후배님 그룹 멤버는 당연히 데뷔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
이 새끼도 의 그 미친 판을 봤을 거면서 뻔한 소리 하는군.
그 미친 판을 뚫고 데뷔한 놈이 2010년대 기획사 서바이벌을 못 할 리가 있는가.
‘코칭만 제대로 들어가면 쭉정이 미는 건 일도 아니다.’
나는 발언을 철회하지 않았다.
“흠…….”
청려가 턱을 쓰다듬었다.
“그럼 내기할까요.”
“뭐?”
“VTIC과 테스타 중에 누가 더 많이 여기서 데뷔하는지.”
개소리하네.
“이게 내기할 짓이냐. 그리고, 난 아직 둘밖에 못 모았잖아.”
“나도 지금 있는 건 둘이잖아요.”
“…….”
애초에 VTIC 정원이 테스타의 반토막 아닌가.
“음, 자신이 없어졌나?”
이 새끼가 진짜.
나는 턱짓했다.
“차라리 비율로 하든가. 공평하게.”
“그래요. 자신감이 넘치네요.”
놈이 하하 웃는다.
“그래요. 후배님. 그럼… 계획을 세워볼까요.”
그리고 손을 들어 내민다.
“…….”
나는 놈이 내민 손에 악수했다.
임시 동맹이었다.
그러나 그때, 손아귀에 힘이 들어온다.
“다만, 마지막까지 갔는데도 아무것도 없다면.”
놈의 표정이 사라졌다.
“후배님 추리가 어긋난다면.”
“…!”
청려가 눈을 가늘게 뜨며 쪼갠다.
“그다음부터는, 무조건 내가 계획한 대로 하는 거예요.”
“…….”
하여간 뭘 파놓는군.
‘그럴 일은 없을 텐데.’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도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하하, 이게 현실이었다면 정말 난리였을 텐데요.”
“악몽이지.”
그렇게 현실에서는 팬덤의 누구든 기함할 믹스앤매치 서바이벌이 성사되었다.
그리고 며칠 간의 사전 작업 후.
2월 말부터 기사가 보도되더니, 위튜브에 예고 티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 * *
예고 티저는 전형적인 대형 기획사 서바이벌 양식이다.
우선 LeTi의 신사옥을 근사한 카메라 워크와 함께 무슨 궁전처럼 비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아이돌의 요람, LeTi] [프로듀서 : 지금까지 없었던.] [아티스트 팀장 : 역대급이죠. 저희도 어떻게 이렇게 모았나 신기하거든요.] [말랑달콤 소현 : 하지만, 결국 대중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가.] [말랑달콤 소현 : 그건 다른 문제 같아요.]의미심장한 말을 던지는 관계자들.
그리고 거대한 타이틀이 나오는 것이다.
이니셜이 3D 그래픽으로 근사하게 묶인다.
[WiS] [LeTi의 넥스트 제너레이션을 뽑는 서바이벌쇼] []와이즈.
‘현명’이란 뜻에 발음으로 ‘Who is’와 ‘Why’를 섞어 ‘왜 데뷔해야 하는가’, ‘저 멤버는 누구인가’ 양쪽 의미를 다 잡았단다.
-결국 레티 서바이벌로 불리지만요.
그럴 줄 알았다. 나는 청려의 말을 회상하며 몸을 풀었다.
이미 스테이지 아래 대기실에도 카메라가 쭉 깔려 있다.
“얼굴!”
“네.”
다 아직 데뷔도 못 한 놈들이라 그런지 메이크업 담당자들의 말투엔 서비스직 느낌이 없다. 하지만 도리어 보다는 덜 기계적이다.
‘인원이 적어서 그런가.’
나는 남은 면면을 쭉 둘러보았다.
지금 이 건물 바닥에 앉아있는 건 총 14명.
데뷔조 7명에 다른 연습생 7명을 더한 숫자다.
‘그때 봤던 얼굴이 많군.’
나는 여기 들어온 첫날, 실장이 불러 모았던 인원 중 많은 숫자가 여기 포함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걸 떠보려고 지시받았던 건가.
‘신오, 주단도 보이고.’
기존 VTIC 멤버들은 원래 그런 건지 아니면 청려가 찔러넣은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안에 있다.
나는 팔짱을 꼈다.
‘차유진과 김래빈 두 놈도 제때 잘 등장할 예정이지.’
문제는 다른 놈들이다.
남은 테스타 멤버들… 말이다.
서바이벌 시작 전에 어디로 흩어진 건지 당연히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는 놈들은 다 봤으나…….
“…….”
여러 의미로, 지금 여건이 되는 건 제일 어린 두 놈이다. 일단 이대로 출발한다.
‘기회는 또 한 번 있으니까.’
나는 청려에게 들었던 이 서바이벌의 구조를 한 번 더 뇌에서 브리핑했다.
-외부에서 볼 때는… 모든 게 사장의 안목 위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일 거예요.
곧 메인 카메라가 돌아가고, 무대 위에 조명과 사람이 오른다.
14명이 나란히 입장한다.
무대 바로 앞 심사위원석에 앉은, 뺀질한 얼굴의 사장이란 놈이 브리핑을 시작했다.
90년대 인기 싱어송라이터 그룹의 얼굴 간판이었던 놈이다.
“여러분은 이제 연습생 신분이 아니라 제게 동료 가수로서 존댓말을 들으실 거예요. 아셨죠?”
“예.”
“좋습니다. 그럼 LeTi의 신성이 되실 여러분께 이 프로그램의 규칙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의도적으로 한 박자 끊은 후, 설명이 이어진다.
“이건 서바이벌이에요.”
“……!”
“예?”
사내에 돈 카더라 다 들었으면서 연기는 제법들 한다. 애초에 14명인데 당연히 탈락자가 있을 걸 예상한 게 자연스럽지.
나는 그냥 표정이나 굳히고 서 있었다.
“누가 탈락할지, 얼마나 탈락할지, 누가 데뷔할지, 얼마나 데뷔할지… 전부 미지수입니다.”
앞뒤 말이 같은 뜻 아니냐?
어쨌든, 다들 군기 든 얼굴로 침을 꿀꺽 삼킨다.
“여러분은 꿈을 향해 달리지만, 그 꿈을 위해선 수많은 경쟁을 헤쳐나가야 합니다.”
“…….”
“그러니 이제부터는 경쟁에서 이기는 사람이 살아남습니다.”
-우등반, 열등반. 처음에는 그렇게 나누고 시작하죠.
말 그대로였다.
모두가 사전에 고지받았던 1번 과제.
1화의 메인 컨텐츠였다.
“잘해야 하지만, 잘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스타성입니다. 저는 그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매력도 평가 잣대로 삼을 거예요.”
판정이 X 같아도 너희가 매력 없는 탓이니 그러려니 하라는 뜻이다.
“예!”
힘차게 대답한 놈들이 하나씩 나와서 춤이나 노래, 장기자랑을 보여주고 들어간다.
‘퍼포먼스의 의미를 넓게 해석했군.’
그럴 일은 없지만, 혹시라도 꼬투리 잡힐 일 없도록 표정을 관리하며 무대를 관람한다.
퀄리티는… 연습생치고는 아주 괜찮다. 다만.
‘데뷔조랑 차이가 좀 있군.’
나는 내심 피식 웃었다.
‘일부러 늦게 알려줬네.’
1화에서 데뷔조 7명을 띄워주기 위해 먹이로 나머지 7명을 넣은 것이다.
저런 풋내기 시절에는 특히 일주일 연습한 것과 한 달 연습한 것은 어마어마한 간격 차이가 벌어진다.
아마 대놓고 하진 않았을 것이다. 데뷔조에게 은근히 소문처럼 말을 흘리는 정도로 차이를 조장했겠지.
이런 식으로.
-솔로 퍼포먼스 이야기 들었어? 아, 아직 아니지? 아니야, 얘들아 연습해라~
‘나야 3개월 따리니 소문 주워들을 것도 없었겠고.’
어쨌든, 그래서 우등반과 열등반은 거의 그대로 갈린다.
데뷔조가 우등반. 나머지가 열등반.
나는 신오와 주단이 열등반으로 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청려는 표정 변화도 없다.
‘흠.’
치고 올라가는 이미지를 만들려는 건가?
그때였다.
“다음 퍼포먼스…. 류건우.”
“예.”
내 차례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였다.
9번째. 애매한 위치.
첫 무대.
‘사실… 그렇게 중요하진 않지.’
처럼 순식간에 절반씩 떨어지는 초대형 인원 서바이벌에선 한 타 눈도장이 중요하지만, 이건 그보다 길게 봐야 한다.
일단 모든 무대가 방송은 탈 테니까.
‘여기선 안정적으로 이미지만 가져간다.’
나는 헤드 마이크를 잡고, 조용히 기다렸다.
노래가 흘러나왔다.
* * *
지금 서바이벌 쇼를 위해 무대 앞에 앉은 LeTi의 사장은, 사실 연습생 개개인에겐 큰 관심이 없었다.
관심이 있는 건 회사의 성장, 그리고 더 큰 성공.
거기서부터 나오는 명성과 부!
‘그게 사업이지.’
이미 앨범을 내지 않고 10년 이상이 흐른, 전 가수이자 현 사업가는 손가락을 꼈다.
그래도 자신이 보는 눈은 있었다. 이렇게 좋은 종자들을 잘 뽑아다 선별해 두었으니까.
사장은 리허설과 연습 비디오를 빠르게 스킵하며, 보고받은 서류 위주로 파악한 놈들을 눈으로 훑었었다.
[후보자 목록 정리]여러 전문가를 통해 정제된 활자는 잘 어긋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은 하나하나에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게다가 특히 이놈은 설명 그대로였다. 지금 앞에 나온 놈.
-21살 류건우.
신상 명세를 넘기고 나면, 특징 첫 줄에 적힌 설명이 이것이다.
-프로젝트에서 추구하는 비주얼상
‘아주 분위기 있게 잘났네.’
괜찮은 놈들만 추려둔 이 가운데서도 눈에 띄게 잘생긴 놈이었다.
선이 곧고, 분위기 있게 이지적인 느낌이라고 할까.
자신이 조금 못마땅한 모습을 보이면 도리어 대중이 게거품을 물고 뽑아줄 것 같았다.
‘오케이.’
태세를 정했다. 일단 좀 가혹하게 굴어야 재밌겠지.
사장이 팔짱을 꼈다.
“시작하세요.”
무대 외곽의 촬영용 조명 빛이 사라지고, 류건우에게 스포트라이트가 광명처럼 내린다.
그리고 들리는 우아하고 묵직한 음악.
“음.”
재즈 팝이다.
살짝 어두운 조명 아래, 흰 얼굴이 스탠딩 마이크에 입을 가져다 댄다.
필요한 것들이 있지.
음악, 춤, 와인, 어쩌면 장미]
팝송은 최근에 특히 아이돌 지망생이라면 자주 퍼포먼스로 선택하는 류였다.
고음보단 음색. 적당한 리드보컬이 보여주기 좋은 구조의 곡이 많으니까.
그리고 고만고만한 실력에 맞춰 최대한을 보여주기 위한 선곡이라면 그게 최고였겠으나, 이번에는 예외였다.
[구름 속의 인생반짝이는 별들]
긴장한 기색도, 어색한 톤도, 어설픈 발성도 없다.
마이크를 울리는 것은 원곡 같은 완전함, 아쉬움이 없는 소리.
“…!”
아마추어의 소리는 한 점도 없이.
깊은 와인처럼 음색이 흐른다.
[피아노가 울릴 때하얀 연기 속에서 피어나는
재즈….]
사장은 반사적으로, 류건우의 다음 서류상 평가를 훑었다.
-수준급 보컬 실력
…이걸 단순히 수준급이라 평가하는 것은, 도리어 평가 절하가 아닌가?
-이번 월말 평가 총 3위.
그런데 여기서 춤까지 괜찮다고?
그리고….
-단점 : /
공란.
전율이 흘렀다.
[Hmm umumm, Lalala-la….]아직까진 흠잡을 곳 없는 완전한 원석, 이미지 하나 소모하지 않은 상등품은 무대에서 빛난다.
그리고 여전히 스테이지에는 목소리가 가득 차 있었다.
부드럽고 무게감 있는 기교로 1절이 끝나는 그때까지.
[반짝이는 별들]무반주의 그 고음 한마디를 끝으로, 귓가를 풍성하게 채우던 소리는 한순간에 사라졌다.
남은 건 스탠딩 마이크에서 입을 떼는 잘생긴 얼굴뿐.
“…….”
잠시, 침묵은 끔찍할 정도로 허전하게 느껴졌다…….
사장은 일부러가 아니라 정말로 할 말을 잃고 침묵했다.
‘대체…….’
어디 있다가 이런 놈이 20살에서야 튀어나왔지?
그때였다.
낮은 목소리가 울린다.
“감사합니다.”
“…!”
“아.”
짝, 짝짝…!!
류건우의 감사 인사에, 한발 늦게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 나온다.
압도당한 것 같은 이 분위기.
‘…바로 지금!’
그리고 사장은 마이크를 잡았다.
자세한 감상평은 나중에 편집 봐서 인터뷰로 넣어도 된다. 지금은 이 말을 해야 했다.
그런 감이 왔다. 방송인과 사업가의 감이!
“우리 건우 씨는… 연습생 생활은 이제 겨우 3개월 채웠죠? 원래는 대학생이고.”
“예.”
“어느 대학교 학생이죠?”
눈앞의 청년이 표정의 변화도 없이 담담히 대답한다.
“연희대학교 다닙니다.”
딱, 컷씬이 들어갈 자리다. 그리고 사장은 내심 웃었다.
‘고마워하라고.’
이 분량을 주는 것에 말이다.
“그럼 왜 가수가 되고 싶은 건가요?”
“…….”
일부러 아이돌을 붙이지 않았다. 댄스가 생각에 끼어들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잘 부르는 게 보정도 근사하게 들어가면 분명 끝내주는 그림이 나올 거야.’
그럼 누구나 이놈이 가수가 되기를 바랄 테지만….
“대학을 그대로 졸업해도 충분히 다른 좋은 일들을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여기서 폭발하는 거지.
‘자 와라!’
류건우는 큰 표정 변화 없이 자신을 쳐다보았다.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것 같았다. 자연스럽게 툭, 말이 튀어나온다.
“살면서… 이렇게 즐거워 본 적이 없어서요.”
그리고 희미한 미소가 번진다.
“그러니까, 이게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답을 놔두고 다른 걸 선택할 수는 없어요. 이것뿐입니다.”
“…….”
예능 의식 없이, 학생답게 꾸밈없이 담백한 맛.
연습생 서바이벌에 귀한 매물.
이건… 됐다!
사장은 짜릿한 기분으로 마이크를 들었다.
“보셨죠, 여러분? 기간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중요한 건 저 마음가짐이죠.”
손을 들어 올려, 무대 위의 연습생을 가리킨다.
“내가 데뷔하겠다는 저 또렷한 의지! 저게 1순위예요.”
그리고 멋지게 말하는 것이다.
“축하합니다. 류건우 씨. 더 이야기할 것도 없어요. 우등반입니다.”
이게 바로 하이라이트였다.
“…감사합니다.”
류건우는 목이 메는지 한발 늦게 대답하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써먹기 좋은 놈이야.’
그는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윗놈들은 크든 작든 다 발상이 똑같냐.’
노오력과 마음가짐 말이다.
사장이 마음껏 명언을 날릴 수 있도록 대답을 조절한 류건우가 내심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 * *
[형 진짜 축하드려요! 첫 촬영 최고였어요!]“그래.”
촬영이 끝난 후, 소속사는 거기까지 분량이 다 나오지 않았다며 서바이벌 숙소가 아닌 집으로 돌려보냈다.
‘덕분에 생각할 시간은 생겼군.’
마침 류청우는 MT를 갔다. 산 사진 찍어 보내는 걸 보니 취미는 여기서도 여전한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내 방에 앉아서 생각에 잠긴 것이다.
…하지만 마침 큰달이 ‘그 발언’을 할 줄이야.
나는 침음을 참았다. 그리고 턱을 괬다.
“그래야 해.”
[예…?]잘해야 한다.
아니면 X발 더럽게 쪽팔린 꼴을 당하기 때문이다.
나는 청려와의 사전 대화를 떠올렸다.
-그런데 결국, 누구와 데뷔하든 후배님은 데뷔해야겠네요.
-그건 그렇지.
결국 시스템 망령이 또 붙어서 경험치를 모아야 하는 건 나라서 말이다.
그러자 놈은 턱을 괴더니 심각한 척 이렇게 지껄였다.
-무조건 데뷔할 수 있게 해드릴까요?
-뭐?
-음, 아니. 잘못 말했네요. 이건 권유가 아니잖아요. 당연히 그래야 하는데.
-…….
-하하, 설마 여기서 자존심을 챙겨요?
그리고 나는, X발. 여기서 기분 상한다고 이 새끼를 말리면 내가 사리분간 못하는 얼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럴 리가 있냐.
그래서 이렇게 된 것이다.
[조, 조작하는 거예요??]“…최악의 상황에선, 그래.”
내가 탈락할 것 같으면, 결국 저 새끼가 손 써서 뒷문으로 그룹에 입성하게 된다.
나는 구겨지려는 인상을 참았다.
‘그건 안 되지.’
사람이 체면이 있지, 대상까지 받아놓고 데뷔도 못 하는 쪽팔린 꼴을 봐야겠냐.
“절대 그렇겐 안 가고 플랜 잘 짜서 공략할 테니까 괜한 걱정 말아라.”
[그, 그럼요! 저도 형 믿어요!]오냐.
때처럼 순간순간 제대로 계획을 세워야 했다. 나는 차근히 내 이미지를 예측하며 앞으로의 구도를 그렸다.
‘아마 명문대생 쪽으로 이미지 포커싱해서 특수 포지션으로 갈 거야.’
질문도 그런 쪽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면 좀… 어른스러운 모습을 주로 보여줘야겠군. 그리고 묵묵히 조별 과제에 협조하는 쪽이 낫겠다.
좀 순박해 보이는 편도 괜찮을 것이다. 사장이 발언권이 강하니 그쪽에 어필해야겠고.
“흠.”
“그래.”
나는 몇 가지 대체 플랜까지 세워둔 뒤, 그날 잠이 들었다.
그리고 바로 그 주.
는 와 달리 참가자들의 성향과 태도, 캐릭터를 이미 다 아는 기획사가 참가자 자료를 방송 제작팀에 쭉 넘겼다.
그래서 충분히 관찰 시간을 두고 스토리라인 짤 것도 없이, 이날 촬영분은 발 빠르게 편집되어 바로 2차 예고편이 뜬 것이다.
그리고 14명의 프로필까지 풀린 순간….
-미미ㅣ친안경남떴다
-ㅠㅠㅠㅠㅠㅠㅅㅂ대존잘!!
“…??”
나는… 현실을 깨달았다.
데이터 팔이를 거쳐 까지 체감하지 않았는가.
아이돌 제1 눈도장은 무조건 외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