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380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80화
“…….”
나는 당장 동료 추가를 확정했다. 그리고 침을 삼킨 뒤, 목록을 확인했다.
지금까지 뽑은 동료들의 현재 상태가 표기되어 있었다.
[동료 목록] [신재현 : 동료를 찾으러 나가는 중 (//-^ㅏ)] [차유진 : 제작진과 차분한 대화 중 (ㅇㅅㅇ)]원래는 여기서 끝나야 하지만, 한 줄이 더 추가되었다.
방금 뽑은 녀석.
[이세진 : 시나리오를 정독하는 중 (?ㅅ´9)]시나리오.
누가 봐도 이 묘사는 연기자다. 그러니까… 배세진이 맞다.
“후.”
큰달이 휘갈긴 듯한 팝업이 튀어나온다.
그래.
[동료: 이세진을 각성하시겠습니까?]-Exp 1000 사용
나는 손을 뻗어서 수락 버튼을 누르려다가….
멈췄다.
[?? 형?]아니, 이건 아니다.
나는 그제야 피가 돌아온 머리를 돌렸다.
‘지금은 촬영 중이다.’
스마트폰도 제출했다. 어차피 내가 지금 이놈을 각성시켜 봤자 적어도 나흘은 연락 불가능한 상태.
그러면 그동안 혼자 기억을 되찾은 이놈이 혼란에 빠져 있게 둘 수는 없지 않은가.
[아… 그렇네요.]일단 무대를 끝내고, 각성을 진행하자.
나는 동료 목록 팝업을 돌려보냈다. 그러나 전처럼 초조하진 않았다.
도리어 약간… 동기부여가 되는데.
‘끝나면 바로 각성 후 연락해 봐야겠군. 차유진한테도 알려줘야겠고.’
물론 이놈 설득이 보통 일은 아닐 것 같았다만… 그냥,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썩 괜찮았다.
머리가 맑아진다.
[이세진 : 시나리오를 되새기는 중 (?ㅅ//)]…이건 갑자기 왜 또 이모티콘에 빗금이 나오는 건지 모르겠다만, 어쨌든 지금은 이걸로 됐다고.
나는 피식 웃으며 동료 목록을 끄고 연습실로 복귀할 준비를 했다.
그때였다.
“저기….”
“…!”
아는 목소리다. 하지만….
‘왜 여기서 이게 들려.’
당장 고개를 돌리자 예상대로의 놈이 보인다.
머쓱한 표정의 이세진이다.
“여기 혹시 세면대가 어디에 있을까요?”
“…….”
그렇지. 쉬는 시간이니 이놈도 원하는 대로 여길 싸돌아다닐 수 있겠지.
나는 손을 들었다.
“저쪽입니다.”
“아~”
얼른 가라.
하지만 놈은 가는 대신, 미적거리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아, 건우 씨, 이렇게 불러도 괜찮나요?”
“예.”
“오~ 시원시원하시네요!”
그리고 씩 웃는다.
“오늘 무대 너무 잘하셔서 덕분에 저도 참 즐거웠습니다. 감사해요~”
“저야말로,”
말을 좀 고르자.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에이, 빈말 아니에요. 저 건우 씨 첫 무대도 봤는데, 다 정말 좋았거든요. 데뷔하실 것 같은데요, 진짜!”
이 새끼 혹시 기억 있어서 떠보는 건가?
‘그럴 리는 없지.’
그냥 싹수 보여서 인맥용으로 끈 하나 만들어놓으려나 보다. 뻔하지 않은가.
‘그건 안 변했군.’
나는 팔을 풀었다.
그래, 어차피 명성작 끝나면 네놈도 뽑아서 각성할 건데, 마음대로 해라.
나도 금칠 좀 해주자.
뭐, 없는 소리 하는 건 아니다만.
“감사합니다. 저도 선배님 무대 보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움직임, 표현마다 곡에 딱 맞게 구현하시는 걸 보면서 많이 본받았습니다.”
“아.”
놈은 갑자기 입을 닫았다.
‘예상 못 했나?’
하지만 곧 아무렇지 않게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저도 기운 나네요~ 음, 그럼 이것도 인연인데 저희 연락처 교환할까요?”
때랑 똑같군.
씁쓸함보다 묘한 향수가 올라온단 말이지.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제가 지금 폰이 없어서… 괜찮으시면 연락처 드리겠습니다.”
“예예, 좋죠!”
나는 놈의 스마트폰에 번호를 넣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문자 해둘 테니까 나중에 또 인사해요, 우리~”
“네. 그럼 저는 이만 들어가서 준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음, 네.”
나는 놈이 뭔가 더 대화를 나누고 싶은 눈치인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처럼 그냥 몸을 돌렸다.
‘뇌 좀 정리하고.’
워낙 평소에 이런저런 많이 하던 놈이다. 지금 말하다간 긴장 풀리는 순간 실수할 것 같았거든.
어쨌든, 예의 바른 대응이었으니 저쪽도 기분이 상하진 않았을 테고….
‘여기서도 결국 비슷하게 전개되는군.’
인맥용, 그러니까 상호이득 기반 대인관계로 말이다.
나는 피식 웃은 후, 복도 모퉁이를 돌아가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마침 모퉁이 반대편의 놈과 부딪히기 전, 지척에서 발을 멈췄다.
청려다.
“여기 있었네요. 멀리도 왔네.”
“어쩌다 보니.”
“‘어쩌다’는 아닌 것 같은데… 아. 역시.”
놈은 모퉁이 너머를 힐끗 보고 이세진의 뒷모습을 확인했다. 그리고 심드렁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자리에 없더라니. 미리 말해두지만 저건 데려가기 힘들어요. 3년 차 기성 그룹 멤버라.”
내가 그걸 모르겠냐?
“그냥 인맥용으로 연락처 좀 튼 거지.”
“음, 혹시 어떤 상황인지 설명해서 설득이라고 해보려는 생각인가요?”
“…….”
“전에도 저쪽한테 그랬잖아.”
맨땅에 다짜고짜?
순간, 못할 것 없지 않냐는 생각이 스쳤으나….
“아니, 무대가 우선이지.”
못 하니까 미친 짓이 아니다. 할 수 있지만 다들 안 하는 짓을 굳이 하니까 미친 짓이지.
각성 전까지 저놈에게 쓸데없는 소리 할 생각은 없다.
“그래요. 잘 생각했어요.”
뻔한 소리 하는군.
나는 연습실로 복귀했다. 무대의 완성을 위해서.
그리고 며칠 후.
드디어 이 프로그램 최초로 방청객이 들어오는 무대 촬영이 시작되었다.
* * *
“잘 부탁드립니다~”
특별 심사위원으로 다시 한번 자리에 온 자이롭의 이세진은 싹싹하게 인사한 후 자리에 앉았다.
중간 평가에 왔던 아이돌 중 그나마 지금 덜 바쁜 이들을 다시 불렀는데, 한 자리를 당당히 차지했다는 게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에는 흥미가 있다.
경쟁자가 될 확률이 높은 놈들을 모니터링하는 것은 이득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마침 친분이 생긴 사람도 있으니까.
류건우.
그 재즈 무대를 했던 연습생 말이다.
이세진은 코를 찡긋거리는 척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좀 이상했는데.’
원래도 유독 잘하고 시선이 가는 타입이다 싶긴 했다. 그래서 알아둬서 손해 볼 건 없다 싶었지.
그런데 막상 말을 붙어보니….
‘그냥 친해지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 하나.’
왜 있지 않은가, 잘 못 봐서 소원해진 친구와 다시 친근해지고 싶은 느낌.
‘혹시 전에 나랑 알던 사인가?’
뭐, 어릴 때 동네에서 같이 놀던 친구라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아니, 연장자니까 아는 동네 형?
‘아, 모르겠네.’
이세진은 답 안 나오는 질문은 그냥 죽였다.
‘어차피 답장은 아직 없고.’
이 무대 끝나면 연락 슬슬 해보면서 좀 캐어내 보면 될 것이다.
사람이 좀 무뚝뚝해 보여도 역시 난 놈 같아서 괜히 말 붙였다는 후회는 없었다. 이세진은 자세를 더 곧게 했다.
곧 촬영이 시작될 것이니까.
“ 3번째 무대, 시작합니다.”
사장이 멋지게 뱉은 말에 일사불란하게 세트가 준비된다.
그리고 펼쳐지는 것은 대형 기획사의 데뷔조다운 무대들.
‘…짜증 나네.’
이세진은 들끓는 감정을 눌렀다.
호승심, 위기감.
그리고 랭크를 매긴다.
이쪽은 자이롭보단 못 하고, 저쪽은 자이롭 수준이랑 비슷하고….
‘뭐, 무대를 잘한다고 무조건 뜨는 건 아니지만.’
당장 저 소속사의 지난 여자 아이돌, 말랑달콤만 해도 괜찮은 실력으로도 뜨지 못해서 병맛 컨셉으로 선회한 것 아닌가.
하지만 이 중에 다시 또 체에 절반쯤 걸러서 데뷔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 빌어먹을.’
이세진은 어떻게든 그룹을 채찍질한 방안을 떠올려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사람 다루는 건 그가 제일 자신 있는 분야였다. 아이돌이 무대보다 그런 걸 더 자주 고민하는 것 같다는 게 왠지 탈력감이 오긴 하지만.
그의 눈이 어두워졌으나 조명 빛으로 적당히 상쇄되었다.
“다음 대전 키워드를 공개합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기어코 제일 기다리던 대전이 왔다.
전광판에 키워드가 뜬다.
[Sexy]끄야악!
관람객들 사이에서 탄식인지 기대인지 모를 신음과 환호가 나온다.
‘아~ 이거 보는 순간 작정했다 싶었다니까.’
이세진은 쓴웃음을 참으며, 겉으로는 연차 낮은 아이돌답게 적절히 기분 좋은 리액션을 보냈다.
그리고 펼쳐진 첫 번째 팀의 무대.
-무릎 꿇어 우!
각이 빡빡 잡힌, 오토튠과 웨이브가 치명적이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 같은 무대였다.
‘으음.’
뭐, 수요는… 있겠다.
이세진은 마이크가 돌아올 때를 대비해 적당히 감상평을 준비하며, 다듬은 키워드를 적당히 보여주기식으로 필기했다.
그리고 다음이자 마지막 무대의 반응을 대충 예상했다.
‘…그 팀.’
중간 평가 때부터 이미 숙지하고 와서 알고 있었다. 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지금 가장 아웃풋이 좋은 인원들 다수가 포함된 팀.
그와 번호를 교환한 류건우가 속한 팀.
‘괜히 마지막 순서를 준 게 아니겠지.’
찾아보니 인터넷상에서도 스포일러가 돌며 다들 기대하고 있었다.
지금 저기 앉아 있는 관중들 대다수가 SNS든 카톡이든 바쁘게 ‘아직 안 나온’ 참가자들을 생각하며 이번 팀의 멤버를 짐작할 것이다.
그리고 전광판에 뜬 순간.
[신재현, 김래빈, 정우단, 차유진] [+류건우(열외)]으아아아악! 그야으아악!
엄청난 환호와 함께 뭐라 말할 수 없는 비명과 신음이 섞여서 울렸다.
류건우가 ‘열외’ 처분받은 것을 처음 눈으로 확인한 팬들이 당황하면서도, 팀 자체에는 기대를 가지는 현상이다.
‘다들 결국 난리나겠지.’
벌써 성공 공식이 눈에 보였다. 프로그램의 선전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아서, 이세진은 쓰게 웃음을 참았다.
그들의 선곡은 바로 재작년에 나온 1군 남자 아이돌의 곡이었다.
와일드하고 남성미 넘치는 섹시.
앞 팀과 유사한 지향점이다.
‘이기겠네.’
비슷한 질감이라면 잘하는 쪽이 이기지 않겠는가. 이미 중간 평가를 본 순간 결론이 나온 문제였다.
‘…잘했으니까.’
1절만으로도 이미 알 수 있었지만, 그는 진지하게 눈을 무대에 집중했다.
입장한 참가자들이 대형을 갖추고 봉오리 형태로 모여 서 있다. 무대에서는 무채색 조명이 깜박였다.
-Cut off
그리고 낮은 목소리와 함께 우아한 반주가 깔리는 순간.
“…!”
조명은 보랏빛으로 바뀌며, 멤버들이 부드럽게 몸을 움직인다.
상체를 크게 쓰는 웨이브와 연결되는 대형.
이세진은 바로 깨달았다.
‘편곡을 약간 바꿨어.’
악기 요소 몇 가지가 빠졌다. 일렉 사운드가 빠지고 베이스와 현악기 소리를 키웠다.
그리고 동작.
힘 넘치는 박력 대신 느른하고 여유롭다. 벨벳 셔츠와 검은 바지가 동작에 따라붙는다.
-자르고 이만 떠나
이게 너의 방식
(So sick)
머리를 쓸어넘긴 김래빈이 인트로를 끝내자, 매끄럽게 받은 신재현이 제스처와 함께 자신의 파트를 소화한다.
군무도 없이. 표정과 동작만으로.
그런데도 관객은 뚫어지게 그것을 보고 있다.
‘어려운 건데.’
정해진 안무 없이 공백이 있는 무대.
저런 짓을 하면서 무대가 꽉 차 보이는 것은 프로 무대에서도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그걸로만 채운 게 아니다.
-돌아보지 마
괴로울 뿐이니까 의미 없으니까
You lost your game 그만둬
이만 떠나
간주가 들어가며, 군무가 펼쳐진다.
선보이는 고난도 안무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시너지를 낸다.
휙.
센터에 선 사람에 맞추어 효과처럼 주변의 팔과 다리가 움직이고, 봉이나 받침대가 된다.
그렇게 멤버들은 소품처럼 상호작용하며, 센터를 살린다.
그런 빡빡한 안무 파트와 느슨한 파트를 유연히 오가며 각각의 만족감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이미 끝난 Story
2절이 한창 지날 때쯤, 이세진은 결론 내렸다.
‘영리해.’
말도 안 되는 퀄리티로 무대가 산다.
실력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선택이지만, 자신도 이 팀 조건이라면 기꺼이 이 선택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
그는 상념을 털어내고, 중간 평가 때와 완전히 결이 달라진 무대를 다시 집중해서 보았다.
그러자 이번엔 또 질문이 올라온다.
정말 편곡만이 그 이유인가?
“…!”
그리고 깨달았다.
차유진.
중간 평가 때까지만 해도, 저 무대가 더 원곡처럼 와일드하게 보이도록 해주는 주요 요인이었다. 몰아치는 에너지와 폭발적인 짜릿함.
그러나 여기서는 그 번쩍이는 채도와 명도를 확 스스로 찍어누른 느낌이다.
‘눈에 안 띈다는 게 아니야.’
가령 지금 나오는 2절 후렴 마지막.
-Love is a kind of disease
늦은 깨달음이 오네
So-
목을 잡혀서 카메라를 보는 차유진의 시선은 반쯤 풀려 있다.
안광을 죽이고 분위기를 살렸다.
그늘진 매력.
아주 그럴싸하게, 정말로 이 소속사의 원래 연습생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녹아들어 있는 모습이다.
저걸 조절할 수 있다는 게 놀라운 동시에, 대단히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분명 시청자들에겐 그것도 또 다르게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당장 결정권자인 LeTi 사장도 재평가 중일 게 뻔히 보였다.
게다가 이 무대의 짜임새에는 든든한 뒷받침이 있다.
-So, oh, oh, oh-
류건우였다.
그는 적절한 타이밍마다 어려운 초고음 파트를 라이브로 넣고 있었다.
‘가끔 관객이 놀라는 게 느껴지는데.’
그러나 거기서 끝났다면 무대에서 부품처럼 활용되는 것으로 끝나서 실속이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딱 한 컷에서 치고 나왔다.
‘저기.’
일명 성녀 파트.
서서 부르는, 갑자기 정적인 분위기를 잡아 집중을 끌어오는 그 파트.
초고음은 아니다. 적당히 높은 음역대.
다시 말하자면, 누구든 안정적으로 부르기 더럽게 까다로운 그 구간.
-It’s done
It’s over
Cut it off
류건우는 그걸 읊조리듯 숨을 섞은 톤으로 몽환적으로 소화했다.
그동안 미친 듯이 고음으로 애드립과 화음을 넣어준 사람이라 믿기지 않는 깔끔한 호흡.
차라리 고음을 냅다 지르는 게 쉬웠을 것이다.
저 사이에 숨 한 번 삼키지 않고 부드럽게 저 긴 호흡을 부를 수 있다고? AR도 없이?
-자르고 이만 떠나
이게 너의 방식
(So sick)
류건우는 그렇게 딱 한 컷 있는 킬링 포인트를 대단히 잘 살렸다.
그리고 저 보컬로 무대의 질을 몇 단계나 끌어올리는 요원.
괜히 그룹에 메인보컬이 필요한 게 아니라고 외치는 것 같은 존재감.
“…….”
이상한 기시감이 느껴졌다.
‘왜.’
하지만 무대는 브릿지가 끝나고 끝을 향해 달려갈 뿐이다.
모든 구성원은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완벽히 수행한다. 그리고 최대한 관객에게 어필한다.
그리고 엔딩.
-Cut off
아아아아아악!!
귀가 나갈 것 같은 엄청난 함성과 박수, 빛나는 응원봉의 흔들림.
이세진은 마지막까지 눈을 떼지 않고 성의껏 무대를 감상했다.
들끓는 것은 여전히 호승심이었지만, 더 이상 위기감은 없다.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아.’
본인도 눈치채지 못할 상실감이었다.
자기 자리였던 것을 속절없이 바꿔치기 당한 것 같은 묘한 그 느낌이….
‘뭐라는 거야.’
나 오늘 뭘 잘못 먹었나. 이세진은 입안을 씹고 표정을 관리했다.
그리고 심사평 순서가 돌아오자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진짜 좋았어요, 정말로!”
바로 그날, 3화가 방영되었다. 해당 방청객들이 에게 진 열외 인원에 대한 스포일러를 할 것도 없이 바로.
그리고, 드디어 시청자 투표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