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409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09화
위시즈, 그러니까 테스타와 VTIC을 반반 섞어 데뷔한 이 무늬만 신인인 경력직 그룹은 거의 종착점까지 왔다.
대상이라는 목표 말이다.
‘음원 순조로워. 인지도 훌륭해.’
사실상 이젠 성적으로만 보면 받아도 안 이상하다.
연말이 올수록 점점 예측이 빗나갈 위험성은 낮아진다. 돌발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아니, 이렇게 틀어막고 있는데 그럴 리가 있나.
남은 건 하나.
소위 말하는 ‘급’의 문제다.
-위시즈가 레티 아니었으면 지금 대상 소리 할 수 있을 리가ㅋㅋ
-남돌 신인이 갑자기 음원 잘 나오는데 차트도 의심되면 조작 가능성 얼마나 된다고 생각해? (주어 없음 추측X)
-대상 이야기 나오는 신인 남돌 솔직히 예능인 프젝 그룹 같은 느낌이라 어색함
‘저 이름값으로 받는 건 좀’이라는 인식 말이다.
그룹 인지도보다 개인 인지도가 더 높아서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했다.
‘뭐, 사실 저것도 진짜 받을 것 같으니까 더 저러는 거지만.’
X밥에겐 견제도 없다는 법칙이지.
어쨌든 음원 성적이 좋아서 받는 건 못 막으니, 받아도 인정 못 받게 밑밥 치겠다는 새끼들이 출몰하는 것이다.
테스타 신인상 받을 때랑 달라진 게 없는…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때로부터 테스타까지 달라진 게 없는 거로군.
‘아마 개개인 안티가 따로따로 붙어서 더 잡기 힘든 것 같고.’
예능으로 개인 인지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린 건 좋지만, 그만큼 캐릭터가 강하게 노출되어서 호불호가 갈리기에 생기는 문제다.
-ㅅㅂㅅㅂ윾진촤 순진한 외쿡인이자 에이스쿼터백 누구 발상임 진짜 어디서 이런 개쓰레기같은 컨셉질이
-ㅋㅋㅋ레티 맬렁우웩으로 맛 좀 보더니 정신 못 차리고 남돌도 병맛 미네 근시안 어쩌면 좋아
-킴랩 나중에 백퍼 X나 깨는 인맥문제생김 관상+관종 환상의 조합 나 이런 감 틀린 적이 없자나
아는 만큼 딱 집어 못 견디게 싫다는 인간들이 몇 배로 붙는 거지.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약간 아쉽긴 하다.
‘데뷔곡부터 확 터졌으면 반은 먹고 들어갔을 텐데.’
이미지를 처음부터 ‘대상급으로 미친 데뷔’로 잡았으면 이런 시비가 덜 걸린다.
김래빈이 저 성격인데도 인상 덕에 학교 다닐 때 호구 잡으려던 놈이 없었던 걸 예시로 들 수 있겠군.
최소한의 균형을 맞추고자 앨범 판매량까지 극대화하기 위해 이걸 어쩔 수 없이 포기했더니, 역시 부작용이 있다. 나는 입맛을 다셨다.
아무튼, 그래서 약간의 보정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촛불과 꽃가루를 대충 치운 거실의 큰 탁자 앞에서 엄숙하게 선언했다.
“한 번 정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어떤 걸…?”
“최대한 많은 사람한테 어필할, 강렬한 그룹 활동.”
“…!”
“우리가 대상 받았을 때 인터넷 반발을 좀 누그러트리게요.”
지금까지 상 관련 상태이상은 다 ‘대중의 인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으니까.
‘괜히 저 두 놈 각성시킨 게 아니지.’
“저는 그게 무대 하나였으면 좋겠는데.”
일차적으로는 무대 퀄리티를 탑티어 중에서도 손에 꼽았던 그때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물론 한 시간 만에 ‘우리는 왜 이 지경이 되었는가’ 속성 강의를 들은 VTIC 놈들이 따라올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지만.
“어어…… 좋죠.”
진채율은 간신히 대답했다. 아직도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군.
청려는 별 표정 변화 없이 입을 열었다.
“무대 한 번으로 뒤집기엔 너무 거창한 발상인데. 예비 곡으로 빠른 컴백하는 게 낫지 않나.”
“아이코닉한 한 번이 나아. 여러 번이면 임팩트만 분산될 뿐이지.”
“낙관적인 발상이네요.”
“우리가 필요한 건 장기적으로 갈 평판이 아니라, 연말에 확 먹힐 순간 여론이니까.”
“음.”
청려는 살짝 웃었다.
“좋아요. 그렇다면야.”
좀 봐준다는 투지만 그리 열받진 않는다. 방금까지 형광 핑크 뒤집어쓰고 있던 놈이 분위기를 잡아봤자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고깔모자는 이미 일 끝나자마자 쓰레기통에 들어간 상태다.
과연 돈 많은 놈답게 물건 아낄 줄 모른다.
“그럼 건우 형… 그러니까 문대 의견 말고 다른 의견 있으신 분?”
어쨌든 바로 만장일치로 찬반 투표가 끝났으니, 이제 원래 하던 일을 해야지.
브레인스토밍이다.
“우리 BOOM! 하고 관객들 막 소리 지르게 만들어요! 잠깐… 저 알았어요! Motorcycle! 우리 Motorcycle 타요!”
“모로싸이콜…?”
“모터사이클. 오토바이.”
“…! 위험한 장치를 단기간에 준비하는 건 무모한 의견이야. 무엇보다 위시즈 곡들과 안 맞아!”
“김래빈이 편곡하면 돼!”
“나도 내 의견이 있어! …제 생각에는 시간여행 컨셉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시기에 관련 영화가 개봉되었으니 오마주하면 독특한 편곡이 나올 것 같습니다.”
“래빈이 말도 좋긴 한데, 그 OST가 너무 유명해서 도리어 위험할 것 같기도 해. 어때 문대야?”
“저도 어느 정도는. 일단 다음도 들어볼까.”
“예!”
“…….”
편곡, 컨셉, 의상, 출연 프로그램.
이젠 익숙해진 테스타 놈들은 거침없이 진도를 뺀다.
그리고 순식간에 지나가는 대화와 내용에 막 각성한 VTIC 두 놈이 눈을 꿈벅인다.
여기 말 얹는 놈은… 주단뿐이군.
“의상은 너무 과하지 않게 섹스어필하는 것도….”
“쟤네 몸은 미성년잔데요.”
“취소합니다.”
아무튼, 그렇게 의견이 몰아치며 슬슬 방안이 구체화 된다. 나는 말을 던지며 방향성을 툭툭 몰았다.
‘시간은 좀 걸리지만, 역시 이게 낫지.’
본인이 합의했다고 생각되면 더 적극적으로 열심히 하게 된단 말이지. 참신한 의견이 나올 수도 있고.
하지만 분명 이런 형태를 선호하지 않을 청려 놈도 웃고만 있다. 끼어들지 않겠다는 뜻이다.
‘나름의 항복 선언인가.’
뭐, 방해 안 할 거라면 됐다.
“휴식하고 갈까요.”
“넵.”
논의가 생산성 없는 방향으로 흐르기 전에 한 번 끊는다.
‘하는 김에 정리도 하고.’
“Coke?”
“괜찮다.”
나는 한둘씩 일어나서 주방으로 가거나 본인 방 전자기기로 가는 놈들에게 섞여서 나도 내 방으로 돌아갔다.
지금까지 나온 내용을 정리해 놓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책상 자리에 앉아 펜을 들었을 때.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들어오세요.”
그러자 조심스럽게 열린 문 사이에서 룸메이트가 들어온다.
진채율.
“저, 안녕하세요.”
어색한 미소를 지은 놈은 슬쩍 방을 둘러보고 안으로 들어왔다.
바로 어제 아침까지만 해도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둠칫거리며 문을 열던 놈은 기억을 찾자 방이 약간 낯설어진 모양이다.
“선배님 방이신데 편하게 앉으세요.”
“으음, 그, 네.”
그래도 곧 슬그머니 자기 침대에 앉더니, 웃으며 말을 꺼낸다.
“재현 형이랑 말 놓았네요!”
그러고 보니 빡쳐서 너무 당당히 그 새끼한테 말을 놨군.
“……예. 뭐, 어쩌다 보니.”
“좋다!”
채율이 씩 웃었다. 그리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제 진정했어요. 저희도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으니까, 열심히 참여할게요.”
“아.”
그게 고려가 부족했나.
“죄송합니다. 충격받으셨을 텐데 저희가 지나치게 급박하게 진행했어요.”
“아뇨! 원래부터 좀 드문 방식이라 그래요. 저희가 보통 이런 식으로 막… 기초부터 나누면서 일을 진행하진 않거든요.”
놈은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그리고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냥 딱 역할 분담이 되어 있고, 각자 맡은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음.”
“그래서 그런가, 꿈이라고는 해도 여기서 활동하는 거 재밌었어요. 의견도 많이 내고.”
놈은 약간 어린 말투로 중얼거렸다.
“왜, 그 이번 서브곡 제스처 제가 고른 것도 좋았고요!”
“예. 실제로 반응도 좋았고요.”
“흠흠, 좀 그랬죠? 건우… 아니, 후배님!”
볼 터지겠군.
웃던 채율이 곧 웃음기가 남은 채로 묻는다.
“돌아가기 전까지는 그냥 건우 형 섞어서 불러도 돼요? 아, 그 문대 씨인 걸 머리로는 아는데 반년간 본 건우 형 얼굴이다 보니까!”
“저야 상관없는데요.”
돌아가서 논란 만들 가능성은 차단해야지.
“말 놓고 편하게 하셔도 괜찮지 않을까요. 아무리 그래도 선배님이시잖아요.”
“아, 그럴게!”
사실 반말을 노렸나 싶을 정도로 냉큼 승낙하는군.
채율은 짬 찬 선배답게 내 등을 두드리며 말한다.
“문대도 그럼 돌아가서 나한테 말 놓고 편하게 해! 어차피 나 조금 있으면 군대 가서 활동도 안 하는….”
“…….”
“…….”
“화이팅입니다.”
“예…….”
난 두 번 가게 생겼다. 너도 견뎌라.
어쨌든, 다음 회의 들어가면서부터는 두 놈이 쓸만한 의견을 낼 때까지 좀 시간을 줘볼까 한다.
그리고 몇 시간 후.
“그럼 결정된 것부터 목록 뽑을게요.”
“네!”
나는 뒷면에 ‘Welcome VTIC’이 적힌 종이 쪼가리를 주워다 활용해 글을 적어갔다.
“1번. 출연 프로그램.”
-무조건 경연 프로그램이어야 해요.
-후보 중 시청률과 위튜브 조회수를 합산에 선정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나는 해당하는 프로그램을 적었다.
‘마침 100화 특집도 하니 일거양득이군.’
그리고 다음.
“2번, 연상 작용.”
-우리가 개인 활동으로 잡은 캐릭터들을 약간씩 살리면 좋겠어.
-잘못하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지만….
-저 잘해요. 다들 잘해요. 그러면 문제없어요!
반박할 수 없군.
그래서 결정된 연출 사항과 컨셉에 대한 3번 사항까지 적었을 때였다.
“저, 음, 의견이 있는데.”
“…!”
진채율이 손을 들었다.
“컨셉 관련해서인가요.”
“그것도 그렇지만, 음… 출연 프로그램 말인데.”
“아, 선배님께서 다른 좋은 선택지를 발견하셔서 바꾸고 싶으십니까?”
“그건 아니고요.”
놈은 약간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출연을 일주일만 더 미루면 어떨까 해서요!”
“…!”
100화 특집을 두고 굳이?
“제가 이 프로그램 애청자였는데, 그때 특집 다음 주에 대단한 분들이 나왔거든요.”
놈이 뒷머리를 쓰다듬었다.
“오히려 그때가 시청률이 더 잘 나왔던 것 같아서….”
“그게 누군가요.”
“티홀릭 선배님이요.”
“…!!”
그건… 확실히 대어긴 한데.
‘이걸 저놈보다 더 잘 알았을 놈이 있어서 말이지.’
나는 고개를 돌려서 청려를 보았다. 놈은 눈도 돌리지 않고 말한다.
“글쎄.”
“…….”
“일부러 한 주 일찍 뺀 거야. 이런 건 선점 효과가 있거든. 프로그램 섭외 조절이 까다롭기도 하고.”
닥치라는 뜻이다.
채율이 살짝 침을 삼켰다.
신오가 딱한 사람 보는 눈으로 순간 채율을 보더니 그래도 백업이라도 해보려던 생각인지 입을 열려는 순간.
“어, 그래도 직접 비교되면 효과가 더 커질 것 같아서요! 우리도, 경쟁의식이 생기기도 하고요.”
“…!”
채율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놈은 이 상황이 어색한지 좀 당황스러운 얼굴이었지만 그래도 말을 철회하진 않는다.
청려는 별 표정이 없다.
‘흠.’
좀 거들어줄까.
나는 펜을 놓으며 입을 열었다.
“성사만 된다면 좀 위험해도 질 것 같진 않은데. 지금 우리 그룹 인원을 좀 봐.”
놈이 시선을 돌린다. 나는 씩 웃었다.
“대선배님께 연차로 안 밀리는 상황에서 설욕전, 해볼 만하지 않나.”
“…….”
“판돈을 키우는 거지.”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잠시 후, 턱을 만지던 청려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네.”
“…!”
순간 VTIC 세 놈이 하늘에서 날개 달린 개가 내려오는 걸 목격이라도 한 표정이 됐다.
“I’m in! 저 좋아요. 경쟁이 사람들을 움직여요!”
냉큼 물고 들어온 차유진 덕에 분위기가 잡힌다.
“반대 있으신가요.”
“음, 없는 것 같습니다.”
약간 웃음기 섞인 류청우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마지막 목록을 적었다.
[4. 비교 대상]말 얹는 놈들이 많을수록 좋은 바이럴 승부가 되겠군.
괜찮은 발상이다. 현대적이고.
나는 신오와 아닌 척 아래로 하이파이브 하는 채율을 보고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직접 계급장 떼고 비교당해서 이기겠다니, 의외로 티홀릭 같은 대선배 상대로 인성질도 할 줄 아는 놈이지 않은가.
‘괜히 10년 차 1군이 아니군.’
독기가 충분한 점이 참 다행이었다. 나는 표정 없이 바로 입을 열었다.
“이제 잘 때만 쉬면서 모든 시간을 다 연습 시간에 갈아 넣기만 하면 되겠네요.”
“…….”
“…….”
“저, 테스타는 원래 이러나요?”
“네. VTIC은 아닌가요.”
“…….”
차마 부정은 못 하는군.
역시 돈 많이 버는 예체능은 워라밸 박살 나는 노동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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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들이 무대로 순위와 승패를 겨루는 여러 프로그램이 난립하는 가운데, 가장 장수하는 중인 오리지널 프로그램이다.
특히 이번 시즌 7은 이를 갈고 온 구성에 원조 PD까지 돌아오며 시청률을 잘 회복해 성장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장수 프로그램의 비애다.
출연진 풀의 부족.
그러다 보니 원래 가창력이나 미친 퍼포먼스로 유명한 가수들만 부르던 그들도 살짝 노선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는데….
바로 아이돌의 출연이다.
-실력 있는.가수보여준다는.초심.어디갔나.참으로.괘씸하다!
-음악방송 틀어도 누군지 모르는 아이돌만 나오는데 여기까지ㅠ? 제발 그만해요~~
그래서 슬금슬금, 조심히 아주 인기 있거나 실력 좋은 그룹을 섭외하며 허들을 낮추며 시청자를 꾀는 단계였는데….
갑자기 이번 화 예고에서 배신 아닌 배신을 한 것이다.
-무슨 아이돌이 두 팀이나..
-티홀릭이랑 위시즈? 위시즈가 누군가요?
하지만 그나마 나은 점은 둘 다 얼굴이 익숙하고 아는 곡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투덜거리고 욕하면서도 어쨌든 이번 화를 시청하려고 TV와 컴퓨터, 스마트폰 화면 앞에 앉아 있는 것이다.
-화장실 타임 보장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피디님
그리고 위시즈는 신인답게 오프닝무대에서 등장할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