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414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14화
시스템에 삼켜진 큰달이 역으로 시스템의 자아를 누르고 주도권을 잡았다.
[우와악!]나는 턱에 맺힌 식은땀을 닦으며 씩 웃었다.
“잘했어.”
[네! 이게 되네요!?]‘오류로 시스템 마비만 시켜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실패하는 순간 끝장이니 이것도 도박이나 다름없는 짓이다. 그러나 본인이 직접 하겠다고 의견을 냈었다.
-[형, 그… 플랜B요.]
-[만약에 그것까지 써야 하는 때가 오면… 제가 에러를 직접 옮겨보는 게 어떨까요?]
그리고 나도 어느 정도 인정했다.
어차피 이놈은 시스템이 남아 있는 채로 현실에 돌아가면, 남은 건 흡수 엔딩이다.
‘그대로 상태창이 된다잖아.’
애초에 비행기에서 시스템을 터뜨린다는 미친 발상을 했던 건 이놈이 몸 잃고 상태창이 된다는 미래 예측도 한몫했다. 부정하진 않겠다.
현실로 돌아가서 저놈이 류건우로 살려면 다른 무언가가 필요했다.
가령 시스템과 완전히 단절되든가.
‘그것도 아니면.’
-시스템을 자폭시켜 버리든가.
이번에야말로 없앤다.
나는 침을 삼키고 조용히 물었다.
“어떠냐.”
[어어….]얼떨떨한 듯이 자신의 몸을 보며, 주변 배경이 일그러지듯 꿈틀거리게 만들던 놈이 마치 확인하듯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홀로그램 눈이 갑자기 어둡게 빛났다.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놈의 몸이 진해지며, 갑자기 모호한 세계가 뚜렷해지기 시작한다.
[이 안에서라면… 모르는 게 없고 불가능한 것도 없고, 제대로 구성만 할 수 있다면 모든 소원이 자연스레 흐름대로….]중얼거린다. 배경이 빨려들 듯 놈에게 소용돌이친다.
별이 뜬다.
[……형, 저기, 형도 하고 싶은 걸 다 하실 수 있게요, 제가.]이거 안 되겠네.
“여기 있으면 테스타 해체인 건 알지? ‘마법소년’부터 ‘Savior’까지 도로 그대로 해도 처음 봤을 때의 감동은 없을걸.”
[…! 당연히 알죠! 아니, 저 방금 무슨…….]홀로그램이 스파크가 튀더니, 큰달의 얼굴에 표정이 돌아온다.
‘내 입으로 처음 본 감동 같은 소리를 뱉을 줄이야.’
이런 걸로 정신 차리도록 했다는 게 웃기긴 하다만 성공했으니 됐다.
저 녀석의 못 붙으면 뒈지는 상태이상 공시 생활에서 테스타 컴백 보는 게 유일한 낙이었던 것 같으니까.
‘…비슷한 일을 나도 했던 걸 방금 기억해냈으니.’
나는 스티어를 보던 내 회사원 시절을 무심코 다시 떠올릴 뻔했으나, 그보다 상황이 급박했다.
[악, 이거 이상해요! 막 주체가 안 되는 것 같아요. 와, 이런 힘이….]어쨌든 저거 혹시 물들 수도 있으니 빨리 끝내야 했다. 혹시 시스템이 오류 복구하고 치고 올라올 수도 있고.
“그래, 빨리하자. 말했던 건 기억나지?”
[네!]최종 계획은 간단하다.
‘자폭 시퀀스.’
시스템을 이대로 터뜨린다.
물론 저 상태로 하면 큰달이 영향을 받을 수 있으니, 약간의 절차를 사이에 둘 것이다.
[보냈어요, 형!]띠링.
내 앞에 상태창이 뜬다.
[플레이어 : 박문대 (류건우)] [게임을 삭제하시겠습니까?] [확인]일부러 다른 선택지를 만들지 않은, 확인만 누르면 되는 자폭 발사 버튼이.
‘후.’
솔직히 말하자면, 시원하다.
그리고 동시에 뜬 상태창이 하나 더 있다. 나는 내 앞에 뜬 것으로 시선을 돌렸다.
[GM : 신재현] [Server와의 연결을 해지하시겠습니까?] [확인]“너부터다.”
“음.”
청려는 홀로그램 큰달을 힐끗 보고 말한다.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요?”
“아니.”
이미 할 만큼 했으니까 누르기나 해라.
놈이 내 대답을 듣자마자 주저 없이 확인 버튼에 손을 가져다 댄다.
툭.
그러자 세상에 불빛이 깜빡이며 금이 간다.
덜컹.
‘무너질 것 같군.’
지지직, 소리 없이 배경에 균열이 생기며,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이 위태롭게 시야가 흔들리고 붕괴할 것 같은 순간.
[새 Server를 지정하시겠습니까?]“너 그거 건들지 마라.”
“의심이 과하네요.”
어쨌든, 놈은 두 손을 얌전히 내려두었다.
‘이제 남은 건….’
하나.
나는 박살 나기 직전 거울 같은 배경 위로 뜬 내 상태창 위로 손을 올렸다.
그때였다.
[멈춰.]“…?”
팝업이 떴다.
‘큰달?’
하지만 놈은 저기…….
[형??]아, 그렇군.
이건 시스템이다.
보아하니, 큰달이 시스템을 장악하며 튕겨서는 두 자아의 처지가 바뀐 것 같다.
시스템 자아가 상태창에 기생하는 형태로.
‘어. 잘 가라.’
무시하고 버튼을 누르려는데 끈질기게 버튼 위로 팝업을 띄운다.
[시스템이 죽을 너를 살려줬지. 너도 알잖아. 넌 원래 스스로 남은 삶을 포기했어.] [지금 네가 가진 모든 건 시스템이 준 기회에서 비롯되었어. 네가 죽지 않은 덕에 지금까지 얻은 기회와 이룬 성취를 생각해.]이 새끼 봐라.
제거 위기 앞에서는 입 터진 것처럼 아주 그럴싸하게 공감도 호소하고 지랄 났다.
“야.”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나한테 기회를 준 건 원래 박문대고, 넌 X발 이용만 해먹은 게 어디서 입을 털어.”
못 하면 뒈지는 상태이상으로 몇 년간 달달하게 에너지 빨아먹은 놈이 뭘 자선사업한 것처럼 말하고 있냔 말이다.
상태이상 한번 삐끗하면 죽이는 게.
[혀, 형?]너한테 말한 게 아니니까 가만히 있고.
나는 큰달에게 제스처를 보냈다. 팝업이 갱신된다.
[비합리적인 발상. 어리석어.]자기 소개하냐?
‘이 새끼 전략을 바꿨나.’
열받아서 대꾸하게 만드는 걸로 시간을 끌 생각인가 싶은데 말이다. 그렇다면야.
나는 마치 그 팝업에 대꾸할 듯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 외쳤다.
“큰달. 지금!”
[네!]그 순간, 큰달의 홀로그램에 글리치가 더 넘치더니, 곧 형태가 뭉개지며 사라졌다.
[와악!]오류로 만든 시스템 장악력을 포기하고 빠져나와, 내 상태창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지금 무■ ■■?]그 덕에 튕겨 나왔던 시스템의 자아가 다시 시스템으로 복귀할 때.
“잘 가라.”
나는 팝업을 뚫고, 버튼을 때렸다.
퍽!
게임 삭제.
팝업이 부들부들 떨린다.
[나는 결■ 사■지■■ ■…]하지만 그게 전부다.
펑!
글리치로 꽉 찬, 시스템의 인간형이 터진다.
그리고 금 간 세계도 터져나갔다.
수만 개의 조각이 허공으로 깨지며 비상하는 초월적 광경.
한발 늦게 불어닥치는 어마어마한 후폭풍까지.
“후우욱.”
이 세상을 이루는 시스템이 박살 났다. 어마어마한 에너지의 격류가 모든 걸 깨부술 듯이 사방으로 넘쳤다.
조각이 산산이 부서졌다. 남은 건 허공.
나는 청려를 돌아보았다. 놈의 상태창이 지지직거리며 튀겼다.
내 것도 마찬가지.
“성공.”
거기까지 말했을 때, 모든 감각이사라졌다.
훅.
하얗게.
정적.
그리고.
“…대야?”
느리고 둔탁하게, 강렬한 충격에 마비된 청각이 돌아오듯이 소리가 들리고.
“문대!”
“…!”
나는 눈을 떴다.
그리고 맨 처음 본 것은…….
“문대 깼다!”
“형!”
“고, 고생 정말, 많았어 문대야…!”
주변을 둘러싼 놈들이다.
플랜 B를 열심히 떠들며 구체화하던 멤버 놈들이 무슨 구경이라도 난 듯이 내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나 참.
“어. 정신 차렸다.”
“Yeah!!”
“진짜 중간에 채팅창 터져서 큰일 나는 줄 알았잖아!”
“그래도 너무 다행이다, 정말….”
이대로 있다가는 귀가 터지거나 어깨가 떨어지거나 둘 중 하나는 일어날 지경이다. 나는 피식 웃은 다음, 머리를 흔들며 일어났다.
“걱정은 고마운데.”
현실이었다면 비행기, 아직도 시스템의 세상이면 시상식이어야 하는데… 둘 다 아니었다.
“여긴…….”
…류건우의 오피스텔.
정확히는, 류건우의 몸으로 복권에 당첨시켰던 큰달이 지내는 그 오피스텔이다.
그리고 거실 창밖으로… 환상적인 ‘마법소년’의 석양이 지는 곳.
지난번에 와봤던 곳이다.
[제가 만든 심상 세계예요!]바로 류건우의 몸에서 다시 박문대로 돌아갈 때 거쳐 갔던 심상 세계였다.
싱글벙글 웃으며 튀어나온 큰달의 모습도 그대로다.
좀 글리치가 튀는 것도 똑같긴 하지만.
‘그렇다면.’
나도 그… 박문대와 류건우 둘 다로 보이는 모호한 모습이겠군.
아니나 다를까, 큰세진이 평소처럼 호들갑을 떤다.
“이야, 둘이 형제 같네요, 꼭~”
아무래도 미쳐 돌아가는 상황에 침착함을 유지하기 위한 것 같지만 어쨌든 듣는 놈은 좋아하는군.
[헤헤, 감사합니다!]이유를 모르겠다.
어쨌든 헤실거리며 웃던 놈은 곧 이럴 때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는지 표정을 바꿨다.
[저, 여기로 일단 여러분을 모신 건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이에요. 시스템 힘을 제가 좀 가져온 건지… 아무튼 되더라고요!]“충격?”
[예. 음, 나가실 때 선택하실 수 있어요.]큰달이 살짝 비켜섰다.
그러자 오피스텔의 현관이 보였다.
-See you later!
명패가 번뜩인다. 아무래도 저기로 나가면 현실로 돌아가는 모양이다.
[이곳의 일을 기억하실지, 아니면 그냥 잊어버리거나 희미하게 꿈처럼 기억하실지요.]“…!”
그건… 훌륭한 서비스긴 한데 말이다.
‘굳이 잊어버릴 놈이 있나?’
나는 잠깐 고민했으나, 내가 몇 년 상태이상을 끼고 살아서 그렇지 이게 압도적으로 이상한 상황인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말 한번 잘못했다간 약이라도 했다고 오해받을 수준 아닌가.
‘잊는 게 속 편하겠군.’
정정하겠다. 나라면 그냥 다 같이 잊자고 제안할 것 같은데…….
“당연히 기억하고 싶어.”
“…….”
“맞습니다. 이 색다른 환상 속 경험은 분명 새로운 영감이 될 것 같습니다.”
“이제 라임스톤 영화 안 봐도 괜찮아요. 저 직접 했어요.”
다 고민도 안 하고 툭툭 뱉냐?
나는 약간 당황했지만, 누구 하나 주저하는 놈이 없다.
“…그, 여기서 했던 일 중에 꼭 기억하고 싶은 게 있어!”
“오~ 신기하네요. 저도요.”
마지막 선아현까지.
“새로운 것들을 많이 깨닫고, 성장할 수 있던 것 같아서… 저도…!”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생각하시면서 문을 열고 나가시면 돼요!]그러자 환호가 쏟아진다.
“아, 드디어!”
“박문대 너… 돌아가면 당장 비행기 돌려서 숙소 돌아와!”
내 비행기는 아니고 솔직히 바깥이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다만… 아무튼 알겠다.
류청우가 웃으며 멤버들의 어깨를 두드린다.
“고생했다. 우리 그룹.”
“히히!”
“문대문대 빼지 말고 이리 와~”
무슨 대상을 타거나 투어 마지막 무대라도 끝낸 것처럼, 우리는 뭉쳐서 잠깐 포옹했다.
이 자식들 숨 막히네.
‘펭귄도 아니고.’
웃긴 꼴이었을 것 같지만 뭐 어떻냐는 생각이 든다.
“자, 그럼 가자!”
“네넵!”
모든 준비가 끝난 것 같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김래빈이 손을 들었다.
“잠시만, 선배님들께 먼저 권유 드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헉.”
잊어버릴 뻔했는지, 시선이 돌아간다.
‘그러고 보니 VTIC 놈들은 어디 있냐.’
안 보여서 이상하긴 했다.
그래서 따라서 고개를 돌리자, 거실이 아닌 곳에서 놈들이 보인다.
VTIC 놈들은… 사람이 떨떠름해질 만큼 흐뭇한 얼굴로 주방 식탁에 앉아서 이쪽을 보고 있던 것이다.
‘뭐야.’
“테스타분들은 언제나 사이가 좋아서 참 보기 좋다니까, 그렇지?”
“맞아맞아. 다인원이 그러기 힘든데.”
현실에서의 외관을 한 놈들은 기억 없이 위시즈로 데뷔했을 때보다 현실의 자아가 훨씬 강해졌는지, 말투까지 약간 바뀐 상태였다.
그래도 아직 일 년간 보던 놈이 사라진 건 아니다.
채율이 주방에서 걸어 나오며 쑥스럽다는 듯이 웃는다.
“음, 이제 돌아가면 건우 형이라고 부르긴 힘들겠지만… 그래도 말은 놓아도 괜찮을까요? 문대 씨가 아니라 문대로!”
“네.”
“좋아! 문대도 편하게 말해, 알겠지?”
연차 차이 때문에 그건 힘들겠고.
그래도 침묵을 긍정으로 알아들었는지 놈은 밝게 웃더니, 테스타의 작별 인사를 받으며 자연스럽게 현관 앞으로 향한다.
그리고 마지막엔 아예 힘차게 말했다.
“다들 놀러 오세요! 우린 인원이 적어서 가끔 심심하더라고요. 위시즈 때 못 잊을 것 같네.”
“약간 프로젝트 그룹 같은 걸 우리도 해본 기분이야.”
“와, 그거다. 딱!”
그리고 두 놈은 큰달에게 여기로 들어가면 되는 거냐고 한번 묻고는, 손을 흔들고 자연스럽게 차례로 현관을 통해 사라졌다.
“…….”
돌아가면 같은 그룹은 아니니 사실 자연스럽게 자주 볼 일은 없겠다만… 뭐, 쓸 만한 놈들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연락 정도는 괜찮겠지.
나는 나머지 VTIC 놈들도 들어가길 기다리며, 벽에 몸을 기댔….
“……?”
근데 저놈 왜 안 들어가냐.
나는 현관 앞에 선 주단을 보았다.
놈은 고개를 돌리더니, 차유진이 거실 창을 열어보려는 것을 말리려 달려간 테스타와 큰달을 확인했다.
“유진아, 일단 좀 물어보고….”
“이 바보야!”
이미 VTIC과 인사를 해서인지 집중은 확 분산된 상태.
그걸 본 주단이 진지한 어투로 중얼거렸다.
“이 타이밍이 마침 오는군요. 두 분에게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음?”
놈은 표정 없이 말했다.
“두 분 다 과거로 회귀해 보신 게 맞죠. 순서는 재현 형, 그다음이 후배님인 것 같군요.”
“…!!”
저 새끼 뭐야?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가?”
그러나 주단 놈은 오히려 자기가 황당하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채팅창부터 일상 회화까지, 그렇게 대놓고 발언을 하시니 배경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능히 짐작할 만합니다만.”
“…….”
“…….”
아니, 너만 자체적으로 알았다.
“문대 씨의 반사적인 반응을 보니 맞군요. 그렇다면 구조상… 흠, 안타고니스트과 같은 축이 되는 걸 한 끗 차이로 피했다니……. 맙소사.”
혼자 뭐라고 씨불이던 놈은 가벼운 한숨과 함께 무슨 말을 더하려고 들었다.
“그…….”
하지만 곧 자신을 표정 없이 응시하는 청려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즉시 깨갱 한다.
“입 다물고 입대나 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이만.”
주단이 도망치듯 거침없이 현관을 넘어간다. 나는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댄 채로 그것을 보던 청려에게 물었다.
“어때.”
“좀 귀찮을 수도 있겠는데. 그래도 곧 입대해서 좀 낫네요.”
“…….”
나는 한숨을 참았다.
“어디 가서 떠들 놈 같지는 않은데. 귀찮은 게 아니라 편해질 수도 있지.”
“뭐…. 그래요.”
놈은 시큰둥하게 대답했으나, 어쨌든 실실대면서 퓨즈 나간 것처럼 괴상한 대답을 하진 않았다.
‘그걸로 됐다.’
나는 턱짓했다.
“그럼 너도… 개 보러 가라.”
“그래야죠.”
놈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것 같았으나, 곧 턱을 매만지며 작게 말을 덧붙였다.
“…10개월 만인가.”
그리고 희미하게 웃는 얼굴이 스치는 것 같더니, 곧 현관을 나갔다.
“곧 다시 봐요.”
이 말을 남기고.
“…….”
“다들 가셨어?”
“예.”
고개를 돌리자, 차유진을 연행해 온 류청우와 놈들이 보인다.
류청우가 웃으며 옆에 선다.
“말 놓기로 했잖아.”
“아.”
그랬지.
“그래.”
나는 즉시 말을 고쳤다.
류청우에게 잠깐 놀란 듯한 기색이 지나갔으나, 곧 씩 웃었다.
“그래 문대야. 이제 우리도 가자.”
현관문이 다시 열린다.
“다 돌아가자마자 무슨 상황이든 연락하고, 숙소 복귀하는 거 잊지 마!”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발을 옮긴다.
문밖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빛만이 쏟아져 눈을 찔렀다.
하지만 누구도 주저하지 않고 문을 박차고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휘이이잉-
“……!”
나는 귀를 멍하게 울리는 엔진소리에 눈을 떴다.
청려의 전용기.
‘아.’
눈을 돌렸다. 가죽 시트, 상아색 벽면. 광택 나는 카트.
모든 것은 떠나기 전과 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서 잠들어 있는 골드 2, 권희승까지.
숨을 쉬고 있다.
나는 당장 스마트폰을 열었다. 그리고 날짜를 확인했다.
“…….”
[7월 9일 토요일]그대로였다.
변한 건 없다.
“후.”
나는 한숨을 쉬며 자리에 몸을 기댔다.
그러자 이미 눈을 떠서 자신의 자리에 앉아 있던 놈이, 잔을 건넨다.
무알콜 샴페인.
“잘 도착했어요.”
“……그래.”
나는 청려가 내미는 잔을 낚아챘다.
그렇게 나는 현실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