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461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61화
-미친 보드게임;;;;
테스타의 보드게임 한정판 앨범 소식에 팬들의 SNS 타임라인은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미지를 비교해 보니, 그 보드게임이 티저에 등장한 것과 같은 외관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까지 돌자 반응은 더 거세졌다.
-진짜 뮤비 소품으로 썼나 봐
-포카 응용해서 게임하는 구조인가? 어떤 느낌일지 모르겠음 테스타 세계관 나오나?
-파는 방법 아네 정말ㅋㅋㅋㅋㅋ
-와 이건 진짜 가져야 하는데
주로 흥분과 기대였지만, 꼭 좋은 쪽만은 아니었다.
한정 개수 때문이었다.
아무리 차후 일반판이 출시된다고 하더라도 분명히 한정판과는 구성에서 차이가 날 텐데.
-딱 1000개?
앨범을 몇백만 장 팔아치우는 그룹이?
-플미 생각 안 하나 와 장사꾼 엄청 붙겠네
-이걸 어떻게 사 진짜ㅠㅠㅠㅠ
-소속사가 티원 짓 못 버리네
-누가 거기 산하 레이블 출신 아니랄까 봐 그 나물에 그밥ㅋㅋㅋㅋ
덕분에 드디어 테스타의 새 소속사, 오르빗 엔터도 욕을 먹기 시작했다.
실은 일정에 맞추어 급하게 찍어내느라, 몇만 단위로 만들기엔 도저히 생산 일정을 맞추지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일부러 어느 정도 이 부정적 반응을 방치한 감은 있었다.
지나치게 레이블을 신격화하던 분위기를 미리 약간 가라앉히기 위해서였다.
신생 회사와 그룹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차피 일반판의 구성이 한정판과 거의 차이가 없다면 곧 가라앉을 불만이었다.
게다가 컴백인 테스타 자체에 대한 떡밥이 먼저였기 때문에, 팬들은 지금 소속사를 욕하는 것에만 집중할 수도 없었다.
가령 이런 것이다.
-오 앨범 USB형이래
이번에 발매되는 테스타의 앨범은 CD가 아니라, USB였다.
그것도 단독구성.
오로지 앨범 USB와 재생지 박스, 그리고 포토 카드 한 장이라는 담백한 구성으로 끝이었다.
-환경 문제로 앞으로도 계속 USB로 제작할 것 같아
-솔직히 앨범 판매량 과열되면서 쓰레기 넘 많이 나오긴 함 ㅇㅇ
하지만 사진과 가사집을 실물로 받아볼 수 없다는 점은 사람을 묘하게 서운하게 만들었다.
온라인 스트리밍이 대세가 된 시대에, 굳이 앨범을 사는 건 실물 소장의 의미가 더 강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구성품 가짓수가 적은 것이 어쩐지 초라하게 느껴졌다.
USB 내부에 데이터로 사진이나 가사가 포함되어 있을 테지만, 손에 쥐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어쩐지 기분이 식는 것이다.
-음 USB로 3종…
-USB 어떻게 생겼는지라도 좀 보여줬으면 좋겠는데
-인형이나 그런 거였으면 좋겠다
-아니 제대로 알려주는 것도 없는데 예약부터 받네 컨셉 포토라도 좀 공개하든가ㅋㅋ
티저 퀄리티가 괜찮게 나오고, 아쉽게 마무리된 전 앨범의 하이틴 컨셉을 이어간다는 개념 자체에 대한 열광 덕분에 비교적 목소리가 작긴 했다.
하지만 분명히 있었다. 불만의 목소리가 조성하는 묘한 맥빠지는 분위기가.
‘하….’
결국 그것을 신경 쓴 팬들은 일부러라도 더 좋은 점을 찾아내기 위해 애썼다.
테스타의 앨범 예약 상품 페이지에서, 보통 CD앨범에서는 수록되지 않는 특수한 컨텐츠들을 찾아내 일부러 여기저기 떠든 것도 그 일환이었다.
-이번 앨범에 MV 확장판이 들어 있대 USB 형태라서 큰 볼륨으로 시도한 것 같은데 벌써 기대됨
-QR코드 리더 관련 주의문 있다! 뭔가 QR로 읽는 거 있나보다ㅠㅠㅠ 준비 많이 한 것 같아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앨범에 대한 더 구체적인 정보는 컴백일이 다가오는데도 더는 추가로 공개되지 않았다.
‘무슨 생각이지??’
덕분에 문대의 첫 홈마도 손톱을 쥐어뜯을 지경이었다.
컨셉 포토가 한 번 공개되긴 했지만, 지난번 티저 당시와 유사한 느낌의 편안한 하이틴 컨셉이었다.
무난하고 예뻤지만, 특색은 없었다는 뜻이다.
지난 앨범과 지나치게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했고 말이다.
30분짜리 티저를 냈던 ‘행차’, 시네마틱 트레일러를 가져왔던 ‘Better me’, 영화 같던 ‘약속’에 비교하면…….
‘티저도 한 번이고, USB 앨범에, 구성도 단촐해….’
‘가성비’라는 무서운 단어가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설마 새 회사에서 이런 취급 상상 못 했네ㅋ
-뒤통수 얼얼하다~~~음습댕 뭐했누 역시 머갈텅텅 섬별한테만 통하는 음습이었구먼
-셤별도 이제 한 주 활동하고 투어 뺑뺑이 도냐
-이번 타이틀 왠지 직전 타이틀인 포즈랑 비슷할 것 같지 않음? 근데 이제 더 별로인
물밑이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그렇게 불안과 번뇌, 설렘과 기대가 교차하면서 겨우 운명의 날이 왔다.
새 회사에서 맞이하는 테스타의 첫 컴백 날, 그 자정.
드디어 MV가… 떴다.
“…하.”
[테스타(TeSTAR) ‘Roll the Dice’ Official MV]홈마는 심호흡했다.
제목이 주사위인데, 썸네일도 주사위가 있었다…….
어디까지 갈 셈일까.
‘정말 완전 보드게임 컨셉이야? 이 정도까지 오니 뇌절 같다는 생각도 들어서 걱정이…, ……아냐!’
홈마는 쓸데없는 생각을 떨치며, 떨리는 손으로 MV를 클릭했다.
그러자…….
“어?”
화면에 나온 것은… 마룻바닥이었다. 바로 직전 티저에 나온 다락방의 마루였다.
하지만 그때 그곳에 앉아 있던 테스타는 없다. 포커스된 것은 그들이 아니었다.
바로 보드게임판.
그 위로 토큰과 카드가 널려 있다.
하지만 티저에서 얼핏 나왔을 때와는 인상이 좀 달랐다.
칸을 나눈 뒤, 땅 따먹으며 전진하는 뻔한 구성의 그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이렇게 보니… 그보다는 더 정교하고, 실사체의, 건물의 설계도 같은 느낌의….
‘…감옥? 미로?’
그 순간.
카메라가 그 속으로 빨려들었다.
[You have my dice]낮은 목소리가 검은 시야를 울렸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화면.
-Doong…!
일렬로 길게 늘어선 복도.
명암비가 다른 회색이 섞인 돌로 지어진 그곳은 흡사 거대한 지하 던전의 일부 같았다.
바닥의 거대한 녹슨 명패가 잠깐 카메라에 담겼다.
-Keep It Safe
그리고 카메라가 앞으로 이동한다.
뚜벅, 뚜벅.
발소리와 함께 양옆으로 나열된 철문이 보인다. 마치 누군가의 시야 같다.
‘간수인가?’
그때, 또 카메라가 이탈한다.
휘익.
왼쪽의 한 철문 안으로 뚫고 들어간 카메라는, 즉시 그 바닥에 앉은 인영에게로 다가갔다.
그 인영은 하네스가 달린 흰 의상을 입고 있었는데, 흡사 구속복이나 죄수복을 떠올리게 만드는 무대의상이었다.
그리고 살짝 고개를 숙인 그 형상을 보는 순간, 홈마는 즉시 알아차렸다.
눈을 감고 있는… 흑발의 박문대.
‘헙…!’
앞머리가 약간 긴 탓에 눈이 살짝 가려졌다.
그 하얀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순간.
-Pipipipipipipipipi….
어디선가 작은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기계가 뭔가를 감지했을 때, 혹은 작동했을 때 나는 것 같은 소음.
그러자 박문대가 눈을 감은 그대로 손을 들었다.
그리고 어딘가로 내려쳤다.
퍽.
허공에서 감시카메라가 터지는 화면과 함께.
음악이 터진다.
또 감기는 My tape]
경쾌할 정도의 시원한 중고음.
그리고 화면도 경쾌히 위로 솟구치더니, 이윽고 어두컴컴한 밀실을 뚫고 올라가 어딘가의 상층부로 갔다.
그리고 그곳의 천장, 격자가 쳐진 철장에서 내리쬐는 한 줄기 빛을 비췄다.
템포가 오른다.
[심장이 뛰는 순간모든 감각이 Slow]
그 빛줄기 속에서, 뜯어낸 철장 끝에 줄을 걸고 날렵하게 누군가가 몰래 내려왔다.
딱 붙는 가죽 정장을 입고 있는 류청우다.
탁.
착지한 그의 얼굴엔 약간 장난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드럼 비트가 섞이고, 약간 더 락킹한 소리와 함께, 베이스가 묵직하게 질주한다.
[짜릿한 contact말 없는 네 눈 속에
확실한 정답을 찾아서]
류청우가 귀에 손을 대자, 같은 동작을 하고 있는 누군가로 컷이 바뀐다.
바로 안경을 쓴 김래빈이었다.
[선택은 하나그래 전부 가져가 (one more)
꽉 잡은 이 손을 놓쳐도]
어두운 모니터실 앞에 앉아 있던 김래빈은 마치 해커나 직원처럼 보였다.
그러나 곧 무표정으로 도무지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기웃거리더니, 그냥 품에서 송곳을 꺼내 모니터를 부쉈다.
모니터가 지지직거리며 꺼지기 직전.
뒤틀리는 시야각도 사이, 구속복을 입은 차유진이 카메라를 보고 송곳니가 보이게 웃었다.
그리고 모니터가 꺼지며, 침묵.
[Let’s Start, 난전을 시작해]저음의 멜로디와 함께, 프리코러스가 터졌다.
[찾아내 얼굴을 봐I don’t care what’s next]
회색 복도, 밀실, 미로, 모니터링실, 그 밖의 알 수 없는 각종 컨셉추얼한 장소를 뛰어다니는 테스타 각자의 컷이 숨 쉴 틈 없이 연결된다.
[Chaser 오늘도네 손을 멈추지 마]
보기엔 근사하지만, 대체 몇 컷을 찍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컷 전환이 반복된다 싶은 순간, 누군가의 손이 그것을 가로막는다.
면장갑을 낀 손이었다.
[알아내 모든 걸 다Don’t be scared what’s next]
손의 주인은 이세진이었다.
커피를 마시던 군청색 제복 차림 이세진은 빙긋 웃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부서진 모니터를 보더니, 열쇠를 챙겨 흥얼거리며 모니터실을 나갔다.
[Chaser 내일도반전을 끝내지 마]
그리고 후렴구.
[Just roll the dice]댄스 브레이크.
마치 무대들을 교차 편집해놓은 영상처럼, 의상과 배경이 자연스럽게 변했다.
하얀 죄수복에서 군청 제복, 거기서 다시 가죽 정장까지.
“와.”
대체 이것도 몇 컷을 찍었을지… 아니, 뛰어다니는 것보다 더 어마어마한 품이 들었을 것 같았으나, 그것보다도 짜릿하단 생각이 먼저 든다는 게 미안하지만 두근거릴 정도였다.
홈마는 침을 삼키며 영상을 계속 보았다.
후렴이 끝나고 들어간 2절에서는 스토리와 안무가 적절히 섞이며, 본래의 KPOP다운 느낌으로 영상이 돌아왔다.
상징물이 가득하지만, 강렬한 퍼포먼스 비디오 말이다.
다만 스토리는 초반 덕에 제법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어디 보자… 문대랑 차유진이 음, 죄수? 같은 거고. 래빈이랑 청우가 괴도. 그리고 큰세진이가 간수인가?’
그런데 배세진과 선아현은 다양한 차림으로 퍼포먼스에서 등장했지만, 딱 특징적인 역할은 잘 모르겠다고 고개를 기웃거릴 즈음이었다.
[그래 이 Final round]브릿지의 멜로디가 흐를 때였다.
갑자기, 빠른 템포로 바뀌던 화면이 롱테이크로 바뀐다.
…탁.
비추는 것은 거대한 철문 앞에 선 누군가의 뒷모습.
카메라는 곧 반 바퀴 돌아, 그 정체를 보여주었다.
배세진이었다.
‘아 괴도였구나!’
류청우랑 비슷한 차림이었다. 홈마가 고개를 끄덕였을 때였다.
-…….
배세진은 담담히 철문을 쳐다보다가, 옆의 잠금 패드로 손을 뻗었다.
거기엔 열쇠처럼 생긴 묘한 기계 장치가 들려 있는데, 그 가죽 장갑 낀 손이 클로즈업되는가 싶었다.
우우웅.
갑자기 그 손은 면장갑을 낀 손으로, 혹은 상처 난 손으로 지지직거리며 몇 번 바뀌었다.
“…!”
하지만 곧 장갑 낀 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열쇠를 잠금 패드에 연결하는 순간, 기계에서 코드 입력 칸이 떴다.
[_____]‘오!’
배세진은 희미하게 미소를 짓는 것 같았으나….
-퍽!
타격음과 함께, 화면이 사라졌다.
“…??”
[Just roll the diceTrust, take my side]
다음은 없었다.
순식간에, 다시 현란한 퍼포먼스 비디오가 이어졌다.
거기에 홀리면서도 홈마는 여전히 머릿속에 물음표가 남아 있었으나… 결국, 퍼포먼스에 굴복했다.
‘끝에 분명 떡밥 주겠지…!’
그렇다. 힌트는 노래가 끝났을 때 바로 주어졌다. 하지만 그녀가 예상한 방식은 아니었다.
까맣게 변한 화면에서는 배세진의 행방 대신 다른 것이 나온 것이다.
바로 아름다운 얼굴의 클로즈업 샷이었다.
“…?”
그건… 군청색 제복을 입은 금발의 선아현이었다.
그는 카메라를 똑바로 들여다보며, 입을 달싹였다.
-…Choose your side.
부드러운 현악기 소리가 흐르기 시작했다.
천천히 위아래가 검게 닫히는 화면 속에서, 선아현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복도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바로 처음에 나왔던, 그 회색 복도였다.
선아현의 허리에서 검은색 진압봉이 살짝 흔들렸다.
누군가를 진압하기 좋아 보이는.
“…….”
검은 화면.
부드러운 현악기 속, 선명히 두드러지는 군화 소리만 남을 때까지.
-툭, 툭, 툭….
그리고, 글자가 떠오른다.
[Roll the Dice]~Please enter the code
마지막에 뜨는 것은, 깜박거리는 검은 박스.
뮤직비디오에서 배세진이 잠금패드에 접속했을 때 떴던 그것이었다.
그리고….
“……하!”
홈마는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
미친!
‘괜히 걱정했네!’
퀄리티가 무슨 영화 같았다! 기존의 뮤직비디오들과는 좀 다르긴 했지만, 이건 분명히 반응이 올 것이다.
‘외국인 리액션 터지겠네….’
벌써 예상이 됐다.
‘세계관이 좀… 많이 거창하긴 했는데.’
새로운 세계관 같았다! 좀 과하게 힘을 줘서 무슨 드라마 팬 뮤비 같게 느껴질 수준이었다.
‘보드게임이 저 세계관인가? 그걸 하면 이해가 되는 건가?’
그녀가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SNS에 개인 메시지가 쏟아졌다.
‘뭐지?’
그냥 덕톡인가 해서 클릭했을 때였다.
-앨범 상품페이지 떴는데 미친 ㅅㅂ뮤비에 나온 열쇠임
“…??”
-애들 뮤직비디오에 나온 열쇠가 앨범USB라고!!
“…어어어??”
그녀는 입을 벌리며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그리고 그다음 날.
‘빨리! 빨리!’
그녀는 배송받은 앨범을 미친 듯이 개봉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무려 뮤직비디오 소품이었던 USB를 최대한 조심하면서도 허겁지겁 분리해서 컴퓨터에 연결한 후, 그 폴더에 접속하려 했다.
왜냐하면….
‘이렇게 의미심장하게 해놨잖아!’
MV 확장판에 뭔가 있을 게 분명했다! 꼭 그걸 봐야만 했다!
‘이대로 동영상을 클릭만 하면!’
MV 확장판을 볼 수 있겠…….
“…!!”
그러나, 그녀를 반긴 것은 동영상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TeSTAR – Roll the Dice MV 확장판 (Playable) 앱이 디바이스를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하시겠어요?]앱?
그 순간, 그녀는 깨달았다.
“…….”
‘Playable.’
게임.
MV 확장판이라는 것은… 게임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