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478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78화
굉장히 당혹스럽다.
이 상황이.
“무슨 관심 있었어요?”
“…….”
“어떤 활동 봤어요?”
“그냥, 전체적으로.”
숙소를 탈주한 건 차유진 아니냐?
왜 내가 취조당하는 것 같은 분위기가 된 건지 모르겠다.
‘스티어 얘기 안 하고 싶다며.’
날밤 새우고 간신히 찾은 놈한테 강화도 백반집에서 과거가 털리는 상황은, 예상도 못 했다는 뜻이다….
‘근데 이걸 대답을 안 할 수도 없고.’
각 보니 김래빈이 잘 달래놔서 겨우 이놈 긴장이 풀린 모양인데, 내가 말아먹을 순 없지 않은가.
그래서 꼬박꼬박 대답해 주고 있자니 질문이 끝이 없다.
“왜 우리 봤어요?”
젠장.
‘물음표 살인마 같은 성격은 이쪽 차유진도 마찬가지였냐.’
오히려 익숙하니 좋다고 생각하자. 그렇게 침착함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사이 스티어 차유진은 질문을 점점 구체화해 갔다.
“[내 말은], 원인, 계기 있었을 거 아니에요?”
“…….”
음.
나는 녀석을 쳐다보았다.
스티어 차유진은 지난 며칠간 쳐둔 허들을 한 겹 내려놓은 것처럼 직설적으로 변한 상태다.
그러니까 여기서 무난히 대충 넘어갈 만한 대답을 내놓으면 안 된다. 이 눈치 빠른 놈이 바로 알아챌 것을 깨달았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이건 머리 써서 포장하면 오히려 역효과다.
그래서… 나는 그냥 생각나는 걸 그대로 꺼내놓기 시작했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이야기였다.
“무대 직캠을 봤는데, 잘해서.”
“…….”
“포항 쪽 축제였던 것 같은데.”
사실 이름도 대충은 기억했다. 해양수산부에서 주최하는 포항 바다축제였다.
[2X0712 포항오션레져페스티벌 스티어 Full]우연이었다.
“원래 대학 다닐 때 아이돌 행사 영상 찍어다가… 생활비 좀 벌었었는데, 버릇이 남아서 아이돌들 영상보다가 우연히 본 거지.”
그리고 데이터팔이 당시의 감각은 그때도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이놈들은 얼마쯤 하겠다’라는 류의.
그래서 무심코 단가까지 찾아봤었는데, 제법 충격을 받았었다.
‘내 예측단가보다 낮아서.’
심지어 수요도 떨어지고 있는 시점이었다.
‘발 빼는 사람들이 눈에 보였다.’
무슨 대단한 반등용 호재라도 있지 않은 이상, 이대로 흐지부지될 게 뻔한 그런 아이돌 그룹.
그런데도 스티어의 무대만 보면, ‘이미 늦은 걸 아는 사람’ 특유의 그 무기력함은 잘 보이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래서 내가 단가를 착각했던 걸까 했다.
“…….”
…그것 때문인지, 문득 이런 생각도 했던 것 같다.
-내가 찍어서 직캠을 올리면, 또 운 좋게 잭팟이 터질 가능성은?
영린 폭우 직캠 때처럼 말이다.
하지만 사실상 확률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망상이란 것도 알았고, 시행할 만한 돈도 시간도 없었다.
‘애초에 내가 할 이유도 없고.’
그래서, 거기서 끝났다는 소리다.
“…계속 시청하다 보니까 위튜브 알고리즘으로 관련 영상들도 봤다. 무대나 예능 같은 거. 그게 다야.”
“…….”
정말로, 그게 다였다.
나는 입을 다물었고, 차유진도 입을 다물었다.
‘의심하는 건… 아닌 것 같군.’
…그거면 됐다.
나는 짧게 한숨을 참았다. 이걸로 설명은 됐겠지.
“…? …??”
옆에서 김래빈이 대화를 잘 따라가지 못하는지 간신히 소화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이건 나중에 봐주도록 하자.
지금은 내 대가리 챙기기도 바쁘다.
‘사실 이제 와서 이런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얼마 전까지 내가 스티어라는 그룹을 찾아봤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있었지 않은가.
나는 그 당시의 기억이 날아간 채로 박문대 몸에 들어왔다.
재상장 시즌이 흥했다는 단편적 정보만 가지고 있던 20대 공시생 시절 기억이 끝이었지.
그리고 그 이후, 공시를 접고 직장 생활하던 류건우의 기억을 되찾은 건 정말 최근의 일이다.
‘시스템 박살 낼 때 우연히 되찾은 거니까.’
그러니까 이런 질문은….
“그럼… 우리 팬이에요?”
“…….”
아니 이런 질문까지 올 일이 아니라니까 그러네?
“오프라인 스케줄을 간 적은 없으니까 팬이라고 부르긴 어렵지 않나.”
“Really?”
그러나 차유진은 피식 웃었다.
어쭈?
[그러니까, 본래 참가하지 않았던 당신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나왔더니, B급 보이밴드가 완벽히 성공한 KPOP 그룹이 된 건 그냥 우연이라는 거죠?]“…….”
[당신은 전혀, 이 그룹의 운명을 바꾸고 싶은 마음이 없었고. 맞죠?]야.
‘데뷔 못 하면 죽는다고 협박 당했다고 이 새끼야…!’
운명은 무슨 얼어 죽을.
그 후로는 1위 못 하면 뒈지고 대상 못 타면 뒈지고 그렇게 근근이 살았다.
차마 그렇게 말하지는 못하고 묵묵히 빡침을 참았다.
하지만 문득 의심이 들기는 했다.
‘정말 우연인가?’
설마 내가 에서 데뷔한 스티어라는 그룹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시스템이 그것까지 파악해서 소원을 수리했다고?
‘…가능성은 있군.’
어쨌든, 침착하게 오해는 풀자.
나는 진심으로 대답했다.
“정말 오해다. 이건 일종의 나비효과겠지.”
“Umm.”
“나도 기억이 좀 꼬였었거든.”
그리고 내 사정에 대해 약간 부연 설명한 뒤, 다시 한번 강조했다.
“다 떠나서, 애초에 난 그냥 너희 무대랑 예능 좀 본 게 다라고.”
그러나 통하지 않았다.
[멤버 절반이 가쉽으로 사라지고, 단지 3명만 남은 보이밴드를?]“…그러니까 그런 걸 알기 전에 먼저 무대 직캠부터….”
안 되겠다. 이거 계속 같은 말로 돌아오는데….
‘참자.’
나는 침음을 참으며 묵묵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차유진은 이제 완전히 탁자에 몸을 기댄 채로 고개를 까닥거리고 있다. 아주 경계심 대신 여유로움을 되찾기라도 한 모양새다.
그리고 옆에서 김래빈이 이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아! 그래서 강화도를 바로 추천하신 거였군요!”
“What?”
환장하겠다.
“이곳이 저희가 연습생 시절 놀러 온 곳도 맞습니다만, 차유진의 말로는 본인 그룹의 첫 예능 촬영지였다고 합니다. 문대 형께서는 그 사실을 아셨던 모양입니다. 과연!”
“…….”
저 새끼 스티어 이야기 절대 안 할 것처럼 굴더니 김래빈한테 언제 털었냐.
잠깐, 저거 지금도 입 열고 있네.
“맞아. Umm, 두 번째도 강화도였어.”
“그렇구나!”
음?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건… 좀 이상한데.
‘분명 스티어 두 번째 리얼리티가 강화도로 계획이 되어 있긴 했었지.’
그런데 말이다.
“그거 취소되지 않았…….”
“Oh.”
“…….”
“…….”
X발.
나는 바로 깨달았다.
‘이 새끼 낚은 거네.’
일부러 취소된 스케줄까지 알고 있나 떠본 거다.
그것도 데뷔 초 스케줄을.
‘이 새끼가!’
차유진이 히히 웃으며 자세를 고쳤다. 나는 미간을 문질렀다.
혹시 또 기억에 문제가 있냐, 시간 선이 다르냐 등 미친 소리 나올까 봐 바로 팩트체크하려고 했더니 이걸로 사람을 낚는다?
“오해다.”
“OK.”
“오해라고.”
나는 너희 앨범 한 장 산 적 없는 사람이다….
‘이런 정보는 그냥 타임라인 정리하다 보면 알 수 있다고.’
그러나 차유진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제 생각에는 이제 모든 것이 명백해진 것 같은데요.]차유진이 손을 내밀었다.
꽤 정중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
“저는 팬 보는 거 굉장히 오랜만이에요.”
망할.
나는… 손을 내밀어 악수했다.
“…!”
본인이 손 내밀어 놓고 왜 놀라냐.
…그리고 팬이라고 말하긴 그렇지만, 어쨌든 돈 한 푼 직접 안 쓰고 이놈이 제공하는 컨텐츠로 무료함을 버틴 건 사실이다.
그건 빚이라고 말해도 될 것 같다.
“그래, 반가웠다.”
“…….”
스티어 차유진은 꽤 긴 시간 동안 말없이 악수를 계속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어깨를 으쓱했다.
“‘문대 형’ 아쉬울 것 같아요. 내가 이 차유진보다 잘생겼어요.”
그건 좀 논쟁의 여지가 있을 것 같은 발언이군.
“그렇게 자신할 만한 요소가 있어?”
“나 여기 문신 있어!”
“뭐?!”
팔뚝 가리키는 차유진과 경악하는 김래빈은 둘이 놀게 놔두고….
아무튼, 이제 된 것 같다.
‘…수습한 거지?’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팬이라고 말할, 아니, 어차피 진짜 팬도 아니니까 그렇게 말해봤자 경계심만 더 키웠을 수도 있었으니 이게 베스트인가.
‘이걸로 저놈도 덜 스트레스 받는 것 같으니까 이게 최선….’
나는 시큰한 미간을 누르며, 물을 따를 생각으로 상반신을 숙였다.
그때였다.
탁자로 액체가 후두둑 쏟아졌다.
물은 아니었다.
“무, 문대 형?”
아, 망할.
코피다.
***
“괜찮으십니까? 역시 응급실로 가는 게….”
“괜찮다니까.”
나는 이미 멎은 코에서 얼음팩을 때며 중얼거렸다.
밤 좀 샜다고 코피 흘리는 건 또 처음이다. 때도 안 그러더니, 역시 바쿠스가 필요했다.
‘할 일이 많아서 뇌에 과부하라도 온 건가.’
머리에 피가 쏠려서 압력이 코로라도 빠져나오려고 한 것 같다.
아무튼, 차라리 머리가 맑아졌다는 뜻이다.
“슬슬 사람이 보이는데.”
“예.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지금 편의점 앞 간이 파라솔 의자에 앉아 있다.
저기 멀리 바닷가에나 사람이 몇몇 보이는 데다가, 우리가 다 후드 티 눌러 쓰고 마스크 쓰고 있어서 아직 알아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언제 올지 모르니 슬슬 택시 타고 돌아가긴 해야겠는데….
“Hey, 마셔요.”
이놈이 문제군.
‘순순히 따라와 줄지 모르겠는데.’
“고맙다.”
어쨌든, 나는 차유진이 내미는 이온 음료를 따서 마셨다. 그리고 잠깐 멈칫했다.
“…….”
이거 데뷔 초에 스티어가 광고하던 음료수 아닌가?
“Wow, 문대 형 그것도 알아요?”
“뭘.”
스티어 위키 광고 탭에 정리된 글 읽은 거다.
나는 음료수를 계속 마셨다.
그러자, 옆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미안해요.”
“…….”
“혹시 저한테 실망했어요?”
“아니.”
나는 음료수를 입에서 뗐다.
“내가 더 신경 썼어야 했는데, 못해서 오히려 미안하지.”
“…….”
나는 농담처럼 덧붙였다.
“우린 T1이랑 싸우고 나왔거든.”
“What?”
그렇게까지 경악할 일…이 맞긴 하군.
“그래서 T1이랑 관련된 스케줄은 다 막혔어. 그것 때문에 더 평판에 신경 썼지. 초조하니까.”
“…….”
“통제했다고 느꼈다면 미안하다. 맞아. 처음 만난 우리가 그럴 권리는 없지.”
김래빈의 말이 맞았다.
나는 옆에 앉아서 남은 얼음팩을 포장 중인 녀석을 힐끗 쳐다보았다.
녀석은 자신이 어마어마한 사회성 업적을 세웠다는 것을 꿈에도 모르는 얼굴로 심각하게 내 코피나 걱정하고 앉아 있다.
‘나 참.’
그때였다.
“Hey.”
차유진이 코를 찡그리며 어깨를 움츠렸다.
“저는 쓰레기 아니에요.”
넌 갑자기 무슨 소리냐.
“팬한테 감사하는 마음 있어요. 문대 형 우리 팬이니까 감사해요.”
“앨범도 산 적 없는데 무슨.”
[…어떤 가치는 돈과 관련 없을 수도 있죠.]자본주의의 총본산 출신답지 않은 발언을 한 녀석은, 턱을 괸 자세 그대로 자신의 무릎에 머리를 댔다.
“고마워요.”
“…….”
나는 음료를 마저 마셨다.
“나도 고맙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콜택시를 불러서 숙소로 돌아왔다.
차유진은 대꾸하거나 도망치지 않았다. 그냥 얌전히 김래빈과 잡담을 하며, 자연스럽게 택시에 함께 탑승해 줬을 뿐이다.
그리고 그걸로 모든 일이 해결됐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말이다.
“유, 유진아!”
“……다행이다.”
이렇게 상황을 반겨주는 녀석들 사이로, 썩 안색이 좋지 않은 류청우를 발견하지만 않았어도 말이다.
‘뭐냐.’
강한 X됨의 예감이 느껴졌다.
“청우 형, 무슨 일 있어요?”
“……음.”
?있다는 뜻이다. 망할.
“회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직원분들 짐작이니까. 너무 걱정하지는 말고 들어.”
“…….”
“이테르가 오늘 썸머풀이라는 행사에 스페셜 게스트로 나온다는데.”
뭐?
나는 그 말에 숨겨진 뜻을 깨달았다.
“…원래 스케줄이 아니었는데, 갑자기?”
“갑자기.”
그렇다.
이테르는 오늘, 갑작스럽게 워터풀과 유사하지만 더 작은 행사에 무보수에 가까운 페이로 출연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왜 우리 회사가 그걸 허겁지겁 듣고 연락을 했는가.
“아무래도… 회사에서 유진이 관련해서 말이 샌 것 같대.”
“…….”
그러니까, 차유진이 탈주했다는 것이, 회사 누군가의 입을 통해서 그쪽 관계자의 귀에 들어갔고…….
“만약에 너희가 유진이를 못 찾아왔으면, 저녁에 기사가 났을 수도 있겠지.”
저쪽 관계자는 이번 워터밤 행사가 테스타의 악재가 될 것을 예상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교군이 될 수 있게, 비슷하지만 규모 작은 행사에 황급히 이테르를 끼워 넣었다.
‘X발.’
머리 좋네.
‘이러면 규모가 좀 작은 것까지 신인의 열정과 패기로 스토리텔링이 된다.’
연차가 차고 인기가 많아져서 배가 불러 탈주한 1군 아이돌 멤버, 혹은 워터밤을 취소한 아이돌 그룹과 대비되며 입소문을 노리겠다는 거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차유진이 개같이 폭주했을 때를 가정한 이야기다.
“…예. 그렇지만 차유진이 무사히 복귀했으니까 그 소속사가 노리는 효과는 안 날 겁니다.”
“응. 그래서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한 거야. 괜히 말 안 했다가 나중에 네가 더 불안해할 것 같아서.”
“…….”
그건 맞군.
류청우는 희미하게 웃었다.
“어쨌든 좀 쉬어. 회사랑 연락은 내가 해도 괜찮으니까. 행사까지 아직… 음, 네 시간 정도는 자도 괜찮을 것 같다.”
“음.”
그건 안 되지.
“아뇨, 저희 대형 한 번 더 맞춰봐야죠. 파트도 체크해야 하고. 센터가 빠졌으니까 좀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은데요.”
애초에 차유진의 존재감을 상정하고 만든 곡을 그놈 빼고 하려면 조율을 더 칼같이 해야 했다.
그러나 류청우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 안색이 너무 안 좋아. …그럼, 일단 바로 자고 있자. 그럼 우선 우리가 먼저 맞춰둘 테니까….”
“저녁에 그룹 스케줄 있어요?”
“…!”
칠 뻔했다.
차유진이 갑자기 불쑥 대화에 끼어들었다.
‘뭐냐.’
‘스케줄 있냐’고 물어봤으면서, 녀석은 대화를 유심히 듣기라도 한 건지 별로 궁금해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맞아. 행사야.”
“거기 ‘차유진’이 없어서 곤란해요?”
“…약간은.”
“Umm.”
스티어 차유진은 생각에 잠긴 듯이 잠깐 허공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김래빈까지 한번 쓱 돌아보았다.
…설마?
“[당신이 코피까지 흘린 건 절반은 내 탓이죠.] 저도 책임감 가지고 있어요. 그러니까….”
“…??”
“저 오늘 저녁 스케줄 해야 해요.”
“…!!”
“지, 진짜?!”
“저 거짓말 안 해요.”
“차유진!!”
거실이 감탄과 비명, 그리고 당황으로 가득 찼다.
나도 거의 입을 벌릴 뻔했다.
‘…상상도 못 했다.’
스티어 차유진이 임시 스케줄에, 합류했다.
그것도 워터밤에.
그러나 잠시 후.
“문대문대, 잠시만.”
“어.”
큰세진이 조심스럽게 나를 불러냈다.
“저 유진이가 협조해 주는 건 정말 잘된 일이긴 한데… 우리 워터밤까지 몇 시간 안 남은 거 알지?”
큰세진이 빠르고 정확하게 말했다.
“우리 유진이만큼 못하면 차라리 그냥 빠지는 게 나을 수도 있어. 어차피 건강 문제로 이야기도 다 됐으니까.”
“…….”
“어떻게 생각해?”
합리적인 걱정이고, 냉철한 판단력이었다.
아마 다른 정보 값이 없었다면 나도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피식 웃었다.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
“연습 바로 들어가자.”
다른 말은 필요 없을 것이다.
딱 한 번.
안무 쿨이 돌고 나면 이놈의 걱정이 사라질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그 자리에 다른 감정이 생긴다면 모를까.
“…오케이.”
그리고 30분 후.
“…!”
내 예상이 실현되었다고 말해두겠다.
그렇게 워터밤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