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507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07화
-1차 조정
이전에 보았던 것과 비슷한 팝업.
그리고 또다시 팝업이 이어진다.
[‘■■■ (ver.2.1 Beta)’ 적용 중] [완료!]]시스템 업데이트 완료 팝업.
“…….”
머릿속 떠오르는 것은… 의문이다.
‘왜?’
지난번에는 스티어 차유진의 상태가 회복되니 조기 완료되지 않았나?
지금은 뭐 하나 해결된 게 없다. 류청우는 기억을 되찾고 싶지 않다는 포지션을 절대 바꾸지 않았다.
설마 협조적인 상태로 함께 무대를 해서 완료 된 건가? 하지만 이번이 첫 번째 무대도 아닌데, 대체 뭘 기준으로 조기 완료….
‘잠깐.’
나는 심호흡했다.
너무 생각이 길어졌군.?
‘번잡하면 안 된다.’
그리고 나는 겨우 침착함을 되찾고, 차가워진 머리로 이성적인 결론을 내놓았다.
기한보다 빠른 완료?
‘그런 건 없었어.’
애초에 기한이 없던 것이다.?
이번엔 전과 달리 ‘완료까지 D-30’ 같은 설명은 없었다.
애초에 파편을 흡수해서 상위 버전으로 업데이트한 게 아니라, 내가 쓰지 않으니 이 새끼가 자체적으로 알아서 자신을 재조정 중인 상황이지 않은가.
‘ver.3가 아니라 ver.2.1이야.’
그러니까 이건 그냥, 될 때가 되어서 완료된 것이다.
시스템이 자체적으로 완료한.
띠링.
그리고 내 결론에 응답하듯이 팝업이 하나 더 떴다.
[‘회사용 ’을 ‘미리보기’하시겠습니까?]‘…미리보기.’
다시 머릿속에 의문이 가득 찼다.
미리보기면 시스템 재가동은 아닌 건가??
그러고 보니 앞선 팝업에 ‘1차 조정’이라는 문구가 있었지. 그렇다면 이 ‘미리보기’를 통해 내 만족도를 측정해서, 필요하면 시스템을 새롭게 업데이트를 하겠다는 건가?
류청우의 기억은 어떻게 되는 거지? 시험 삼아 돌려주는 건가, 아니면 시스템이 살아나는 게 아니라 미리보기일 뿐이니 돌려주지 않는 건가.
이것까지 아예 누르지 않고 버틴다면 패널티는? 또 시스템이 자기 멋대로 굴 위험은?
대체 어느 쪽이 더 가능성이 있는 거지? 어느 쪽으로 기준을 두고 판단해야….
아, 망할.
나는 침대 헤드에 머리를 박았다.
쿵.
‘X발, X발…!’
뭐 하나 결론이 딱 떨어지지 않으니 이렇게 개 같을 수가 없었다.
대체 이 지랄을 몇 번이나 하는 건데.
왜 업데이트랍시고 하는 과정에 이딴 게 필요한 거냔 말이다.
“괘, 괜찮으십니까, 형?”
“…….”
“어지러우시거나 두통이 일어나는 중이라면 얼음팩이라도….”
“…괜찮다.”
나는 느릿하게 머리를 들었다.?
룸메이트인 김래빈이 식은땀이라도 흘릴 것처럼 걱정 가득한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다. 아무래도 내가 실수로 머리를 침대 헤드에 박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저놈, 지난 무대 준비하면서 제대로 못 쉬었을 텐데.
“넌 잘 쉬고 있는 중 맞냐.”
“예! 다음 촬영까지 정양하라는 말씀 잘 지키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
“형, 머리는 정말 괜찮으십니까…?”
어. 깨질 것 같다.
침대에 박아서 그런 건 아니지만.
“그건 괜찮고.”
나는 팝업을 다시 쳐다보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할 말이 있다. 너 포함해서 다른 멤버들 전부 거실로 좀 모이자고 하자.”
더 미루고 숨겨도 의미 없는 짓이었다.
* * *
박문대의 소집으로부터 한 시간 후 테스타 숙소.
동갑인 두 사람, 선아현과 이세진의 방 안에서는 방주인들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둘의 대화 주제는 하나였다.
팝업을 본 박문대가 거실로 자신들을 불러서 전달한 이야기다.
-…업데이트가 완료됐는데.
그는 숨기지 않고 자신이 받은 내역을 거의 그대로 공유했다.
시스템을 직접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할 부분들은 예시와 비유까지 들어가며 전달하는 것은 의외로 친절한 박문대다운 면모였다.
그러나 동시에… 지극히 피로해 보였다.
-이걸 누르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솔직히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더 생각하고 알아볼 테니까 너무 걱정은 말고.
그래서 선아현은 여기, 같은 나이면서 몇 년의 세월을 거치며 신뢰를 쌓은 친구에게 자신의 걱정을 털어놓고 있는 것이다.
선아현은 긴 다리를 모아 침대에 앉아서 약간 초조한 듯이 중얼거렸다.
“문대가, 걱정돼.”
“…….”
“무리하고 있는 것, 같아….”
그리고 이세진은 그 말에 반박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도 아까 박문대의 브리핑을 듣자마자 비슷한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저러다 진짜 큰일 나겠는데.’
물론 기억을 잃고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지금의 류청우가 어떻게 반응할지도 가장 먼저 신경 쓰였다. 다들, 심지어 박문대까지도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박문대의 이상을 눈치채지 못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안광이 거의 죽었다.
‘걔가 무리하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세진은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 입맛이 썼다.
그래도 본래대로라면, 이세진은 여기서 상대를 안심시켜주기 좋게 유들유들한 이야기를 꺼냈을 것이다.?
솔직하게 자신도 불안하다고 떠들어봤자 상황만 악화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음, 맞아. 누가 봐도 무리하는 것 같지.”
해결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아현은 대인관계에서 조금 서툰 모습을 보일지언정, 진중하고 세심한 타입이었다.
‘논의해 볼 만해.’
물론, 자신이 진심도 아니게 입을 턴다고 선아현이 자기합리화식으로 안심할만한 부류도 아니었고 말이다.
그래서 그는 꽤 거침없이 사실을 이야기했다.
“청우 형이 기억해내고 싶어 하는 것 같지가 않더라. 그러면 이제 얼마나 부담되겠어. 우리 중에 그 상태창인지 뭔지를 볼 수 있는 건 문대뿐이잖아.”
“…문대가.”
선아현은 입술을 이로 눌렀다.
“저, 그럼 만약에 청우 형이 끝까지, 거절한다면…. 문대는, 그걸 누르지 않을까?”
이세진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아니. 할걸.”
그게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선다면, 박문대는 마음이 아프고 나발이고 일단 할 녀석이었다.
어쩌면 그래서 테스타가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그 많은 논란과 사건 사고에도 파죽지세로 활동을 치고 나올 수 있었던 것일 터다.
하지만, 큰세진은 거기에 뒤따르는 여파도 알았다.
“근데 하고 나서 엄청 힘들어 하겠지.”
“…….”
“문대가 좀… 자기가 다 책임지려고 하잖아.”
당장 지금 이 사태가 난 것도 자기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놈이었다.
‘잘못하면 진짜 스트레스 때문에 무슨 일 날 수도 있어.’
이세진은 아직도 데뷔 초 썸머 패키지 촬영 당시에 났던 난리를 기억했다.
박문대가 거의 트라우마 발작하면서도 아득바득 촬영을 진행했던 것 말이다.
그는 손을 쥐었다 폈다.?
‘…아, 어쩌다 이렇게 됐냐.’
아이돌로 성공한 것도 꿈 같은데, 정말 말 그대로 꿈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 계속 일어나니 이세진 같은 현실주의자에게는 난감한 일이었다.?
심지어 이렇게까지 마음 쓸 친구를 만날 줄도 몰랐는데, 그 친구한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집중되니 말이다.
그래서 이세진이 어떻게든 해결 방법을 생각하기 위해 침묵할 때였다.
“저기, 좀 더… 이야기해보자.”
“응?”
선아현이 결심한 얼굴로 먼저 입을 열었다.
“다른 멤버들한테도, 말해보고…… 청우 형과도, 다시 대화해보자. 지금까지 무대를 연습하느라 시간이 없고, 다들, 유진이 때 일 때문에… 조심스러워서 대화를 거의 못 했다고, 생각해….”
이세진은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그러게.’
류청우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만 했지, 깊이 대화를 하거나 설득할 생각을 못 했다.
차유진 때 안 좋은 꼴을 봐서 무의식 중에 제외한 것이다.
선아현은 깊게 생각하는 듯이 말이 없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의 청우 형도, 우리한테 잘해주시지만, 분명 불안하실 거야. 그래서 기억을 찾고 싶지 않으신 걸 수도, 있고……. 좀 더 깊이 대화를 해보는 게 맞다고, 생각해.”
“…….”
이세진은 경청했고, 선아현의 말이 약간 더 빨라졌다.
“지금 그러지 않아서, 문대도 더 힘들 것 같아.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아무도 도와주지 못하니까….”
“네 말이 맞아.”
이세진은 즉시 동의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화하던 상대가 갑자기 대화를 마무리한다고 심기가 상하진 않을 친구라는 걸 알았으니까.
“얘기, 지금 해보자.”
“…….”
선아현도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일으켰다.
이세진과 선아현은 같이 방을 나섰다.
그리고 다시, 한 시간 후.
“박문대.”
둘은 자기 침대에 쥐 죽은 듯이 앉아서 눈을 감고 있던 박문대를 불렀다.
박문대는 눈을 뜨자마자, 자신의 룸메이트가 방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룸메이트를 방 밖에서 발견했다.
정확히는, 자신을 제외한 모든 멤버를.
“무슨…….”
“우리 대화 좀 해봤는데, 너한테 말할 게 있어.”
이세진은 통보처럼 말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편하게 너 좋을 대로 해도 괜찮다’는 안 된다.
결과를 책임져 줄 게 아니지 않은가. 그냥 자기 마음 편하게 결정과 책임감을 떠넘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러니까.
“지금 미리보기 눌러.”
결정도 이쪽이 해야 했다.
* * *
“뭐?”
나는 귀를 의심했다.
“지금 무슨 이야기하는 건지 알고 있냐.”
“당연하지.”
갑자기 남의 방에 멤버를 다 끌고 쳐들어온 것치고 이세진은 태연했다.
그건 같이 찾아온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멤버들끼리 토의해서 다수결로 나온 결과야.”
“…….”
“아니, 너 그 회사 시스템이라는 건 우리 다 같이 쓰는 걸로 하겠다며. 지난번에 앨범 만들 때도 그랬잖아.”
이세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다수결에 순순히 항복하고 눌러라~”
어처구니가 없었다.
더 웃긴 건 주변에서 몇 놈이 동조하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여기 청우 형과도 이야기 다 했어.”
“…….”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뒤에 서 있던 스티어 류청우는 꽤 담담한 얼굴이었다. 여론으로 눌린 반발심은 없어 보였다.
“계속 미루면 위험한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들었어. 그리고 이건 기억이 돌아오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
“믿을게. 굳이 나한테 거짓말을 할 필요도 없었다는 걸 알거든. 그냥 설명 없이 기억을 돌려주면 되니까 말이야. 그런데 그러지 않았지.”
그리고 녀석은 희미하게 웃었다.
“…무대 준비하면서도 느꼈지만, 너희는 신뢰할만한 팀원들인 것 같아.”
“형…….”
주변 멤버들에게서까지 반응이 나왔다.
그럴 만큼 제법… 감동적이기까지 한 발언이었다. 기억 날아가서 타인이 된 사람에게 몇 주 만에 신뢰한다고 직접 들은 것이니까. 나도 순간 동요할 정도였다.
하지만, 동시에 묘한 감각도 느꼈다.
옅은 위화감.
‘뭐지?’
하지만 그 찝찝한 무언가는 구체화하기도 전에 머릿속을 스치듯 지나갔다.?
그리고 지금은 그보다 확실한 정황이 눈앞에 보였다.
모두가 합의해서 나한테 통보한 것이다.
‘미리보기’를 누르라고.
“…….”
웃기는 건, 갑자기 마음이 평온해진다는 점이다. 무슨 안심이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미쳤나.’
선택권은 무조건 가지고 있는 게 좋은데, 다수결로 정했다고 통보받았으면서 뭐가 좋다고 안심하고 지랄이란 말인가.
하지만, 머리가 가벼워졌다는 점은… 도저히 부정할 수 없다.?
‘…그래. 덜 부담스럽긴 하다.’
나는 결국 팝업을 불러냈다.
“그럼 눌러보겠습니다.”
“그래.”
[‘회사용 ’을 ‘미리보기’하시겠습니까?]나는 ‘예’를 눌렀다.
그리고 그 즉시, 팝업이 바쁘게 변하기 시작했다.
색이 돌아오며 번뜩이는 홀로그램.
[‘미리보기’ 시행]몇 가지 가능성을 생각했다.
류청우의 기억은 돌아오지 않은 상태로 시스템만 재가동된다, 설문조사 기능이 활성화된다, 그리고 희박하지만, 그대로 류청우의 기억이 돌아와 버리는 것까지.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정답이 아니었다.
“……! 윽,”
“래빈아?”
나는 넘어지는 김래빈은 아연실색한 얼굴로 쳐다보는 놈들을 보았다.
그리고 동시에 깨달았다.?
미리보기라는 건, 다음 타자를 의미하는 거였다.
이번 타자, 류청우는 보류한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