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513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13화
새벽에 스티어 출신 녀석들을 다 모아놓고 한바탕 떠든 이후.
“후.”
나는 몇 시간 후, 아직 창가의 빛이 어슴푸레할 때 침대에서 일어났다.
본래 기상 시간보다 이른 시간이었다.
그래, 솔직히 말하자면 잔 게 아니라 눈만 붙이고 있었다. 잠이 안 오더라고.
머리가 좀 지근거렸다. 이게 시스템에 대가리 처박은 후유증인지, 30대 몸으로 밤샌 후유증인지 모르겠다.
큰달 나름대로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 같으니 전자일 확률이 훨씬 높을 것 같긴 하다만.
‘이제 내 몸도 아니라 제대로 써야 하는데 말이지.’
그나마 오늘이 쉬는 날이라 다행이군.
나는 류건우의 몸 상태를 점검한 뒤, 이번엔 바닥에 누워서 자고 있던 큰달을 확인했다.
참고로 잠자리가 이렇게 할당되기까진 상당한 대화가 오갔다.
우선 내 정신 건강을 걱정하는 소리를 몇 분간 들은 뒤, 큰달이 이렇게 소리치는 것을 들은 것이다.
-역시 형이 침대에서 주무세요! 애초에 형 침대니까….
-그래.
-…? 지, 진짜요?
-어.
어차피 끝나고 몸 바꾸면 네가 침대에서 자고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불 바닥에 완전히 뻗은 녀석을 보며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지금이 그때고.’
나는 잠시 눈을 감고 있다가, 곧바로 상태창을 불러왔다. 정말로 ‘이 일이 끝났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그리고 불러보았다.
‘…이세진?’
스티어 배세진.
팝업으로 대화를 나누던 이세진A를.
“…….”
그러나 응답은 없었다.
허공엔 마지막으로 받은 팝업 하나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이세진A : 고마워.]“…….”
여기엔 녀석은 더 이상 없었다.
그렇다는 건… 어느 쪽이든 일이 마무리되었다는 뜻이다.
‘스스로 확인하고 싶다’라며 배세진의 의식을 찾아가 보겠다던 녀석은… 어쨌든, 더는 남아 있지 않다는 거다.
‘그래.’
나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침대에 머리를 대고 누웠다.
가만히 있어도 의미는 없었다. 할 일을 모두 끝냈으니, 돌아갈 시간이었다.
‘쓸데없이 자는 녀석 깨우지 말고 빨리 정리할까.’
허공에는 이세진A와의 팝업 외에도 반투명한 상태창이 보였다.
[파편 기록 열람 중]-미션 실패 : 원상 복귀
하단에는 경과 시간이 적혀 있었다.
(04:11:21 / 48:00:00)
4시간이라.
체감은 하루 이틀은 지난 것 같은데 말이다.
[파편 기록 열람을 종료하시겠습니까?]어쨌든, 예상대로 열람은 시간 내에서 언제든지 중단할 수 있었다.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종료]시야가 짧게 점멸하며 아찔한 것 같더니, 곧 멀쩡해졌다.
그리고 나는 내가 바닥에 누워서 눈을 감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박문대의 몸이었다.
새롭게 생긴 고통은 없었다.
‘윽,’
다만 관자놀이를 바늘로 쑤시는 것 같은 두통은 끝나질 않는다. 시스템 주무른 후유증 말이다.
‘이 빌어먹을 압력은 계속 남아 있는 건가?’
하지만 류건우로 돌아가서도 여전히 잘 자는 큰달을 보니, 저쪽 몸에는 남아 있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럼 차라리 이게 낫긴 하군.’
저지른 놈 정신에 귀속인 편이 낫다. 갑자기 한밤중에 몸 바뀌고 두통까지 덤으로 얻어가면 어지간히 X 같겠지 않은가.
나라면 가만 안 둔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가 저지른 상황은 알아서 처리하는 현 상태도 나쁘진 않다.
‘기껏해야 며칠 가겠지.’
큰달 같은 경우에는 자면 회복된 것 같은데, 나는 지금 잠이 안 와서 좀 지근거리는 것뿐이다.
나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일어났다. 다른 녀석들이 깨어나기 전에 주방에서 물이라도 마시면서 기다릴 생각이었다.
그리고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순간.
보았다.
“…….”
새벽에 가까운 이른 아침, 아직 어둑하고 적막한 주방.
그곳의 아일랜드 식탁에는 이미 선객이 있었다.
어두운 실루엣은… 배세진이었다.
“…형?”
“…….”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녀석은 손에 물 한 잔을 든 채로 우두커니 그곳에 서 있었을 뿐이다.
나는 재촉하지 않고 녀석이 응답하기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
녀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들고 있던 물을 마셨다. 그리고 내게 물었다.
“물 마실 생각이야?”
“…그렇긴 한데요.”
그 대답에 배세진은 조용히 정수기 앞으로 가서 물 한 잔을 더 받았다. 평소 이른 아침과 다를 바 없는….
‘아니지.’
…배세진이 맞는 건가?
나는 유독 침착해 보이는 놈의 거동을 보다가 문득 그런 가능성을 떠올려보았다.
‘……이세진A?’
그 사이 녀석은 정수기 사용을 끝마쳤다. 그리고 물 잔을 든 채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이윽고 창가 근처를 지나가며, 옅은 햇빛이 컴컴한 인영을 밝혔다.
녀석은…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그… 너지?”
“예?”
“걔 보낸 거 말이야. 그…!”
배세진이 맞군.
맥이 탁 풀릴 만큼 놈다웠다. 그리고 하나를 더 확인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만나셨군요.”
‘이세진A’가 성공적으로 이 녀석과 통신했다는 것 말이다.
“맞아.”
배세진은 무슨 말을 덧붙여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이 잠깐 침묵했다가, 천천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기억은 받았어.”
“…….”
그랬던 건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때, 녀석이 덤덤하게 덧붙였다.
“다 받은 건 아니지만.”
음?
* * *
몇 분 전.
같은 얼굴의 두 사람이 대치 중이었다. 그중 넘긴 머리에 눈매가 더 옹골찬 쪽이 단호하게 말했다.
-경험하지 않은 시간에 대해서 네가 소유권을 주장할 수는 없어. 그만둬.
“아까부터 대체 무슨 소리야. 그게 내 과거라면 내가 경험한 게 맞잖아! 잊어버렸다고 없던 일이 돼?”
-…!
‘맡겨뒀냐.’, ‘내 마음이다’로 요약될 수 있는 이야기가 끝없이 오갔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말다툼이 잠든 배세진의 무의식 속에서 벌어지는 중이었다. 진정한 의미의 내적 갈등이었다.
-나는 네 의식이 과거의 기억을 받아 구현된 거야. 그러니까 기억을 시범 삼아 되찾아본 스스로가 기억을 되찾지 않겠다고 판단한 것과 다를 바가 없어.
“무슨 소리야. 너도 내가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잖아.”
좀 더 감정 표현이 노골적인 쪽이 인상을 찌푸렸다. 테스타 배세진이다.
“그런데 어떻게 나랑 똑같은 판단을 했다고 확신할 수 있어? 그건 아집이야!”
-궤변이야.
“너야말로 궤변이거든!”
그리고 둘 모두 정신적으로 헉헉거리며 암묵적으로 휴전 상태에 이르기까지 된 것이다.
-…….
“…….”
둘은 서로를 질렸다는 듯이 보면서도 꿋꿋한 얼굴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비록 경험한 것이 다르다고 해도, 같은 사람인 만큼 사고방식이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먼저 입을 연 것은 이세진A였다.
-네 주장은 알겠어.
다년간의 법정 싸움과 수감 생활은 그에게 피할 수 없는 상황을 인정하고, 빠르게 다른 루트를 짜내는 지혜를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적지는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정권은 나에게 있어.
“…!”
바로 설득을 포기하고 바로 행동해 버리는 것이다.
“잠깐…! 그럼 이렇게 하자.”
다만 배세진 쪽은 약간 더 변칙적이었다.
전전긍긍 고민하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해도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몇 년간 학습했기에.
‘이렇게라면…!’
그는 과감하게 입을 열었다.
“일부만 줘.”
-…….
“어차피 잠에서 깨면 다른 멤버들한테 사정을 들을 수 있어. 하지만 직접 듣는 편이 왜곡되지 않고, 스스로 이해할 수 있잖아.”
걱정해서든, 말하는 게 불편해서든, 자의적이든 아니든 다른 사람의 입을 거치면 사실은 왜곡된다.
그건 이세진A도 잘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네가 주기 불편한 부분은 안 줘도 괜찮아.”
-…….
“하지만 내가 제대로 판단하기 위해서 필요한 만큼은 받아야겠어.”
잘못 이해하지 않도록 말이다.
이세진A는 말없이 자신과 똑같은 얼굴의 동명일인을 쳐다보았다. 배세진은 침을 삼킨 것처럼 긴장감을 느꼈다.
그리고 잠시 후.
“…!”
담담한 얼굴의 이세진A가 손을 뻗었다.
-그래.
악수의 손이었다.
배세진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서, 그것을 맞잡았다.
그리고.
[——–]의식 속으로 기억이 쏟아져 들어왔다.
시야가 없어졌다.
‘헉,’
배세진은 처음 경험하는 위압감에 잠시 숨을 멈췄다.
그래도 압도감은 잠시였다. 곧 물에 잠긴 듯 푹 젖은 감각 속, 의식이 선명해졌다.
처음 느낀 것은… 메시지.
-누구야?
자신이 누군가에게 보낸 메시지였다.
검은 공간 속, 낯선 인영.
류건우. 그러니까…….
‘…박문대??’
[저는 지금의 당신과 같은 그룹인 멤버입니다.]배세진은 깨달았다.
자신이 받은 것은 이세진A의 인생이 아니었다.
이 직전, 이세진A의 기억으로서 시스템 속에서 박문대와 대화를 나눈 짧은 시간, 그 끄트머리의 기억을 받은 것이다!
‘…! 이것만??’
배세진도 처음엔 당황했다. 그리고 직후에는 사기를 당했나 싶은 생각에 격분할 뻔했으나, 곧 상황을 파악했다.
‘아.’
여기까지 도달하게 된 이세진A의 경험, 배경지식까지 자연스럽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마치 자신이 겪은 일처럼 감정과 지식을 자연스럽게 습득한다.
‘맙소사.’
이 스티어의 배세진이 그의 의식을 바탕으로 구현되었다는 것이 거짓말은 아닌 듯했다.
그리고 그 내용이 제법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그는 왜 과거의 자기 자신이 기억을 돌려주지 않으려고 애썼는지 이해했다.
그건 순수한 호의였다.
‘…마약 운반 혐의라니.’
지식만으로도 경악스러웠다.
그러나 지금 받은 기억은 회상하는 배경지식일 뿐이다.
끔찍한 체포, 지난한 재판과 고통의 시간도 이미 극복된 상태에서 한 번 필터에 거친 듯 정제되어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배세진은 천천히 그것들을 소화했다.
마치 다 지나간 일을 희미하게 떠올리듯, 덤덤히 받아들일 수 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것들도 있었다.
-오랜만이다.
류건우의 입을 빌어, 스티어 멤버들과 직접 대화를 나눈 상황.
‘이세진A’가 그들에게 사실을 밝히면서 느낀 실시간의 감정은 지금 자신도 경험하는 듯 생생했다.
-나는 승소했어.
옅은 슬픔, 담담함, 개운함, 깨끗한 여운.
그리고…… 확신.
‘그랬구나.’
배세진은 그때 이해했다.
이세진A, 그러니까 과거 자신에게서 보였던 단단함은… 홀로 투쟁해 끝끝내 원하는 것을 이뤄낸 사람 특유의 확신이었다.
강인함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충격적이었다.
‘내가… 이럴 수 있었다고?’
이세진A는 과거의 자신이다.
그러니까, 자신은 이런 극한 상황에서 무너지지 않고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
‘…….’
사실 배세진은 지금 테스타로서 자신이 이렇게까지 성장한 것 자체가 기적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사람들과 우연히 팀이 되면서 격려를 받고 각오를 다질 수 있었기 때문에 겨우 가능한 일이라 여겼던 것이다.
스스로도 자신의 예민함을 알았기 때문에, 환경이 조금만 더 나빴으면 감당할 수 없었으리라 은연중에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최악도 버틸 수 있었어.’
그리고 이길 수 있었다.
그건 머릿속이 짜릿해지는 깨달음이었다.
그래서 그 기억을 재생이 끝나자, 자신도 모르게 벅차서 말을 걸었다.
이세진A에게.
“저기….”
-…….
하지만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이미 사라진 것이다. 혹은, 자신에게로 흡수되었거나.
‘…아.’
그는 다소 쓸쓸해졌다. 그게 자신인 걸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래서 무의식 속이라는 걸 알면서도 한번 소리를 내서 한번 말해보았다.
“고생했어.”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다.
불투명한 시야가 점점 밝아지는 것을 느끼며, 배세진은 직감했다.
‘잠에서 깨는 거구나.’
그렇게 그는 꿈에서 깨어났다.
이 모든 걸 세세하게 다 말할 생각은 없었으나, 적어도 일의 경과는 설명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 * *
“…그렇게 된 거야.”
“…….”
말을 마친 배세진은 다시 물을 들이켰고, 나는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녀석은 괜찮은 경험을 한 것 같았다. 그리고….
‘결국 똑같은 놈 둘이 실컷 말싸움해서 상황 파악할 정도의 기억만 전달하기로 합의 봤다는 거지.’
정말 한결같은 녀석들, 아니, 녀석이었다. 나는 물을 마시며 웃었다.
“대단하신데요.”
“비꼬는 거야? …아니, 아니겠지.”
“예.”
배세진은 순순히 내 대답을 받아들인 뒤,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꽤 힘 있게 말했다.
“아무튼… 그래서 말인데.”
“예?”
“그, 쟤들은 어떻게 할 거야? 특히 류청우.”
“…….”
“기억을 찾으면서 느낀 건데, 아까… 너무 지쳐 보이는 것 같았거든.”
녀석이 진지하게 덧붙였다.
제법 적극적인 태도였다.
“쟤는 그, 스티어 때 너무 많은 걸 감당하고 있었던 것 같아. 그런데 따로 의지할 곳도 없었고 보상도 없었으니까.”
그래.
“왜 여기 계속 남고 싶어 하는지 알겠다는 게 문제지…. 그래, 네가 왜 그렇게 고민했는지 알겠어.”
배세진은 고민하듯이 미간을 찌푸렸으나, 곧 고개를 번쩍 들었다.
제법 든든한 표정이었다.
“그래서, 나도 생각을 좀 해봤는데.”
오.
“네.”
“들어봐. 그러니까…….”
배세진은 진지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놓기 시작했고, 나는 꽤 놀랐다.
‘괜찮은데.’
녀석의 의견이 꽤 좋았다.
게다가 부수적인 효과로, 나는 그 이야기를 경청하며 내 머리가 꽤 식었다는 것을 알았다.
‘부담 나누기인가.’
외부자로서 사정을 다 알고 있는 놈과 해결책을 짜내볼 수 있다는 것은, 솔직히 꽤 괜찮은 일이었다.
머리는 하나보다 둘이 나은 법이었다.
‘나쁘지 않군.’
그렇게 나는 두통도 잊고 배세진과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다른 멤버들이 깨어나고, 큰달까지 깨어나며 아침 시간이 난리 통이 될 때까지.
“어어? 건우… 아, 큰달 씨구나!”
“네넵! 맞습니다. 저기, 저는 이만….”
“에에이, 식사하고 가세요! 어쩌다가 이 이른 시간에 여기 오셨어요?”
“헙, 아, 그러니까, 어어….”
…참고로, 큰달은 식사 내내 큰세진과 선아현의 핑퐁 속에서 탁구공처럼 왔다 갔다 하면서 지금까지의 사건을 탈탈 털리게 된다.
그리고 그 말뜻은… 이야기 듣고 정확한 사건 개요를 깨달은 놈들이 눈을 부라리면서 나를 쳐다보게 됐다는 거다.
시스템으로 급발진했다는 걸 말이다.
“…….”
“…….”
“그러니까… 몸이 바뀌었다 돌아오셨다?”
괜찮다. 각오했다.
“무, 문대야….”
“…….”
“박문대, 너 정말 이럴 거야?”
“아니.”
더는 안 그럴 거다.
‘이제 시스템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알았거든.’
계산이 끝났다.
“아…. 야, 안 되겠다! 각서라도 쓰든가….”
“그럴게.”
“…?!”
나는 기꺼이 ‘상의 없는 시스템 급발진 사용’ 재발 금지 약속에 서명했다. 멤버들이 냉큼 박수라도 칠 것 같은 표정으로 호응했다.
“지장 찍게 하자.”
“으응, 맞아…!”
“…….”
그렇게까지?
물론, 이 와중에도 본래 멤버가 아닌 두 녀석은 예외였다.
스티어 녀석들 말이다.
‘흠.’
김래빈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차유진에게 열심히 설명을 들었지만, 류청우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 것처럼 미미한 반응을 보였다.
표정은 여전히 온화했으나, 그것뿐이었다.
본래라면 적극적으로 달려들어서 상황을 파악한 뒤 자연스럽게 녹아들려고 했을 텐데 말이다.
‘흠.’
새벽의 대화 이후로 이 녀석도 나름 복잡한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나는 배세진과 눈을 마주친 후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밤에 새 촬영이지.”
“으응…! 그, .”
이번 경연 프로그램 촬영.
나는 거기서 승부수를 띄울 생각이었다.
다만 막상 촬영장에 가보니, 변수가 하나 더 생겼다.
서바이벌 경연 방식을 채택해, 지난 무대의 꼴찌 참가자가 하나 탈락한 에는 새 참가자가 들어왔다.
“어머, 신인 분들이야.”
“잘해봅시다~”
그 녀석들이 촬영장에 제일 먼저 나와서 긴장된 얼굴로 여기저기 인사를 다니고 있더라고.
그런데 그 참가자가 말이다.
“잘 부탁드립니다! 원더홀 소속 신인 이테르입니다!”
이테르였다.
우리를 벤치마킹했던 신인 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