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547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47화
청려의 100번째 재시작.
이곳에서 주단이 VTIC으로 데뷔하지 않았다는 건 알았다.
하지만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만날 줄은 몰랐다.
청려 놈의 상태창이었다가 삭제당해서 눈 떠보니, 야밤에 VTIC 콘서트장 바깥인 상황 말이다.
게다가….
나는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되물었다.
“대사관?”
대사관 번호를 안다니, 뜬금없이 무슨 소린가.
“예.”
그러나 주단은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날씨에 자정인데 외투도 걸치시지 않은 걸로 보아 과음으로 절도 범죄에 휘말리신 것 같은데요.”
“…….”
“혹시 자신에게 여권이 있다고 생각 중이시라면 그것부터 확인해 보시는 게 어떨지.”
한마디로 지금 내가 외국에서 거나하게 취해 허우적거리다가 퍽치기당한 여행객 꼴이라는 거다.
…어지간히 처참한가 보군. 나는 관자놀이를 누른 채로 물었다.
“…혹시 거울 가지셨습니까?”
“스마트폰 셀프카메라 모드를 쓰시면 될….”
주단은 말하다가 멈추고, 오묘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이다.
“스마트폰도 없어지셨나 보군요.”
“…….”
이유를 창조해 주네.
오히려 좋다. 변명할 필요가 없군.
“우선 따듯한 곳으로 좀 이동하고 싶습니다만.”
“아, 근거리면서 출입이 가능할만한 곳이… 흠, 이쪽입니다.”
나는 냉큼 길 안내를 시작하는 녀석을 따라 발을 옮겼다.
그렇게 녀석을 따라서 걸으면서, 통증과 별개로 정신은 서서히 평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현재 상태는….’
일단, 까딱 놓치면 휘말려서 또 정신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은 여전했지만, 어떤 일인지 버틸 만했다.
대신 몸 상태가 쓰레기 같았다.
‘전신이 박살 나는 것 같더니.’
청려 놈 상태창에서 뜯겨 나갈 때의 후유증 같기도 했다.
뭐, 그래도 최악은 사라질 줄 알았는데, 이 정도면 아쉽지만 평타는….
“…….”
그리고 천천히 깨달았다.
‘제정신이냐?’
뭘 X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어.
상태창이 돼서 3달을 시스템 속에서 지낸 미친 경험에서 벗어났는데 뭐가 아쉽단 말인가. 오히려 좋아해야지 평타 이 지랄은 무슨 발상이냔 말이다.
심지어 시스템 안에서 지낼 때도 그렇다. 시시덕거리며 이모티콘씩이나 보냈다고? 내가?
돌아갈 길 찾겠다고 전전긍긍하면서 대가리 빡세게 굴리는 대신 말이다.
‘이상한데.’
게다가 이 삭제 사태도 마찬가지다.
그놈 사고회로를 생각했을 때 당연히 예상하고 대비했어야 하는 문제였다. 아니, 내가 먼저 뒤통수 갈기려고 뭐라도 이 악물고 준비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지.’
나는 차갑게 회상했다.
분명 상태창이 된 초반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잊은 거야.’
그리고 준비 없이 처맞은 것이다.
큰 그림 그리지 못하고 그저 삭제하지 말아 달라고 내 유용성만 어필했… 아니.
‘내’가 아니라, 상태창의 유용성을… 어필한 것이다.
“…….”
이런 X발.
지금 내가 상태창이랑 나를 자연스럽게 동치시키려고 했지?
미치겠네. 나는 얼굴을 양손으로 쓸어내렸다.
‘시스템 안에 있으면 이런 영향을 받는 건가.’
그래서 결론적으론….
나는 전에 시스템에 접속했을 때 느끼던 저항감과 압력을 안락하게 느낄 정도로 동화되었던 것이다.
위험한 수준으로.
나는 식은땀을 닦으며 냉정히 생각했다.
‘차라리 튕겨 나와서 다행이지.’
지금, 몸 상태는 최악이지만 오히려 이 망할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서 다행이었다. 최소한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소름이 끼치고 있지 않냐.
상태창으로 지낸 3개월을 돌아볼수록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리고 비로소 이해되는 것도 있었다.
‘큰달도 이런 과정을 거친 거군.’
인격적 특징이 사라지고, 점점 자기가 시스템의 일부로 동화되는 것 말이다.
입이 썼다. 지금 현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으니 더더욱.
‘현실이 여기랑 시간 흐름이 똑같지만 않으면 좋겠는데.’
박문대 3달 실종? 그럼 벌써 인터넷에서 난리가 났을 거고, 내가 돌아가도 그걸 해명하느라 전처럼 활동 못 할 것이다.
‘후.’
이걸 어떻게 처리하냐.
내가 머리를 누르며 어질어질한 가정에 착잡해할 때였다.
그 와중에 옆 놈이 주절주절 말을 걸었다.
“혹시 제가 갑자기 말을 건 타이밍이 절묘해서 또 다른 범죄, 가령 인신매매 같은 것으로 의심하실까 봐 말씀드리자면….”
본론 언제 나오냐.
“저는 LeTi의 연습생입니다. 두고 간 물건이 있어서 잠깐 찾으러 온 거였죠.”
“아, 예.”
“혹시 왜 연습생 신분으로 VTIC 선배님의 콘서트에 참관 왔는지 의문이 드신다면….”
어 뻔하지.
“데뷔조십니까?”
“……예.”
“경험 쌓는 용도로 회사에서 요청했겠죠.”
회사에서 보통 ‘선배님 무대를 보러온 열정 넘치는 신인’ 언론플레이 겸 눈도장용으로 데려오거든.
돈 많은 회사라 미국이라는 상징성도 보여줄 겸 LA 콘서트에 데려왔나 보군.
“……예.”
주단은 드디어 입을 다물고 발만 옮기기 시작했다. 정답이었나 보다.
놈이 안내한 곳은 카페 겸 바 같은 곳이었다.
뭐, 해외는 이 시간이면 웬만한 카페들은 다 문 닫을 테니 적절한 선정이긴 했다.
난방한 공기가 따듯하긴 했으나, 몸이 뒈지게 아파서 그런지 별 차이는 못 느끼겠다.
나는 이성적으로 대꾸했다.
“안내 감사합니다. 하지만 카페는… 제가 돈이 없는데요.”
“커피 한 잔 정도는 제가 사겠습니다.”
어 그 대답을 기다렸다. 나는 위스키를 갈기고 싶은 마음을 참으며 대충 뜨거운 라떼 같은 것을 시켰다.
“죄송하지만, 대사관에 전화하신 이후에는 동행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벌써 시간이 자정에 가까워졌는데 제가 그 이후로는 운신이 어렵거든요.”
”예. LeTi가 그렇죠. 통금.”
“…….”
“공식 홍보 자료도 나가야 하는데 목격담 문제도 있고. 알겠습니다.”
“…….”
왜.
주단은 뭔가 치열히 고뇌하는 것 같더니 이렇게 물었다.
“혹시 관계자십니까?”
이제 알았냐.
나는 대답하지 않았으나, 녀석은 내 얼굴을 훑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외양은 준수하십니다만, 아시다시피 이 업계가 연령을 중요시하는 터라 아이돌 연습생은 아니시겠군요. 그렇다면….”
“…….”
내가 야밤에 여기 앉아서 이런 소리를 듣는 게 실화냐.
사실 여기 창문에 비치는 걸로 내 생김새는 다 파악했다.
나는 류건우의 모습이었다.
그것도 막 뒈지기 직전의, 직장인 때의 몰골.
그나마 다행인 건 얇긴 해도 외출복이라는 점인가. 잠옷 바람이었으면 끝내줬을 것이다. 나는 서빙된 라떼를 묵묵히 들이켰다.
“아, 혹시 이미 데뷔하셨습니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데뷔했다고 하기도, 안 했다고 하기도 애매한 상황이지 않은가.
애초에 내가 데뷔한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데… 지금 그나마 짚이는 단서가 딱 하나였다.
-[리부트 중]
그 단말.
시스템 속에서 본, 내가 현실에서 여기 끌려오기 전에 접촉한 팝업.
그게 유일한 단서였다.
그런데 그걸 다시 보려면 시스템에 또 접속해야 한다는 뜻이고, 사람 뇌가 흐늘흐늘해지는 증상을 또 겪으면서 맨정신으로 버틸 수 있어야 한다는 거지.
나는 눈가를 찌푸렸다.
‘그럼 다시 청려와 접촉해야 하나.’
이번에도 나 죽이려고 재시작하려는 새끼를 어떻게든 잘 써먹….
“…….”
잠깐만.
나는 놈에게 상태창으로 제거당하던 상황을 다시 떠올렸다.
그때 청려의 복장.
‘외출복을 입고 있었지.’
외출 일정이 없었는데 갑자기 환복한 이유.
설마….
“…….”
벌써 재시작했나.
생각해 보니, 당연한 회로다. 재시작을 미루게 된다고 상태창을 제거했는데, 당연히 더는 시간 낭비하지 않고 즉각 재시작하려고 했다.
그럼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거란 말인가.
녀석이 101번째로 재시작한 삶 속에? 아니면 청려 놈이 재시작했든 말든 이 세상은 또 따로 굴러가는 건가?
‘그건 말이 안 될 텐데.’
과거로 돌아가는 건, 진짜 세상 자체가 뒤로 되감기되는 거라고 이미 큰달이 파악한 상태였단 말이다.
나는 다 마신 커피잔을 내려다보며 머리를 팽팽 굴렸다.
‘어느 쪽이든, 정해졌군.’
일단 청려의 행방 파악이 먼저다.
……그런 의미에서 말인데.
나는 고개를 들었다.
딱 써먹기 좋은… 아니, 썩 괜찮은 조력자가 보였다.
“흠. 진정되셨다면 슬슬 대사관에 연락해 보는 게 좋겠는데요.”
자기가 시킨 아인슈페너를 홀짝거리며 주단이 이렇게 입을 털고 있었다.
나는 놈에게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 이유는?”
무슨 기상천외한 발상이라도 했는지, 놈이 눈을 번뜩인다.
오히려 좋다.
나는 여유롭게 입을 열었다.
이놈의 흥미를 끌 수 있을 법한 말은….
좋아. 별수 없군.
“저는 미래에서 왔습니다.”
“푸헙.”
주단이 마시던 아인슈페너를 뿜었다.
* * *
“…그러니까.”
주단이 무아지경에 빠진 듯 빠르게 주절거렸다.
“현 VTIC의 리더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그쪽이 그걸 이어받아서 썼던 미래의 인물….”
“예.”
끊었지만 사실 마음껏 떠들게 둬도 상관없긴 했다. 외국이니까.
게다가 혹시 알아들어도 무슨 팬들끼리 설정 만들어서 노는 줄 알겠지. 워낙 개소리처럼 들려서 말이다.
하지만 예상대로 이 헛소리는 주단에게 잘 먹혔다.
녀석은 장난기 없는 얼굴로 내 말에 맥락상 이상한 점이 없는지 몇 가지를 되묻더니, 지금도 진지하게 검증을….
“정말 흥미롭군요. 혹시 카오스 이론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나비효과와 비슷한 것인데….”
“예. 많은 이론을 찾아봤었습니다.”
나는 황급히 녀석의 말을 끊었다.
시간 없다. 내가 알아서 빨리 검증해 주는 편이 낫겠군.
“제 신상을 조사해 보면 알겠지만, 지금 저는 아직 대학 재학 중일 겁니다. 한국에 있다는 게 나오겠죠.”
그리고 기어코 내 대학 계정에 로그인까지 해주니, 정보를 꼼꼼히 확인한 녀석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약발이 먹히는 것 같….
“혹시 이 시간선의 자신을 만나보고 싶진 않으십니까? 음, 아닙니다. 별로 추천드리고 싶진 않군요. 좀 위험한 가정인지라.”
“…….”
참자.
“그래서, 제 말을 믿습니까?”
“믿는다고 가정하고 행동해 보죠. 솔직히, 절 잘 아시는 것 같기도 하고.”
“…….”
“미래에 인연이 있었나 보죠?”
나는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녀석이 제법 믿음직하게 말했다.
주단이 자기 차림새를 가다듬더니, 깍지를 끼며 말했다.
“일단… 저보다 연상이신 것 같은데, 말 편하게 하시죠.”
“그래.”
“…….”
단번에 고개를 끄덕이자 당황한 듯 침묵한다. 뭐.
“……저도 말을 편하게 해도?”
“그래라.”
“사실 괜찮습니다. 존댓말이 편해서요.”
대체 왜 물어본 거냐.
어쨌든, 나는 다시 본론으로 돌아갔다.
“…알았다. 아무튼, 그래서 내가 여기서 확인하고 싶은 건 하나다.”
나는 진지하게 놈을 쳐다보았다.
“청려가 혹시 지금 과거로 돌아갔는지.”
“…!”
주단의 안색이 변했다.
약간의 스릴이 추가되었군.
“그렇다면 청려 선배님께선 혹시 이미….”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확인해 봐야겠다는 거지.”
주단이 침을 삼켰다.
“알겠습니다.”
낚여줘서 고맙다.
* * *
나는 주단의 숙소에서 하루 묵었다.
적당한 비즈니스 호텔이었는데, 여기까지 회사에서 지원해 줬다더라.
“숙소 같이 쓰는 분은 없나요.”
“본래 2인실인데 가족과 함께 다른 곳에서 묵겠다고 나갔습니다. 덕분에 쾌적하게 쓰고 있었죠.”
데뷔조 중에 금수저가 있군. 어쨌든 덕분에 어설픈 변명과 바닥 취침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실 그날 침대에 누워서도 잠들지 못했다. 잠을 자도 괜찮은 건지 확신이 없는 데다가 통증까지 심해서 말이지.
덕분에 내 판단을 돌아볼 시간은 충분했다.
자.
우선 ‘청려 놈을 상황에 따라 어떻게 다룰 것인지’ 같은, 단기적인 대처법.
이런 것들은 그때그때 상황을 확인하면서 계획을 짜낼 수 있다. 지금 몸 상태가 별로긴 하지만 머리를 쓸 수 있거든.
문제는 이것이다.
근본적 위협.
-단서를 확인하려면 시스템에 도로 들어가야 한다.
돌아가서 또 내가 무슨 영향을 받을지.
“…….”
망할.
혹시 단서 자체가 미끼라고 할지라도, 나는 그걸 봐야 했다.
‘돌아가야 하니까.’
나는 그렇게 치열한 계산 속에 밤을 지새웠다.
그리고 다음 날.
주단은 다시 VTIC 콘서트장으로 날 안내했다.
사실 콘서트는 내일이지만 관계자들은 거의 와 있으니까.
“제 사촌 형 신분이라면 검문당하시진 않을 겁니다.”
자기 마음대로 무슨 배경 정보까지 만들었던데 그냥 뒀다. 그 정도 재미는 남겨둬야 계속 협조하겠지.
“참고로, 청려 선배님에 관한 특별한 소문은 따로 없습니다.”
…오케이.
그래서 나는 아침부터 녀석을 따라 슬쩍 VTIC 콘서트의 관계자 통로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해답이 도출되지 않은 문제로 머리가 차갑긴 했다.
‘시스템 속에서 내가 제정신을 차릴 방법.’
그게 필요했다.
그 와중에 필연적으로 어제 내가 정신 차린 장소를 지나가게 되었는데.
정신없는 와중에도 분위기가 180도 바뀐 건 알 정도였다.
-오오오!
밝고 소란스럽다.
여기저기서 신난 사람들의 잡담과 웃음이 울렸다. 그리고 VTIC의 히트곡들이 사이사이를 치고 들어왔다.
콘서트 관객다운 광경이었다.
재밌는 건 전혀 VTIC 곡이 아닌 것도 들린다는 점이지.
“음, Kpop 랜덤 댄스 챌린지 같습니다. 서쪽에 보이는 건 전문 댄스팀 공연 같고요.”
주단이 광장 같은 장소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넓은 공간 여기저기서 위튜브 동영상용, 혹은 콘서트 전야제를 즐기기 위한 작은 무대가 넘쳤다.
“VTIC은 장르에 대한 대표성이 있는 그룹이죠. 그러니 콘서트 기념이 KPOP 자체에 대한 축제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미 아시겠지만, 부가 설명 하자면요.”
그래. 이미 알고 있다.
우리 콘서트에서도 몇 번 본 적이 있고.
“…….”
음.
나는 내 꼴을 점검했다.
모자 쓴 이방인.
그리고 물었다.
“저런 건 아무나 참가할 수 있냐.”
“예. 그렇긴 할 겁니다만 보통 매너상 현지팬들만 참가…….”
나는 끝까지 듣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저기요?”
* * *
잠시 후.
소란스럽고, 신난 축제의 한복판.
검은 모자를 눌러 쓴 남자가 간이 마이크를 잡고 계단 가에 섰다.
“…….”
주단은 이게 무슨 돌발행동인지, 혹시 자신이 감언이설에 홀려 정신병자를 안내하고 있던 건 아닌지 의심했으나, 일단은 맞은편에 서서 그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남성은 놀랍도록 능숙하게, 그러나 뭔가가 어색한 듯 마이크를 툭툭 점검했다.
그리고 위튜브에서 반주를 고르려다가….
멈칫했다.
“…….”
테스타 박문대가 불렀던 곡은, 거의 없다.
전부 미래에 나올 곡들, 그것도 지금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미래에서 나올 곡들이다. 지금으로서는 그의 머릿속에만 있는 가상의 곡일 뿐이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그래. 없지.’
테스타의 곡들도 없다.
단 한 곡도.
“…….”
하지만 그게 부를 수 없다는 것은 아니었다.
남자는 결국 곡을 골랐다.
곧, 희미한 반주와 함께 남자가 마이크를 들었다.
투툭.
아주 초반에.
막 새로운 삶에 불시착했을 때, 아이돌이 되기 위해 연습했던 곡.
그때 너무 자주 연습해서 아직도 그때의 느낌으로 흘러나오는 그 곡이.
류건우의 입을 타고 나온다.
.
박문대의 첫 평가곡.
이곳에서는 해체한 티홀릭의 막내가 겨우 몇 주 전에 발매한 솔로곡.
여기선 심지어 아직 역주행도 하지 못한 그 곡이, 지금 류건우의 목소리를 타고 나온다.
“빛나고 눈부신- 계절 너머, 지치고 나약한 시절까지.”
좋지 않은 마이크 음질과 겹쳐서, 생 목소리가 함께 울렸다.
“깨진 나를 담아주는 것, oh….”
[오직 나.] [그래, It’s me.]목소리가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