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568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68화
‘하고 싶은 걸 다 해보자’라는 심정으로 2주 만에 자체 제작한 곡이 갑자기 시류를 맞아 떡상한 후.
테스타 놈들은 최선을 다했다.
제한된 시간 내에서 정말로 이 악물고 퍼포먼스를 준비했다는 뜻이다.
-앞으론…… 연말 연초에 갑자기 새로운 일을 만들지 말자…….
-예…….
-…….
-Ohhhh!! 세진 형 죽었어요!
‘뒈지는 줄 알았네.’
그리고 오늘, 드디어 방송에 출현해서 제대로 된 무대까지 보여주는 데에 성공했다.
다음 장으로 가]
배세진이 했던 간단하고 보기 좋은 프리스타일이 정식 안무가 되어, 대형을 딱 맞춰 펼쳐진다.
도입부나 빌드업 구간에서는 각자 솔로 파트를 하면서 댄서에게 춤을 맡기다가, 후렴만 다 함께 모여 각 맞춘 군무를 보여주는 구성.
‘끼 스탯 없으면 안 통할 방식이었다…….’
그래도 모니터링을 해보니, 원테이크 카메라 무브와 결합하자 동선이 살아나면서 꽤 볼만한 무대가 나오긴 했다.
-뮤직비디오도 원테이크였으니까 스토리적으로 연결점도 있고. 음, 괜찮네요.
큰세진의 말대로였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하던 빡센 방식과는 달랐으나, 보컬과의 밸런스를 강조한 이 스타일도 그리 퀄리티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이진 않았던 모양이다.
그렇게 타임 어택은 성공했다.
“어휴 뭐, 제가 뭐 코멘트할 것도 없죠. 자체 제작돌, 테스타의 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MC의 호들갑도 일품이었다.
본래도 온화하기로 소문난 MC였는데, 교양에 가까운 이 ‘이번 주의 화제의 뮤지션 소개’라는 프로그램 특성과 맞아 더 온화해졌다.
음악과 관련된 속 깊은 질문이 쓱쓱 들어온다.
“흔히 이 ‘Epic’이라는 단어를 강하고 유니크하다는 느낌으로 많이 쓰는데, 원래는 ‘서사시’라는 뜻이잖아요. 옛날 옛적 모험 이야기, 이런 데 쓰는 것처럼요.”
“예, 그렇습니다!”
김래빈이 기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테스타 분들은 이런 본래의 뜻에 가깝게, 좀 더 감성적인 의미로 ‘Epic’이란 단어를 쓰신 것처럼 들리는데, 맞나요?”
“정확한 말씀입니다. 이야기에는 언제나 굴곡과 난관이 있듯이 우리의 인생도 그러하며, 그 모든 것이 단지 과정이 아니라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현재 진행형의 현실을 긍정한다. 아주 아름답네요.”
차근차근 진행되는 꼼꼼한 문답.
어그로 없는 담백하고 진솔한 대화가 오간다. 데뷔한 이후로 경험해본 적 없는 사치였다.
그야말로 저자극 힐링!
“가사가 정말 예쁘다는 반응도 많았죠! 영어가 거의 없고 한국어를 참 잘 사용했다, 이런 평이 저도 많이 봤고요. 제가 알기론, 그, 멤버 배세진 씨가 주도적으로 적으셨다고…?”
“아, 흠. 예…. 그렇습니다.”
“이 형이 책을 정말 많이 읽거든요~!”
“아, 다독가셨구나!”
보통은 아이돌 컨셉을 싫어하는 놈들이 붙어서 오글거린다고 까였겠지만, 성적이 곧 대중성인 법이다.
연초라서 감성이 차오른 사람들은 가사도 뽕이 차올라서 고평가했다.
덕분에 작사에 크게 참여한 배세진은 쑥스러워하면서도 못내 뿌듯한 표정이다.
심지어 창법이나 노래 전개 방식과 가사 발음이 어울린다며, 유명 싱어송라이터 출신 MC가 칭찬하자 아주 입꼬리를 주체를 못 한다.
“세진 씨.”
“예?”
“마음껏 웃으셔도 괜찮아요.”
아하하!
방청객들이 편안하고 즐겁게 웃는다. 얼굴이 좀 붉어진 배세진도 결국 웃었다.
스트레스 하나 없는 촬영!
논란도 경쟁도 슬쩍 떠보는 질문도 없다.
“그럼 마지막 인사 부탁드립니다!”
“옙! 한 해의 시작,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줄 몰랐는데 정말 영광입니다. 앞으로도 저희 테스타는…….”
아주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진정한 ‘힐링’ 음악 토크쇼를 마친 멤버들은 따스한 얼굴로 촬영장을 나섰다.
“아주 유익했습니다.”
“으응. 좋은, 분이셨어.”
애초에 이런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야 조졌다, 노잼이다.’ 같은 감상이 안 드는 것도 장점 중 하나였다.
게다가 즐거운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음, 이번 무대 클립이 SNS에서 반응이 좋은데요.”
“그래?”
‘테스타 생라이브ㄷㄷㄷ’이란 제목이 붙은 이 무대의 짧은 클립까지 또 한 번 SNS에서 가볍게 바이럴을 탔다.
방송 무대 없이 교양 프로그램에 특별 출연으로 한 무대라 희소성이 있어 오히려 기대감과 수요가 한 점으로 몰린 모양이다.
-이게 가수지
-오 진짜 다 잘생김 한국의 자랑이다 이 정도면 국뽕 마셔도 인정해야지ㅋ
-크으 이 동생들 콘서트 언제 하는지 알려줄 분 함 보러 가고 싶네
└곧 월드 투어해요~ 근데 표가 없음ㅠ
남자 아이돌에 별로 관심 없던 사람들이 시류를 타고 ‘나는 트랜드를 잘 안다’를 과시하기 위해 흥미를 보이는 것이 틈틈이 목격되었다.
아예 앨범도 없고 사전 프로모션도 없었기 때문에 다른 성적으로 꼬투리 잡을 것도 없었다.
그야말로 어그로의 원천 차단!
그리고 현실에서도 이 수요가 반영되어 나타났다.
“오성 카드에서 하는 콘서트에서 섭외 요청이 왔다고 하더라.”
“아, 작년에 VTIC 선배님 나온 곳 맞죠?”
이제 거의 정식 활동기나 다름없었다.
간혹 광고용 행사나 KPOP 콘서트에 참석할 때도 세트리스트에 반드시 이 곡, 을 포함해주길 바라는 요청이 다수였다.
그러면 사실 체력 소모는 역대 최하위인 해당 곡이 도리어 하이라이트 무대가 되는 것이다.
“후우….”
“흐으음.”
무대가 끝난 후에도 폐가 튀어나올 듯이 숨이 차지 않는 경험이 어색한 듯이 갈비뼈 부근을 만지는 녀석들이 속출했다.
“큼, 부담이 덜 되긴 하네.”
“그렇죠.”
안무가 이렇게까지 없는 곡을 행사용 곡으로 쓴 적은 거의 처음이었다.
애드리브로 어떻게든 없는 안무도 만들어내서 아득바득 강조점을 살리던 전과 달랐다.
-에픽! 에픽!
[넵, 기다리시던 그 곡, 지금 나옵니다.]-오오오!
곡만 제대로 들리게 부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콘서트에서는 좀 더 화려하고 강한 안무를 쓰고 싶다며, 김래빈과 편곡 작업을 하던 큰세진을 보고 회사에서 슬며시 리더에게 귀띔할 정도였다.
“저, 안 그래도 계획에 없던 활동인데 너무 무리하시진 않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하고 의견이 나와서요……. 다음 컴백 준비도 병행하고 계시니까.”
“음… 예. 멤버들 몸 상태 고려해서 잘 조절해보겠습니다.”
곡 자체가 워낙 잘 되어서 안 그래도 반응이 좋다는 것이다.
몸은 훨씬 편한데, 공연하면 엄청난 떼창까지 들을 수 있는 상황.
큰세진이 기분이 좋으면서도 약간 떨떠름한 듯, 이렇게 중얼거렸다.
“오~ 이게 영린 선배님께서 느끼시는 감상이겠죠?”
“작곡가의 시각에서도 다양성을 충족해주기에 참 감사하고 뜻깊은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말대로 신선하긴 했다.
다들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싶은 얼굴로 스케줄을 소화하는 매일이 이어졌다.
물론 이것도 언젠가는 끝날 거라고 다들 생각했다.
‘타이밍이 좋았던 거지.’
그래서 그냥 기분 좋은 이벤트 즐기듯이 하루하루를 일하고 잠만 자면서 정신없이 바쁘게 보낸 것이다.
그러던 몇 주 후, 어느 날이었다.
“흠.”
스케줄을 끝낸 새벽. 나는 침대에 누워서 스마트폰을 만지다가 포털 사이트에 뜬 기사 하나를 발견했다.
[테스타를 차트에서 밀어낸 괴물신인…]다 읽기도 전에 감이 왔다.
‘언론 플레이용 기사군.’
또 괴물 신인이냐.
그래도 ‘차트에서 밀어냈다’라는 표현을 보면 이 음원 1위에서 밀렸다는 뜻이었다.
‘내가 모니터링 깊게 못 한 사이에 치고 올라온 팀이 있다는 뜻인데.’
기사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 클릭했다.
물론 여기서 갑자기 ‘어떻게 신인이 우리 그룹을 이길 수 있어’ 같은 개소리를 할 생각은 없다.
‘이 음원으로 몇 주 해 먹은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지.’
게다가 여자 아이돌이나 솔로라면 신인의 음원이 툭툭 튀어 오르는 경우도 제법 자주 일어났다. 새삼 놀라울 것도 없다는 뜻이다.
연차는 아무 의미 없는 업계다.
‘대형 출신 신인 여자 아이돌 중에 컴백하거나 데뷔한 팀이…. 음, 래퍼일 수도 있겠고.’
그렇게 몇 가지 팀과 이름을 예측하면서 기사 내용을 쭉 훑어내렸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설명을 마주했다.
-혼성 아이돌 그룹 헤일로하임(HaloHe-im)은 동영상 플랫폼 등지에서 #Look_up 챌린지로 화제성을 끌며 MZ 세대…….
“…….”
다시 읽어도 설명은 변하지 않았다.
‘혼성?’
혼성 아이돌 그룹이 각 잡고 데뷔를 하고… SNS에서 대박을 친 후에… 1위를 했다?
대체 어디서부터 뭘 반박해야 할지 모르는 설명이었다.
‘혼성 그룹은 멸종한 줄 알았는데.’
물론 모든 공식과 트랜드에는 예외는 있다.
나는 코웃음을 치는 대신 당장 해당 그룹을 넣고 검색을 돌렸다.
-헤일로하임.
데뷔한 지는 겨우 1주일.
‘역시.’
얼마 안 됐을 줄 알았다.
1월 1일에 이미지 티저를 공개하며 틱택톡 같은 동영상 플랫폼 위주로 쭉 프로모션과 바이럴을 돌린 모양이었다.
그리고 회사는….
‘흠, 처음 들어보는 레이블인데.’
물론 진짜 제로베이스 중소기업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역시.’
나는 간단한 추가 탐색으로 이 레이블이 영린 회사의 산하 레이블이라는 것까지 알아냈다.
의 메인 심사위원이자… 내게 처음으로 아이돌 데이터가 돈이 된다는 걸 알려준 그 아이돌 말이다.
심지어 영린이 프로듀싱을 맡았다고 한다.
-세인트유의 영린이 프로듀서로 활약하여 헤일로하임의 음악적 세계관 구축이 완성…….
자신의 전성기를 만들어준 이미지 디렉터와 함께 손을 잡고 만들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거기서 화제성이 온 건가.’
아무리 그래도 혼성 아이돌 그룹이라는 건 위험한 시도였다.
열애설에 취약하고, 애초에 팬덤이 잘 뭉치지 않거나 지나치게 라이트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이름값 유지하기가 몇 배로 힘들다.’
저 이름값 있는 회사에서, 데뷔시킬 정도의 연습생 걸고 그렇게 실험적인 시도를 한다고?
자사 간판 아이돌이 프로듀싱했다고 전면에 걸고서?
나는 미간을 눌렀다.
‘……영린이 애들 인생 가지고 장난칠 성격은…….’
아니, 모르지.
나는… 데이터나 팔았을 뿐이다. 영린이 무슨 성격인지 제대로 알 리가 없다.
그래도 어딘가 찝찝함에 눈을 찌푸리며 탐색을 재시작하려고 할 때였다.
‘일단 어떻게 떴는지 제대로 알아봐야하니까….’
그 순간, 헤일로하임의 프로필에 눈이 갔다.
‘…?’
아무래도 직업상 반사적으로 직접적인 경쟁자부터 확인하다 보니, 남자 놈들 면상부터 훑었는데 말이다.
여자 멤버들.
그 얼굴들이… 어딘가 낯이 익었다.
“…….”
나는 당장 손을 움직여서 해당 멤버들의 이름을 넣어 다시 서치를 돌렸다.
이번엔 위튜브로.
그리고 쏟아지는 동영상 사이로 렉카 계정을 발견했다.
-테스타와 한솥밥을 먹던 그들이 제데뷔하게 된 사정은?
“…….”
X발.
* * *
“야.”
“왜 문대문대.”
“너 이 그룹 기억하냐.”
나는 스마트폰 화면을 그대로 큰세진에게 넘겼다. 침대에서 잘 준비를 하던 녀석은 ‘갑자기 뭐임’하는 표정이었으나 군말 없이 스마트폰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화면을 확인하자.
“아~”
당연하지만, 큰세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미 잠든 선아현을 의식해서 작은 목소리로 숙덕였다.
“음, 로 데뷔할 뻔한 그분들… 맞지? 원래 우리 소속사였던.”
그렇다.
.
T1에서 의 히트 이후 연달아 냈던 또 다른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 우승자들도 당연한 것처럼 T1 Stars 소속이 됐고, 미리내 다음 차기 여자아이돌 그룹으로 예정되었다.
문제는… 다 조작이었다는 점이다.
– 순위 조작 맞았다… 제작진 구속
T1이 정치권과 엮이며 두들겨 맞을 때 수면 위로 터진 폭탄이었다.
덕분에 우리가 T1에서 결과적으로 탈출하긴 했다만….
이쪽은 데뷔도 못 했지만 계약 때문에 몇 년이나 발이 묶인 신세가 됐었다.
그래서 테스타가 탈출하면서 만든 회사, 오르빗은 이렇게 했다.
“우리 회사가 출범 전에 T1 Stars 인수하면서 계약 풀어줬었지.”
당연한 선택이었다.
이 그룹을 데뷔도 못 시켜주면서 계속 회사에 묶어두면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
-조작돌 안고 가세요?ㅋ
-와 아득바득 해체 안 하고 버티는 거 봐 어휴.
조작 옹호하냐는 시비와.
-데뷔도 안 시켜주면서 풀어주지도 않네 와 애들 인생 불쌍해서 어떡해
-회사가 조작한 건데 왜 성인도 안 된 미자들한테 다 떠넘기냐고
-테스타가 티원스타즈를 인수까지 하고는 이럴 줄 몰랐음 엔터 사장들처럼 비열한 방식 애들도 쓰는 구나… 진짜 가슴이 싸하게 식음 기득권식 사고방식 참 역겹네
이런 정반대의 소리를 동시에 듣게 되기 때문이다.
‘애초에 데뷔 안 시켜줄 거면 풀어주는 게 정상이기도 하고.’
내가 못 써먹으면 남도 못 써먹는다는 놀부 메타로 데리고 있기엔 리스크도 양심 박살 나는 소리도 너무 컸다.
그렇게 서로 나쁠 것 없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이렇게까지 잘 될 줄은 몰랐다만.
“…지금 음원 1위라고?”
“그래.”
“흠.”
큰세진은 턱을 문지르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와~ 우리 겨우 2주? 기껏해야 3주 모니터링 안 했더니 또 상황 변한 것 좀 봐. 진짜 다이나믹한 업계라니까.”
녀석이 당장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확인하자.”
그럴 줄 알았다.
우리는 즉각 조용히 거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제대로 된 업계 모니터링을 개시….
“형들 뭐해요?”
“……!”
고개를 돌리자 물 마시러 나온 차유진이 멀뚱히 쳐다보고 있었다.
간 떨어지는 줄 알았네.
“앉아라.”
“What….”
그렇게 셋의 새벽 시간대 초과 근무가 시작되었다.
종목은 경쟁자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