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61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61화
박문대의 예상대로 시청자부터 방청객까지 모두가 ‘평균 내서 6.47명’이라는 신개념 결과에 혼란의 도가니탕에 빠졌다.
몇몇 방청객들은 스마트폰을 들어서 자신의 SNS에 글까지 올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야유해서 현장 갑분싸됨 마지막까지 정말 대단하다 아주사
-대체 평균 내겠다는 미친 생각은 어디서 나왔냐
-차라리 깔끔하게 그대로 5명 하든가 6.47명ㅋㅋㅋㅋ
-제작진 0.47명 왜 버림? 7위는 객원 멤버로 받아주자
└ㅋㅋㅋㅋㅋ이거다
그러나 혼란이 지나간 후에 반응은 의외로 무작정 부정적이지는 않았다.
제작진이 애를 썼다는 것이 느껴져서 다소 숙연해졌기 때문이다.
-뭐 주작 안 한 게 어디냐.
-제작진도 한 9명 하고 싶었을 거야.
-이상한 데서 양심적인 놈들… 어그로는 끌어도 조작은 안 하는 놈들…
-그래 5명, 6명 중에 고르는 거면 6명이지
사람들은 그럭저럭 상황을 받아들였다. 물론 인원수가 너무 적다며 울부짖는 사람은 여전히 넘쳤다.
-애초에 1명 투표를 막아뒀으면 되는 거였잖아 아주사 미친놈들아ㅠ
그리고 그때 즈음, 타이밍을 맞춘 듯이 새로운 VCR이 나오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예이!]본 적 없는 파스텔 린넨 의상을 입은 참가자들이 카메라를 보며 손을 흔들고 웃는 영상이었다.
그들은 캄캄한 구조물 사이를 걷고 있었다. 구조물 사이사이로 빛이 반짝거렸다.
순식간에 현장과 인터넷의 분위기가 수그러들었다.
-뭐지?
-언제 찍었대
-무슨 영상임?
참가자들은 카메라를 붙잡고는 한 명씩 돌아가면서 마지막 방송에 대한 소감을 한마디씩 했다. 그리고 어딘가로 뛰어갔다.
[언제나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마치 전형적인 감동 VCR처럼 보였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의례적인 반응을 보였다. VCR을 시청 중이던 방청객들도 응원하는 참가자가 나올 때마다 환호를 보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남은 참가자는 어쩌다 보니 박문대였다.
박문대는 어색하게 카메라를 보고, 그냥 쓱 웃었다.
[감사합니다. 꼭 데뷔할게요.]답지 않게 확실한 말이었다.
짧은 말을 남기고 박문대도 카메라 화면 밖으로 달려 사라졌다.
당연히 박문대의 팬들이 많은 커뮤니티에서는 댓글이 폭주했다.
-ㅠㅠㅠ아이고 문대야…
-문대 데뷔해야 한다
-멘탈과 실력을 모두 갖춘 준비된 문대에게 투자하세여… 오늘 전화하시면 100원으로 5년 갈 투자가 가능하십니다…
-얘가 패드립하면 다 진짜라는 걔임?
└ㅇㅇ걔임
└히익 판사님 저는 아무것도 적지 않았습니다
└가정사 빼도 팔방미인입니다 딱 한 입만 드셔보세요
└ㅋㅋ사실 이미 투표했어 존나 잘하더라
└오 감사
한 표라도 더 끌어모으기 위해, 팬들은 가정사를 들먹이는 반응마다 빡침을 참고 영업을 계속했다.
그 사이 모든 참가자가 사라져 휑한 검은 화면에서는, 배경에 깔리던 어쿠스틱 버전이 아련하게 커졌다.
시청자들은 이상한 여운에 휩싸였다.
-진짜 끝이라는 느낌이다
-종방 바이브 제대로네
-BGM 때문에 더 그런 듯
-얘들아 그냥 20명 다 데뷔하면 안 될까..ㅠㅠ
-20명 정도면 해볼 만하지 않냐? 제작진은 지금이라도 데뷔 인원 재투표해
그리고 영상의 각도가 돌아갔다. 참가자들이 달려간 방향이었다.
돌아가는 카메라를 따라, 레프트를 타고 올라가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
-헐
-설마
어느새 방송 송출 화면은 공연장으로 전환됐다. 무대 위로 올라오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영상처럼 보였던 것은 사실 실시간 송출이었던 것이다.
-아…
-ㅠㅠㅠ
그리고 참가자들은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어쿠스틱 편곡 버전을.
-ㅠㅠㅠㅠ
-안돼 얘들아 가지마
-평생 아주사 해줘
└저주하냐?ㅋㅋ 근데 그렇게 해줘 진심임
└매주 꽁냥꽁냥 거리고 무대만 하자ㅠㅠ 탈락은 말고ㅠㅠ
-아 다 정들어서 어떻게 보내냐
참가자들은 벙긋벙긋 웃으면서 자기 파트마다 정성껏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1절 벌스가 다 지나가기도 전부터 훌쩍거리는 참가자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물론 박문대는 침착하게 자기 파트를 잘만 소화했다. 2절 후반 애드립도 듣기 좋게 깔끔하고 귀에 잘 감겼다.
-노래 진짜 잘하네
-빠들이 미치려고 하던데 이유가 있었구나
-지금 입덕해도 안 늦었지?
└안 늦은 정도가 아니라 승리자 아니냐? 감정 소모 안 하고 막방에 잡아서 데뷔 꿀만 빨면 되겠네ㅋㅋ
-지금 박문대 파기로 결심했다 얼굴까지 마음에 든다
몇몇 예외가 있긴 했지만, 어쨌든 무대는 애수가 넘치는 편곡에 빠진 참가자들의 모습 때문에 방청객들까지 훌쩍거리게 했다.
엔딩은 눈물을 주룩 흘리는 이세진의 하얀 얼굴을 클로즈업하며 끝났다.
-얘 잘생기긴 했다
└13화 중에 오늘이 리즈인 듯
-확신의 배우상
-얘들아 고생 많았다ㅠㅠ
-다들 잘 됐으면 좋겠다…
무대에서 내려온 참가자들은 본인들도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우적거렸다.
훌쩍거리는 참가자들의 메이크업을 잡아주던 스타일리스트들이 슬슬 짜증이 날 무렵, 위에서 MC가 새로운 VCR을 소개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 그건가.’
박문대는 큰 감흥 없이 영상의 내용을 짐작했다. 오디션 마지막 화에 절대로 빠질 일 없는, 가족 컨텐츠다.
물론 박문대는 가족이 없어서 그냥 뭉개고 넘어갔다.
‘오열하는 모습만 잔뜩 넣었겠군.’
그는 김래빈이 할머니의 영상편지를 보며 눈이 퉁퉁 부어 삼백안처럼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던 것을 잠시 떠올렸다.
사실 참가자들 대부분이 울었기 때문에 컷을 뽑기는 굉장히 편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참고로 박문대는 담담하게 참가자들의 등이나 도닥거려주는 컷만 몇 장면 잡혔다.
그게 오히려 사람들이 마음 쓰게 만들었다는 것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이제 다 끝이네.”
“…?”
박문대에게 뜬금없는 사람이 말을 걸어왔다.
‘뭐야.’
아역배우 출신 이세진이었다.
“뭐… 프로그램은 곧 끝나긴 하죠.”
“넌 데뷔할 테니 안 끝난다, 그런 뜻이야?”
‘이 새끼는 왜 갑자기 시비야.’
안 그래도 생각이 많은 타이밍이었기 때문에, 박문대는 그냥 대꾸하지 않고 말을 무시했다.
“…좋겠네.”
이세진은 그냥 그렇게 웅얼거리더니, 구석에 가서 우울하게 처박혔다.
“….”
박문대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기로 정했다. 최종 순위 발표 직전인데 남이나 신경 써줄 놈이 있다면 그건 호구였다.
생방송 초반 때만 해도 서로 격려하던 참가자들은 마지막 무대의 감성이 가시고 나니, 극도의 긴장감으로 굳어버렸다.
스탭이 다시 그들은 부른 것은 딱 그 타이밍이었다.
“B구역 이동! 이동합니다!”
참가자들은 굳은 표정으로 우르르 이동했다.
길고 긴 마지막 순위 발표식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 * *
피로로 어깨가 아팠다.
‘이거 피로 감소 특성 없었으면 죽을 맛이었겠는데.’
고개를 돌리기도, 자세를 바꾸기도 힘들었다.
몇천 명의 사람들이 밑에서 뚫어져라 이쪽을 보고 있다는 것은 꽤 강한 압박감으로 작용했다.
‘무대 할 때보다도 가까운데.’
그나마 가장 가까웠던 팀전 무대보다도 관객이 가까웠다.
눈을 조금만 굴려도 무대 아래 있는 방청객과 눈이 마주칠 정도였다.
바로 밑에서 슬로건도 흔들리고 있었다.
궁서체로 적힌 것이 굉장히 비장했다.
‘손이라도 흔들어줘야 할 것 같군.’
그러나 이 긴장된 분위기에서 그럴 수는 없었다.
“과연, 영광의 6번째 자리를 차지할 참가자는 누가 될까요…….”
MC가 저 대사를 포함해 몇 가지 라인으로 15분째 진행을 돌려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올라온 지 20분이 지났는데 한 명도 발표가 안 됐다는 게 대단했다.
‘표수 보니 그럴 만도 했다만.’
듣기로는 문자투표가 백만이 넘었다고 했으니, 아직도 집계 중인 건 이상하지 않았다.
MC는 3분쯤 더 흐른 후에야 제작진의 사인을 받았다.
“, 인터넷과 생방송 문자 투자를 합산한 최종 주식 순위, 6등! 지금 발표합니다!”
주변에서 참가자들의 몸이 굳는 것이 느껴졌다.
“넘치는 리더쉽과 뛰어난 실력으로 주목을 받은 참가자입니다.”
전광판에서 해당하는 참가자의 얼굴을 어지럽게 비췄다.
‘…근데 왜 내가 있냐.’
류청우랑 큰세진은 알겠는데.
나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지 않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이미 다른 두 명과 다르게 눈에 기대가 없어 보였는지, 내 얼굴이 잡히자 이 분위기에도 밑에서 사람 몇 명이 웃었다.
“축하합니다, 이세진… B!”
큰세진은 눈을 휘둥그렇게 뜨더니, B가 붙자 빵 터지며 몸을 수그렸다.
“하하…!”
주변에서 참가자들의 무수한 악수요청과 축하가 큰세진에게 쏟아졌다.
나는 받을 축하는 다 받고 나오는 큰세진과 가볍게 하이파이브나 했다.
“아…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기대 버리려고 애썼는데.”
큰세진은 달아오른 얼굴로 술술 데뷔조에 든 감상을 말하고, 자신의 팬들을 향해 애교 비슷한 것을 선보인 뒤 단상으로 올라갔다.
‘진짜 데뷔했네.’
상승세라 그럴 것 같긴 했다.
‘잘 모르는 사람보다는 훨씬 낫지.’
나는 선선히 다음 순위 발표를 기다렸다.
…그리고 장장 15분 넘는 인고의 기다림 끝에 다음 순위가 발표되었다.
“5위는…! ……류청우!”
완전히 예상했던 인선이다.
오히려 순위가 좀 떨어진 감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본인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는지 프로그램 처음으로 눈물을 보였다.
‘멀쩡한 사람 좋지.’
나는 이번에도 진심으로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다음 4위.
“김래빈 참가자! 축하합니다!”
김래빈은 긴장해서 축하를 제대로 받지도 못하고 단상으로 비틀거리며 뛰어갔다.
그리고 발음만 또렷하게 줄줄 소감을 뱉었다.
…하지만 솔직히 소감보다는 발표문처럼 들렸다. 본인이 잘하는 것과 보완 중인 것을 줄줄 읊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제가 계발 중인 역량은 보컬입니다. 보다 완성된 모습으로 어떤 상황에서든 그룹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발휘할 수 있도록, 앞으로는 소통 능력도 더욱 신경 쓰겠습니다.”
그나마 소감 같았던 건 마지막 두 문장뿐이었다.
“…다시 한번 제게 투자해 주신 주주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합니다.”
그리고 씩씩하게 마이크에서 입을 뗐다.
‘…팬들한테도 사랑한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김래빈은 마이크를 반납하고서야 그것을 깨달았는지 아차 싶은 표정으로 MC를 봤지만, 이미 배는 떠났다.
‘…그래도 쓸모는 많은 놈이지.’
나는 적당히 납득했다.
다음 발표는 3위.
이제 불릴 때가 되지 않았나, 희망을 가져 봤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3위는…… 선아현! 축하드립니다!”
차유진과 선아현 사이에서 길게 끌던 전광판에 선아현의 얼굴이 떴다.
하얗게 질려있던 선아현의 얼굴에 순식간에 열기가 돌았다.
“고, 고마워….”
선아현은 의외로 울지 않고 축하를 받았다. 덕분에 포옹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얼결에 다른 놈들 따라서 해줬다.
“저, 저는, 정말 부족한 사람입니다. 그, 그런 저를 믿고, 지지해 주신 주주님들과… 친구들에게 정말, 가… 감사합니다. 더, 더… 자랑스러워하실 만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감… 사합니다.”
선아현은 마이크를 반납하고 올라가면서 펑펑 울었다.
원래 미래에서 확실히 데뷔하지 못했던 놈이 결국 붙는 것을 보자, 기분이 묘했다.
음…. 좋은 쪽에 가까운 것 같다.
‘선아현은 괜찮은 놈이니까.’
그럼 이제 남은 건…….
“점점 열기를 더해가는 의 마지막 순위 발표식! 이제 대망의 1위 발표를 목전에 앞두고 있습니다!”
‘결국 이렇게 됐군.’
나는 한숨을 참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