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enders score goals well RAW novel - Chapter 145
바르셀로나 녀석들을 박살 내 버리자.
“저런 인간이 무슨 우승 청부사야.”
호비뉴까지 들어오면 우리 팀에서 정통 미드필더는 디아라 한 명뿐이다.
라울 – 구티 – 호비뉴는 공격에 특화된 선수들이다.
누구보다 많이 뛰고 수비도 잘하고 세계 최고의 킥 능력을 가진 데이비드 베컴을 놔두고 호비뉴를 넣은 건.
베컴 때문에 이겼다는 소리는 죽어도 듣기 싫다는 추한 똥고집이었다.
파앗- ! 팟! 파아앙!
[바이언이 침착하게 중앙에서 짧은 패스로 경기를 풀어갑니다!]영리한 바이언 선수들은 서둘지 않고 중원을 잠식했다.
레알에는 중원을 지킬 선수가 없으니까 편하게 볼을 소유하며 경기를 지배할 수 있었다.
“뒤를 부탁해!”
파바밧!
나는 바이언의 패스 패턴을 지켜보다가 그들이 전진하는 타이밍에 반 박자 빠르게 달려들었다.
[나영웅이 전진 수비를 펼칩니다! 하그리브스와 1대1 대결! 아! 뚫렸어요!]하그리브스가 좌우로 페인팅을 하다가 순간 왼쪽으로 볼을 빼냈다.
체중이 앞으로 쏠려 있던 나는 볼을 놓쳤다.
하지만.
투우우웅!
오른발을 뒤로 뻗어 발꿈치로 볼을 막아냈다.
[뒤꿈치로 볼을 쳐냈어요! 나영웅! 굉장한 집중력입니다! 볼을 빼앗아 왼쪽 측면으로 패스! 아!]척- 휘익-
나는 달려드는 하그리브스를 왼팔로 막아내며 골반을 틀어 왼쪽으로 차는 동작을 크게 했다.
동시에 카를로스가 무섭게 오버래핑하자 바이언 진영이 왼쪽으로 확 쏠렸다.
투웅- 파아아앙- !
[나영웅! 어! 갑자기 왼발로 볼을 차올립니다!]“가라! 카사노~~~!”
나는 디딤발을 바꾸며 왼발 아웃사이드로 강하게 볼을 찼다.
속도도 빠르고 밖으로 휘어져서 받기 어려운 패스였다.
척!
카사노가 오른쪽으로 빠져나오며 나의 패스를 발바닥으로 절묘하게 받아냈다.
총알처럼 빠른 볼이 카사노의 발에 척 붙었다.
[카사노! 그대로 슈팅! 아니고 전진 드리블!]카사노가 달려드는 루시우를 속이고 골대로 파고들었다.
올리버 칸이 골대를 비우며 달려 나오자 카사노는 특유의 악동 미소를 지으며 중앙으로 패스를 찔렀다.
파아아앙- 뻐어어어엉!
“영웅아~~! 나이스 패스!”
“간만에 밥값 좀 하셨네요!”
짝-
나는 카사노와 하이파이브했다.
“와아아아아아!! 나영웅! 나영웅!”
알리안츠 아레나가 레알 팬들의 함성으로 끓어올랐다.
나의 패스부터 카사노의 연계와 라울의 깔끔한 마무리까지.
레알 마드리드급 선수들만이 할 수 있는 축구였다.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남은 시간은 4분. 이제는 바이언이 반드시 골을 넣어야 합니다.]바이언 선수들의 눈에 붉은 사이렌이 들어왔다.
그들은 총공세를 감행했다.
레알 미들진은 그들을 막아낼 힘이 없었다.
2선과 3선이 전차군단의 돌격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젠장!”
나에게 당한 바이언 선수들에게는 학습 능력이 생겼다.
내가 전진 수비하려는 타이밍에 측면으로 볼을 돌려 내가 비운 공간을 노렸다.
[슈바인슈타이거!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립니다! 피사로가 뛰어들며 헤딩!!]파아아앙!
엘게라가 필사적으로 경합하며 피사로의 헤딩을 막아냈다.
파바밧- !
“패스! 볼 앞으로 보내!”
[나영웅이 또 오버래핑합니다! 이대로 지키기만 해도 8강에 올라가는데요. 왜 저렇게까지 하는 걸까요!?]뻐어어어엉- !
카를로스가 세컨볼을 중앙으로 찼다.
내가 전속력으로 달려 볼을 받자 바이언 선수들이 사방에서 막아섰다.
파아앙- !
왼쪽으로 돌아서 라울에게 볼을 보냈다.
그다음 오른쪽 앞으로 계속 뛰었다.
[라울이 볼을 잡았습니다! 왼쪽에서 중앙으로 드리블 돌파! 아!]“패스! 패스! 앞으로!”
투우우웅- !
내가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돌아 들어가며 소리치자 라울이 내 앞으로 패스를 찔러주었다.
[나영웅! 달려가며 아! 그대로 슈티이이이잉~~!]뻐어어어어엉- !!!
나는 달리며 오른발을 힘껏 돌렸다.
마치 허공을 찬 것처럼 발등에 아무 감각이 없었다.
그렇다는 건.
“제대로 맞았어!”
척-
나는 오른팔을 들어 올렸다.
터어어엉- !
[아! 나영웅의 중거리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춥니다! 올리버 칸이 놓칠 정도로 강력한 슈팅이었는데요! 살짝 빗나갑니다.] [그러나. 오늘 누가 나영웅 선수를 비판할 수 있겠습니까? 후반전 중반에 투입되어 혼자서 경기를 뒤집어 놓았습니다!]“쳇.”
끼익- 끼익-
크로스바가 부러질 듯 흔들렸고 바이언 선수들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나는 유유히 위치로 돌아가서 남은 시간 수비에만 집중했다.
비록 들어가진 않았지만 나의 중거리 슈팅 이후로 바이언의 기세가 꺾였다.
계속 공습을 감행했지만 날카로움이 부족했다.
삑! 삑! 삐이이이익- !
[경기 끝났습니다! 2차전이 2대2 무승부로 끝나면서 레알 마드리드가 1승 1무로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 진출합니다!]결국.
우리는 바이언에게 추가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동료들이 다가와서 나를 끌어안았다.
“고맙다! 영웅아. 오늘 최고였어.”
“주장도 고생했어요.”
척-
나는 라울과 포옹하며 승리의 기쁨을 나누었다.
이 바닥이 이렇다.
나와 스페인 선수들 사이에 흐르던 팽팽한 긴장감이 극적인 승리로 녹아내렸다.
우리는 원정 응원석으로 달려가서 팬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리고.
벤치를 돌아보았다.
카펠로 감독은 이미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수줍어 하기는.
“우리 모두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서 이루어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MOM으로 선정되어 경기 후 인터뷰를 했다.
물론 옆에는 카펠로 감독이 앉아 있었다.
후반에 교체로 들어왔고 공격포인트가 없었는데도 내가 MOM에 선정된 건 그만큼 인상적이었다는 뜻이다.
“영웅 선수가 들어오고 레알 마드리드의 전술이 확 바뀌었는데요. 카펠로 감독님께 특별한 지시를 받은 게 있었나요?”
“아… 물론이죠. 들어가서 마음껏 뛰며 분위기를 뒤집으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나는 카펠로 감독을 돌아보며 말했다.
“2대2 상황에서 지키기만 해도 됐는데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공격을 감행한 이유가 있을까요?”
“그건… 그것이 레알 마드리드의 정신이기 때문입니다. 스페인에서 이곳까지 와서 응원해주신 팬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구요. 우리 레알 팬들은 맨날 물러서서 지키는 시시한 축구가 아니라 공격하고 또 공격해서 상대의 숨통을 끊어놓는 화려한 축구를 좋아하시니까요.”
나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카펠로 감독을 돌아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팟! 팟! 팟!
기자들의 카메라가 불을 뿜었다.
카펠로는 나를 끝내 무시했고 마드리드에 도착할 때까지 말 한마디 걸지 않았다.
이쯤 되면 나도 궁금해졌다.
“근데. 이 인간.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설마 다음 경기에 나를 빼놓는 건 아니겠지?”
무슨 말을 해야 알지.
참으로 답답한 인간이었다.
***
강적 바이언을 꺾고 마드리드로 돌아온 우리는 팬들에게 환영받았다.
그중에서 가장 인기를 끈 건 나였다.
[나영웅! 환상의 25분. 레알 마드리드를 이끌어갈 최고의 수비수.] [나영웅은 그동안 왜 출전하지 못했나? 팬들은 궁금하다. 답답한 현 레알의 문제를 뚫어줄 해결사.] [나영웅. 독일 뮌헨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정신을 외치다.]나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열정의 라틴 민족답게 호들갑스러울 정도로 나를 찬양했다.
그런데.
나에 대한 열렬한 찬양 분위기도 하루 만에 끝나고 말았다.
왜냐?
3일 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가 벌어지기 때문이었다.
바이에른 뮌헨보다 100배 더 중요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06/07 라리가 26라운드 FC바르셀로나 대 레알 마드리드 CF]나의 첫 번째 [엘 클라시코] 일정이 잡혔다.
경기 3일 전부터 마드리드 도시 전체가 이상한 열기에 휩싸였다.
티비를 틀어도 거리를 걸어도 상점에 가도 훈련장에 가도 온통 엘 클라시코 얘기뿐이었다.
누가 나온다, 누가 못 나온다, 누가 이길 거다, 누가 질 거다, 누구를 빼야 한다, 누구를 넣어야 한다…
사실 리그 38경기 중 1경기에 불과했는데 마드리드 사람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빠. 나 바르셀로나에 꼭 가보고 싶었는데… 지금 가면 안 되겠죠?”
“당연하지. 지금 같은 시기에 괜히 근처에 어슬렁대다가 큰일을 당할 수도 있어.”
현지는 전부터 바르셀로나 도시에 관심이 많았다.
가우디가 만든 건물들을 보고 싶다나.
하지만.
남편이 레알 마드리드 소속인 이상 조심해야 했다.
대다수의 바르셀로나 팬들은 이성적이고 상식적이지만 언제나 극소수의 미친놈들이 숨어있기 마련이니까.
마드리드도 마찬가지여서 경기를 앞두고 벌써부터 양 팀 과격 팬들이 크고 작은 폭력 사건을 일으키고 있었다.
“나영웅, 세르히오 라모스… 이상이 바르셀로나전 선발이다.”
경기 전날.
수석 코치가 카펠로 감독이 뽑은 선발 명단을 발표했다.
나는 라모스와 처음으로 센터백 콤비로 호흡을 맞추게 되었다.
바이언 전이 끝나고 칼데론 회장이 카펠로 감독을 불러 장시간 미팅을 했다고 하던데 그때 나의 기용 문제로 혼쭐이 나지 않았을까 싶다.
어쨌든 바로 기용하는 걸 보면 나를 베컴보다는 덜 미워하는 모양이다.
짝- 짝- 짝-
“오~ 선발 출전 축하해. 영웅아.”
“바르셀로나 녀석들을 박살 내 버리자.”
“좋죠.”
라울이 박수까지 치며 축하해주었다.
그는 바이언 전 이후로 나를 대하는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레알 마드리드밖에 모르는 바보 라울은 바르셀로나를 이길 수만 있다면 악마와도 손을 잡을 남자였다.
라울이 나를 환대하자 스페인 선수들도 태도를 바꾸었다.
내가 스페인어도 열심히 공부하고 구단과 팬에게 충성심을 보이자 슬슬 동료로 인정했다.
우리는 전보다 끈끈해진 원팀으로 바르셀로나 원정을 떠났다.
***
[전 세계 라리가 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곳은 엘 클라시코가 벌어지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 노우 경기장입니다. 9만 9천 명의 관중이 세계에서 가장 큰 축구 경기장에 모였습니다. 바로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숙명의 라이벌전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그렇습니다! 세계 최고의 라이벌전이라 불리는 엘 클라시코! 두 팀의 대결을 기다리는 열기가 벌써 뜨겁습니다!]캄 노우가 풍기는 분위기는 알리안츠 아레나와는 전혀 달랐다.
바이언의 홈구장이 최첨단 쇼핑몰 같다면 캄 노우는 오래된 성당 같았다.
이곳은 카탈루냐 사람들의 숭고한 정신과 한이 담긴 성전이었다.
경기장 안에 작은 성당까지 있는 걸 보면 카탈루냐 사람들이 캄 노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런 성스러운 장소에서 나는 무얼 하고 있었나?
“야. 장발족. 머리 좀 잘라라. 헤어스타일이 그게 뭐냐. 쌍팔년도 락커도 아니고. 숱이라도 좀 치던가.”
라커룸에서 라모스와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