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enders score goals well RAW novel - Chapter 87
역사적인 그린 스트리트 연설!
“기자회견장을 왜 그런 곳으로 잡은 거야?”
런던 공항에 내리자마자 나는 동런던 그린 스트리트로 향했다.
마중 나온 폴이 궁금해했다.
나는 기자들을 웨스트햄 구단 사무실이 아닌 경기장 옆 길거리로 불러냈다.
업튼파크 역에서 불린 그라운드 경기장으로 가는 길을 그린 스트리트라고 불렀는데 그곳으로 영국 기자들을 모았다.
“두고 보면 알아요.”
공항에서 급히 차를 달려 동런던에 도착했다.
그린 스트리트에 들어서니 기자들 수십 명이 벌써 길거리에 진을 치고 있었다.
그들은 잔뜩 긴장해 있었다.
왜냐하면 근처 펍에서 몰려나온 웨스트햄 팬들이 기자들을 둘러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위험해 보이는 훌리건들도 꽤 있었다.
“어! 나영웅이다! 영웅이가 업튼파크로 돌아왔어!”
“와우! 한국에서 잘 쉬고 온 거야?”
“플레이보이 맨~~!”
내가 등장하자 웨스트햄 팬들이 몰려들었다.
내가 동네 팬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는 모습을 기자들이 카메라로 찍어댔다.
“기자님들. 식사하셨어요? 저기 가서 맥주라도 한잔하면서 이야기하죠.”
이건 권유가 아니었다.
그들은 나의 인터뷰를 따야 했기에 내가 지옥으로 끌고 가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나는 기자들을 이끌고 근처 가장 큰 펍으로 들어갔다.
[이스트앤드 펍]“와아아! 나영웅! 돌아왔구나!”
“이스트앤드에 온 걸 환영해!”
낮부터 펍에서 죽치고 있던 웨스트햄 팬들도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우리는 갱들처럼 요란하게 몸을 부딪치며 인사를 나누었다.
이런 장면도 전부 촬영이 되었다.
기자들은 온통 웨스트햄의 유니폼, 엠블럼과 깃발, 머플러, 사진, 기념품으로 도배가 된 펍의 내부를 열심히 카메라로 찍어댔다.
“기자 양반들. 잘 찍어줘요. 여기가 바로 동런던의 심장이니까. 으하하하!”
이빨이 몇 개 없는 빡빡머리 아재가 소리쳤다.
기자들에게 맥주를 한잔 씩 돌리고 친근한 분위기를 만든 후 인터뷰를 시작했다.
나는 모든 연기력을 동원해 일장 연설을 시작했다.
“우리들에게서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빼앗아 가겠다구요? 좋습니다. 그걸 원한다면 UEFA 회장님이 직접 물 맑고 공기 좋은 스위스에서 우리 동네로 와서 뺏어가야 할 겁니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요.”
“옳소! 옳소!”
“그 늙은이 업튼파크에 얼굴만 디밀어 봐봐! 그냥! 확! 마!”
짝- 짝- 짝- 짝- !
다들 내 한 마디에 박수를 치고 야유를 하고 난리였다.
나는 UEFA에 선전포고하는 게릴라 부대 대장이었다.
내 주변에는 험상궂은 해머스 요원들이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서 있었다.
내 털끝만 건드려도 죽여버리겠다는 듯.
“우리는 정당한 방법으로 챔스 진출권을 따냈습니다. 수많은 희생을 통해서요. 당신들은 그걸 부당한 이유로 빼앗으려 하고 있습니다.”
“옳소! 가자! 스위스로 쳐들어가자! 늙은 놈 목을 따 버리자!”
“가즈아~!!”
쿵! 쿵! 쿵! 쿵!
해머스가 맥주잔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소리쳤다.
그들의 조상들이 칼로 방패를 두드리며 전투를 준비했듯이.
정말 UEFA 본부가 있는 스위스 니옹으로 쳐들어갈 기세였다.
“우린 부당함에 맞서 싸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최대한 빨리 답을 주는 게 좋을 겁니다. 그럼.”
공개 인터뷰가 끝나고 기자들이 만족해서 돌아갔다.
결과가 어쨌든 내가 팔리는 그림을 만들어주었고 엄청난 논란을 일으킬 화제를 던져주었기 때문이다.
인터뷰가 끝나고 나는 골든벨을 울려 도와준 팬들에게 무한 맥주와 피시 앤 칩스를 선사했다.
그날 밤부터 공중파, 신문, 타블로이드 등 영국의 모든 매체에서 나의 펍 연설을 보도했다.
이례적인 일이라 스포츠 매체가 아닌 언론에서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동런던 사람들은 속이 다 시원하다며 절대적인 지지를 표명했고 런던 라이벌 지역과 리버풀 팬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저 한국인 새끼 너무 나댄다. 사람들 선동하는 꼴이 꼭 히틀러의 뮌헨 맥주홀 폭동을 연상시킴.]L 그건 오바다. 여기서 히틀러가 왜 나와? 너 밀월 팬이지?
L 훌리건들 나치 돌격대처럼 경호원으로 양옆에 세워두고 폭동을 유도하는 말을 쏟아내는 꼴이 딱 히틀러 같구만.
L 밀월 팬은 아닐 듯. 밀월 팬들은 히틀러가 누군지도 모르잖아. 그리고 대부분 글을 읽지 못할걸?
L 너 웨스트햄이지! 이 새끼야!
L ㅋㅋㅋ
나의 펍 인터뷰는 영국 섬을 넘어서 유럽 축구계 전체 이슈가 되었고 UEFA 측을 압박할 강력한 힘을 얻었다.
***
나영웅이 동런던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게 못마땅한 사람들도 있었다.
“이건 구단 보드진을 무시한 행동입니다! 단장님. 이런 인터뷰를 할 거면 우리와 먼저 상의를 했어야죠. 안 그렇습니까?”
웨스트햄 구단 총괄 매니저 피터가 알프레드 단장을 찾아와 분통을 터트렸다.
소속 선수들의 공식 인터뷰는 사무실에 마련된 기자회견실에서 하는 게 원칙이긴 했다.
“나영웅. 그 친구를 계속 놔두면 본인이 구단을 좌지우지하려고 들 겁니다. 어린 친구가 야심이 보통이 아니에요. 이번에 싹을 잘라놔야 합니다. 클럽보다 큰 선수가 나와서는 안 됩니다.”
“알겠습니다. 곧 만날 일이 있으니까 제가 잘 이야기해 보죠.”
매니저를 내보내고 알프레드 단장은 생각에 잠겼다.
시즌 개막이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나영웅과 아직도 연봉협상을 끝내지 못했다.
지금까지 에이전트 폴과 10번이 넘는 미팅을 했지만 원하는 금액 차가 너무 컸다.
“나… 영웅.”
사실 알프레드 단장에게 나영웅은 은인이다.
국제금융인 출신 비 축구인으로 받았던 주변의 미심쩍은 눈빛이 첫 시즌을 끝으로 눈 녹듯이 사라졌다.
이제 알프레드는 승격 첫 시즌에 FA컵 우승과 챔스 진출을 동시에 이루어낸 천재 단장으로 칭송받았다.
그것도 다른 프리미어리그 빅클럽들에 비해 저렴한 금액으로 이룬 성과라 더더욱 알프레드의 능력이 높게 평가받았다.
알프레드도 지난 시즌 웨스트햄의 성과가 어떤 선수 때문인지 알았다.
“나영웅은 어떻게든 데리고 가야 해. 문제는 그걸 나영웅 쪽도 알고 있다는 거야.”
사실 웨스트햄은 지금 현금이 없었다.
이 사실을 아는 건 단장과 사장, 회장 등 극소수뿐이다.
원인은 웨스트햄의 모기업 WH 홀딩 투자그룹 때문이다.
이 회사의 실질적 주인은 비요르골푸르 구드문드손.
그는 과거 금융 사기 전과가 있는 수상쩍은 인물이다.
마그누손 웨스트햄 회장은 얼굴마담에 불과했고 전과자 구드문드손이 뒤에 숨어서 구단을 조종하고 있었다.
“중간에서 미쳐버리겠군.”
웨스트햄은 이번 시즌 엄청난 흑자를 냈다.
매번 매진을 기록한 홈경기 관중수익 + FA컵 우승 상금 + 리그 4위 보너스 + 막대한 중계권료 + 기업 스폰서 + 광고수익 등등 현금을 쓸어 담았다.
이대로면 금방 인수금액 이상을 뽑아낼 기세였다.
문제는 이 엄청난 현금이 구단을 빠져나가 WH 홀딩 투자그룹으로 비밀리에 흘러 들어갔다는 거다.
현재 미국 금융 시장이 불안정해서 WH 홀딩스는 많은 현금이 필요했다.
구단 상황이 이런데.
나영웅은 고액의 연봉을 요구하며 그것도 모자라 언론을 통해 비싼 선수들을 추가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는 웨스트햄을 이끌고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그런 목표를 이루려면 선수 보강이 필요합니다. 한두 명으로는 택도 없구요. 즉시 전력감 A급 선수 5명 이상이 필요합니다. 우리 알프레드 단장님을 믿습니다만 지금까지도 굵직한 영입 소식이 하나도 없다는 건 우려스럽네요. 설마 지금 선수단 그대로 또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건 아니겠죠? 미리 말씀드리지만 두 번의 기적은 없습니다. 이대로 새 시즌을 치른다면 기다리는 건 파멸뿐입니다.”
나영웅은 각종 매체에서 인터뷰를 자처하며 다방면으로 알프레드 단장을 자극했다.
“건방진 동양 꼬마 놈.”
구드문드손 회장과 나영웅 양쪽에서 압박을 받는 알프레드는 본인이 살기 위해 어떻게든 선택을 해야 했다.
***
[05-06 시즌 챔피언스리그 웨스트햄 출전 확정.]나의 협박 때문이었을까.
UEFA는 결국 웨스트햄의 챔스 출전 양보 요청을 취소했다.
대신 엿 같은 대안을 발표해서 동런던 사람들을 열 받게 했다.
[웨스트햄. 챔피언스리그 3차 예선에서 비야레알을 이기면 조별리그 진출 가능.]UEFA는 웨스트햄과 리버풀을 모두 챔스에 출전시키는 조건으로 우리에게는 3차 예선부터 참가, 리버풀은 1차 예선부터 참가라는 제한을 두었다.
프리미어리그 팀이 5팀이나 출전하게 되어 타 리그 팀들이 불만을 표출했기 때문이다.
나름 합리적인 해결책이라고 UEFA를 칭찬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졸라 열이 받았다.
“젠장! 그~ 비야레알이랑 붙으라구!?”
05-06시즌 비야레알은 돌풍의 팀이었다.
명장 펠레그리니 감독이 이끄는 노란 잠수함 군단은 리켈메, 세나, 카솔라, 포를란, 소린 등.
젊고 뛰어난 선수들이 포진한 까다로운 팀이었다.
챔스 조별리그에 올라가려면 이런 난적과 싸워 이겨야 했다.
생소한 라리가 팀이라 프리미어리그 빅3 와 붙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경기가 될 수 있다.
[나영웅 웨스트햄과 연봉 협상 난항. 결국 최종일까지 이어지나.]알프레드 단장의 태도가 달라진 건 [FA 커뮤니티 실드]를 보름 앞둔 시기부터였다.
커뮤니티 실드는 전 시즌 리그 우승팀과 FA컵 우승팀이 단판으로 붙는 대회다.
프리미어리그 시즌 개막 1주일을 앞두고 벌어지는 이벤트성 경기였지만 전통도 길고 나름 의미도 있는 대회였다.
특히 우승 트로피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웨스트햄에게는 꼭 따내야 할 컵이었다.
“단장님. 도대체 선수 보강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 겁니까?”
“미스터 고든 씨. 내가 에이전트인 당신에게 우리의 내부정보를 알려줄 이유는 없다고 보는데요? 그렇게 우리 구단이 걱정이면 나영웅의 연봉협상부터 빨리 끝내주시죠. 당신은 지금 우리 보드진에게 크나큰 업무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나영웅 연봉협상 미팅 15회차.
폴은 나영웅을 대신해서 잠잠한 웨스트햄의 선수 보강을 꼬집었다.
알프레드는 철벽을 치며 어떻게든 나영웅의 연봉만 깎으려 했다.
나영웅의 지난 시즌 연봉은 300만 달러.
한화로 약 40억 원이다.
여기에 옵션으로 걸었던 챔스 진출권까지 따내서 추가 보너스로 150만 달러를 더 벌었다.
연봉 수익만 대략 60억 원에 유니폼 판매수익, 초상권 수익 등 추가 수익도 상당했다.
“단장님. 몇 번을 말씀 드리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