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197
196화. 앨범 발매 (2)
강소는 녹색의 크로마키 천 앞에 섰다.
CG로 대리석 재질의 방과 창문 너머의 구름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삽입한다고 했다.
추가된 장면은, 천사장이 두 아기 천사에게 임무를 전달하는 장면이었다.
“신 5. 테이크 1! 액션!”
탁-!
조감독이 슬레이트를 쳤고, 카메라 슛이 들어갔다.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강소가 천천히 뒤를 돌아본다.
그와 동시에 카메라는 그 앞의 책상과 그 위에 놓인 두 개의 두루마리를 집어 드는 강소의 손을 찍었다.
그리고 강소는 천천히 유하영과 노민아에게 다가갔고 두루마리를 한 개씩 나누어 준다.
두루마리를 받으며 기뻐하는 유하영과 노민아의 얼굴까지 찍은 후.
“컷-!”
조금용은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좋아요! 아주 좋습니다.”
“괜찮게 나왔습니까?”
그는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최곱니다!”
“다행이군요.”
“그럼, 이왕 의상을 입은 김에 마지막 장면도 찍어 봅시다.”
“알겠습니다.”
마지막 장면은 예상했듯이, 임무를 무사히 마친 두 천사에게 칭찬을 해 주는 장면이었다.
처음에는 두 천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장면을 촬영하려 했지만, 이런저런 말이 많을 것 같다는 의견을 수용해서 선물 상자를 주는 것으로 바뀌었다.
마지막 장면도 원 테이크에 끝냈다.
“여기 상자 안에 사탕이 있어.”
“그거 이따가 우리가 먹을 거래.”
“나는 초코빵이 들어 있었으면 좋겠어.”
“나는 예쁜 원피스가 있었으면 좋겠어.”
“언니는 원피스 좋아해?”
“응. 나는 예쁜 옷을 좋아하는데, 그중에 원피스가 제일 예뻐.”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강소를 비롯한 사람들은 피식 웃었다.
유하영과 노민아의 촬영이 시작되자 촬영장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졌다.
강소는 그것을 느끼며 미소 지었다.
그의 미소를 보고 여자 스탭들이 속으로 환호했지만, 강소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때 조감독이 외쳤다.
“자, 그럼 점심 먹고 시작합시다! 오늘 점심은 하영 양의 팬클럽 서포트입니다.”
그 말에 유순태가 말했다.
“지은 씨가 여러모로 고맙네.”
“그러게요.”
유순태와 임소영은 김지은이 유하영 팬클럽의 회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강소는 자신의 옷을 보며 말했다.
“저는 우선, 옷 먼저 갈아입고 오겠습니다.”
“왜? 그냥 입고 있지?”
유순태의 장난스러운 말에 강소 역시 웃으며 답했다.
“나는 상관없다. 하지만 너는 나랑 같이 붙어 있을 텐데…… 혹시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는 취미라도 있는 거냐?”
“얘가…… 누굴 관종으로 알아…….”
유순태는 한숨을 내쉬었다.
“당연히 농담이지.”
“나도 농담이었다.”
유순태의 의문의 1패였다.
“얼른 의상 갈아입고 와라.”
“알았다.”
강소는 분장실로 향했고 옷을 갈아입었다.
코디를 비롯하여 메이크업 담당 등이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강소는 대체 왜 그들이 아쉬워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저, 부담스러운 옷을 갈아입을 수 있어서 좋았을 뿐이었다.
그가 옷을 갈아입고 왔을 때, 이미 사람들은 식사 중이었다.
“어서 와! 네 도시락 여기 있다!”
“고마워!”
그는 유순태 옆에 앉았다.
맞은편에서 다른 이들이 식사 중이었고, 스탭들과 감독은 따로 식사를 했다.
강소는 도시락을 열어 보았다.
“이건…….”
“찹스테이크와 립, 그리고 밥과 샐러드다.”
“스테이크, 비싸다고 들었는데?”
“비싸지.”
유순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팬클럽에 고맙다고 글 올려야 하나?”
그 말에 강소가 답했다.
“이미 안주인께서 올리셨다.”
“이야! 역시 빠르네.”
유하는 젓가락으로 찹스테이크를 집어 먹으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아, 오늘 의상이 펑퍼짐해서 다행이에요. 딱 붙는 의상이었으면 이렇게 맛있는 것도 못 먹을 뻔했잖아요. 그리고 뮤직비디오 찍으면서 점심으로 스테이크는 처음이에요.”
그 말에 오창수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이게 특이한 것이군요. 저는 다른 가수들도 뮤직비디오를 찍으면서 이런 거 먹는 줄 알았어요.”
“기껏 해 봤자 한식 도시락 아니면 떡볶이나 김밥 정도야. 그리고 아까 말했지? 몸매가 드러나는 의상이면 제대로 먹지도 못한다고.”
“그, 그렇군요.”
“선배 가수들 중에 노출 있는 의상을 입었던 선배는 물 한 모금도 못 마셨대.”
“헐…… 진짜요?”
그 대화를 들으며 강소가 말했다.
“연예인이라는 자들을 보면 화려해 보이지만 그 이면은 참 치열하고도 힘든 것 같습니다.”
“원래,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는 짙어지는 법이니까요.”
강소는 유하영을 보았다.
연예계에 발을 들인 만큼, 유하영 역시 짙은 그림자를 피할 수는 없을 터.
하지만 강소는 유하영이 행복했으면 했다.
‘빛이 정 가운데를 비추면, 그림자는 사라지지.’
빛이 언제나 유하영에게 머물게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었다.
점심시간 동안 화기애애한 대화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강소는 이전과 달리 밝은 얼굴의 유하를 보며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그때 내가 해결했던 사생이 바뀌었다고 했지.’
고영민의 말에 의하면, 그 남자는 지금 유하의 사생들을 퇴치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했던 일이 팬심이나 사랑 같은 거창한 것이 아님을 깨달은 후,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나름대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는 것.
덕분에 유하는 사생에게 시달리지 않아서인지, 컨디션도 한결 좋아 보였다.
점심을 다 먹고, 후식 시간에 임소영은 유하영이 천사 복장을 한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팬클럽에 올릴 사진이었다.
스포가 될 수도 있겠지만, RD엔터와 상의한 뒤 결정된 의도적인 스포였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다시 촬영이 시작되었다.
조금용은 유하영과 노민아에게 촬영 동선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
“여기서 이렇게 창문을 통해 유하 씨를 보면서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면 된다. 그리고…… 그렇게 한 다음, 하영이가 이렇게 손바닥에 씨앗을 놓고 후 하고 불면 되고…….”
조감독이 신 넘버를 외치며 슬레이트를 쳤다.
탁.
카메라가 켜졌다.
살짝 열린 커튼 틈으로 방안을 훔쳐보는 유하영과 노민아의 모습은 너무 귀여웠다.
유하영과 노민아의 연기를 보며 두 아이의 부모들은 똑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에 강소는 피식 웃었다.
그의 눈에도 유하영이 정말 예쁘게 보였다.
진짜 천사처럼 말이다.
자신도 모르게 광대가 위로 올라갔다.
‘험, 험험. 다른 사람들도 하영이가 귀여운 것을 알아야 하는데 말이지.’
고개를 돌려보자, 그들뿐만 아니라 조금용과 스탭들도 모두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전에 봤던 자들과 다른 스탭들이 보였다.
‘초코빵으로 만들어야겠군.’
.
.
.
밤 9시 30분.
뮤직비디오 촬영이 끝났다.
모든 촬영이 끝났다는 것이 아니라 유하영과 노민아의 촬영이 끝났다는 뜻이다.
두 아이의 장면을 제외하고 유하와 오창수가 함께 나오는 장면은 계속해서 촬영이 이어지고 있었다.
유하영과 노민아가 미성년자였기에 그들이 나오는 장면만 미리 찍은 것.
“하아, 하영이가 간다니! 이모는 너무 슬프다.”
유하의 말에 유하영이 말했다.
“슬퍼하지 마세요. 이모.”
그리고 유하영은 유하에게 초콜릿을 주었다.
“이거 초콜릿 먹으면 하나도 안 슬퍼져요.”
“이거 나 주는 거야?”
“네.”
그리고 유하영은 오창수에게도 초콜릿을 주었다.
“팬클럽에 하영이에게 초콜릿 받았다고 자랑하고 싶은데, 그러면 안 되겠죠?”
그 물음에 고영민이 대답했다.
“안될 건 없지. 어차피 ‘우리의 꿈’ 뮤직비디오에 네가 출연한다는 것은 다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고영민이 씩 웃었다.
“헤븐스 차일드의 오창수가 초코빵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게 될 텐데, 덕밍아웃을 하려는 거냐?”
“헉! 그, 그렇군요.”
“그룹 이미지를 생각해서라도 덕밍아웃은 좀 나중으로 미뤄 줬으면 좋겠다.”
오창수는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알겠습니다.”
다른 이들과 인사를 마친 후, 유순태 가족과 강소는 양춘각으로 향했다.
오늘 촬영이 힘들었는지 유하영은 벌써 임소영의 품에 안겨 잠들어 있었다.
강소는 운전을 하며 백미러로 보이는 그 모습에 피식 웃었다.
.
.
.
그 후로, 시간은 흘러갔다.
유하영은 재킷 사진을 찍으러 다녀오고 노래의 최종 녹음을 하러 RD엔터에 가는 등 바쁜 스케줄을 소화했다.
그리고.
드디어 뮤직비디오가 선공개 되었다.
“사장님!”
아침에 출근한 김지은이 다급하게 유순태를 불렀다.
“어, 지은 씨 왔네. 무슨 일이야?”
“하영이 뮤직비디오 보셨어요?”
“응? 뮤직비디오?”
“네! 오늘 오전 12시 05분에 선공개 되었거든요.”
그 말에 강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어제 고영민이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았다.
김지은이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동영상 사이트를 보여 주었다.
“벌써 조회수가 엄청나요.”
“오! 그렇군요!”
“어서 보자고.”
유순태의 재촉에 김지은이 동영상을 클릭했고, 곧 뮤직비디오가 시작되었다.
어두운 장면에서 서서히 밝아진다.
[어깨가 무거워 보여요. 얼굴에도 미소가 보이지 않아요.]우리의 꿈 노래가 흘러나오며, 도로 한가운데 서 있는 유하가 등장했다.
무언가에 쫓기는 듯 다급한 표정으로 달리는 그녀의 혼란스러움을 카메라 워킹으로 표현해 냈다.
‘저게 미리 찍었다는 장면이군.’
그리고 강소가 알고 있는 장면들이 나왔지만, 중간중간 모르는 장면도 있었다.
유하영과 노민아의 촬영이 끝나고 촬영한 장면일 터.
확실히, 영상미가 돋보이는 뮤직비디오였는데 그 와중에도 캐릭터를 잘 살리고 있었다.
마지막 장면은 천사장에게 선물을 받고, 그 선물을 열어 보며 기뻐하는 장면.
마지막으로 선물 받은 사탕을 먹으면서 두 남녀 주인공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끝났다.
뮤직비디오가 끝나고, 유순태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정말 좋은데? 누구 딸인지 진짜 예쁘게 나왔다.”
“하하하하!”
그 말에 모두 웃었다.
그때 김지은이 강소에게 물었다.
“그런데, 천사들에게 임무를 주고 칭찬하는 역할을 한 천사 말이에요. 혹시 알바 오빠가 하신 거예요?”
그녀의 물음에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비밀은 아니었으니까.
“저도 하영이 뮤직비디오 촬영할 때 갈 것을 그랬어요.”
“하하하하.”
김지은의 덕심을 알고 있는 유순태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다음 기회를 노려봐.”
“다음에는 꼭 데리고 가 주세요.”
“알았어.”
유순태는 말을 이었다.
“자, 그럼 이제 점심 장사 준비하자고.”
* * *
RD푸드의 홍보 팀장인, 홍 팀장은 점심시간 동안 휴식을 취할 겸 동영상 사이트에 접속했다.
그런데, 사이트의 상단에 핫한 영상 하나가 새로 올라와 있었다.
‘우리의 꿈 뮤직비디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그 영상을 톡 하고 건드렸고, 곧 화면은 우리의 꿈 뮤직비디오로 채워졌다.
‘……’
넋 놓고 보다 보니, 어느새 3분 50초 정도의 영상이 끝났다.
‘내가 방금 뭘 본 거지?’
그녀는 다시 한 번 그 영상을 터치했고, 화면 속에 보이는 귀여운 한 아이에게 꽂혔다.
‘아…… 노래도 좋고, 진짜 잘 부른다.’
듣다 보니 어느새 그 노래에 푹 빠져 버렸다.
상사에게 쪼이고 후배에게 치이고, 일에 묻혀 허덕이고, 인간관계에 시달리다 보면, 그녀 역시 뮤직비디오의 여자 주인공처럼 어디론가 도망쳐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 노래는 그런 자신을 위한 위로였다.
조금만 버티면 내일이 온다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을 거라고 말하고 있었다.
‘맞아. 그렇게 살다 보니 말단 사원이었던 내가 어느새 팀장이 되었지.’
그때 누군가 다가왔다.
“홍 팀장님. 뭐 보세요?”
“아. 김 대리.”
그녀는 자신의 핸드폰을 보여 주며 말했다.
“뮤직비디오가 올라왔기에, 뭔가 하고.”
“아! 이거 저 알아요! 하영이와 민아라는 아이가 부르는 우리의 꿈 뮤직비디오죠?”
“어떻게 알아?”
그녀의 물음에 김 대리가 웃으며 말했다.
“사실 제가 초코빵이거든요.”
김 대리는 홍 팀장에게 유하영의 팬클럽에 대해 설명했고, 그 순간 홍 팀장의 머릿속에는 초코빵을 냠냠 먹는 유하영의 귀여운 모습이 떠올랐다.
그 귀여운 모습에 순간, 이거다 싶었다.
“김 대리. 이번에 새로 출시하는 초콜릿 맛 케이크의 광고 모델,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
“네. 아직…….”
“딱, 적당한 모델이 있네.”
무림에서 온 배달부 19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