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196
195화. 앨범 발매 (1)
1월의 첫 번째 주 월요일.
1월 1일에 쉰 것과 별개로 1월 첫 번째 주 월요일 역시 양춘각의 정기 휴일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유하영의 뮤직비디오 촬영일.
유하영의 첫 번째 뮤직비디오 촬영인 만큼 유순태도 지켜보고 싶다고 하여 오늘을 촬영일로 잡았다.
강소는 유순태 가족과 함께 촬영장으로 향했다.
그가 함께 가는 것이니 경호는 따로 필요 없어 하태복에게는 휴가를 주었다.
그는 매우 아쉬워했지만…….
촬영장은 서울 외곽에 있었는데, 전에 밀키웨이 걸즈의 뮤직비디오를 찍었던 그 장소였다.
그들이 촬영장에 도착했을 때 스탭들이 열심히 촬영장을 꾸미고 있었다.
아직 감독은 도착하지 않은 상태.
촬영 감독은 전에 밀키웨이 걸즈의 뮤직비디오를 찍었던 조금용 감독이었다.
그는 전에 찍었던 ‘꽃다발’ 뮤직비디오가 생각보다 더 화제가 되어 몸값이 높아졌다고 한다.
그래서 섭외하기 쉽지 않았지만, 유하영이 참여하는 앨범이라는 말에 군말하지 않고 도장을 찍었다고, 고영민이 말해 줬다.
‘강소 씨가 하영 양의 경호원이라는 것을 알고 계시더라고요. 강소 씨에게 진짜 고마웠나 봅니다. 하하하.’
그 말에 강소는 그저 미소 지었을 뿐이다.
그들이 도착해서 여러 스탭들과 인사를 나누던 와중, 이미 도착해 있던 이들이 대기실에서 나왔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저희가 늦지는 않았죠?”
“물론입니다. 저희도 금방 왔습니다.”
고영민 실장과 오창수, 그리고 유하가 도착했고, 그 뒤를 이어 노민아가 엄마 손을 잡고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서로 인사를 나누고 상황을 살피더니 유하가 말했다.
“아직 감독님은 안 오셨지만, 메이크업 먼저 하도록 해요.”
그 말에 고영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하 씨 말대로, 서두르는 게 좋을 거 같네요.”
“벌써 메이크업을 합니까?”
유순태의 물음에 유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벌써 지친다는 표정을 지었다.
“1박 2일도 아니고, 1박 3일 동안 뮤직비디오 찍어 보지 않았으면 말을 마요.”
그 말에 오창수가 움찔했다.
“데뷔한 형들이 뮤직비디오만 찍고 오면 좀비가 되어서 흐느적거리는 게 다 이유가 있었군요.”
“맞아. 최악은 몸매가 드러나는 의상일 때야. 물도 마음대로 못 마셔.”
“…….”
“정말 힘들었겠네.”
임소영은 그렇게 말하며 유하의 등을 두들겨 주었다.
“그래도 결과물이 나오면 뿌듯하기는 하지만.”
유하는 유하영에게 다가가 꼭 안으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오늘 촬영은 일정이 하드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그도 그럴 것이, 이번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은 유하영과 노민아였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도 그렇게 하드한 일정을 잡을 수 없었다.
그렇게 그들은 일찌감치 메이크업을 시작했다.
고영민은 유하의 매니저 김송원과 함께 이런저런 것들을 조율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할 일 없는 강소는 유순태와 함께 촬영장에 앉아 있었는데, 스탭들이 그런 강소를 힐끔힐끔 훔쳐보고 있었다.
그 시선은 유순태도 알아차릴 정도.
“이야, 우리 강소 유명해졌네.”
“귀찮다.”
강소는 그렇게 말하며 야구 모자를 눌러썼고 유순태가 킥킥대며 웃었다.
그때 조금용 감독이 도착했다.
강소와 유순태, 고영민은 일어나서 감독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유하영의 아빠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조금용입니다.”
서로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아!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렇군요. 저번 8월인가에 뵙고 처음이군요. 그 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하하하! 덕분에 아주 잘 지냈습니다.”
“혈색도 좋아 보이셔서 다행입니다.”
“그때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이제야 하게 됩니다. 하하하. 정말 감사했습니다.”
어지간히도 기쁜지 만면에 미소를 띤 얼굴.
강소는 고영민이 했던 말을 떠올렸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제가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네?”
강소의 반문에 그가 헛기침을 했다.
“험, 험험. 사실 오늘 배역 하나가 급하게 추가가 돼서 말입니다. 그것 때문에 조금 늦었습니다.”
그 말에 강소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하영 양과 민아 양이 맡은 두 아기 천사를 지상으로 파견 보내는 천사장 역할이 필요해서 말입니다.”
“그렇군요.”
상당히 갑작스럽다는 느낌이 들지만…….
유하영의 뮤직비디오였다.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얼굴이 나오지 않으면 상관없습니다.”
“얼굴이 나오지 않아야 해서 그런 겁니다. 두 아기 천사와 주인공 남녀 외에 다른 사람의 얼굴이 나오면 안 되거든요. 그런데 강소 씨만큼 보이지 않으면서도 임팩트 있는 연기를 본 적이 없어서 말입니다.”
해서, 강소 역시 의상을 입어야 했다.
조율을 마친 조금용은 조감독에게 진행 상황을 물었다.
“다른 배우들은?”
“지금 메이크업 중입니다.”
“빠르네! 아주 좋아.”
그때 마침 메이크업을 끝내고 의상까지 입은 배우들이 나왔다.
완벽하게 의상을 입은 유하와 오창수, 그리고 천사 복장을 한 유하영과 노민아가 오자 마치 촬영장이 빛나는 느낌이었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아! 유하 씨!”
감독은 유하와 구면이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catch your feeling! 안녕하세요! 헤븐스 차일드의 오창수입니다!”
“안녕하세요. 유하영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노민아입니다.”
그들의 인사에 조금용은 웃으며 답했다.
“모두 반가워요. 오늘 잘해 봅시다.”
“네.”
조금용은 모두와 인사를 마치고 촬영장 점검을 위해 이동했다.
그 모습을 보며 유하가 임소영에게 속삭였다.
“와! 오늘 웬일이야!”
“왜?”
“나는 뮤직비디오 감독님이 저렇게 상냥하게 인사를 받아 주는 거 처음 봤어.”
“그래?”
“응응! 말도 마!”
임소영은 전에 밀키웨이 걸즈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러 왔을 때를 떠올렸다.
그리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때, 참 냉랭한 분위기였었지. 더군다나 밀키웨이 걸즈가 지각을 하는 바람에 더.’
그러나 임소영은 곧바로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하영이가 촬영에 들어갔을 때부터는 분위기가 괜찮았는데? 아직 아이라서 신경을 써 주시는 건가?’
그렇게 임소영이 생각에 잠길 무렵, 유하는 유하영과 노민아를 보았다.
화관을 쓰고 날개가 달린 하얀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걸 본 유하는 꺅 소리를 내며 그녀들을 안았다.
“어쩜 좋아! 너희 너무 귀여운 거 아니니?”
차갑고 도도한 인상의 여자가 그러니 촬영장의 사람들은 적응이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사석에서 유하를 오랫동안 보아 왔던 몇몇 이들은 그러려니 했다.
“아니에요. 유하 이모가 더 예뻐요.”
“맞아요. 언니가 더 예뻐요.”
“호호호. 고마워.”
그때 감독의 호출에 유하가 촬영장으로 향하자 유하영과 노민아는 대기실의 의자에 앉아 서로 대화를 나누었다.
“이거 날개가 생각보다 불편해.”
“맞아. 전에도 그랬어.”
“하영아. 너 날개 달린 옷 입어 본 적 있어?”
“응. 저번에 입어 봤어. 그때 밀키웨이 언니들이 예쁘다고 했는데 나는 잘 모르겠어.”
“내가 볼 때 너한테 그 옷이 진짜 잘 어울리는 거 같아.”
“민아 언니도 날개 달린 옷 잘 어울려. 천사 같아.”
“고마워. 초코 과자 먹을래?”
“응!”
유하영과 노민아의 대화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큭큭 거리며 웃었다.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풀어져서 한결 가벼워 보였다.
한편 저쪽에서는 촬영이 진행 중이었다.
강소는 유하가 과연 어떤 연기를 하는지 궁금하여 그곳으로 향했다.
“유하 씨. 준비됐지?”
“네.”
조금용의 물음에 유하가 얼른 대답했다.
하얀색의 원피스를 입은 그녀의 메이크업은 화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생기가 없어 보였다.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가둔 여자의 역할이었으니까.
그럼에도 그 미모는 가려지지 않았다.
촬영장은 스탭들의 노력 덕분에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유하는 카메라와 조명이 설치되어 있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방이었다.
그리고는 유하의 연기가 시작됐다.
광적인 표정으로 어두운 커튼으로 창문을 가리고 괴로움에 몸부림치다가 축 늘어지는 그런 일련의 과정들.
“잘하죠?”
“네. 상당히 잘합니다.”
어차피 오디오는 빠져 있었기에 소리가 나도 상관없는 장면이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었다.
물론, 촬영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로 작은 소리였지만.
강소의 말에 그의 옆에서 연기를 지켜보던 고영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하 씨가 저번 싱글 앨범 내기 전에 연기자로 활동했었거든요. 연기를 곧잘 해서 연기돌이라는 별명도 얻었죠.”
강소가 보기에도 확실히 표정 연기가 무척 좋았다.
그가 연기를 배울 때, 교관이 가장 중점적으로 지도했던 것이 바로 표정이었다.
대사 한마디 없이도, 표정으로 반 이상을 전달할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찍는 건 콘티의 세 번째 장면 아닙니까?”
“콘티를 전부 외우셨군요!”
“제가 기억력이 좀 좋습니다.”
콘티에 의하면 이 장면 전에는 여자 주인공이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는 장면이 있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신은 어제 미리 찍어 놓았습니다. 유하 씨만 찍으면 되는 거라서.”
“그렇군요.”
강소는 아까 유하와 감독이 인사할 때, 구면인 듯한 이유를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유하의 촬영이 끝나자 다음으로는 오창수가 촬영에 들어갔다.
문 앞에 서서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었는데, 조금용의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여러 번 ‘다시’를 반복했다.
결국.
“좀 쉬었다가 하지.”
그 말에 오창수는 풀이 죽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옆에서 그의 연기를 지켜보던 유하가 그런 그를 위로해 주었다.
“아니야. 그럴 수도 있지.”
강소 역시 그를 위로했다.
“너무 긴장해서 그런 듯하다. 그리고 너무 많은 것을 연기에 담으려고 하니 이런 일이 생기는 거다.”
오창수가 움찔했다.
“그, 그런가요?”
정곡이었다.
강소는 오창수의 연기를 보자마자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아차렸다.
“콘티에 보면, 걱정과 불안, 초조. 그리고 사랑과 연민 등이 담긴 감정이라고 해서…….”
“그건 설명일 뿐이다. 그 감정들 중에 가장 자신 있는 감정 하나만 연기에 넣어라.”
“……네.”
강소의 말에 유하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녀가 봤을 때도 오창수의 연기의 문제점은 욕심이 과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걸 단번에 잡아낸 것.
‘뭐지? 단순히 배달 알바하는 사람이 아니었어? 전에 배우 일을 했나?’
다시 촬영이 재개됐고, 강소의 조언을 받은 오창수는 훨씬 나아진 연기를 선보였다.
“컷-! 좋아!”
“감사합니다!”
드디어 오창수의 촬영이 끝났다.
그가 촬영을 하는 사이, 강소도 옷을 갈아입기 위해 분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의상을 본 강소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형태의 옷도 있군.”
“푸하하하하!”
옆에서 유순태가 웃음을 터트렸다.
강소가 입어야 할 옷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등장인물들이 입을 법한 옷이었다.
코디가 웃으며 말했다.
“컨셉이 천사장이니까요. 이래 보여도 힘들게 구한 옷이에요.”
“그렇군요. 어떻게 입는 겁니까?”
강소는 코디가 알려 준 대로 옷을 입고 나왔다.
“이렇게 입는 거 맞습니까?”
“…….”
순간 코디는 말을 잃어버렸다.
의상을 입은 강소는 천사장 정도가 아니라 그 자체로 남신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기 때문.
“제가 옷을 잘못 입은 겁니까?”
“아, 아뇨! 그렇게 입는 게 맞아요.”
그 모습에 유순태가 한숨을 내쉬었다.
“의상이 너무 위험한 거 아닙니까?”
코디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제가 봐도 위험하네요.”
그때 조감독의 목소리가 들렸다.
“강소 씨! 준비되었으면 어서 나오세요!”
“알겠습니다!”
강소는 분장실을 나와 촬영장으로 나갔고, 그를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눈이 커졌다.
‘헐! 남신이다!’
‘남신이 강림했어!’
오창수는 한숨을 내쉬며 고영민에게 말했다.
“솔직히 저 어디 가서 외모 디스는 안 당하는 사람인데요, 저 형은 남자로서 자괴감이 느껴져요.”
“니가 그런데 나는 어떻겠냐. 인마.”
그러니까 고영민이 아직까지 강소를 포기하지 못한 것이기도 했다.
“하하하! 의상이 아주 잘 어울립니다!”
조금용이 만족스레 웃으며 말했다.
“그럼 시작해 봅시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19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