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208
207화. 광고계의 요정 (1)
탓-! 타앗-!
철가방을 든 강소는 건물과 건물을 뛰어넘었다.
짜장면을 시킨 곳은 인근의 블루하우스 아파트였다.
비록 한 그릇이었지만, 강소는 성심성의껏 배달을 했다.
탁.
아파트 앞에 도착한 강소는 주문한 곳인 1102호를 눌러 호출을 했다.
“…….”
하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이상하군. 분명 여기가 맞는데?”
강소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르 뚜르르르.
신호음이 갔고 곧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양춘각입니다. 짜장면 배달을 왔…….”
하지만 수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소리에 강소는 말을 멈추었다.
“으, 으으으…….”
희미한 노인의 신음 소리.
자주 짜장면을 시켜 먹었기에 강소는 그 손님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주 곱게 나이가 든 할머니였다.
그렇기에 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한 강소는 1102호 안의 기운을 살폈다.
할머니의 기운이 이상했다.
‘이거, 위급한 상황인데?’
잠시 고민하다가 곧바로 결정을 내렸다.
119를 부른다 해도, 구급대원들이 도착할 때까지의 시간도 버틸 수 없는 일 분 일 초가 급한 상황.
강소는 즉시 경비실을 호출했다.
– 네, 경비실입니다.
“경비원 선생님, 저 양춘각 배달부 강소입니다.”
– 아! 강소 청년! 무슨 일이야?
“자초지종은 이따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지금 즉시 1102호에 들어가야 합니다. 1102호 할머니가 위급하십니다.”
– 뭐?
“어서요! 급합니다!”
블루 하우스의 경비원 역시 양춘각의 단골이었기에 배달부인 강소와도 아는 사이였다.
그 와중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가 무척 진중한 성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강소의 목소리에서 다급함이 느껴져 경비원은 재빨리 공동 현관을 열고 나왔다.
“대체 무슨 일…….”
“설명은 이따가 드리겠습니다.”
강소는 계단을 통해 1102호실로 달려갔다.
타탓-!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보다 더 빠르게 올라간 뒤, 그는 기운을 움직여 문 안쪽의 문고리를 누르는 것으로 잠긴 문을 간단히 열었다.
그러자 핸드폰을 쥔 채 쓰러져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정신 차리십시오!”
강소는 할머니에게 달려가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아직 큰일까지는 가지 않았다.
위급한 상황인 건 맞지만.
‘신체의 흐름이 뇌 쪽부터 시작해서 현저히 흐려져 있다.’
그는 할머니에게 기운을 흘려보내서 강제로 몸을 순환시켰다.
“아니! 강옥분 여사님!”
그때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온 경비원이 쓰러져 있는 할머니를 보고 놀라서 외쳤다.
강소의 말대로였다.
경비원이 당황하여 어쩔 줄 모르고 있을 때, 강소가 침착하게 그에게 말했다.
“혹시 이분의 자제분 연락처를 아십니까?”
“아, 알지!”
그 아들이 혹시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을 달라면서 명함을 주었기에, 연락처를 알고 있었다.
“그럼 연락 좀 해 주십시오! 전 할머니를 모시고 협회 부속 종합 병원으로 가겠습니다.”
그리고 강소는 즉시 병원으로 몸을 날렸다.
.
.
.
“그래서, 그렇게 되었다.”
병원의 복도에 서서 강소는 유순태에게 전화를 했다. 친구 사이라 해도 엄연히 그의 고용주였으니까.
– 그래서? 할머니는 괜찮으시고?
“그래, 다행히도 괜찮은 거 같다. 지금 보호자가 오고 있다고 하니까, 인계하고 곧바로 복귀할게.”
– 알았어.
“배달 많이 밀렸지?”
– 사정을 이야기하고 취소를 하든지 양해를 구해 봐야지.
“미안하다.”
– 미안하기는, 사람 목숨이 먼저지.
그는 피식 웃었다.
역시, 유순태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그때 한 남자가 다급하게 달려왔다.
그 남자를 보는 순간, 그가 병원으로 옮긴 할머니, 강옥분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기운도 기운이지만 1102호의 거실에 걸려 있던 가족사진에서 봤던 얼굴이니까.
“보호자가 온 것 같다. 전화 끊을게.”
– 그래.
강소는 전화를 끊고 그 남자에게 다가갔다.
“강옥분 할머니의 자제분 되십니까?”
“아! 네!”
“할머니는 저쪽에 계십니다.”
강소는 한 침대를 가리켰고 그는 그 침대로 허둥지둥 달려갔다.
“어머니!”
옆에서 조치 중이던 간호사가 물었다.
“환자분 보호자 되세요?”
“아! 네! 아들입니다!”
“1분만 늦었어도 정말 큰일 날 뻔하셨어요. 저혈당 쇼크가 오셨거든요.”
“저혈당 쇼크요?”
“네.”
간호사는 강소를 보며 말했다.
“저분 덕분에 사신 거예요.”
그녀는 다시 시선을 병상으로 돌려 상황을 설명했다.
“조치는 끝냈고, 이제 안심하셔도 될 거예요. 혹시 모르니 하루 정도 입원하셔야 하고요.”
“알겠습니다.”
모든 설명을 들은 남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정신을 차렸는지 강소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어머니가 사셨습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사람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그는 자신의 품에서 명함을 꺼내어 내밀었다.
“제 이름은 양경민이라고 합니다.”
강소는 헬멧을 벗으며 명함을 받았다.
헬멧을 쓴 채 명함을 받을 수는 없었으니까.
“양춘각 배달부, 강소라고 합니다.”
“아!”
순간 그 남자는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강소의 외모에 당황했는지 멍하니 있었다.
“배달을 갈 때마다 할머니께서 아들 자랑을 하셔서 어떤 분인가 했는데, 과연 자랑할 만하시군요.”
그 말에 남자는 정신을 차리고 겸연쩍어 했다.
“자랑할 만한 아들은 아닌데, 어머니께서 아들 사랑이 너무 지나치신 겁니다. 그나저나 너무 감사해서 그런데, 어떻게 식사라도 대접을…….”
그 말에 강소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힘들 것 같습니다. 밀린 배달이 많아서요. 어서 가서 배달해야 합니다.”
“아, 그러시군요.”
양경민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어머니를 병원에 옮기느라 배달이 밀린 것이었으니까.
“그러면 혹시, 나중에라도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지만, 강소는 웃으며 대답하고는 몸을 돌렸다.
양 스튜디오
대표/감독 양경민.
강소는 명함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어디선가 들은 본 것 같은 이름인데?’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배달이 많이 밀려 있었고 유순태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그는 명함을 인벤토리에 넣으며 양춘각으로 향했다.
* * *
RD푸드 홍보팀의 팀장 홍서영은 이번에 찍을 신상품 초콜릿 맛 미니 케이크 ‘루나파네’의 광고 기획안을 보며 직원에게 말했다.
“루나파네의 광고 현장에는 누가 가기로 했지?”
“아, 그거 김 대리가 가기로 했는데요. 그런데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지.”
며칠 전 발을 헛디뎌 발목이 부러졌기 때문.
힐러의 조치 덕분에 뼈는 붙었지만, 그래도 이틀 정도는 입원해야 했다.
“그럼 내가 가지. 다들 바쁠 거 아냐?”
“하하하.”
그녀의 말에 직원들은 머쓱하게 웃었다.
긍정의 웃음.
“그나저나 에이전시가 참 대단하단 말이야. 그 콧대 높은 양경민 감독을 섭외하고 말이야.”
“에이전시도 RD잖습니까?”
“그렇지만, 그래도 그 감독이 보통 감독이야?”
그녀는 기획서의 감독 이름을 보며 말했다.
“그 대단한 양경민 감독이잖아.”
양경민 감독이라고 하면, 광고계에서 모르면 고립인이냐는 소리를 들을 만큼 대단한 감독이었다.
영상미를 기깔 나게 뽑아내는 것은 물론이고, 모델의 매력을 잘 살리기로 유명했으니까.
보통 그러면 상품의 이미지를 죽이게 되는데, 양경민 감독은 오히려 상품을 돋보이게 찍는다.
그래서 대단한 감독인 것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광고가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고, 지금도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또 패러디되는 광고도 상당히 많았다.
물론 몸값이 비쌌지만, 그의 능력과 영향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감안할 수 있었다.
문제는 콧대가 높아서 내키지 않으면 작업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
“아, 이번 광고 모델은 괜찮겠지? 양경민 감독이 제일 싫어하는 게 예의 없는 거잖아.”
그에게는 유명한 일화가 있었다.
예의 없는 광고 모델에게 화가 난 그가 광고를 찍는 와중에 판을 엎어 버린 일이었다.
당시 잘 나가던 여자 연예인이 자신이 톱스타라고 유세를 부렸는데 그녀는 상대를 봐 가면서 유세를 부렸어야 했었다.
결국, 이런저런 일 끝에 그녀의 화려했던 시절은 허무하게 끝나 버렸으니까.
그리고 그 일은 양경민 감독과 일하는 모델들에게 암암리에 전해져 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그런 일 없을 것 같은데요? 하나는 여섯 살짜리 여자아이고 또 한 분은…….”
그 말에 홍서영은 피식 웃었다.
“하긴, 그러네.”
* * *
“음. 이 정도면 된 것 같군.”
2월의 첫 번째 주 월요일, 양춘각의 휴일이었다.
하지만 강소는 아침부터 거울을 보며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늘은 유하영이 광고를 촬영하는 날이었기 때문.
그래서 유순태 가족과 함께 광고 촬영장에 가기로 했다.
가족들이 같이 가도 되냐는 물음에 고영민은 흔쾌히 말했다.
“수십 명도 아니고, 그 정도는 괜찮습니다.”
마침 촬영일도 양춘각의 휴일이었기에 다 같이 가게 된 것이다.
사실 RD엔터와는 앨범 작업만 같이하는 것으로 계약했지만, RD푸드 쪽에서 유하영을 광고 모델로 섭외하기 위해 RD엔터에 연락을 했다.
그 일을 계기로 이번 광고 건에 대한 케어를 RD엔터에서 하기로 계약했다.
“준비 다 됐냐?”
밖에서 들리는 유순태의 물음에 강소는 얼른 대답했다.
“다 했다. 지금 나간다.”
문을 열고 나가자 준비를 마친 유순태와 막 도착한 하태복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잘 부탁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때 임소영과 유하영이 1층으로 내려왔고, 그들은 촬영장으로 향했다.
촬영장은 서울에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미리 기다리고 있던 고영민이 그들을 맞이했다.
보통 매니저만 대동하는 다른 스케줄과 달리 큼직한 건은 실장이 직접 와서 이런저런 조율을 했다.
그리고 고영민에게 있어서 유하영의 가족들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 중 하나였고.
“네. 좋은 아침입니다.”
그들은 서로 인사를 하고 촬영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조감독을 비롯하여 광고주인 RD푸드의 홍서영 팀장과 광고 에이전시 직원들, 그리고 스탭들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유하영입니다.”
그들은 유하영의 인사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안녕.”
“하영이, 초콜릿 줄까?”
“어쩜! 예쁘기도 하지!”
특히 RD푸드의 홍서영 팀장은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유하영 양!”
“하영이라고 불러도 괜찮아요.”
“그래도 되겠니?”
“네.”
“하영아. 오늘 광고 촬영 잘 부탁할게.”
“열심히 찍을게요!”
두 손을 앙증맞게 꼭 쥐며 말하는 그 모습에 홍서영은 웃음을 터트렸다.
광고주 측에서 나온 직원이 웃자 삽시간에 촬영장의 분위기가 살아났다.
그때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허허허, 안녕하십니까?”
유하영 측과 달리 스탭들이 먼저 인사를 하는 그는 이번 광고에 함께 출연할 배우 이해용이었다.
국민 할아버지라고 불리는 그의 등장에 유하영이 그를 향해 쪼르르 달려갔다.
“할아버지!”
“아이쿠! 우리 하영이 왔네?”
“네! 할아버지! 보고 싶었어요!”
유하영의 애교에 이해용은 안면에 웃음을 한가득 머금었다.
“모델들은 다 온 것 같군요.”
“아, 양경민 감독님!”
“안녕하세요.”
낯익은 이름과 목소리에 강소는 고개를 돌렸다.
“……!”
양경민도 강소의 얼굴을 보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당신은?”
강소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또 뵙게 되었군요.”
그 말에 그가 얼른 강소에게 다가와서 손을 내밀었다.
그게 악수하자는 뜻임을 알았기에 그도 손을 내밀어 맞잡았다.
“어머니는 괜찮으십니까?”
“네. 퇴원하셨고, 지금 아주 건강하십니다.”
“다행입니다.”
“네, 강소 씨 덕분입니다.”
그는 강소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어머니께서도 생명의 은인이니까 꼭, 사례해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사례받을 만한 일을 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저와 함께 계시지만, 다시 사시던 동네로 가시면 양춘각 먼저 찾아가겠고 하시더군요.”
“하하하.”
그 말에 강소는 멋쩍게 웃었다.
“그런데, 여기는 어떻게 오셨습니까?”
무림에서 온 배달부 20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