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209
208화. 광고계의 요정 (2)
양경민의 물음에 강소는 유하영을 보며 말했다.
“제가 양춘각에서 사장 가족과 함께 머물고 있는데, 하영이가 사장 딸이거든요. 어쩌다 보니 함께 오게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유하영이 강소의 다리에 찰싹 붙어서 말했다.
“우리 오빠예요!”
그 모습에 양경민이 미소 지었고, 이해용도 웃으며 입을 열었다.
“강소 청년이 또 누군가를 구했나 보구먼.”
“아, 네.”
양경민이 대답했다.
“저희 어머니를 구해 주셨습니다. 저혈당 쇼크 때문에 큰일 날 뻔하셨습니다.”
“나 역시 저 청년 덕분에 살았지. 심장에 문제가 있어서 말이야.”
“전에 입원하셨던 그 일 말씀하시는군요.”
“맞아.”
그 말에 양경민은 더욱더 강소가 마음에 들었다.
이해용과 유하영이 메이크업을 하고 의상을 갈아입는 동안 양경민과 강소는 대화를 이어 갔다.
“혹시, 연예계에 진출해 보고 싶으신 생각 없으십니까? 강소 씨 정도 되는 마스크라면 어디서든 먹힐 겁니다.”
그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제가 뒤에서 빡세게 밀어드릴 수 있습니다.”
양경민이 그에게 느끼는 감사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돈으로 성의를 표할 수도 없는 일.
그래서 연예계에 진출하면 자신이 밀어주겠다는 제안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강소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양춘각 배달부가 좋습니다.”
그 말에 양경민은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솔직히 배달부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배달부라는 직업을 사람들이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 말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저는 양춘각 배달부가 좋습니다.”
단호한 눈빛에 양경민이 당황하며 물었다.
“그러면, 제가 어떻게 해야 마음의 빚을 갚을 수 있을까요?”
그 물음에 강소가 웃으며 대답했다.
“마음의 빚이라니요. 그런 말씀 하지 마십시오. 인연이 닿아서 할머니를 구한 것뿐입니다. 제가 대가를 바라고 한 일도 아닌데 왜 마음의 빚을 가지십니까?”
기회를 잡은 김에 뭐 하나 뜯어먹으려는 사람들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런 강소의 모습에 양경민은 퍽 감동을 받았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그렇게 생각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가 보겠습니다.”
강소가 유순태와 하태복에게 향했고, 뭔가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탈의실 문이 열리고 유하영이 나왔다.
“이거 옷 예뻐요?”
“오! 우리 딸! 예쁜데?”
“진짜 예쁘다!”
“이건 사진으로 남겨야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사진 찍어도 되는 거야?”
“사진 촬영 허가도 받았으니 찍어도 됩니다!”
양경민은 강소를 보았다.
유하영을 보는 그는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그 표정에 그는 비로소 자신이 보답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것 같았다.
“영기야!”
그는 조감독을 불렀다.
“네. 감독님!”
“카메라 바꿔라.”
“네? 카, 카메라요?”
“그래, 내 방 1번 캐비닛에 있는 거로 다시 세팅해라.”
그 말에 조감독 김영기는 깜짝 놀랐다.
그건 양경민의 보물로써 혼신의 촬영을 해야 할 때가 아니면 꺼내지 않는 카메라였다.
“그리고 2번하고 6번 포인트에 반사판 하나 더 대고.”
“알겠습니다!”
그는 얼른 양경민의 지시대로 움직이며 생각했다.
‘반사판까지 더 대라니…… 와, 하영이가 감독님 마음에 엄청나게 들었나 보네.’
이번 광고는 그저 광고로 두기에는 아까운 역대급 작품이 나올 게 분명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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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이 시작되었다.
이번 광고의 제품은 RD푸드에서 야심하게 출시한 루나파네라는 이름의 미니 초코케이크였다.
작은 포장지에 포장돼서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동그란 모양이었다.
반으로 가르면 그 안에 크림과 딸기잼이 들어가 있는 모습.
맛이 없을 수가 없어 보이는 비주얼이었다.
무슨 맛인지 궁금하다는 유하영의 말에 홍서영이 웃으며 말했다.
“그럴 줄 알고, 좀 많이 챙겨 왔어요. 좀 드셔 보세요.”
유하영은 그녀가 건네준 루나파네를 한 입 먹고 외쳤다.
“엄청 맛있어요!”
“어머? 그래?”
“네!”
기대했던 것처럼 맛있어서 그런지 유하영의 얼굴에 더욱 생기가 돌았다.
잠깐의 휴식 후, 촬영이 시작되었고, 강소는 콘티를 살펴보았다.
배경은 가정집의 거실이었다.
소파에 앉아 있는 조손이 서로 어색하게 앉아 있을 때,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루나파네를 주면서 서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된다는 그런 내용.
긴 소파의 양 끝에 앉아서 어색해하는 그 모습은 진짜로 어색해하는 조손 같았다.
오늘 광고를 두고, 강소와 특훈을 한 유하영이었다.
그래서 보는 사람마다 고개를 끄덕일 만큼 좋은 연기를 보여 주고 있었다.
베테랑인 이해용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 모습을 보며 에이전시의 직원이 홍서영에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오늘, 광고. 예감이 좋은데요?”
“그래요?”
“모델들도 잘해 주고 있고, 무엇보다 양 감독님이 작정하고 찍고 있으니까요.”
직원은 확신에 찬 얼굴로 씨익 미소를 지었다.
“저분이 저렇게 열심히 찍으면 꼭 엄청난 작품이 만들어지더라고요. 미리 축하드립니다. 팀장님.”
“네?”
“역대급 매출을 기록하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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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는 직원들의 대화를 들으며 피식 웃었다.
‘작정하고 찍고 있다라…….’
그는 양경민이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은혜를 갚기 위해서인가?’
양경민의 제안도, 그리고 다른 방법으로 보답하겠다는 것도 거절했으니 그런 식으로 보답하고자 하는 것일 터.
강소는 그 모습이 싫지 않았다.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유하영에게 득이 된다면, 그것보다 기쁜 일은 없었으니까.
점심시간이 되었다.
점심은 도시락이었는데, 그 크기가 좀 컸다.
“오늘 점심은 유하영 양의 팬클럽 서포트입니다.”
베달 온 상자에는 유하영의 얼굴과 함께 “하영이가 쏩니다.”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오? 도시락이네!”
“크기가 큰 것 보니까 제법 고급…….”
도시락을 열어 본 스탭들은 깜짝 놀랐다.
“설마 이거…… 전복?”
“헉! 전복이라니!”
마수로 인해 수산물을 바다에서 채취할 수 없었기에 거의 양식으로 해결하는 요즘, 전복의 몸값은 엄청났다.
양식장이 별로 없었으니까.
게다가 쉽게 볼 수 없는 고급 식재료로 만든 음식들로 가득한 도시락에 모두 감탄했다.
“생각보다 유하영 양의 팬클럽이 빵빵했구나!”
“모든 스탭에게 이런 도시락을 전부 돌리다니!”
고급 도시락에 행복한 점심시간이 되었고, 유하영은 이를 보며 임소영에게 물었다.
“엄마. 이 도시락, 초코빵 언니 오빠들이 보내 주시는 거예요?”
“그래. 맞아.”
“도시락 보내 주시는 건 고마운데요, 이거 때문에 힘들거나 하지는 않을까요?”
“응?”
“이거 만드느라 힘드셨을 것 같아요.”
그 말에 유하영 주변에서 도시락을 먹던 이들이 고개를 들어 유하영을 보았다.
아직 여섯 살인 유하영은 도시락 업체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러니, 당연히 팬들이 직접 하나하나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하태복이 웃으며 대답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팬들이 직접 만드는 게 아니라 도시락 만드는 회사에 부탁하는 거니까.”
“하지만…….”
유하영이 말을 이었다.
“회사에 부탁하려고 해도 돈이 들잖아요. 돈 버는 거 힘든데. 아빠도 돈 벌려고 새벽에 일어나고, 오빠도 힘들게 배달하는데.”
그러니까 유하영은 팬들이 부담을 느끼거나 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것.
그 말에 임소영이 웃으며 유하영에게 물었다.
“하영이는 그게 걱정인 거야?”
“네.”
“우리 딸, 어쩜 이렇게 착한 생각을 할까? 팬들이 하영이가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무척 좋아할 거야.”
“하영아.”
그때 강소가 유하영을 불렀다.
“하영이가 무슨 걱정을 하고 있는지는 알 것 같다. 하지만 기쁜 마음으로 하는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정말?”
“그래. 정말이다. 그러니까 하영아. 너는 팬들을 생각하는 그 마음만 변하지 않으면 된다.”
“응.”
유하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이따가 너무 좋고 또 고맙다고 초코빵 언니 오빠들한테 영상 편지 쓸래요!”
“그래. 알았어.”
유순태는 도시락을 먹다 말고 감동한 표정으로 옆의 강소에게 자랑했다.
“아, 진짜! 누구 딸인지 마음이 너무 예쁜 거 아니냐?”
그 말에 강소는 피식 웃었다.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예쁜 건 인정한다.”
유순태 가족 옆에서 도시락을 먹던 고영민 역시 그 모습에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한 스탭이 옆에 놓여 있던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어? 이거 카메라 안 꺼져 있네?”
그건 혹시 모를 현장에서의 문제 때문에 현장을 기록하는 카메라 중 하나였는데 교대로 식사를 하면서 그 카메라는 두고 간 것.
게다가 카메라 끄는 것을 깜박한 것 같았다.
그걸 보자 고영민의 머리가 번뜩였다.
* * *
그날 저녁.
유하영의 팬클럽 게시판에 영상 두 개가 올라왔다.
하나는 유하영이 오늘 서포트에 대해 감사하는 영상이었고, 또 하나는 RD엔터 공개 아이디로 올린 하나의 영상이었다.
[하영이의 마음에 팬들은 웁니다ㅠㅠ]라는 제목의 영상에 팬들은 뭔가 싶어 클릭했고, 잠시 후 울컥한 팬들이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하영이 너무 착해] [팬들을 생각하는 그 마음에 감동했습니다] [하영이를 덕질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이런 스타라면, 내 통장이 텅장이 되어도 괜찮아요] [하영아! 초코빵 언니는 괜찮아!] [초코빵 오빠도 괜찮다!]그리고 그 영상은 다른 커뮤니티로 옮겨지며 수많은 초코빵을 만들어 냈다.
고영민의 생각대로였다.
* * *
며칠이 지났다.
배달을 마친 강소가 들어오자 김지은이 얼른 물을 가져다주었다.
“고생하셨어요. 추우시죠?”
“아, 괜찮습니다.”
강소는 김지은이 건네준 물을 마시며 말했다.
“그런데 요즘 배달 건수가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아, 배달 건수가 많아진 거 맞아요.”
김지은이 말을 이었다.
“한 20퍼센트 정도 더 많아졌어요.”
20퍼센트라니!
상당히 많아진 것이었다.
“단순히 날씨가 추워서 배달 건수가 늘어났다고 하기에는 날씨가 풀리고 있고…….”
그 말에 김지은이 웃으며 말을 꺼냈다.
“아, 오빠는 모르시는구나!”
“뭘 말입니까?”
“배달 건수가 늘어난 게 알바 오빠 덕분이거든요.”
“……?”
그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김지은이 핸드폰을 가져와 어떤 커뮤니티를 보여 주었다.
“여기 보시면 알겠지만, 저번에 오빠가 저혈당 쇼크 왔던 할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간 일이 사람들에게 좋게 보였나 봐요.”
글쓴이는 짜장면 배달이 평소보다 무척 늦게 와서 짜증 났는데, 사연을 들어 보니 그럴 만했다면서.
만약 자신이 그 환자의 입장이라면 무척 고마울 것 같다는 그런 글을 남겼다.
밑에는 그런 좋은 배달부가 있는 가게를 많이 이용해 줘야 한다는 좋은 내용의 댓글이 달려 있었다.
“이게 원인이었군요.”
김지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 생각은 거기서 거기니까요. 덕분에 매출도 올랐어요.”
자신의 행동으로 유하영에게뿐만 아니라 유순태에게도 좋은 일이 생겨서 무척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며칠 후.
드디어 유하영이 출연하는 광고가 송출되었다.
[우리, 루나파네 먹을까?] [네!] [행복한 시간은, 루나파네와 함께!]유순태와 강소는 광고를 보고 저절로 감탄했다.
“와…….”
“진짜 잘 찍었다!”
양경민 감독이 혼을 갈아 넣은 듯, 상당한 퀄리티였다.
그리고 그 광고를 계기로 유하영과 유순태 가족은 알지 못하는 하나의 별명이 붙었다.
그건 바로 광고계의 요정이라는 별명이었다.
* * *
RD푸드의 홍서영 팀장은 막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아, 그래요?”
– 네. 그래서 사장님께서 무척 기뻐하시며 성과급을 지급하라고 하셨습니다.
“직원들이 좋아하겠네요.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홍서영 팀장은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빙긋 웃었다.
‘역시 하영이를 광고 모델로 섭외하기를 잘했지!’
이번에 출시한 루나파네의 판매 수량은 예상치를 훨씬 웃돌고 있었다.
그녀는 뿌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다이어리에 있는 사인을 보았다.
유하영이 직접 해 준 그 사인은 그녀의 보물이었다.
그녀는 행복한 표정으로, 다시 일을 시작했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20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