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22
21화. 독서를 하다 (2)
강소의 말을 들은 순간.
“……!”
유순태는 약 3초 정도, 굳어 버렸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쉬었다.
“아! 내가 미쳤지, 진짜!”
“나는 네 사랑 고백, 한 번만으로도 족하다. 앞으로는 사랑 고백 듣기 전에 올려보내 주지.”
강소의 말에 임소영이 웃으며 말했다.
“제. 발. 부탁드려요, 강소 삼촌.”
“알겠습니다.”
강소는 임소영의 말에 대답하며 소시지를 젓가락으로 꼭 찍어 입에 가져갔다.
역시 소시지는 맛있었고, 케첩과 물엿을 섞은 소스의 맛은 새콤달콤하면서도 없던 입맛도 살아나게 하는 기적을 일으키고 있었다.
잠시 후, 아침 식사를 마치고 임소영은 믹스커피를 한 잔씩 타서 가져왔다.
그건 마시면 마실수록 더 마시고 싶어지는 차였다.
유하영은 꼬롱이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꼬롱이도 커피 마시고 싶어? 하지만 우리 같은 아가들은 커피 마시면 안 된대.”
유하영의 말에 강소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오빠는 그것도 몰라? 어린이들은 커피 마시면 키가 안 크잖아!”
강소는 놀란 눈으로 자신이 마시던 커피를 보았다.
‘설마 이 커피라는 것에 어린아이의 성장을 방해하는 독성이 있는 것인가?’
그는 고개를 돌려 유순태를 보았고, 그는 웃으며 설명하였다.
“커피에는 카페인이 들어 있지.”
“카페인?”
“그래, 카페인은 각성 효과가 있고, 우리가 마시는 녹차나 홍차에도 그런 성분이 있는데, 몰랐냐?”
당연히 몰랐다.
“어쩐지, 녹차를 마시면 잠이 달아나기는 했다.”
“그런데 어린아이가 고농도의 카페인을 먹게 되면 잠이 오겠냐? 잠을 못 자면 당연히 성장에 방해가 되지.”
“과연! 그런 뜻이군!”
“그런데 오늘 새벽에 나갔다 왔어?”
유순태의 물음에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 동네 한 바퀴 산책하고 왔다. 오랜만에 휴일이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몸이 굳으니까.”
“보통 4시 반 정도에 일어나잖아? 그럼 그렇게 오랫동안 산책을 한 거야?”
“아니다. 한 시간 반 정도 산책하고, 남은 시간은 책을 읽었다.”
“책? 무슨 책을 읽었는데?”
“최고의 미녀라는 칭호에 집착한 나머지 경쟁자인 의붓딸을 죽이려는 여자와 그 의붓딸의 치열한 생존 싸움을 담은 이야기였다.”
“그런 책이 있었어? 제목이 뭔데?”
“백설공주다.”
“풋-!”
순간 유순태는 마시던 커피를 뿜었다.
삭-!
강소는 얼른 기운을 펼쳐, 유순태가 뿜은 커피를 공중에 가두었다.
덕분에 주변이 더러워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고, 고맙다.”
“천만에.”
유순태는 휴지로 입을 닦으며 말했다.
“그런데 백설공주가 그런 내용이었나? 아…… 그랬지.”
유하영이 말했다.
“오빠, 플랜더스의 개 읽어 봤어?”
“아직 읽어 보지 않았다.”
“나는 읽었으니까, 오빠 빌려줄게!”
아직 다섯 살이었지만, 유하영은 대부분의 동화책을 스스로 읽을 수 있었다.
스무 장 정도 되는 동화책이었지만, 그걸 스스로 읽는 유하영은 새싹 유치원에 다니는 원생들 사이에서 천재로 통했다.
유하영은 자신의 방으로 쪼르르 달려갔고, 곧 예쁜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는 하드 커버의 책을 가져왔다.
“여기! 읽어 봐!”
“고맙다.”
“다 읽으면 말해! 또 다른 책 빌려줄게!”
새침하게 말하는 것이 귀여워, 강소는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알겠다.”
유하영이 빌려준 책을 가지고 1층의 자신의 방으로 내려온 강소는 좌식 탁자 위에 책을 올려놓았다.
“그럼, 읽어 볼까?”
강소는 두꺼운 표지를 넘겼고, 천천히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책을 읽던 강소는 자신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넬로! 이 녀석! 정말 열심히 사는 녀석인데!”
그는 주먹을 불끈 쥐고 눈물을 삼켰다.
“크흑! 넬로! 파트라슈!”
부끄럽게 다 큰 어른이 울 수는 없는 일이니까.
똑똑.
그때, 강소의 방문을 누군가 노크했고 문이 열렸다.
끼이익.
유순태였다.
그는 강소의 심각한 표정에 놀라서 다급하게 물었다.
“왜,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어른들의 무관심과 이기심에 희생된 한 아이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다.”
“…….”
그렇게, 독서와 함께 날이 저물었다.
* * *
다음 날, 저녁이었다.
정기 휴일의 한가함이 마치 꿈인 것 같았다.
“솔직히 정기 휴일 다음 날이 가장 힘들단 말이지.”
유순태의 말에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 원래 인간은 쉬는 것에 가장 잘 적응하니까.”
어김없이 오늘도 많은 손님이 몰려왔고, 돈이 들어오는 만큼 고된 노동이 이어지는 시간이었다.
식탁 위에 축 늘어져 있던 유순태는 힐끔 강소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너 뭐 하냐?”
“짜투리 시간을 틈타서 독서 중이다.”
“이번에는 뭘 읽는데?”
“협상에 응할 때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교훈이 담긴 책이다.”
“제목이 뭔데?”
“해와 달이 된 오누이라는 책이다.”
“그 동화에 협상이 나와?”
“나온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는 말 자체가 일종의 협상 아닌가?”
“……그, 그건 그러네.”
유순태는 시계를 보았고, 몸을 일으켰다.
“이제 슬슬 저녁 장사 시작해야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전화벨 소리가 들렸다.
따르르르-!
“네! 양춘각입니다. 짜장면 두 개요? 청솔 연립 301호 맞죠? 금방 갑니다!”
강소는 주문 전화를 들으며 씩 웃었다.
‘오동수 학생의 집이군.’
전화를 끊은 유순태는 강소를 향해 외쳤다.
“배달 들어왔다!”
“알겠다!”
잠시 후, 강소는 오동수네 집에 도착했고,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
“누구세요?”
“양춘각입니다!”
문이 열렸고, 오동수의 얼굴이 보였다.
“형!”
“어제 보고 또 보는구나! 짜장면 왔다!”
“감사합니다!”
강소는 문 앞에 짜장면 그릇을 내려놓았다. 그때 그의 눈에 띈 것은, 현관 맞은편에 있는 책꽂이였다.
그곳에는 십여 권의 책들이 꽂혀 있었고, 그것들을 보자 호기심이 생겼다.
“저 책들…… 읽고 싶은데, 빌려도 되니?”
그 말에 오동수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저 책들…… 드럽게 재미없는데요?”
“재미가 없다고?”
“네. 교과서거든요. 그런데 책을 빌리고 싶으면 도서관에 가면 되잖아요.”
“도서관?”
강소는 고개를 갸웃했다.
‘도서관이라는 곳이 뭔지 순태에게 물어봐야겠군.’
* * *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도서관이 어디냐고 물으면 모든 사람들은 같은 곳을 말했다.
영웅 도서관.
은탑 근처에 있는, 10년 전 대격돌 당시 전사한 영웅을 기리며 건립한 도서관이었다.
지하 5층 지상 12층의 높은 도서관은 국내 최대의 각성자 전문 도서관이기도 했다.
“이곳이…… 도서관이라는 곳이냐?”
강소는 상당히 큰 건물의 도서관을 보며 감탄했다.
“내가 살던 곳에서도 이런 곳이 있기는 했다. 서책을 빌려다 볼 수 있는 곳이었지만, 워낙 서책이 귀하다 보니 빌릴 수 있는 자는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냐? 하지만 이곳은 회원 가입만 하면 간단하게 책을 빌릴 수 있지.”
“……한 권에 얼마냐?”
“뭐가?”
“서책을 빌리는 데 돈이 들 거 아니냐.”
그 물음에 유순태는 고개를 저었다.
“돈은 무슨. 여기는 공짜다.”
“뭐? 돈이 들지 않는다고.”
강소는 그 말에 깜짝 놀랐다.
“애초에 이 나라 국민들을 위해 세금으로 지어져 운영되고 있는 곳인데 돈을 받을 리가 없잖아.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무료로 책을 빌릴 수 있다.”
“그, 그런…… 환상적인 곳이 있다니!”
“들어가자.”
유순태는 강소에게 도서관에서의 주의사항을 알려 주었다. 예를 들면 살금살금 걸어야 한다든지, 큰 소리를 내면 안 된다는 것 등등의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할 예절에 대한 것이었다.
곧 그들은 도서관에 들어갔고, 강소는 도서관의 층층을 가득 채운 책의 어마어마한 양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이렇게 많은 책이라니! 이 세상은 정말 대단하구나!”
“뭐, 이곳이 이 나라에서 가장 책이 많은 곳이기는 하지만…… 놀랄 일인가?”
“놀랄 일이다.”
“우선 회원 가입 먼저 하자.”
그들은 1층의 데스크로 갔고, 그곳에서 강소의 회원 가입을 했다.
한 번에 빌릴 수 있는 책은 5권. 기간은 2주였다.
회원 가입을 마친 후 유순태는 1층의 벤치에 앉으며 말했다.
“그럼 둘러보면서 읽고 싶은 책 다섯 권만 골라와. 그동안 나는 좀 쉬고 있을게.”
“왜?”
“나는 책만 보면 머리가 아파서.”
중원에도 그런 사람이 있기는 했는데, 유순태가 그런 사람들 중 한 명 같았다.
강소는 유순태의 결정을 존중해 주기로 했다.
“알겠다. 그럼 다녀오마.”
강소는 2층부터 천천히 도서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2층은 00번대인 총서, 3층은 100번대인 철학 순이었는데, 특이하게도 지하 1층부터는 각성자와 헌터, 그리고 마수에 관한 책들이 있었다.
‘참 다양한 주제의 책들이 많구나!’
그렇게 책들을 살피며 올라간 강소는 마침내 10층까지 올라갔다.
10층에는 역사에 관련된 책들이 있었다.
‘역사라…… 역사에는 한국사와 세계사가 있군.’
그때, 강소의 눈에 들어온 책이 있었다. 그건 ‘중국 역사’라는 책이었다.
전에 강소는 유순태에게 한자에 대해 물어봤고, 거기에 대해 유순태는 중국에서 유래된 글자라고 알려 주었다.
하여 막연하게 중국의 과거 시대가 자신이 있던 곳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강소는 떨리는 마음으로 중국 역사책을 꺼냈고, 펼쳐 보았다.
중국 고대 왕조 : 하-은-주-춘추전국…….
그걸 본 강소는 고개를 갸웃했지.
자신이 알고 있는 나라의 이름은 ‘옥(玉)’ 나라.
하지만 어디를 봐도 자신이 살던 나라의 이름은 없었다. 송나라, 명나라…… 전부 생소한 이름일 뿐이었다.
‘중국에서 쓴다는 문자는 분명 내가 쓰던 문자이기는 하지만 내가 있던 나라가 아니라는 건가? 그렇다면 나는 대체 어디서 온 거지?’
강소의 고민이 깊어졌다.
그는 어릴 적, 아버지가 가문의 상징이라 하면서 보여 주었던 무언가를 보여 준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게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았다. 아버지가 한 말은 역시 온전하게 기억하지 못했다.
“이건 네 고조부가 오래전부터 지니고 계셨던 것이다. 언젠가…… 얻는다면 ……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다.”
강소는 희미해져 가는 기억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그는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언젠가 때가 되면 떠오르겠지.’
그리 생각한 강소는 자신의 흥미를 끈 책을 몇 개 골라 1층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로비의 벤치에 앉아 팔짱을 낀 채 졸고 있는 유순태를 보았다.
“순태야.”
“…….”
“순태야!”
“어?”
잠에서 깬 유순태가 고개를 들어 강소를 보았다.
“책 골랐냐?”
“그래, 우선 이 두 권을 골랐다.”
“그럼 대출하는 방법을 알려 줄게.”
강소는 그날, 도서관 이용 방법을 마스터했다.
자신의 출신에 대한 의문이 남았지만 그래도, 도서관이라는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장소를 알게 되었으니 나름 만족할 만한 하루였다.
* * *
그날 밤.
강소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읽었다.
“꼬뀨! 꼬뀨!”
꼬롱이가 강소의 방 안으로 들어왔고, 책상에 올라와 고개를 갸웃했다.
“책 읽는 중이니 방해하지 마라.”
“꼬뀨? 꼬뀨?”
꼬롱이는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보았고, 강소가 대답했다.
“이건 너를 위한 책이다.”
“꼬뀨?”
꼬롱이는 고개를 갸웃하며 책의 표지를 보았다.
책에는 ‘던전 랫트를 위한 지침서-우리 던전 랫트가 달라졌어요’라고 적혀 있었다.
점점 날은 저물어 가도 강소는 독서에 빠져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덕분에 강소의 새로운 세상에 대해서 상당히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간혹…….
글로 배운 티가 나기는 했지만 말이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2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