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283
282화. M’s 베이커리의 요정 (3)
“하, 하영아!”
박형우는 무의식적으로 유하영을 향해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게 본능이니까.
하지만 박형우도, 유하영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유하영이 박형우보다 나이도 어리고 체구도 작았다는 것이다.
“어? 으앗!”
박형우가 그녀의 손을 잡고 당기니 유하영도 연못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풍덩!
“허푸!”
수영은 배웠지만, 박형우가 그녀를 잡고 버둥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헤엄치기는 힘들었다.
그 순간, 유하영은 강소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만약 위험한 일이 생기면 나를 불러라. 언제 어디서든 달려가지.”
유하영은 강소의 말을 떠올렸고, 크게 외쳤다.
“오빠아-!”
* * *
그 시각.
박훈길 이사 내외와 함께 이야기 중이던 강소는 하영이에게 뭔가 일이 생겼음을 알아차렸다.
‘하영이의 기운이 왜 갑자기 이렇게 불안정해진 것이지?’
유하영에게 일이 생겼음을 알아차린 건 강소뿐만이 아니었다.
유순태 역시 뭔가 표정이 좋지 않았으니까.
“왜 그래요? 갑자기?”
그런 유순태의 기색을 알아차린 임소영이 물었고, 유순태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뭔가 감이 좀 그래서. 게이트에서나 느끼던 건데…….”
그때였다.
강소의 귓가에 유하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아-!”
강소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영아!”
그리고 강소는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최고 속도로 태허무령신법을 전개하여 유하영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달려간 것.
곧, 강소는 연못에 빠져 허우적대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
“이런!”
강소는 얼른 기운을 끌어올려 두 아이를 연못에서 건져 냈다.
“콜록, 콜록!”
“하아…… 하아…….”
“괜찮으냐?”
강소는 물을 먹어 콜록거리는 박형우와 숨을 헐떡이는 유하영에게 물었다.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소는 기운을 불어넣어 아이들의 몸을 안정시키며, 이상이 없는지 살폈다.
다행히 물을 많이 먹진 않았다.
강소의 기운이 몸 안에 들어오자 두 아이는 안정을 되찾았다.
“고마워. 오빠. 정말 부르니까 왔어.”
“당연하지.”
박형우도 강소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구,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때 뒤에서 유순태 내외와 박훈길 내외가 허겁지겁 달려왔다.
강소가 유하영의 이름을 외치는 동시에 그들의 눈앞에서 사라진 상황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알아차린 것.
“형우아!”
“하영아!”
“어떻게 된…….”
곧 그들은 물에 빠진 병아리 같은 모습의 두 아이를 보고 상황을 알아차렸다.
강소가 그들을 진정시켰다.
“괜찮습니다. 다행히 몸에 이상은 없는 듯합니다.”
“세상에! 정말 괜찮은 거니?”
박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죄송해요.”
“대체 어쩌다가…….”
최선자의 물음에 박형우는 우물쭈물했다.
장미꽃을 꺾으려다가 그랬다는 것을 알면 분명 혼이 날 테니까.
그때 유하영이 말했다.
“오빠가 연못 위에 떠 있는 꽃잎들 구경하러 옆에 돌 위에 올라갔다가 중심을 잃고 미끄러졌어요. 그리고 저는 오빠를 구하려고 하다가 같이 빠졌어요. 그래서 강소 오빠가 구해 줬어요.”
그녀의 말에 유순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큰일 날 뻔했구나. 강소가 구해 줬으니 망정이지…… 하아, 둘 다 앞으로는 조심해야 한다.”
“네.”
“네.”
그때 강소가 말했다.
“어서 씻고 옷을 갈아입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감기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네요.”
최선자가 고개를 끄덕였고, 임소영이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저희 아이가 빌릴 만한 옷이 있을까요?”
“물론이죠.”
임소영은 유하영이 물에 빠져 큰일 날 뻔했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지만, 강소가 조치하여 태아에게 무리는 가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두근거림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임소영과 최선자가 아이들을 씻기러 별장 안으로 들어간 사이, 박훈길이 강소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또 저희 아이를 구해 주셨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위험에 빠진 아이를 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니, 그렇게 고개를 숙이지 않으셔도 됩니다.”
옆에서 유순태 역시 강소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정말 고마워. 덕분에 하영이가 무사할 수 있었어.”
“하영이는 내게도 소중한 아이니, 하영이를 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너도 그렇게 고마워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운 거야.”
유순태의 말에 박훈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유 사장님의 말대로 고마운 건 고마운 것입니다. 이 일은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제가 괜찮지 않습니다. 이 일이 제 아버지 귀에 들어가면 분명히 또 한 소리 들을 겁니다. 그리고 저희 집 가훈 아닌 가훈이 ‘원수는 다섯 배로 갚고, 은혜는 두 배로 갚아야 한다.’여서요. 하하하.”
강소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여기서도 사천당가와 비슷한 사상을 가진 곳이 있구나.’
김지은에게 전수하고 있는 금룡편법을 쓰던 가문이 사천당가였는데, 그곳은 복수에 관해서는 독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철저했다.
사천당가와 원수를 지면 무기에 목이 베이기 전에 신경쇠약으로 죽는 경우가 더 많았다.
대의보다 가문의 이익을 추구하는 가풍과 독과 암기술 등으로 인해 멸시와 두려움을 동시에 주었던 가문이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천당가의 이들이 강소가 지금 사는 세상으로 온다면 M그룹처럼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말이다.
* * *
유하영과 박형우는 별장의 욕실에서 씻고 나와 뽀송뽀송해졌다.
임소영은 최선자가 박형우의 옷을 빌려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선자가 가지고 온 옷은 예쁜 원피스였다.
“어머? 원피스네요?”
“사실 하영 양의 선물로 옷을 사는데, 생각보다 예쁜 옷들이 많아서 여러 벌을 샀거든요. 그 옷 중 하나예요. 그러니 부담 없이 받으세요.”
“정말 감사해요.”
“아니에요. 제가 더 감사하죠.”
최선자는 오늘 박형우가 무사한 이유가 유하영 덕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박형우의 뒤를 가만히 뒤따르던 유하영을 봤으니까.
아직 어리지만, 그녀는 보면 볼수록 최선자의 마음에 쏙 드는 아이였다.
.
.
.
옷을 갈아입고, 잠시 어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박형우는 머뭇거리다가 유하영에게 다가갔다.
유하영이 물에 빠진 것은 자신 때문이니까.
“미안해. 나 때문에 너도 물에 빠지고…….”
박형우의 사과에 유하영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난 괜찮아.”
“하지만…….”
“그 꽃, 정말 예뻤어.”
“어?”
“장미꽃. 나 주려고 그랬던 거지?”
유하영의 말에 박형우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화들짝 놀랐다.
“어, 어떻게 알았어?”
“오빠가 걱정돼서 뒤따라 왔거든. 그래서 알게 되었어.”
사실 그것만으로 장미꽃을 누구에게 주려고 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유하영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느꼈으니까.
박형우는 유하영의 ‘오빠가 걱정돼서’라는 말에 얼굴이 붉어졌다.
“내, 내가 걱정됐어?”
“응.”
“왜?”
그 물음에 유하영이 웃으며 대답했다.
“오빠는 좋은 사람이고, 또 내 친구니까.”
“친구…….”
박형우가 말을 이었다.
“그 꽃, 너에게 선물하고 싶었는데…….”
“받은 거로 생각할 테니까, 소중하게 아껴 줘. 내년에 또 보러 올게.”
“정말? 아, 알았어.”
박형우는 한 가지 사실을 더 깨달았다.
그건 유하영이 진실을 알고 있음에도 자신을 위해 진실을 말하지 않고 그의 잘못을 덮어 주었다는 것이었다.
그 사실이 박형우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렇게 유하영은 박형우의 마음속에 완전히 자리 잡게 되었다.
유하영의 의도와는 다르게 말이다.
그렇게 그날의 만남은 마무리되었다.
시간이 늦기도 했고, 두 아이가 얼른 쉬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
.
.
그날 밤.
박훈길은 뭔가 생각에 빠져 있었다.
아까 그는 강소에게 원하는 것이 있는지 물었고 강소는 뺨을 긁적이며 말했다.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도 없고 지금의 삶에 만족하니 말입니다.”
“그, 그렇습니까?”
잠시 고민하던 강소가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 제 인맥이 되어 주십시오.”
“인맥이라면……?”
“그냥 가끔 소소한 부탁을 할 수 있는 그런 인맥 말입니다. 그것 이외에는 딱히 바라는 건 없습니다.”
그 말에 박훈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라도 괜찮으시다면 알겠습니다만…….”
“아주 충분합니다.”
그리고 강소는 정말 만족한다는 듯이 환하게 웃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박훈길은 고개를 들었다.
그의 서재로 최선자가 들어오며 물은 것.
“아, 오늘 일에 대해서 생각했소.”
“아, 오늘 정말 큰일 날 뻔했죠.”
“형우는?”
“잠들었어요.”
“그나저나 강소라는 청년에게 두 번씩이나 빚을 졌으니 이를 어찌 갚아야 할지 고민이오.”
그는 말을 이었다.
“아까 헤어지기 전 넌지시 물어봤을 때, 나에게 인맥이 되어 달라고 하더군.”
“인맥이요?”
“그냥 가끔씩 소소한 부탁을 할 수 있는 그런 인맥 말이오.”
“생각지도 못했던 대답이네요.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물론 그렇게 하겠다고 했소.”
“잘하셨어요.”
최선자의 말에 박훈길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가 부인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강소가 F급이 아니라는 사실.
아까 강소가 아이들을 구하러 갈 때, 눈치챘다. F급 각성자가 그렇게 빠른 속도로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갈 수는 없었다.
이미 박훈길은 강소와 유순태 가족에 대한 뒷조사를 마쳤다.
누군가를 만나기 전 그자에 대한 조사를 하는 건 M그룹의 일원의 숙명이나 마찬가지였다.
워낙 많은 이들이 검은 속내를 감추고 접근하곤 했었으니까.
그 상대가 적이라면 가차 없이 밟아 버렸지만, 적이 아니라면 절대 뒷조사를 했다는 티를 내지 않았다.
그건 상대에 대한 배려이자 존중의 의미였다.
그래서 별장에서 만나자는 말도 고영민에게 전달해 달라 부탁한 것이기도 했다.
아무튼, 박훈길이 보고받은 바에 의하면 강소는 F급 각성자였다.
하지만 M그룹의 차기 총수로 유력한 박훈길이었기에 각성자들의 능력을 수없이 많이 봐 왔었다.
그의 경호원 역시 각성자였으니까.
그렇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강소는 결코 F급이 아니라는 것을.
‘정체를 감춘 협회의 비밀요원…… 인가?’
그런 강소와의 인맥은 그에게도 결코 나쁜 일이 아니었다.
띠링-.
그때 박훈길의 노트북에서 알람이 울렸고, 그는 알람을 확인했다.
“하영이가 촬영한 광고가 벌써 1차 편집이 끝났군.”
그 말을 들은 최선자가 웃으며 물었다.
“어머, 벌써요? 저도 봐도 되나요?”
“물론이지.”
박훈길은 그 영상을 재생했고, 곧 유하영의 모습이 노트북 화면을 가득 채웠다.
“어머! 귀여워라! 어쩜!”
흐뭇한 표정을 짓는 최선자를 보며 박훈길은 피식 웃었다.
은혜를 갚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생각 이상으로 잘 해 주고 있었다.
‘이왕 밀어 준 것, 더 밀어 줘야겠군.’
그것이 유하영이 M’s 베이커리의 요정이 된 일의 시작이었다.
* * *
그날 밤.
집에 돌아온 강소는 방 안에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했다.
‘하영이가 물에 빠졌다고?’
유하영이 차고 있는, 서철이 만들어 준 팔찌는 물리적인 공격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익사는 물리적인 공격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그걸 생각하지 못했군!’
지금에서라도 그 맹점을 알아차린 것이 다행이었다.
뭔가 대책을 생각해야 했다.
‘역시 가장 좋은 것은 아티펙트지.’
하지만 그는 아티펙트를 예쁘게 만들 수 있는 재주는 없었다.
물건에 기운을 불어넣는 건 가능해도.
고민하던 강소는 결국 해결책을 찾았고, 핸드폰을 들었다.
– 어쩐 일인가? 이 시간에?
수화기 너머로 걸걸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꺼지지 않은 불꽃, 서철의 목소리였다.
“의뢰 드릴 것이 있어서 전화드렸습니다.”
– 의뢰? 내가 왜 네놈의 의뢰를 맡아? 내가 네놈이 의뢰한다고 막 뭔가를 만들어 주고 그러는 사람이 아니야.
“하영이의 안전과 관련된 의뢰입니다.”
– 뭣이? 자, 자세히 설명해 보게.
역시, 일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최고였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28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