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298
297화. 첫사랑 (1)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날이었다.
오후 3시 30분.
유순태 부부와 황진혁, 그리고 강소는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TV에서는 짐꾼들을 위한 법안이 통과되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형님이 애 많이 쓰셨겠네.”
“그러게 말이에요.”
유순태 부부의 대화에 황진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 모습에 강소가 말했다.
“안주인의 오라버니께서 램프 포터 길드의 길드장이십니다.”
“아! 임송규 길드장님이요?”
“이름을 아시는군요.”
그 말에 황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짐꾼들 사이에서는 전설이 아니십니까?”
전에 임송규가 양춘각에 왔을 때, 황진혁은 잠시 볼일을 보러 외출했었기 때문에 임송규가 임소영의 오빠라는 것을 모르고 있던 것.
황진혁은 멋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사실 저도 짐꾼으로 일했던 적이 있어서요.”
“그랬어?”
B급 각성자임에도 마리오네트라는 능력을 사용할 수 없으니 짐꾼으로 일한 것.
“돈을 벌려고 시작한 일인데, 게이트에 두 번 들어갔다가 결국 포기했어요. 힘도 힘이지만 헌터들 케어하는 게 보통 일이어야지요.”
“하긴, 그렇지.”
“그런 의미에서 저는 저 법안에 대해 찬성이에요.”
“나 역시 마찬가지야. 그런데 짐꾼 교육원 같은 건물을 지을 부지는 마련하셨는지 모르겠네.”
그때 강소는 문 쪽을 보았고, 그 시선에 유순태는 뒤를 돌아보았다.
“왜? 누가 와?”
약 1분 후.
딸랑.
종이 울리며 양춘각의 문이 열렸다.
“계세요?”
그 물음에 유순태는 얼른 일어났고,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에게 다가갔다.
긴 머리카락을 포니테일로 묶은, 20대 초반의 여자였다.
강소가 고개를 갸웃하는데, 유순태가 그녀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어, 예진이구나! 오랜만이다.”
“네. 오랜만에 봬요.”
“이제 대학은 졸업한 거야?”
“네. 이제 졸업했으니까, 어머니 일을 도와 드려야지요. 그래서 화훼과에 간 거니까요.”
“장하네.”
“감사합니다. 아, 이거요. 어머니께서 드시라고 하셔서요.”
그녀는 쟁반을 내밀었고, 유순태는 그것을 받으며 말했다.
“그래, 고맙다. 잘 먹겠다고 전해 주렴.”
“네. 안녕히 계세요.”
그녀가 나가고 강소가 임소영에게 물었다.
“이웃분인가 봅니다.”
“네. 최예진이라고, 옆에 사랑 꽃집의 주인아주머니 딸이에요.”
“그렇군요. 참하게 생긴 처자입니다.”
“호호호. 예쁘긴 하죠.”
그리고 황진혁을 보았다. 왠지 그의 얼굴이 살짝 붉어져 있었다.
* * *
그 시각.
임송규는 각성자 협회장 윤한종과 마주하고 있었다.
“드디어 법안이 통과되었군요. 축하드립니다.”
윤한종의 말에 임송규는 겸연쩍게 웃었다.
“많이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사실 저도 짐꾼들의 희생에 가슴 아파하고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추진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짐꾼들의 여론을 모아 주셔서 감사할 뿐입니다.”
한참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부지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데…… 혹시 생각해 두신 부지가 있으십니까?”
윤한종의 물음에 임송규가 씁쓸하게 웃었다.
“수도권이나 아니면 외곽에라도 짓고 싶어서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는데…… 생각보다 시가가 높더군요.”
“그렇겠지요.”
“제 사재라도 털어야 하나 생각 중입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윤한종은 비서를 보았고, 비서는 그에게 서류 파일을 내밀었다.
“여기는 어떠십니까?”
“네?”
임송규는 그 서류를 받아 펼쳐 보았다.
그건 지적도였는데, 붉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있었다.
“여기는…….”
“죽음의 땅이었지만, 이번에 생명의 땅이 된 그곳 일부분입니다.”
“하지만 이미 그곳은 도시 계획이 완료되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지요. 하지만 어느 좋으신 분께서 그곳을 내놓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네?”
“그리고, 교육원과 추모관의 건립에 보태라면서 마정석도 기부해 주셨습니다.”
윤한종은 비서에게 통장을 건네받아 내밀었다.
“마정석 처분이 힘드실 것 같아, 저희가 미리 처분해서 입금해 놓았습니다.”
임송규는 통장을 펼쳐 보았고, 그곳에 찍힌 액수에 화들짝 놀랐다.
“이, 이런 거액을 말입니까?”
“네.”
윤한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분의 전언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누군지 궁금해 하지도, 알아보려고 하지도 말라는 전언입니다.”
“……혹시.”
임송규의 염려스러운 표정에 윤한종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분의 신분은 내가 보장하는 바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절대 검은 돈 같은 건 아닙니다.”
“협회장님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알겠습니다.”
임송규는 말을 이었다.
“그분께 감사하다고 전해 주십시오.”
지금 임송규는 그 얼굴을 모르는 기부자가 앞에 있다면 열 번이라도 더 절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 * *
꼬롱이는 강소의 방 창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계절은 이제 여름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꼬뀨.”
강소의 방 창문을 통해 보이는 풍경은 제법 알록달록했다.
꽃집의 뒷마당이 바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때 꼬롱이의 눈에, 낯선 여자가 보였다.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은 예쁜 여자였다.
“꼬?”
그런데,
그녀의 어깨 위에 자신과 같은 암컷 던전랫트가 보였다.
“꼬뀨?”
그 암컷 던전랫트와 눈이 마주친 순간, 꼬롱이는 세상에서 오직 그녀만 보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심장이 콩닥콩닥했다.
그때, 그 여자의 어깨 위에 있던 암컷 던전랫트가 땅으로 내려오고 그 여자는 안으로 들어갔다.
암컷 던전랫트는 꽃집 뒷마당에 있는 작은 그네에 앉아 혼자 놀고 있었다.
꼬롱이는 부리나케 강소의 방에서 나왔고 2층으로 올라가 자신이 아껴 둔 커다란 호박씨를 물고 후다닥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꽃집 뒷마당으로 향했다.
“꼬뀨!”
꼬롱이는 그네에 앉아 있는 암컷 던전랫트를 불렀다.
“꼬요?”
“꼬! 꼬뀨! 뀨!”
그리고 자신은 절대 수상한 던전랫트가 아니며 바로 옆 양춘각이라는 중국집에 살고 있는 던전랫트라고 했다.
“꼬뀨! 꼬뀨!”
그리고 이름은 꼬롱이라고 했다.
“꼬요? 꼬? 꼬요꼬요.”
암컷 던전랫트의 이름은 아롱이.
함께 사는 주인이 이곳으로 이사 오면서 이곳에서 살게 되었다고 했다.
“꼬뀨.”
꼬롱이는 커다란 호박씨를 내밀며 이웃이 되어 반갑다는 인사라고 했다.
아롱이는 그 선물을 받으며 활짝 웃어 주었다.
“꼬요!”
고맙다는 그 말에 꼬롱이는 너무나도 행복했다.
.
.
.
그렇게 이웃과의 첫인사를 마친 꼬롱이는 양춘각으로 돌아왔다.
문이 닫혀 있어도 꼬롱이가 오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놓았기에 스리슬쩍 들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강소의 눈은 피할 수 없었다.
“어? 꼬롱아. 너 어디 다녀오냐?”
“꼬뀨! 꼬뀨!”
꼬롱이는 열심히 고개를 저었지만, 꼬롱이는 모르고 있었다.
그게 더 수상하다는 것을.
“아, 강소야!”
그때 유순태가 그를 불렀다.
“미안하지만, 꽃집에 이것 좀 가져다줄래?”
그건 아까 최예진이 떡을 담아서 가져온 쟁반이었다.
“저, 제가 가겠습니다.”
그때 황진혁이 나섰다.
“진혁 씨가 간다고?”
“네. 아무래도 강소 형님은 좀 바쁜 것 같고 해서 말입니다.”
이제 황진혁은 강소를 형님이라 불렀다.
나이도 많은데 ‘강소 씨’라 부르는 건 좀 이상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강소는 살짝 망설였다.
사실 강소는 쟁반을 핑계로 꽃집에 가서 뭔가 확인해 볼 것이 있었다.
아까 본 최예진의 기운이 뭔가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
하지만 황진혁을 보니, 자신이 가겠다고 우기는 건 모양새가 이상할 것 같았다.
“진혁 씨가 다녀오십시오.”
.
.
.
황진혁은 쟁반에 답례로 군만두와 음료수를 담아서 꽃집으로 향했다.
사랑 꽃집.
출근하면서 수십 번은 더 오갔지만, 오늘따라 왠지 긴장되었다.
‘왜 내가 간다고 했지?’
황진혁은 1분 전의 자신을 후회했지만, 이미 던져진 주사위였다.
그는 용기를 내어 꽃집으로 들어갔다.
“계십니까?”
“네.”
그때 낭랑한 목소리와 함께 최예진이 나왔다.
“저, 양춘각에서 왔습니다.”
그는 쟁반을 내밀며 말했다.
“주신 떡은 잘 먹었습니다. 이거, 사장님께서 감사하다면서 드시라고…….”
“맛있게 드셨다니 다행이네요. 잘 먹겠습니다.”
최예진은 쟁반을 받으며 말했다.
“양춘각에서 일하시는 분인가 보네요.”
“네. 올해 봄부터 주방 보조로 함께 일하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저도 여기서 어머니 가게를 도우면서 함께 일하게 되었거든요.”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황진혁은 말을 이었다.
“그, 그럼 가 보겠습니다.”
“네. 살펴 가세요.”
그는 다급하게 꽃집에서 나왔고,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려 애썼지만 쉽게 식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
* * *
그날 오후.
유치원에서 돌아온 유하영은 꼬롱이 밥을 주기 위해 꼬롱이를 찾았다.
“꼬롱아! 어디 있어? 밥 먹어야 해!”
뽀뽀는 얌전히 건초를 오물거리며 식사를 하고 있었지만, 왠지 꼬롱이가 보이지 않았다.
“오빠. 꼬롱이 어디 갔어?”
유하영의 물음에 강소가 대답했다.
“내 방에 있는 것 같더구나.”
“알려 줘서 고마워.”
유하영은 강소의 방으로 도도도 달려갔다.
“꼬롱아!”
꼬롱이는 강소의 방 창가에 앉아 있었다.
“꼬!”
유하영의 부름에 꼬롱이는 깜짝 놀라 움찔했고, 유하영은 그런 꼬롱이에게 다가갔다.
“밥 먹어야지!”
“꼬! 꼬뀨!”
유하영은 꼬롱이가 뭘 보고 있나 싶어 창문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예쁜 꽃들이 피어 있는 마당에 한 마리의 던전랫트가 예쁜 여자와 함께 놀고 있었다.
그때 유하영은 고개를 갸웃했다.
“꼬롱아. 너 저 아이 좋아해?”
“……!”
유하영의 단도직입적인 물음에 꼬롱이는 움찔했고, 고개를 저었지만 애초에 유하영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꼬롱이가 친구가 필요했구나. 잘 됐다. 친하게 지내면 되겠네.”
* * *
다음 날이었다.
“오빠, 주문이에요. 요 옆에 사랑 꽃집에 짜장면 두 그릇이요.”
강소는 김지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는 철가방에 준비대에 놓아진 짜장면에 랩을 씌워 놓고 단무지와 젓가락 등등을 챙겨서 사랑 꽃집으로 향했다.
강소는 내심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기운을 자세하게 살필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었다.
“양춘각 배달입니다.”
강소는 사랑 꽃집 안으로 들어가며 외쳤고, 안에서 최예진이 나왔다.
“인터넷에서 양춘각 배달이 빠르다고 하던데 확실히 빠르네요!”
“그야 당연히, 옆집이니까요.”
“호호호. 그건 그러네요.”
“어디에 놔 드릴까요?”
“여기 탁자 위에 놔 주세요.”
“네.”
강소는 탁자 위에 짜장면을 올려놓으며, 조심스레 최예진의 기운을 살폈다.
최예진 역시 각성자였다.
등급은 D급이고, 능력은 식물 계열인 듯했다.
하지만 강소가 주목한 건 그런 각성한 능력이 아닌, 다른 것이었다.
바로, 그녀 본연의 기운이었다.
그녀의 기운을 살피는 것을 마친 강소는 철가방을 닫으며 몸을 일으켰다.
“여기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강소는 식대를 받아 전대에 넣었다.
“맛있게 드십시오.”
“네.”
강소는 사랑 꽃집에서 나왔고, 곧 그의 얼굴은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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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강소는 유순태와 함께 땅콩을 안주로 맥주 한잔을 했다.
“일과를 마치고 한잔하는 이 시간이, 요즘 말로 힐링이라고 했나? 그 힐링이 되는 것 같다.”
“이제 너도 힐링을 아는구나. 하하.”
강소는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며, 유순태에게 물었다.
“그런데 옆에 사랑 꽃집 말이야. 아주머니의 부군께서는…….”
“아, 지방의 연구원에 계셔서 일 년에 몇 번 못 오신다고 하더라.”
“연구원?”
“듣기로는 각성자 협회 소속 연구 기관이라고 하던데?”
“그렇구나.”
최예진의 아버지가 살아 있었다. 다행이었다.
“그런데…… 무슨 일 있어? 표정이 심각해 보이는데?”
역시 유순태였다.
그의 물음에 강소가 대답했다.
“별일은 아니다. 그냥, 예진 씨가 내 친족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뭐?”
유순태가 놀라서, 말했다.
“그게 별일이 아니면 대체 뭐가 별일인데?”
“그런가?”
“그런데 그건 어떻게 알게 된 거야?”
“그건 말이지…….”
강소는 최예진을 처음 보는 순간, 그녀에게서 낯익은 기운을 느꼈다.
그 기운은…… 자신의 기운과 어딘가 닮아 있는 듯한 기운이었다.
하지만 강소가 본 최예진의 어머니의 기운은 자신과 전혀 달랐으니 강소의 기운과 닮은 기운은 아버지 쪽에서 받은 기운일 터였다.
설명을 마친 강소는 피식 웃었다.
“내가 세상에 뚝 떨어진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어서. 기분이 좀 묘하다.”
그 말에 유순태가 맥주 한 캔을 더 따며 말했다.
“하긴, 우리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고는 있지만 그래도 핏줄이라는 건 무시할 수 없지.”
그는 피식 웃으며 잔을 내밀었다.
“네 친족을 찾은 것, 축하한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29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