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315
314화. 파도 소리 (2)
강소는 휘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인어라 하면 혹시…… 위는 사람에 아래는 물고기 꼬리를 가진 이들을 말하는 겁니까?”
그 물음에 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하영이의 동화책 중에 ‘인어공주’라는 책이 있어서 봤습니다. 상당한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그, 그렇군요.”
휘는 어색하게 웃었고, 강소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인어라는 존재가 실제로 있는 겁니까?”
“네. 그들 역시 저희처럼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존재들입니다.”
“그렇군요.”
“상당히 쉽게 받아들이시는군요.”
휘의 말에 강소는 피식 웃었다.
“도깨비도 있고, 정령도 있고 예티도 있는데 인어가 있는 게 이상할 건 없지 않습니까?”
“하긴, 그것도 그렇군요.”
“그런데 인어에 대해서 부족장님께서는 어떻게 알게 된 겁니까?”
강소의 물음에 휘가 대답했다.
“제가 발견해서 알게 된 건 아니고, 각성자 협회를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
“헌터 길드 중에 바다를 무대로 활동하는 청해 헌터 길드가 있더군요.”
그 이름에 대해 강소도 들은 적이 있었다.
헌터의 활동은 TV 같은 메스컴의 단골 소재였으니까.
“그러니까, 약 12년 전에 청해 길드에서 먼저 발견해서 각성자 협회에 보고를 했고 그 후 그들과 비슷한 특성이 있는 저희를 통해 인간들과 교류 중입니다.”
“비슷한 특성이라면…… 혹시 그들도 육체가 있는 정령입니까?”
그 물음에 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왕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집단입니다.”
“부족장님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과 비슷하군요.”
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도움이 필요한 것과 인어가 무슨 관련이 있는 것입니까?”
“사실, 인어가 가출을 했습니다.”
“…….”
그 말에 강소는 살짝 당황했다.
“그러니까…… 제가 아는 그 가출을 말하는 겁니까?”
“집을 나간다는 의미의 가출이라면, 네, 맞습니다.”
“그런데 그걸 왜 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입니까?”
그 물음에 휘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가출한 인어가…… 인어 왕의 막내딸입니다.”
* * *
몇 시간 전.
서울의 거리를 한 여자가 걷고 있었다.
그녀는 입술을 삐죽였다.
‘치! 난 답답하게 바닷속에서만 놀기 싫단 말이야!’
그녀의 이름은 해린.
인어 왕의 막내딸로서, 그녀 역시 인어였다.
인어들은 바닷속에서는 하반신이 물고기 형태였지만, 물 위에 올라오면 평범한 인간이 되었다.
그래서 이렇게 인간처럼 땅 위를 다닐 수 있는 것이었다.
네온사인이 화려하게 빛나는 거리.
그녀는 정신없이 구경하며 걷고 있었다.
탁.
그때 누군가와 어깨를 부딪혔다.
“윽!”
제법 건장한 남자였지만, 가냘픈 미녀인 그녀가 아닌 상대방이 오히려 뒤로 넘어질 뻔했다.
그도 그럴 것이, 거센 해류를 헤엄치며 마수와 싸우는 인어였다.
체격이 가늘어 보인다 해도 힘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해린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말했다.
“뭘 봐?”
그녀의 말에 그는 말없이 물러났다.
자신에게 찍 소리 못하고 도망가는 그 모습에 그녀는 기분이 좋아졌고 뭔가 우쭐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평소 즐겨 보던 로맨스 소설을 통해 배운 대로 먹고 싶었던 음식들을 사 먹었다.
돈이라면 많았다.
각성자 협회의 인간들과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던 ‘금괴’라는 것을 두고 거래해서 번 돈이 있었으니까.
도넛은 달달했고, 케이크 역시 맛있었다.
커피는 너무 썼지만, 복숭아 티는 먹을 만했다.
“오늘 저녁은 너로 정했다!”
해린은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가 햄버거를 시켰다.
그리고 쟁반에 담긴 음식을 가지고 탁자 앞에 앉아 맛있게 먹고 있을 때.
한 남자가 그에게 접근했다.
“저, 안녕하세요. 혹시 연예인 해 볼 생각 없으십니까?”
“네?”
“아,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그 남자는 얼른 자신의 품에서 명함을 꺼내어 내밀었고, 해린은 그 명함을 보았다.
[탑월드 엔터테인먼트, 팀장 이영문]사실 인어들은 타고난 아름다움이 있었고, 그렇기에 연예 기획사의 명함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것이 문제였다.
“엔터테인먼트가 뭐죠?”
그녀의 물음에 이영문은 설명을 했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러니까 연예인을 만드는 회사라는 거군요.”
“맞습니다.”
그는 열심히 그녀를 설득했다.
“오늘 계약하지 않아도 되니까, 회사를 구경해 보는 건 어떻습니까?”
“좋아요.”
해린은 별 의심 없이 그를 따라 근처에 있다는 회사로 향했다.
회사는 근처에 있는 상가의 3층이었다.
“회사가 생각보다 작네요?”
“이곳은 임시로 쓰고 있는 사무실입니다. 지금 다른 곳에 건물을 올리고 있거든요.”
“그렇군요.”
책상이 두어 개 있고, 이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들이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당장 도망갔을 터이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인어 공주님은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아. 내 정신 좀 봐. 차도 대접 안 했네. 뭐 드실래요? 커피? 차?”
“커피는 너무 쓰고요. 달콤한 거 있나요?”
“그럼 오렌지 주스를 드리죠.”
잠시 후 이영문은 오렌지 주스를 내왔고, 그녀는 오렌지 주스를 맛있게 마셨다.
“저희 엔터와 계약을 하시면 일 년에 10억은 쉽게 벌 수 있습니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거죠?”
“물론입니다. 저희는…… 체계적인 트레이닝…….”
이상하게도 두 눈이 점점 감겼다. 너무 졸려서 미칠 것 같았다.
결국.
쿵-!
해린은 탁자에 이마를 박고, 잠이 들고 말았다.
.
.
.
“음…….”
해린은 잠에서 깼다.
“?”
곧바로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의 양손과 발이 결박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일어났네?”
자신 앞에 이영문이 서 있었고, 그는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바닥의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음! 으으음!”
해린은 말을 하고 싶었지만, 테이프로 입이 막혀 있었다.
“이게 뭔 상황인가 싶지? 연예 기획사는 무슨…… 그거 다 뻥이야.”
“……?”
“이렇게 순진한 인어가 인간 세상으로 나올 줄이야.”
그 말에 해린의 눈이 커졌다.
“귀 뒤에 아가미가 있더라? 그러게 부주의하게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지 말았어야지.”
그때 한 남자가 이영문에게 의자를 내밀었다.
“형님, 앉으시죠.”
그 남자는 아까 해린과 부딪혔던 남자였다.
그의 앞에서 무의식적으로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던 것이 떠올랐다.
“그래서 널 노린 거야. 그리고 이곳으로 유인해서 수면제 재우고 아티펙트로 결박한 거지.”
“음! 으음음!”
“아, 그거 아나 모르겠네? 우리 인간들 사이에서는 인어의 고기를 먹으면 장수한다는 말이 있거든.”
그러고 보니 해린은 아버지에게 그런 말을 들은 것 같았다.
“인간 세상에는 내가 허락하기 전에는 나가면 안 된다. 너는 아직 어려!”
“제가 어린 것과 밖에 나가면 안 되는 것이 무슨 상관이죠?”
“우리 인어들의 고기를 먹으면 장수한다는 미신이 있는 곳이다. 우리를 노리는 자들에게서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한 힘이 필요하다. 그러니, 안전한 이곳에서 힘을 길러라!”
“싫어요! 이곳은 답답하단 말이에요!”
“이 아비의 말을 좀 들어라!”
“하지만 저희는 인어예요! 인간들보다 강하다고요!”
“물론 그렇지. 하지만 각성자들과 또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아티펙트의 힘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해린은, 아버지의 말을 믿지 않았다. 자신을 겁주기 위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짜였다.
이영민은 비릿하게 웃었다.
자신 앞의 어수룩하지만 예쁜 인어를 연예인으로 데뷔시키면 돈을 벌 수 있다지만, 투자만 잔뜩 하고 수입이 없을 확률이 높았다.
그녀를 원하는 누군가에게 팔아넘기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건 위험했다.
만약 그녀가 도망가거나, 누군가에게 발각될 수도 있었으니까.
그러니 가장 깔끔한 방법은 한 가지뿐이었다.
그는 날카로운 단검을 들어 그녀의 옷에 갖다 댔다.
“걱정하지 말라고. 지금 죽이는 건 아니니까.”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렇게 무작정 가출해 버린 것이 후회되었지만,
이미 늦었다.
그녀를 구해 줄 가족은 지금 이곳에 없었다.
자신이 이곳에 있는지 아무도 모를 테니까.
그때였다.
쾅-!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그때, 부하 한 명이 문을 벌컥 열며 소리쳤다.
“혀, 형님! 습격입니다!”
“습격? 무슨 소…….”
이영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가 있던 곳의 문이 부서졌고,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는 이영민에게는 시선을 주지 않고, 바닥의 해린을 보았다.
“여기 있었군요. 찾으러 왔습니다. 공주님.”
.
.
.
강소는 휘가 연 문을 통해 동해로 향했다.
그곳에서 만난, 인어 왕의 셋째 아들 해명이라는 인어에게 막내 인어의 인상착의를 들었다.
해명의 기운을 통해 가출한 인어 해린의 기운을 추측할 수 있었고, 그 즉시 기운을 추적하여 해린을 찾은 것.
그녀의 모습도 해명에게 들은 인상착의와 비슷했다.
“뭐야! 넌?”
이영민이 강소에게 달려들었지만, 그는 강소의 주먹에 맞아 기절해 버렸다.
그 모습에 해린은 로맨스 소설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위기에 빠진 여 주인공을 구해 주는 남주인공의 모습이 바로 지금, 강소의 모습이었으니까.
그렇게 그곳의 이들을 기절시킨 강소는 김명희에게 전화를 걸어 정리를 부탁했다.
강소는 해린의 입을 막은 테이프를 떼어 주었다.
“괜찮으십니까?”
“아, 네.”
“그럼 갑시다. 가족들이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강소는 해린을 번쩍 들었다. 손과 발을 묶은 건 일부러 풀지 않았다.
이동하는 도중에 움직이면 귀찮아지니까.
그가 부탁받은 건 단지 해린을 찾아와 달라는 것뿐이었지, 그녀의 편의를 봐 달라는 건 없었다.
잠시 후.
강소는 순식간에 동해에 도착했다.
아직 그곳에는 휘와 해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 데려왔습니다.”
강소의 말에 해명은 그에게 달려왔고, 강소는 자신이 어깨에 둘러메었던 해린을 그에게 전달했다.
“어?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겁니까?”
휘가 결박된 해린의 상태를 보며 물었고, 강소가 대답했다.
“제가 찾았을 때 이런 상태였습니다. 그들의 말을 들으니…….”
그의 입에서 나온 납치를 비롯한 끔찍한 단어들에 해명과 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강소가 아니었다면, 해린은 결코 살아 돌아올 수 없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사실이냐?”
해명의 물음에 해린은 머뭇머뭇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 돌아온 게 천운이다. 너는 돌아가면 크게 혼이 날 줄 알아라!”
“네…….”
“내가 너 때문에 못 산다! 진짜!”
그는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결박을 풀어 주었다. 그때 해린은 강소와 눈이 마주쳤고,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자신을 구해 주기 위해 나타난 강소를 보고 로맨스 소설의 남자 주인공을 떠올렸던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서울에서부터 이곳, 동해안까지 걸린 시간은 30분도 채 되지 않았다.
육체를 가진 정령인 인어였기에, 해린은 그의 힘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두려움을 느낄 정도의 압도적인 힘.
“그런데 해린아. 왜 은인께 인사드리지 않는 것이냐?”
“저, 구해 주셔서 가,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경거망동하지 마십시오. 다음에도 내가 구해 줄 수 있을 거란 보장은 없습니다.”
“네…….”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어 해명이 강소에게 말했다.
“저, 제 동생을 구해 주신 은인께 보답하고 싶습니다.”
“괜찮습니다.”
“아닙니다. 인어들은 은인을 그냥 보내지 않습니다.”
해명의 단호한 말에 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강소는 유하영이 바다를 보고 싶어 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럼…… 말입니다.”
* * *
다음 날.
“와! 정말? 진짜? 나 바다 보러 갈 수 있어?”
유하영은 신이 난 표정으로 강소에게 물었다.
“그래.”
강소는 웃으며 대답했다.
“바다도 보고 또 바닷속도 볼 수 있다.”
“오빠! 굉장해!”
“하하하.”
강소는 고개를 들어 유순태를 보았다. 유순태는 씩 웃으며 종이에 글자를 썼다.
[휴가 중]이번 피서지는, 바다로 정해졌다.
딸랑.
그때 문이 열리고 새된 목소리가 들렸다.
“정말이에요?”
“정말 저희 바다에 가요?”
무림에서 온 배달부 31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