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314
313화. 파도 소리 (1)
양춘각의 점심 장사가 끝났다.
강소는 문 앞에 브레이크 타임 팻말을 달았다.
“이제 완전히 여름인가 봅니다.”
그의 말에 황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리고 연신 땀을 닦아내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그 모습에 강소는 생각했다.
‘진혁 씨에게도 백년설삼 한 뿌리 먹여야겠군.’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처럼, 강소는 유순태에게 말했다.
“순태야. 오늘 저녁에 삼계탕 해 먹을까?”
“삼계탕?”
유순태가 대답했다.
“좋지. 보양식을 먹어 줘야 여름을 나기 위한 준비를 했다고 할 수 있으니까.”
“닭하고 삼은 내가 준비할게.”
“어? 네가 준비한다고?”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쯤은 내가 사고 싶어서 그래.”
“네가 정 그렇다면, 알겠다. 그럼 장 보러 가자.”
강소는 유순태와 함께 마트에서 장을 봐 왔다.
집에 돌아오자 어느새 임소영은 찹쌀을 씻어 물에 불려 놓고 있었다.
“내가 해도 되는데…….”
유순태의 말에 임소영이 웃으며 말했다.
“이 정도는 움직여야죠. 하루 종일 운동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도 태아에게 안 좋아요.”
강소는 황진혁을 보았다.
그가 머쓱하게 웃는 것을 보니 황진혁이 한다는 것을 임소영이 본인이 하겠다고 한 것 같았다.
“자자, 그럼 당신은 어서 위로 올라가. 나머지는 내가 할게.”
눈치를 보고 있던 황진혁이 잽싸게 말했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진혁 씨가 도와준다잖아.”
“알겠어요. 그럼.”
유순태와 황진혁이 주방에서 닭을 손질하는 동안, 강소는 잠시 인벤토리에 들어갔다 오기로 했다.
삼을 가져와야 했기 때문이다.
강소가 임의로 변화를 주지 않는 이상 인벤토리는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였다.
탓-!
그는 높은 산을 올랐다.
그러다 잠시 중턱에 서서 그가 살던 세상을 닮은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가 이쪽 세상에서 살게 된 지 어느덧 1년하고도 반년이 지나고 있었다.
마음 한쪽에는 뭔가 알 수 없는 그리움 같은 것이 있었다.
‘미련이 없다고 했지만, 나에게도 미련이라는 것이 남아 있기는 한가 보군.’
강소는 피식 웃었다.
그쪽 세상에서 수많은 은원의 중심에 있던 그였다.
그러다 보니 세상을 등졌어도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었다.
‘언젠가는 돌아갈 수 있으려나?’
자신이 이곳에 어떻게, 왜 왔는지는 모르니 돌아갈 수 있는 방법 역시 요원해 보였다.
그가 보살피던 소녀에게는 꽃의 정령들의 여왕이 안부를 전해 주기로 했으니 그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혼인한 남자와 잘 살고 있겠지.’
어쩌면 아이를 가졌거나 이미 낳았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잘 살고 있을 거라 믿고, 강소는 이쪽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백년설삼을 캐는 일이었다.
그는 다시 터벅터벅 산을 올랐다.
서걱, 서걱.
그의 발에 만년설이 밟히기 시작했다.
그의 경지라면 눈을 밟아도 발자국이 생기지 않는다는 답설무흔도 가능했지만 가끔은 이렇게 눈을 밟는 기분도 제법 괜찮았다.
곧 그는 백년설삼 군락에 닿았고, 손을 뻗었다.
툭, 투둑.
손짓만으로도 백년설삼이 쑥 뽑혔다. 그는 자신의 손안에 들어온 백년설삼의 흙을 툭툭 털었다.
“이 정도면 되려나?”
그는 자신의 발치에 쌓인 백년설삼을 들고 인벤토리에서 나왔다.
주방에서는 유순태와 황진혁이 재료 손질을 거의 마친 상태였다.
“여기, 삼 가져왔다.”
그의 말에 황진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상당히 상태가 좋은 삼이네요. 어디서 이렇게 금방 사 오셨어요?”
그의 물음에 유순태가 웃으며 대답했다.
“사 온 게 아니라, 강소의 인벤토리에서 캐 온 거야.”
“네?”
“인벤토리에 이런저런 작물을 키우고 있거든.”
“…….”
황진혁은 눈을 깜박였다.
자신도 각성자이고, 인벤토리를 가지고 있지만 그 안에서 작물을 키운다는 것은 금시초문인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게…… 가능해요?”
“가능한가 봐.”
유순태의 말에 황진혁은 그냥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그게 편하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강소 역시 주방에 들어갔고, 백년설삼을 잘 닦아서 다듬었다.
그리고 닭의 뱃속에 찹쌀, 대추, 은행과 함께 넣고는 다리를 꼬아서 잘 오므려 주었다.
그 일련의 작업이 끝나고, 닭을 커다란 압력솥에 넣었을 때 시계를 보니 어느새 유하영의 하원 시간이었다.
.
.
.
“음? 맛있는 냄새가 나요!”
유하영을 데리고 집에 가까이 왔을 때, 그녀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삼계탕 익는 냄새가 문밖에까지 나고 있었다.
임소영이 말했다.
“오늘 강소 삼촌이 삼계탕을 준비했거든.”
“삼계탕이면? 닭?”
“맞아. 닭으로 만든 요리이지. 작년에도 먹어 봤었지?”
강소의 물음에 유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들어가서 먹자.”
“응.”
그들은 집으로 들어갔고, 유하영은 식탁 의자에 앉아 TV를 보고 있던 유순태에게 쪼르르 달려가 안겼다.
그렇게 격한 인사를 나누고, 유하영은 임소영과 2층으로 올라가 씻고 내려왔다.
그 와중에 삼계탕 요리는 완성되었다.
딸랑.
문이 열리고 들어온 사람은 오동수와 김지은이었다.
“안녕하세요.”
“어서 와.”
“저도 왔어요!”
강소는 이왕 삼계탕을 하는 김에, 김지은도 부르자고 했다.
하여 그가 연락했고 근처에 볼일이 있던 김지은이 삼계탕을 먹으러 온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같이 들어와?”
그 물음에 오동수가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 근처에서 만났어요.”
“그랬구나. 어서 손 씻고 와. 밥 먹자.”
“네. 아,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오동수는 가방을 내려놓고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은 누나를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다고 생각하기는 했는데…….’
그가 오늘 김지은을 근처에서 만나서 함께 왔다고 대답했지만, 그녀를 만난 건 학교에서였다.
“야! 야! 대박 사건!”
“뭔데 그래?”
“오늘 학교에 흑장미 헌터가 왔어!”
“뭐? 진짜?”
오늘 흑장미 헌터가 학교에 방문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학생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화제가 된 것은 분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흑장미 헌터는 헌터를 꿈꾸는 아이들이 대부분인 각성자 학교의 슈퍼스타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동수 역시 아이들과 함께 흑장미 헌터를 보러 가기 위해 내빈실로 향했다.
각성자 학교에 방문하는 모든 손님은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내빈실을 먼저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그건 각성자 협회장이 와도 거쳐야 하는 절차였는데, 이는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곧, 오동수는 내빈실에서 나와 교장실로 향하는 흑장미 헌터를 보았다.
그는 넋을 잃고 흑장미 헌터를 보았다.
순간 그와 흑장미 헌터는 눈을 마주쳤고, 순간 왠지 그녀는 움찔한 듯했다.
하지만 오동수를 비롯한 학생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감탄할 뿐이었다.
“와…… 쩐다.”
“멋있다.”
“나도 흑장미 헌터처럼 되고 싶다.”
“아서라. 너는 얼굴부터가 안 돼.”
“야! 너는 왜 다짜고짜 인격모독으로 이단옆차기냐?”
“괜찮아. 얼굴은 뜯어 고치면 됨.”
트레이드마크인 화려한 화장을 한 그녀의 모습은 참 당당했다.
하교 시간이 되어 오동수는 친구들과 헤어져 양춘각으로 향했다.
적룡길드의 지원을 받고 있기에 알바 같은 건 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오동수는 여전히 알바를 계속했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었지만, 양춘각에서 일하는 것이 좋았다.
양춘각으로 향하는 골목.
어디선가 본 듯한 여자가 서 있었다.
“……?”
오동수는 기억을 떠올려 보았고, 그녀가 오늘 학교에서 봤던 흑장미 헌터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오늘 봤던 그녀와 입은 옷이 똑같았으니까.
“어?”
그런데 그녀는 가방 안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그걸로 얼굴의 메이크업을 슥슥 지우기 시작했다.
“아, 이제야 살 것 같네! 역시 화장은 너무 답답해!”
익숙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고개를 돌린 순간.
“……!”
“……!”
김지은과 오동수는 서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 지은 누나?”
“도, 동수야…….”
잠시 정적이 흘렀고, 오동수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럼 설마 제가 적룡길드의 후원을 받게 된 것이 누나가……?”
합리적인 판단에 의한 의심이었다. 하지만 김지은은 단호하게 말했다.
“너는 내가 그렇게 물렁하게 보이니?”
순간 그녀의 눈빛은 평소 알고 지내던 김지은의 눈빛이 아닌 흑장미 헌터의 눈빛이 되었다.
그 눈빛에 쫄은 오동수가 대답했다.
“……아뇨.”
“너에게 재능이 있는 건 사실이고, 투자 가치가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니까. 그에 의한 판단이었을 뿐이야. 내가 널 아끼지만, 그것과 길드의 운영은 별개란다.”
“그렇군요. 혹시나 싶어 물어봤어요. 다행이네요.”
“그럼 내가 흑장미 헌터라는 건 비밀로 해 줄 수 있지? 알바 오빠는 내 정체를 알지만 다른 사람은 모르거든.”
“……왜 힘들게 알바를 하시는데요?”
“아마도 너랑 같은 이유가 아닐까 싶은데?”
오동수는 세면대를 붙잡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 되었든 비밀로 하기로 약속한 이상, 그 약속은 지켜야 했다.
‘아…… 내 슈스였던 흑장미 헌터가…….’
그 도도하고 카리스마 그 자체인 흑장미 헌터가 사실은 김지은이란 사실을 알게 된 그는 그렇게 강제로 탈덕해 버렸다.
* * *
삼계탕은 맛있었다.
백년설삼을 넣고 끓여서 그런지 잡내는 1도 안 났고, 오히려 향긋하면서도 맛있는 냄새가 더욱 강했다.
한 살 더 먹었다고, 유하영은 이제 혼자서도 삼계탕을 먹을 수 있었다.
“그거 쓴데. 나 쓴 거 안 좋아하는데…….”
여전히 삼을 싫어하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말이다.
“그리고 아가는 쓴 거 먹으면 안 되는데…….”
그 모습에 강소는 웃으며 말했다.
“그거 먹으면 노란 꿀 열매 줄게.”
“진짜?”
“응. 진짜다.”
결국 유하영은 눈을 딱 감고 작게 자른 백년설삼을 한 번에 입에 넣고 눈을 딱 감고 오물오물 씹어 삼켰다.
그리고 쓴 맛에 얼굴을 찡그렸다.
“으! 써!”
“자, 노란 꿀 열매다.”
강소는 어느새 인벤토리에서 노란 꿀 열매를 꺼내 유하영의 입속에 넣어 주었다.
“아! 이제 살 것 같아!”
그 말에 삼계탕을 먹던 모두가 웃었다.
그때 TV에서는 여름 바다를 풍경으로 의류 회사의 광고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유하영이 말했다.
“그런데, 진짜 바다는 어떻게 생겼어? 정말 저렇게 파랗고 예뻐?”
그 말에 유순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바다는 정말 아름답지.”
이곳에 있는 자 중 바다를 직접 보고 모래사장에서 뛰놀아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유순태뿐이었다.
그것도 어린 시절의 기억이었지만 말이다.
그 후, 바다는 마수들로 인해 위험한 곳이 되면서 갈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물론 강소 역시 바다를 본 적이 있지만, 이쪽 세상에서나 저쪽 세상에서나 놀기 위해 간 건 아니었다.
“진짜 바다에 가 보고 싶어.”
유하영의 말에 김지은이 말했다.
“언니도 진짜 바다에 가 보고 싶은데, 거기는 위험해서 갈 수가 없어. 그래서 안타까워.”
그날 밤.
강소는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검색했다.
검색어는 바다.
과거에는 여름에 바닷가로 피서를 떠났다고 했다.
커다란 우산인 파라솔을 펴 놓고 그 그늘에 앉아서 쉬기도 하고, 바닷물에 들어가 물놀이를 하는 등의 활동을 즐겼다는 영상이나 글들이 많이 있었다.
“지금도 신기하지만, 격변의 시대가 오기 전에는 더욱더 신기한 세상이었구나.”
강소는 그가 전에 봤던 바다를 떠올려 보았다.
전에 미역을 구할 때 가 본 적이 있었지만, 바다를 보면 많은 감정이 밀물처럼 밀려들어왔었다.
강소가 생각하는, 바다가 가장 예쁠 때는 역시 해가 뜨고 질 때였다.
그래서 그는 유하영에게 그런 바다를 보여 주고 싶었다.
그때, 강소는 익숙한 기운을 느끼고 홀로 나왔다.
역시나, 벽면에 문이 하나 생겼다.
끼이익.
문이 열리고 등장한 존재는 도깨비 부족장 휘였다.
“안녕하십니까? 강소 님.”
“안녕하세요. 그런데 무슨 일 있으십니까?”
강소가 그리 물은 건 평소와 달리 휘의 표정이 살짝 굳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제가 이리 온 것은 강소 님께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입니다.”
휘는 말을 이었다.
“혹시…… 인어에 대해서 아십니까?”
무림에서 온 배달부 31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