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329
328화. 장마와 호족 (5)
레아는 자신의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믿을 수가 없었다.
“꽤액-!”
“꾸오오옥!”
“카아악!”
자신이 불러 온 수천의 마수들이 허무하게 죽어 가고 있었다.
그것도 단 한 사람에 의해서!
‘저게 인간이라고?’
손짓 한 번에 마수들이 산산조각이 났고, 손짓 두 번에 마수가 품고 있던 마정석들이 강소의 인벤토리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약 5분 만에 모든 마수를 처리한 강소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당분간 마정석을 구하기 위해 마수 사냥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많은 마정석을 수확했기 때문이다.
“이제 끝인가?”
“…….”
“아쉽군.”
“이…… 이이!”
자신의 계획을 망친 강소에게 분노를 터트렸다.
“너만은 절대 용서할 수 없어!”
그리고 손을 휘두르자, 어느새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 유리 시약병들이 나타났다.
연금술사인 그녀가 직접 만든 시약들이었다.
“이건 말이지, 내가 최근에 만든 거야.”
툭,
쨍그랑!
그 병들이 바닥에 떨어져 깨졌다.
“이 병 안의 액체들이 서로 섞이면, 내 충실한 수하가 만들어지지.”
병의 액체들이 섞이자 그 자리에서 붉은색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그리고,
“쿠오오오오!”
3m 가까이 되는, 연기로 만들어진 괴물이 괴성을 질렀다.
“저놈을 죽여!”
레아의 명령에 그 괴물은 강소를 향해 덤벼들었다.
“쿠오오!”
괴물은 커다란 덩치와 다르게 날렵했다. 괴물의 주먹이 강소를 후려쳤다.
“쿠오?”
괴물은 뭔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강소를 공격했지만, 그는 멀쩡했다. 아니, 괴물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이제 대화 좀 하자니까?”
“이익!”
레아는 분통을 터트렸다.
아까부터 이곳에 퍼트린 독의 반응이 나타날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어도 강소는 멀쩡했다.
아니, 멀쩡하다 못해 팔팔했다.
사실 강소는 호족들에게 그녀에 대해 듣고 독을 쓸 거라는 것을 예상했지만, 대비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만독불침이라서, 그 어떤 독도 강소를 위험하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불러 온 마수들은, 안습할 정도로 허무하게 처리되었다.
회심의 역작인 연기 골렘 역시 소용이 없었다.
그걸 모르는 레아의 입장에서는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었다.
그때, 그녀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후후, 너도 이건 어쩔 수 없을 거야. 지금 이곳에, 우리 말고 다른 자들도 있지?”
“…….”
“내가 보니까, 인간들은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각별하더라고. 지금 이곳에 있는 이들이 모두 바닷물에 수장되면 너라도 마음이 좀 쓰리겠지?”
두두두두두-!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
강소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차렸다.
바다가, 심상치 않았다.
‘해일?’
아니, 그것은 쓰나미였다.
“이들이 죽는 건 너 때문이야! 호호호!”
그녀는 말을 이었다.
“마침 운이 좋았어. 장마 덕분에 내 힘이 아주 충만하거든.”
그 말에 강소는 레아의 힘의 근원을 알 수 있었다.
“전에 만났던 다곤인가? 그자 역시 너처럼 물이 힘의 근원이었던 것 같은데.”
그 말에 레아는 움찔했다.
그러고 보니 들은 적이 있었다.
두 번째 인간계에서 왕의 명령을 이행하던 다곤이 정체불명의 존재에게 당했다고.
“설마, 다곤이 너에게 당한 거냐?”
“그럴 걸?”
쏴아아아아-!
저 멀리서부터 쓰나미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의 경악과 대피하기에 정신없는 듯한 소리들.
하지만 강소에게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이 말을 진작 해 줄 것을 그랬어. 이런 쓸데없는 짓으로 힘을 빼지 않게 말이지.”
강소는 쓰나미를 향해 오른손을 뻗었다.
“……!”
레아는 경악하고 말았다.
쏴아아아-!
자신이 일으킨 쓰나미가 강소의 손짓 한 번에 그대로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깨달았다.
왜 왕이 당분간 두 번째 인간계에서 활동하는 것을 멈추라고 했는지 말이다.
자신 앞의 이 인간 때문이었다.
그녀는 덜덜 떨며 뒤로 물러났다. 이럴 때 최선의 방법은 도망가는 것이었다.
자신이 이 땅에 이룩한 ‘검은 꼬리’가 와해되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의 목에 걸려 있던 ‘전리품’인 열쇠의 목걸이를 잡았다.
아니, 잡으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손목은 그 전에 강소에게 잡혀 버렸다.
“어딜 가려고?”
그렇게 그녀의 도주 시도는, 미수에 그치고 말았다.
* * *
쏴아아아!
비가 내리는 하늘 아래, 사이렌 소리가 요란했다.
동해 삼척의 바닷가에 있던 ‘검은 꼬리’ 지부가 일망타진 되었고, 그 안에 있던 모든 블랙맨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연행되고 있었다.
제 발로 걸어 나오지 못하는 블랙맨들도 많았다.
“이제 이 안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김명희가 그리 말하며 건물 안에서 걸어 나왔다.
그녀의 말에 두 특수부대 팀장이 말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지원에 감사드립니다.”
그녀가 보여 준 활약은 정말 대단했다.
그들은 김명희가 왜 이 작전에 단신으로 투입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뭘요. 전부 두 팀장님들 덕분이죠.”
“그런데 대체 누굴까요?”
원진석의 말에 박철곤이 물었다.
“무엇 말입니까?”
“안에 계셔서 잘 모르셨나 봅니다. 아까 보니까 갑자기 바다에서 수천 마리의 마수가 몰려오다가 하나씩 펑펑 터지더군요.”
“…….”
“그리고 쓰나미가 몰려오다가 갑자기 멈추고요.”
“그랬습니까?”
“네. 솔직히 엄청 놀랐습니다. 여기서 죽는구나 싶기도 했고요. 하하하.”
이번 작전은 두 번에 걸쳐 이뤄졌다.
그래서 처음에는 두 팀장과 김명희가 함께 진입했고, 두 번째 진입 때는 도망가는 이들 때문에 원진석은 밖에서 포위망을 짠 대원들을 통솔했다.
그래서 그 장면을 목격한 것.
김명희는 그 일을 만든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강소 씨구나.’
하지만 그걸 두 팀장에게 밝힐 수는 없었지만, 이럴 땐 방법이 다 있었다.
“사실, 이번 작전에 추가로 투입된 사람이 저 말고도 또 있었어요.”
“그렇습니까?”
“설마 그 사람이 혹시…… 이신 헌터님이십니까?”
그 말에 김명희는 빙긋 미소 지었고, 그걸 긍정이라 생각한 두 사람이 감탄했다.
“역시나!”
“그랬군요!”
결과적으로 그녀는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다.
투입된 사람이 있다고 했지, 이신이라고 하지는 않았으니까.
“아,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러는 건데?”
“조용히 하십시오.”
“아, 이런 씨×!”
그때 뒤가 소란스러워 그곳을 보니, 한 남자가 대원들에게 끌려 나오며 악다구니를 쓰고 있었다.
“저자는?”
“송경학이라는 블랙맨입니다. 제법 유명한 블랙맨들 중 하나로 ‘검은 꼬리’의 한국 지부장입니다.”
“쯧쯧, 고생 좀 하겠네. 저놈 때문에 피해를 본 직원들이 한두 명이 아니니…….”
“그리고 이번 호족들의 납치를 주도했다죠.”
그녀의 말에 순간 박철곤의 얼굴이 굳었다.
“그렇군요.”
그는 몸을 돌려 아직도 악다구니를 쓰고 있는 송경학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빠악-!
그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고, 그 주먹에 맞은 송경학은 어버버한 얼굴로 말했다.
“뭐, 뭐야? 각성자 협회 직원이 이래도 돼? 어? 이거 민원 제기할 거야!”
“블랙맨에게 그딴 자비는 없다. 그러니까 얌전히 앞으로 너에게 닥칠 일에 대해서 생각하라고.”
그 말에 송경학은 주변 직원들을 둘러보았다.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눈빛.
그동안 자신이 죽인 각성자 협회의 직원이 몇 명이었던가!
그걸 생각하자 갑자기 몸이 덜덜 떨려 왔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하지만 그 전에 그의 입안에 천 뭉치가 틀어박혔다.
“이송해.”
“네!”
박철곤은 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이제야 친구의 복수를 조금이라도 해 준 것 같아 조금이나마 속이 후련했다.
* * *
양춘각.
원래 장마가 시작되면 홀 손님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수많은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호족들이 단체 회식 중이었기 때문이다.
“와, 짜장면 맛이 죽이는데요?”
“진짜 맛있네요.”
그들의 칭찬에 유순태는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하하. 맛있다니 다행입니다.”
원래 오늘 식대는 박철곤 팀장이 지불하기로 했지만, 사정을 들은 유순태가 흔쾌히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임소영도 유순태의 결정에 따라 주었다.
그때 한 호족이 말했다.
“저, 단무지 좀…….”
“이 녀석이 지금 누구에게 뭘 시키는 거냐!”
“네가 가져다 먹어라! 셀프 모르냐? 셀프!”
“넵.”
그 호족이 머쓱한 표정으로 일어나 단무지 통으로 향하려고 할 때, 강소가 스윽 다가갔다.
“그릇 주십시오.”
“네?”
강소는 단무지 그릇을 받아 직접 단무지를 덜어 주었고, 그 호족은 황송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 괘, 괜찮은데…….”
“제 일이기도 합니다.”
그의 신위를 직접 목격한 그들이었다.
비록 이곳에서 숨어 살고 있고 또 덕을 쌓으며 살생을 하지 않는 호족들이었지만, 아직 남아 있는 약육강식의 본능은 강소 앞에서 그들을 공손하게 만들었다.
“감사합니다.”
호족은 단무지 그릇을 받아, 자리로 돌아갔다.
“이건 여기 같아.”
“아, 이건 여기다!”
옆에서는 유하영과 호족 아이들이 함께 놀고 있었다.
아이들은 이번에 강소가 사 준 퍼즐을 맞추고 있는데, 다 맞추면 멋진 포즈의 눈의 요정 도도 그림이 나타났다.
“저…… 오늘 식사 감사합니다. 정말 맛있었어요.”
그때, 호족들의 족장 하랑이 주방 쪽으로 와 유순태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아닙니다. 이렇게 제가 만든 음식을 대접할 수 있어서 영광이지요. 하하하.”
유순태의 말에 강소는 피식 웃었다.
그가 생각해도, 유순태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
.
.
식사가 끝나고, 호족들은 삼삼오오 모여 커피 한 잔을 하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하랑이 강소에게 다가왔다.
“저희를 구해 주신 것,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 말에 강소가 말했다.
“아닙니다. 감사하려면 하영이와 소랑에게 하십시오. 그 아이들 때문에 구한 것이니.”
“그래도 실제로 움직이신 건 강소 님이니까요.”
“그런가요?”
강소가 말했다.
“그럼 이제 사시던 곳으로 돌아가시는 겁니까?”
그 말에 하랑의 얼굴이 굳었다.
“……그래야겠지요. 하지만 걱정입니다.”
“불에 타 버린 집들 때문입니까?”
“그게 아닙니다. 집이야 다시 지으면 되니까요. 아시다시피 저희는 왕의 박해를 피해서 이곳에 숨어 살고 있었습니다. 이곳 역시 왕의 손길이 미치는 곳이니만큼…….”
“오래지 않아 다시 들키겠군요.”
“네. 그럴 겁니다. 저희야 살 만큼 살았지만 문제는 아이들이죠. 아이들만큼은 덕을 쌓아 신이 되었으면 하지만 상황이 그걸 도와주지 않는군요.”
“그런데, 신이 된다는 게 무슨 뜻입니까?”
“……신이 되면 어둠의 족속이란 굴레를 벗어 버릴 수 있다고 합니다만, 그 이상은 저도 잘 모릅니다.”
“그렇군요.”
강소는 어둠의 족속의 굴레를 벗는다는 그 말에 주목했다.
아무래도 왕이라는 자는 그것 때문에 호족들을 탄압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말입니다.”
하랑이 말을 이었다.
“강소 님의 인벤토리에 들어가 봤을 때, 느낀 점이 있는데 혹시…… 관리가 필요하지 않으십니까?”
“…….”
“보니까 집에 먼지도 쌓이는 것 같은데 청소도 필요할 것 같고 또 채소 같은 것도 키우시는 것 같은데 그런 것들도 관리가 필요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렇긴 합니다.”
솔직히 관리자가 있었으면 했다.
너무나도 넓은 인벤토리였고, 그걸 관리하자니 여간 시간을 뺏기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말인데, 혹시 일 잘하는 관리자들이 필요하지 않으십니까?”
“제 인벤토리 안에서 살고 싶다는 뜻이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제 인벤토리에서 살게 되면 밖의 세상과는 단절됩니다.”
“저희가 원하는 바입니다. 살생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이들과 단절되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럼 먹을 것은…….”
“저희는 과일과 채소만 먹어도 됩니다. 원래 고기를 안 좋아했습니다.”
“탕수육을 잘 드시던데…….”
“하하하, 탕수육이 아주 맛있더군요.”
생각해 보니, 그들을 인벤토리의 관리자로 삼는 건 강소에게도 이익이 되었다.
그리고 원래 어둠의 족속이었으니, 어둠의 족속에 대해서도 잘 알 터.
또한, 자신이 구해 준 이들이 또다시 위험해지는 건 솔직히 싫었다.
생각을 마친 강소가 하랑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럼 제 인벤토리 잘 부탁합니다.”
“인벤토리에서 살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하랑과 호족들은 새로운 주거지를,
강소는 충실한 인벤토리의 관리자들을 얻게 되었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32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