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389
388화. 레미엘의 글러브 (3)
드디어 합숙 훈련이 끝났다.
“감사합니다.”
권대성의 인사에 강소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고생하셨습니다. 만만치 않은 훈련이었는데 잘 따라 주셔서 제가 오히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그때 훈련장으로 차 한 대가 진입했다.
유순태가 그들을 픽업하기 위해 온 것.
그 차는 빨간 경차가 아닌, 램프 포터 길드의 SUV 차량이었다.
유순태가 차에서 내렸다.
“고생 많으셨…….”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권대성의 얼굴이 그새 홀쭉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불과 며칠 사이에 말이다.
대신 그 눈빛 자체가 달라져 있었는데, 어디선가 봤던 눈빛이었다.
‘어디서 봤던…… 아!’
양춘각에 부모님과 식사를 하러 온 청년이 있었다.
그 청년은 특수부대 근무 중 휴가를 나온 거라고 했는데, 그때 그 눈빛은 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유순태 앞의 권대성의 눈빛은 그때 그 특수부대 청년의 눈빛만큼이나 독기가 가득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냐?”
유순태의 물음에 강소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냥, 훈련을 했을 뿐이다.”
“그, 그래? 다른 건 없고?”
“응. 별다른 일은 없었다.”
그 말에 유순태는 고개를 돌려 백동호를 보았다.
백동호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훈련, 만, 했다.”
그런데 백동호는 뭔가 크게 질린 표정이었다.
“그럼…… 차에 타세요.”
그들은 차에 탔다.
강소가 조수석에 탔고, 권대성과 백동호가 뒷좌석에 탔다.
“출발합니다.”
차가 매끄럽게 출발했다.
“음, 그런데 성과는 있었냐?”
유순태의 물음에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B급 마수와 단신으로 맞설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아, 그래?”
“그리고 대인 전투도 웬만해서는 밀리지 않을 거다.”
“대단한데? 그 짧은 시간에 그게 가능한 거야?”
“당연히 불가능하지. 하지만 가능하게 했다.”
“어떻게?”
“매일 23시간 동안 한 3일 정도 훈련하면 가능해.”
그 말에 유순태는 움찔했다.
“어? 왜 23시간이야? 24시간이 아니라?”
“밥 먹는 시간 20분씩 제외하면 23시간이지.”
“그럼 진짜 안 재운 거냐?”
“응.”
유순태는 그제야 왜 권대성이 그런 눈빛인지, 그리고 백동호가 그런 표정인지 알 것 같았다.
* * *
그날 저녁.
램프 포터 길드의 체력단련실에서 백동호는 러닝머신을 뛰고 있었다.
“헉, 헉, 헉…….”
하지만 그의 머리는, 강소가 권대성을 지도하는 장면을 회상하고 있었다.
처음 그는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임송규가 명했고, 유순태가 믿으라고 했으니까 할 수 없이 그대로 놔두고 지켜봤다.
강소의 훈련은 정말 지독했다.
사람을 저렇게까지 쥐어짤 수 있구나 싶었다.
무슨 방법을 썼는지, 권대성은 훈련하는 내내 지친 기색이 없었다.
사람이 쉬어야 하는 이유는 그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 하려고 몸이 휴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쉴 새 없이 훈련하면 몸이 삐걱거리기 시작할 터였다.
틀림없이 그래야 하는데…….
‘이곳에 도착해서 실시한 메디컬 체크는, 오히려 무척 건강한 신체라는 결과였다. 대체 그자는…….’
그때 체력단련실로 한 남자가 들어왔다.
슈트를 입고, 넥타이까지 단정하게 맨 그는 바로 함진평이었다.
그는 백동호에게 다가왔고,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러닝머신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삑-!
서서히 속도가 늦추어지고, 러닝머신이 멈추었다.
백동호가 의아한 듯 물었다.
“뭐야?”
“이야기 좀 하자고.”
“남의 운동을 방해할 정도로 중요한 이야기야?”
“내가 강소라는 자를 지켜보라고 했잖아. 설마 까먹은 건 아니지? 잊어버렸다면 뇌에 똥만 찬 근육돼지라고 불러 주지.”
“아! 진짜! 안 잊어버렸어!”
백동호가 버럭 했고, 함진평은 웃으며 그 옆의 벤치에 앉았다.
“그래서, 네가 본 그자는 어때?”
“내가 볼 땐 좋은 녀석 같던데?”
“그래?”
함진평은 백동호를 가만히 바라보았고, 그 시선에 백동호는 고개를 슥 돌렸다.
“뭔가 더 있지?”
“……제기랄!”
백동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 강소라는 사람. 대체 누구야?”
“……?”
“난 사람을 그렇게까지 쥐어짜는 사람은 처음 봤다. 정말 무섭게 굴리더라. 덕분에 대성이는 혼자서 B급 마수와 마주해도 겁대가리 없이 달려들게 되었지만 말이야.”
“……그러냐?”
“아무튼, 내 결론은 이거야. 그자에 대해서 너무 깊게 파고들면…… 안 된다는 거야.”
함진평은 말없이 노을이 지는 창을 바라보았다.
‘송규 형님이 그랬지. 파고들다가 다칠 수도 있으니까 손 떼라고, 그리고 이 녀석도 마찬가지로 말하고 있고.’
백동호가 말을 덧붙였다.
“순태가 강소라는 자는 믿어도 된다고 하더라.”
“그래?”
유순태가 그리 말할 정도면 안전은 장담해도 되었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였다.
“그럼 그냥, 지켜만 봐야겠군.”
* * *
월요일 아침이었다.
“오빠. 오늘 어디 가?”
유하영의 물음에 강소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오늘은 어디 가지 않고 집에 있을 거다.”
오늘 유하영은 스케줄이 없었기에 유치원에 가야 했다. 그래서 강소는 집에서, 정확하게 말하면 인벤토리에서 이런저런 작업을 할 예정이었다.
강소의 말에 유하영이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오빠는 오늘 어디 가야 해.”
“어디를 가야 한다는 거냐?”
“은탑에 가야 해.”
은탑이라면 각성자 협회 본부를 말했다.
그리고 오늘 그곳에서는 각성자 협회 채용을 위한 적성 검사가 있었다.
“오늘 오빠가 왜 그곳에 가야 하는 거냐?”
강소의 물음에 유하영이 말했다.
“막 사람들이 다쳐. 그래서 하얀 장갑이 화내.”
“…….”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강소가 각성자 협회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알았다. 오늘 오빠가 은탑에 갈게.”
강소의 대답에 유하영은 그제야 안심했는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는 시계를 보았다.
아침 8시.
“얼른 준비하고 나가야겠네.”
강소는 2층으로 올라가 외출복을 입고 내려왔다.
“어디 가려고?”
그때 유순태가 물었다.
그 역시 외출 준비 중이었는데, 임소영과 함께 산부인과로 정기 검진을 받으러 가는 날이었다.
“응. 하영이가 은탑으로 가야 한다고 해서.”
“그래?”
유순태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 역시 유하영이 눈동자의 사제 S급 각성자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즉, 그녀가 본 미래에 각성자 협회에서 뭔가 일이 있을 거라는 뜻이다.
“별일 없어야 할 텐데.”
* * *
각성자 협회.
오늘 적성 검사를 앞두고 인사과는 분주했다.
“지금 컨벤션 홀에 다 모인 거야?”
“네. 지금 지원자들이 설명을 듣고 있습니다.”
직원의 대답에 인사과장 차인영이 다시 물었다.
“좋아. 그럼 적성검사장의 경비는?”
“집행 2과의 도움으로, 완벽하게 경비태세를 유지 중입니다.”
보통 적성검사를 진행할 때에는 지원 8과 3팀의 도움을 받아 경비태세를 갖추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집행 2과의 도움을 받았다.
무슨 정보를 얻었는지, 각성자 협회장 윤한종이 그리 지시를 내린 것.
직원의 말에 차인영이 말했다.
“세상에 완벽한 건 없어. 그러니까 방심하지 마.”
“알겠습니다.”
“그럼 잠시 후 9시부터, 적성 검사를 실시하지.”
“네.”
.
.
.
권대성은 인솔 직원을 따라 각성자 협회 지하 5층에 있는 적성 검사장으로 향했다.
“와!”
두꺼운 철문을 열고 들어간 권대성과 다른 지원자들은 모두 감탄했다.
그곳은 무척이나 넓었고, 쾌적했기 때문이다.
지하에 있어서 음침하고 답답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그 앞에 ‘행운을 빕니다’라는 팻말이 붙은 문 다섯 개가 보였다.
‘저곳이…….’
권대성은 이곳에 오기 전 컨벤션 홀에서 적성 검사 방법에 대해서 들었다.
검사 방법은 간단하게 말해서 미로 통과하기였다.
물론 단순한 미로 통과 미션이 아니었다.
미로이니만큼 갈림길도 있었고 함정도 있었다.
또한, ARH로 구현된 마수도 있었고, 블랙맨을 대신할 교관도 있었다.
그것들과 마주했을 때의 반응으로 평가하는 것.
너무 힘들고 가혹한 평가가 아니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느 회사나 그렇듯 각성자 협회 역시 즉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원했다.
2만 명의 지원자 중 이런저런 선별 과정을 통해 걸러져 최종 선발을 앞둔 자들은 총 520명.
1시간에 104명씩 미로에 들어갔고, 20분의 정비 시간 후 다른 팀이 들어가는 방식이었다.
권대성은 마지막인 5조였다.
그 말은 6시간 정도를 대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권대성은 인내심 있게 그 시간을 견뎠고, 마침내 그의 순서가 되었다.
“마지막 번호까지, 나오세요.”
“네.”
권대성은 다른 이들과 함께 미로 입구로 다가갔다.
“그럼 적성 검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지원자분들께서는 각자 원하는 문을 열고 미로로 들어가세요.”
권대성이 선택한 문은 5번.
그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밝았던 검사장과 달리 어두컴컴하고 눅눅한 공간이 보였다.
“어? 뭐야?”
“여, 여기는 게이트인가?”
함께 들어온 지원자들이 당황하는 사이, 권대성은 당황하지 않고 즉시 상황을 살폈다.
그건 여차하면 날아오는 강소의 주먹에 대응하다 보니 생겨난 버릇이었다.
보통 버릇은 오랜 시간 동안 반복해야 생긴다지만, 강소와의 대련은 그걸 뛰어넘을 정도로 강렬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옆에서 빛이 반짝였다.
한 여자가 손 위에 빛이 나는 구체를 띄우고 있었다.
권대성은 그녀에게 다가갔다.
“빛의 마법을 각성하셨군요.”
“네. 맞아요.”
“혹시 동행해도 되겠습니까?”
“아, 괜찮아요. 그런데 제가 공격력이 별로라서…….”
“상관없습니다. 공격 및 방어는 제가 맡겠습니다. 저는 정의의 주먹을 각성한 각성자입니다.”
“아, 저도 동행하게 해 주십시오!”
“저도!”
권대성이 그녀와 파티를 맺는 것을 본 다른 이들도 그들에게 파티를 제안했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 역할을 나눠 맡고 미로를 나아가기 시작했다.
.
.
.
“음…….”
적성 검사 중인 검사장.
그 위쪽의 부스 안에는 협회장과 과장들이 앉아 적성 검사를 지켜보고 있었다.
각자 들고 있는 평가지에 점수를 매기고 있었다.
“음, 저 491번 지원자의 판단은 나쁘지 않군.”
“방금 보셨어요? 밝은 곳에 있다가 어두운 곳에 들어가면 순간적으로 당황할 텐데, 그 와중에도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 주변을 살피는 거요.”
“제법 잘 훈련된 자야. 491번.”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김명희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그들이 말하는 491번 지원자의 이름은 권대성.
강소가 훈련시킨 자였기 때문이다.
‘각성한 지 한 달도 안 되었는데 저 정도라니, 강소 씨가 엄청 굴렸나 보네.’
전에 김명희는 강소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강해질 수 있느냐고.
그 물음에 강소는 대답했다.
“기연이 있었습니다.”
“네?”
“죽음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발버둥 치니 하늘은 살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더군요. 덕분에 강해질 수 있었습니다.”
“그랬군요.”
“실망하셨습니까? 무슨 비결이라도 있을까 기대하신 것 같은데…….”
“솔직히, 맞아요.”
“제가 기연으로 인해 강해졌다고 했지만, 사실 기연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
“끊임없는 수련입니다. 만약 제가 사선을 넘나드는 수련이 없었다면 그 기연을 얻지 못하고 그대로 절벽에 처박혀 죽었을 겁니다. 또한, 어찌어찌 그 기연을 마주했다 하더라고 결국 그 기연은 저를 잡아먹었을 겁니다. 몸이 감당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그렇군요.”
“네, 결국 모든 건 끊임없는 수련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겁니다. 기연도, 운도, 준비된 자에게 찾아오는 법입니다.”
그렇게 말하던 강소였으니, 권대성 역시 엄청 힘들게 굴렸을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김명희의 예상은 정답이었다.
‘그나저나…… 강소 씨가 오늘 주의하라고 언질한 이유가 뭐지?’
오늘 김명희는 각성자 협회에 갑작스러운 사건이 터질 수도 있으니 주의하라는 강소의 연락을 받았다.
그래서 오늘 적성 검사실의 경비에 집행 2과의 도움을 받은 것.
하지만 적성 검사가 끝나 가는 지금까지도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행이네. 오늘 별일이 없어서.’
라고 김명희가 생각한 순간.
쾅-! 콰과광-!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38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