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431
430화. 펑펑 눈이 옵니다 (3)
각성자 협회에서는 예티의 단체 행동에 당황하며 즉시 대책 회의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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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켜보는 것으로 결론이 난 겁니까?”
강소는 김명희와 통화 중이었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 어쩔 수 없죠. 그 이유를 알 수 없으니까요.
“그런데 예티들이 단체로 행동하는 것이 그렇게 이상한 일입니까?”
– 네. 예티들은 집단생활을 하면서도, 자신들의 서식지를 잘 벗어나지 않아요. 간혹 길을 잃은 예티들이 한두 마리씩 내려오는 것뿐이죠.
“그렇다면 서식지를 벗어나 집단으로 움직일 만한 일이 있다는 뜻이군요.”
– 네. 맞아요. 그런데 그 일이 뭔지 알 수 없으니 답답한 거죠.
“그렇군요. 일단 그렇게 알아 두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강소는 의자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양춘각의 통창을 통해 눈이 오는 것이 보였다.
‘이러면 예상보다 눈이 더 많이 쌓일 것 같은데.’
이런 상황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건 강소도 썩 내키지는 않았다.
‘새해라면 뭔가 좀 떠들썩해야 하는데 말이지.’
그때 유하영이 내려왔다.
그 뒤를 따라 꼬롱이와 뽀뽀도 함께 계단을 내려왔다. 아무래도 집 안에만 있다 보니 심심한 모양이었다.
“오빠. 우리 눈사람 만들자. 이걸로 눈도 만들어 줄 거야.”
그녀의 손에는 검은색 종이가 들려 있었다. 그걸 보며 강소는 피식 웃었다.
“눈사람은 왜 만드는 건데?”
“채영이 보여 줄 거야. 채영이도 좋아할 거야.”
여동생 보여 주려고 눈사람을 만든다는 말에 강소는 전에 봤던 고전 애니메이션을 떠올렸다.
방에 틀어박혀 있는 자매를 위해 같이 눈사람을 만들자고 노래하는 그런 내용이었다.
“좋아. 같이 눈사람을 만들어 주지. 그 전에 옷을 단단히 입고 나가야 한다.”
강소는 단호하게 말했고, 유하영이 힝 소리를 냈지만 결국 두꺼운 옷으로 완전무장할 수밖에 없었다.
유하영은 S급 각성자다.
그렇기에 다른 아이들보다 추위에 무척 강하다는 것을 강소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알고 있는 것과 마음은 다른 법이다.
“다녀오겠습니다.”
강소는 유하영과 함께 문을 열고 나갔다.
눈이 펑펑 내리는 가운데, 열심히 눈을 뭉치고 굴렸다.
다행히 눈은 얼지 않아 잘 뭉쳐졌다.
어느새 그들은 눈사람의 몸통 부분을 완성했다. 크기는 유하영의 몸통만 했다.
“이제 얼굴을 만들어야 해.”
“하영이가 만들어 볼까?”
“응!”
유하영이 열심히 눈을 굴리는 동안, 옆에서 꼬롱이와 뽀뽀도 눈을 맞으며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다 됐어!”
강소는 웃으며 유하영이 만든 눈사람 머리를 몸통 위에 잘 올려 주었다.
그리고 유하영이 가져온 색종이를 동그랗게 오려서 눈을 만들어 주었다.
종이 뒤쪽에 소금을 발라서 꾹 눌러 주니, 신기하게도 잘 붙었다.
‘이게 과학이라는 건가?’
그렇게 눈사람이 완성되었다.
커다란 눈사람도 아니고, 유하영의 키만 한 작은 눈사람이었기 때문에 금방 만들 수 있었다.
이렇게 만들고 보니, 제법 그럴듯했다.
“이제 채영이한테 보여 주고 싶어.”
하지만 유채영이 밖으로 나올 수는 없었다. 고작 태어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으니까.
‘채영이가 나올 수 없다면, 눈사람이 안으로 들어가면 되지.’
강소는 안으로 들어가 자신의 방에서 커다란 쟁반 하나를 들고 왔다.
그리고 그 쟁반 위에 눈사람을 올려놓은 후 유하영에게 말했다.
“하영아, 이제 들어갈까?”
눈사람은 강소의 내공으로 보호했기에, 녹지 않았다.
강소가 자신의 내공을 거두기 전까지 말이다.
무척 무거운 눈사람이었지만, 강소의 내공 앞에서는 솜털처럼 가벼웠다.
“어머? 그건 뭐야?”
안으로 가지고 들어온 눈사람을 본 임소영이 묻자, 유하영이 대답했다.
“이거 채영이에게 보여 주고 싶어서 만들었어요.”
“그랬구나. 채영아. 봐봐. 언니가 이거 만들었어.”
그 말에 임소영의 품에 안겨 있던 유채영이 눈을 뜨더니 눈사람을 보았다.
그리고 스륵 눈웃음을 지며 소리를 질렀다.
“까아-!”
“어머? 채영이가 좋은가 보네.”
유하영은 그 모습에 빙긋 웃으며 말했다.
“좀 더 크면 언니랑 같이 눈으로 집도 만들고 놀 수 있어.”
“까-!”
“나도 기대돼.”
그 모습을 보며 강소는 고개를 갸웃했다. 유하영과 유채영이 대화를 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하영이가, 채영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아는 건가? 그리고 채영이는 아직 태어난 지 갓 한 달 정도밖에 안 됐는데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건가?’
여러모로 궁금한 게 많았지만, 그런 호기심은 잠시 접어 두었다.
지금 중요한 건 예티들이었으니까.
‘앞으로 2시간 정도 후에도 예티들이 행동을 계속하면 대피 명령을 내린다고 했지.’
그때 유하영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 복복이다.”
그 말에 강소는 고개를 갸웃했고, 유하영이 손으로 밖을 가리키며 외쳤다.
“오빠. 복복이가 오고 있어.”
“복복이가 누구냐?”
“저번 겨울에 만났어. 이렇게 커다랗고 하얀색이야. 털이 엄청 많은 친구야.”
곧 강소는 유하영이 말하는 복복이가 예티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 복복이 만나야 해. 복복이 힘들어.”
그 말에 강소는 예티들의 갑작스런 집단행동에 뭔가 이유가 있고 유하영이 그 이유를 알려 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소는 유순태를 보고 말했다.
“하영이랑 잠시 나갔다 와도 될까? 아무래도 하영이 친구가 근처에 와 있는 것 같은데.”
강소의 말에 유하영도 함께 말했다.
“아빠. 나 친구 만나고 올게요.”
그 말에 유순태는 머리를 긁적이며 고민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유하영이 예티에 대해 말했던 것이 떠올랐고 또 강소도 있기에 유하영의 안전에 대해서는 안심할 수 있었으니까.
“다녀와. 너무 늦지는 말고.”
“알았다.”
“다녀오겠습니다.”
양춘각을 나선 강소가 유하영에게 물었다.
“복복이라는 예티는 어디에 있는지 알 것 같니?”
“응. 저기에 있어.”
유하영이 가리키는 방향에서 전에 느꼈던 복복이라는 예티의 기운과 함께 낯선 예티들의 기운도 느껴졌다.
강소는 유하영을 안고 예티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곧 강소는 예티들을 볼 수 있었다.
고릴라를 닮은 백색의 털뭉치들이 움직이는 그 모습은 확실히 정상적이지 않았다.
‘분노?’
그랬다. 지금 예티들은 잔뜩 분노해 있었다.
의외인 것은 그 분노가 대기를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다.
‘호오? 예티들이 분노하면 눈이 온다라…… 저게 기상 이변의 원인이었나?’
아마도 정령에 가까운 존재라 그런 듯했다.
그리고 저 멀리, 그런 예티들을 관찰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각성자 협회 직원들이군.’
강소는 김명희에게 전화했다.
그 직원들을 잠시 뒤로 물리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그녀는 강소의 부탁을 들어주었고, 곧 그 직원들은 물러났다.
이제 그가 나설 차례다.
탁.
강소는 유하영을 안은 채 가볍게 눈밭에 내려섰고, 예티들을 향해 말했다.
“잠시 멈추지?”
사자후의 수법으로 말해서인지 예티들은 그 자리에서 멈추었다.
그리고 강소를 보며 눈알을 데굴데굴 굴렸다.
기운에 민감한 예티들이다.
강소가 무척이나 강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
분노해 있었지만, 강소의 강함은 그런 분노마저 눌러 버릴 정도였다.
그때 강소의 품에 안겨 있던 유하영이 예티들을 향해 외쳤다.
“복복아!”
그 외침에 무리 사이에서 한 예티가 나왔다.
“우어!”
“복복아! 반가워!”
“우우! 우어!”
그러자 예티들이 유하영을 바라보는 눈빛이 바뀌었다.
호감 가득한 눈빛.
방금 적대감과 분노가 가득했던 모습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빠른 변화였다.
아마도 전에 복복이란 예티가 남긴, 예티의 친구라는 표식 때문인 것 같았다.
“그런데 복복아. 왜 여기까지 왔어? 여기 복복이 집 아닌데?”
유하영의 말에 복복은 상황을 설명했다.
“우어, 우어어. 우어우어우.”
“뭐라고? 네 집에 나쁜 일이 생겼다고? 그래서 복수하러 간다고?”
“우어어.”
“그런데 그걸 왜 서울에 사는 사람들에게 복수하는 거야?”
“우어우어어.”
“뭐? 너희 집을 부순 사람들이 자신들은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했다고?”
강소는 상황을 알 것 같았다.
그때 유하영이 외쳤다.
“아니야! 그건 나쁜 사람들이 한 거야.”
역시 유하영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공작이 거하게 들어갔군.’
이제 자신이 움직일 차례였다.
그 전에 유하영을 집에 데려다줘야 했지만 그 대신 예티 일행 전부를 데리고 유하영과 함께 인벤토리로 들어갔다.
예티는 뜨거운 여름에는 깊은 동굴에 숨어 있었다.
뜨거운 태양에 닿으면 털이 녹아 버렸기 때문.
그래서 겨울에 활동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런 예티들을 위해서, 강소는 자신의 인벤토리에 설원을 만들었다.
“잠시 여기 있어라.”
“우어?”
갑자기 바뀐 환경에 놀란 예티들이 허둥지둥하고 있을 때 강소가 나타나 말했다.
“안심해라. 너희들의 서식지를 찾아 줄 테니까. 그러니까 얌전히 있어라.”
“우우.”
“얌전히 있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거냐고?”
강소는 스산하게 웃으며 주먹을 들어 보였다. 그 주먹을 본 예티들은 입을 다물었다.
“복복아.”
그때 유하영이 하랑의 손을 잡고 강소에게 다가왔다.
강소는 언제 무서운 표정을 지었나 싶게 얼른 표정을 바꾸고 유하영에게 말했다.
“나는 잠시 나가서 예티들의 집을 고쳐 주고 오마.”
“응. 춥지 않게 잘 고쳐줘야 해.”
“알았다.”
* * *
설악산.
예로부터 눈이 무척 많이 오는 곳.
그곳이 예티들의 터전이다.
처음부터 그곳에 살던 건 아니었다. 게이트가 역류하며 튀어나온 그들이 자신들이 살기에 가장 적당한 곳에 자리 잡은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곳에는 예티들이 아닌 다른 이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천다오밍, 그런데 왜 예티들을 사냥하는 게 아니라 서울로 보낸 거죠?”
그 물음에 한 남자가 대답했다.
“그야, 위에서 그런 지령이 내려왔으니까. 왜? 너희 나라의 수도가 엉망이 될까 봐 걱정이야?”
“그건 아니에요. 뭐, 별로 정이 든 것도 없거든요.”
김지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들은 다국적 블랙맨 단체인 블랙 바실리스크에 속해 있는 이들이다.
이번에 그들이 상부로부터 받은 지령은, 예티들을 자극하여 서울로 보내는 것.
“너무 걱정하지 마. 그래 봤자 20여 년 전의 사건을 되풀이하는 거니까. 아, 그때보다 피해가 크려나? 크크큭.”
역시 예티들을 자극하는 건 그들의 터전을 짓밟는 게 최고였다.
이상하게 예티들은 자신들의 터전을 신성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곳곳에 능력을 사용하여 초토화했다.
김지수의 능력은, B급 빅 해머였다.
그의 능력으로 형성한 망치가 닿은 곳은 산을 울릴 만한 충격을 받으며 부서지고 깨졌다.
“그런데 정말 아무도 안 오네요? 그렇게 능력을 많이 사용했는데도 말이죠.”
“지금 폭설 때문에 난리인데 여기까지 사람이 오겠어?”
“하긴 그렇죠.”
천다오밍의 말에 김지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한 방만 더 때리고 가도 되죠?”
“맘대로 해.”
그 말에 김지수는 자신의 능력으로 땅을 후려 쳤다.
“쾅-!”
그때였다.
우르르르르.
저 멀리서 굉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뭐, 뭐지?”
천다오밍과 김지수 그 밖의 블랙 바실리스크의 일원들은 당황하여 주변을 둘러보았다.
굉음은 점점 가까워졌다.
마침내, 그들은 그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저건?”
“사, 사, 산사태다!”
“바보야! 저건 눈사태야!”
“으아악!”
“눈사태가 일어나지 않게 아티펙트로 안전장치를 했잖아. 그런데 왜 눈사태가?”
눈사태가 무서운 건, 휩쓸리면 끝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각성자라 하여도 눈사태에 파묻히면, 빠져나올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한 그대로 염라대왕과 티타임을 가져야 했다.
웬만한 각성자들도 눈사태에 휩쓸리면 정신을 잃기 때문에 능력을 사용해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으허억!”
결국, 그들은 눈사태에 휩쓸려 버렸다.
폭설도 폭설이지만 원래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이었기에 다른 곳보다 더 많은 눈이 내렸다.
그래서 눈사태의 규모도 어마어마했다.
눈사태에 휩쓸렸을 때의 골든타임은 15분.
하지만 그곳으로 구조하러 올 사람은 없었다.
이제 그곳에 살아 있는 일당은 없었다.
그곳으로 한 남자가 걸어왔다.
눈사태가 싹 쓸어버린 그곳을 걷는 남자가 눈 위를 걸었음에도 발자국 하나 없었다.
답설무흔의 경지.
그는 강소였다.
그의 손에는 아티펙트가 들려 있었다. 그건 블랙 바실리스크 일당이 설치했던 눈사태 방지 아티펙트였다.
강소가 그걸 제거한 것.
“이건 내가 벌한 게 아니야. 너희가 파괴한 자연이 벌을 내린 거지.”
산사태의 원인은 강소가 아닌, 그들이 사용한 능력 때문이었다.
강소가 한 것은 아티펙트를 슬쩍 하고 산사태의 방향을 슬쩍 바꾼 것뿐.
이제 깨끗해진 땅에 예티들을 돌려보내야 할 차례다.
* * *
양춘각.
오늘의 간식은 호빵이었다.
“오빠. 이거 먹어.”
유하영은 따끈따끈한 호빵을 건넸고, 강소는 그것을 받았다.
“다행히 눈이 그쳤네.”
유순태의 말에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말이야.”
예티들의 분노가 가라앉자 곧 눈은 그쳤다.
“그런데 그 목에 그건 뭐야?”
“아, 이 목걸이?”
강소는 빙과의 열매로 만든 목걸이를 보며 대답했다.
“선물 받았다.”
그리고 호빵을 떼어 입에 넣었다.
마치 지금 이 시간처럼, 달콤하고 맛있었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43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