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430
429화. 펑펑 눈이 옵니다 (2)
유하영의 말에 차현태는 즉시 강소에게 전화를 했다.
뚜르르르. 뚜르르르.
연결음이 들리고, 곧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네. 차 매니저님.
“다름이 아니라…….”
차현태는 차조지종을 설명했고, 그 설명을 들은 강소가 말했다.
– 알겠습니다. 지금 데리러 가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차현태가 유하영에게 말했다.
“하영 양. 우리는 잠시 기다릴까요?”
“네.”
그때 유하영이 말했다.
“차 안에서 기다리는 거예요?”
“아뇨. 건물 안에서 기다릴 거예요.”
유하영과 차현태 그리고 하태복은 다시 보컬 연습실로 향했다.
“그나저나 오늘 은하 씨가 출근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태복 씨 말대로, 은하 씨가 출근했으면 이곳에서 꼼짝없이 죽치고 있어야 했을 테니까요.”
보컬 연습실에 거의 다 왔을 때, 유하영이 말했다.
“우리 휴게실 가요.”
“휴게실이요?”
“네. 거기 가고 싶어요.”
“하지만 거기는 사람이 많아서 앉을 자리도 없을 텐데요?”
“휴게실 가야 해요!”
유하영이 강력하게 말하니, 차현태와 하태복은 휴게실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휴게실에 도착했을 때 사람들이 휴게실에 모여서 폭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주로 이번 폭설이 왜 이리 이른지라든가 집에 있는 가족들을 걱정하는 그런 내용이었다.
폭설로 인해 건물 1층이 완전히 묻히고, 장마철에는 수생 마수들이 돌아다니는 그런 일이 반복되자 다세대 건물의 구조 자체가 바뀌었다.
원래 1층이었던 곳에 일종의 쉼터 비슷한 곳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기존의 2.5층 정도 되는 곳에서부터 1층이 시작되었다.
단독주택은 수생 마수를 막는 아티펙트를 설치하고, 폭설에는 열심히 눈을 퍼낼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차 매니저하고 하 경호원도 왔네.”
“네.”
“하하하.”
“아이쿠! 이게 누구야? 하영 양!”
휴게실에 있는 직원들은 모두 초코빵이었기에 유하영을 반기는 리액션이 다른 이들과 다를 수밖에 없었다.
“하영 양도 집에 못 갔군요.”
“저런!”
“사탕 먹을래요?”
“여기 초콜릿도 있는데?”
“배고프죠? 아저씨가 몰래 숨겨 놓은 컵라면 있는데 먹을래요?”
“다리 아플 것 같은데, 여기 앉아요.”
유하영 앞에서 자리가 없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없는 자리도 생기는 상황이었다.
유하영이 말했다.
“저는 괜찮아요. 아저씨 드세요. 저는 집에 가는데 아저씨들은 집에 못 가잖아요.”
“응?”
“집에 간다고?”
그들의 물음에 유하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때였다.
“하영아. 집에 가자.”
뒤에서 들리는 부드러운 목소리.
직원들은 일제히 뒤를 돌아보았고, 거기 서 있는 한 남자를 볼 수 있었다.
모자를 쓰고 있는 상당히 잘생긴 남자였다.
겉보기에는 스무 살이나 되었을까 싶은 그런 외모였는데, 몇몇 이들은 그를 알고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그의 이름은 강소.
유하영을 데리러 곧바로 회사로 온 것이다.
“오빠!”
유하영은 강소에게 도도도 달려갔고, 그의 다리에 찰싹 붙었다.
차현태와 하태복도 그에게 인사를 했고, 강소는 그들의 인사를 받아 주었다.
“그럼 저희는 이만.”
그때였다.
“윽!”
“선배님? 괜찮으세요?”
갑자기 휴게실 한쪽이 소란스러워졌다.
유하영이 강소의 옷자락을 잡아끌었다.
“저 아저씨 도와줘야 해.”
강소는 얼른 그곳으로 다가가 상황을 살피었다.
한 남자가 가슴을 움켜쥐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강소는 그 남자의 기운을 살폈다.
‘심장에 문제가 생긴 건가?’
심장 쪽 혈류가 원활하지 않았다. 빨리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사망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강소는 기운을 움직여 강제로 심장 부근의 혈류를 조절했다.
그때 119에 연락했던 남자가 사색이 되어 말했다.
“지금 교통 통제 때문에 구급차가 움직이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헬기를 띄워야 하는데 지금 헬기가 다른 곳에 출동 중이라서 시간이 좀 걸린다네요.”
그때 강소가 말했다.
“제가 병원까지 모시겠습니다.”
“네?”
그 의문에 강소가 말했다.
“제가 달리는 능력이 있어서요. 이대로는 늦을 것 같으니 서둘러 병원으로 옮기겠습니다.”
그리고 강소는 그를 얼른 업었다. 옆에서 직원들이 그에게 말했다.
“저희 팀장님 잘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강소는 유하영을 보았고,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나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얼른 갔다 와.”
“알았다.”
강소는 즉시 RD엔터 건물의 창문을 통해 나갔고, 병원을 향해 달렸다.
.
.
.
다행히 늦지 않았다.
보호자는 현재 오지 못하는 상황.
그래서 강소는 보호자 역할을 할 간병인이 배정되는 것까지 보고서야 다시 RD엔터로 돌아올 수 있었다.
“어떻게 되셨습니까?”
강소가 돌아오자 직원들이 그에게 달려와 물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의사의 말에 의하면 스트레스로 인한 심근경색인 것 같다더군요.”
“저런!”
“이번 페어리Q의 컴백 곡에 대한 부담이 컸나 보네.”
방금 강소가 병원으로 옮긴 남자의 이름은 김백한.
A&R 부서의 2팀장이기도 했다.
RD엔터는 큰 엔터 회사였기에 동시에 여러 앨범을 진행하곤 했다.
그래서 A&R 부서에도 몇 개의 팀이 있는 것.
강소는 의자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유하영을 안았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살펴 가세요.”
강소는 창문을 박차고 바깥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의 목적지는, 양춘각이었다.
강소가 RD엔터를 떠나고, 사람들은 강소 덕분에 김백한 팀장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 하태복이 말했다.
“그런데, 아까 하영 양이 보컬 연습실이 아니라 여기 휴게실로 오자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의 말에 차현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지.”
“그럼 설마……?”
“……!”
만약 그들이 휴게실이 아니라 보컬 연습실에서 강소를 기다렸다면, 김백한을 병원으로 옮기는 것은 당연히 늦어졌을 터였다.
1분 1초가 중요한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그들은 깨달았다.
김백환을 병원으로 옮긴 것은 강소였지만, 유하영이 아니었다면 큰일 날 뻔했음을 말이다.
* * *
강소가 집에 도착했을 때, 유하영은 깨어 있었다.
“다 왔다.”
“응.”
유하영은 강소의 품에서 내려와 큰 소리로 인사했다.
“아빠! 엄마! 다녀왔습니다. 채영아! 언니 왔어.”
“잘 다녀왔어?”
“네!”
“얼른 닦자.”
임소영은 잠시 유채영을 유순태에게 맡기고, 유하영을 데리고 욕실로 들어갔다.
“수고했다.”
유순태의 말에 강소는 씩 웃었다.
“별말을 다 하네. 나도 하영이가 걱정되던 참이었어.”
그의 대답에 유순태가 하하 웃었다.
“그럼 다른 직원들은 지금 회사에 남아 있는 거야?”
“거기서 숙식한다고 하더라고. 워낙 밤샘이 많은 업계라서 숙식할 수 있는 준비가 갖춰져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
“그럼 다행이지만, 네 능력이면 퇴근할 사람들은 퇴근할 수 있게 할 수 있지 않아?”
“그건 맞아.”
강소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러면 출근을 못 하잖아.”
“아.”
그때 주방에서 맛있는 냄새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늘 저녁 메뉴는 뭐냐?”
“아, 오늘 저녁은 우동이다.”
유순태가 만든 우동은 중국집 우동이 아닌, 일식집에서 먹을 수 있는 우동이었다.
“국물 간 좀 볼래?”
“알았다.”
강소는 작은 접시에 국물을 덜어, 호록 마셔 보았다.
“음!”
멸치처럼 국물을 낼 수 있는 생선이 귀해졌기 때문에 파와 버섯, 양파 등등으로 채수를 내서 끓여야 했지만 그래도 국물이 참 맛있었다.
“간이 딱 맞는다.”
“그래?”
유하영이 2층에서 내려왔다. 목욕이 끝난 것.
“엄마는 채영이 맘마 주고 내려오신대요.”
“알았어. 이제 하영이도 맘마 먹자.”
“헤헤, 네!”
유하영은 의자 위에 영차 하고 올라가 앉았고, 강소는 그런 유하영이 너무 귀여워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고명을 준비하고 시계를 보던 유순태가 말했다.
“이제 면을 삶으면 되겠군.”
아까 마트에서 사 온 우동 사리를 뜯어서 육수 국물에 넣었다.
사리를 따로 끓여 그 위에 육수를 붓는 방법도 있었지만, 유순태는 이 방법을 선호했다.
면발에 간도 잘 배고, 또 번거롭지도 않았으니까.
요리에 정답이라는 건 없으니까.
곧 면발이 익었다.
그릇에 면발을 건져서 담고, 그 위에 파와 귀한 김을 조금 올리고 육수를 부었다.
그때 임소영이 내려왔다.
“오! 타이밍이 딱 맞았다.”
“내가 시간 계산은 잘 하잖아. 하하하.”
유순태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방금 다 됐어. 저녁 먹어.”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그들은 식탁 앞에 둘러앉았다. 그리고 뜨끈한 우동 국물을 숟가락으로 떠서 입에 넣었다.
“으!”
“맛있다!”
“정말 맛있네요.”
그때 강소가 말했다.
“나는 고춧가루를 넣어 먹는 게 좋다.”
“나도 마찬가지야.”
강소는 식탁 위의 고춧가루 병을 집어서 우동에 살짝 뿌렸다.
얼큰하니, 더 맛있어졌다.
“역시 눈 오는 날에는 우동이다. 메뉴 선택이 아주 좋았어.”
“칭찬 고맙다.”
저녁을 먹고, 커피까지 마신 후 유순태는 외투를 입고 장갑을 꼈다.
“어디 나가는 거냐?”
“눈을 치워야지. 눈 쌓인 거 그대로 두면 문도 못 열잖아.”
“아. 그랬지.”
눈은 말 그대로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강소가 있던 세상에서도 이렇게 한 번에 많은 눈이 오지는 않았었다.
이번이 강소가 경험하는 두 번째 폭설이었지만, 좀처럼 익숙해지지는 않았다.
강소 역시 외투를 입고 장갑을 꼈다.
사실 외투를 안 입어도 춥지 않았지만, 유하영의 교육을 위해서는 입는 게 좋았다.
“오빠는 안 입었는데, 왜 나는 입으라고 해요? 잠바 입으면 답답한데…….”
이렇게 말하면 곤란했으니까.
유순태와 강소는 문밖으로 나갔고, 눈을 치우기 시작했다.
작년에 썼던 제설 삽을 이용하여 눈을 밀고 또 눈을 퍼서 옆에 쌓았다.
눈을 치울 때는 초반에 구역을 좀 넓게 잡아야 했다. 계속 오는 눈을 치우다 보면 쌓인 눈이 밀려서 점점 좁아졌으니까.
“이쯤하면 된 것 같다. 일단 들어가자.”
“알았다.”
그들은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 밤은 꼬박 밤을 새워야 했다. 일정 간격으로 눈을 치우러 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눈은 밤새 내렸다.
그래서 유순태와 강소는 잠도 자지 못하고 계속 주기적으로 눈을 치워야 했다.
결국, 새벽 3시쯤, 유순태는 잠이 들었고, 강소 혼자 눈을 치웠다.
별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오히려 보는 사람이 없으니 마음 놓고 내공을 쓸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아침이 되었다.
“음…….”
유순태가 눈을 떴을 때 주방에서 소리가 들렸다.
뒷모습을 보니, 강소였다.
유순태는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툭,
그때 뭔가가 어깨에서 떨어졌는데, 보니 그의 외투였다. 잠이 든 그의 어깨에 덮어 준 것.
“아침부터 뭐 하는 거야?”
그의 물음에 강소가 돌아보며 말했다.
“아, 아침 하는 중이다. 간단히 누룽지를 끓여 먹을까 하고.”
“새벽에 너 혼자 눈을 치운 거야? 깨우지.”
“혼자 해도 되는데 뭘 깨워. 그리고 눈은 아직도 오고 있다.”
유순태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정말 눈이 아직도 오고 있었다.
“이상하네? 보통 폭설은 하룻밤이면 그치는데?”
안 그래도 강소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 오는 눈은 뭔가 이상했기 때문이다.
유순태는 TV를 켰다.
마침 일기예보를 하고 있었다.
– 현재 전국적으로 폭설이 내린 가운데, 기상 이변이 발생하여 현재까지도 눈이 내리고 있…….
* * *
각성자 협회 지원 7과 3팀은 주로 겨울철에 발생하는 사건사고에 대응하는 팀이다.
예를 들면 폭설에 파묻히거나, 길 잃은 예티를 돌려보내는 등의 일 말이다.
그 팀의 팀장인 권효은은 지금 당황하고 있었다.
“뭐? 예티가 뭐라고?”
– 지금 예티들이 남쪽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한 서른 마리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자신에게 보고하는 부하 직원이 매사에 진지하고 농담이라고는 모르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농담하지 말라고 소리치고도 남았을 터였다.
서른 마리의 예티들이라니!
예티들이 단체 행동을 했던 건 20여 년 전의 그 사건뿐이었다.
멋모르고 예티를 자극해서 생긴 비극.
그로 인해서 얼마나 많은 인명이 희생되었는지 안다면 지금 예티들이 단체로 남하하고 있는 사건이 얼마나 중대한 사건인지 알 수 있었다.
“……방향은?”
– 현재 남서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거기서 남서쪽이면, 서울이잖아!”
– 그렇습니다. 앞으로 다섯 시간 뒤에 서울 외곽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계속 지켜보고 있어.”
그녀는 즉시 지원 7과장에게 전화했다.
“과장님! 비상사태입니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43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