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441
440화. 페어리Q (1)
RD엔터.
김백한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연예 기획사에서 일한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다.
그는 자신의 사무실에 앉아 음악 제작 프로그램을 돌리고 있었다.
A&R부서의 2팀장이기도 한 그는 수많은 히트곡을 탄생시켰으며 또 많은 가수들이 인기를 얻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아픈 손가락이 있었다.
그건 바로, 페어리Q라는 6인조 걸그룹이다.
“아그그그그…….”
그녀들을 떠올리니 또 심장이 아파지는 것 같았다.
의사가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한 만큼, 주의해야 했다.
그는 입에 약을 털어 넣고 심호흡을 하였다.
그러자 가슴의 통증이 좀 가시는 듯했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똑.
“네.”
그의 대답에 문이 열리고 A&R부서 2팀의 직원이 들어왔다.
“팀장님, 회의 들어가실 시간입니다.”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군. 알았어.”
문이 닫혔다.
회의라는 말에 김백한은 다시 심장이 아파 왔다. 오늘 회의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뻔했으니까.
하지만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는 없었다.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 * *
오늘은 월요일.
양춘각의 정기 휴일이다.
강소는 유하영과 함께 RD엔터로 향했다.
하태복에게 급한 일이 있었고, 그래서 사정을 말하는 그에게 강소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자신이 가면 되고, 또 유하영과 함께 RD엔터에 가는 건 즐거운 일이니까.
강소는 차현태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RD엔터로 향했다.
오늘 유순태가 차를 쓴다고 했기 때문에 차현태의 픽업을 거절하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유하영은 만나는 사람마다 반갑게 인사를 해 주었고, 그 인사에 사람들은 모두 웃으며 반갑게 인사를 받아주었다.
“강소 씨도 오셨군요.”
“네. 안녕하세요.”
강소는 이미 RD엔터에서 유명했다.
인어 아이들을 맡은 고영민을 돕기 위해서 연습생인 척 거짓말을 했다가 본의 아니게 RD엔터에서 반 연습생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아니,
사실 RD엔터의 직원들은 고영민을 제외하고 그 누구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강소 씨? 하영 양 오빠 아니야?”
“양춘각이라는 중국집에서 배달부를 하고 있지.”
“하영 양의 경호원이라고 알고 있는데?”
“아니야, 우리 회사 연습생이야.”
“응? 얼굴 없는 가수로 데뷔한 거 아니었어? 목소리가 ‘무적의 철가방’이던데?”
“애들 말로는 보컬 트레이너라던데?”
“네? 배송업체 직원 아니었어요?”
그렇게 직원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렸지만, 정작 강소는 그런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
오늘 유하영이 RD엔터에 온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이번 주에도 유하영과 노민아는 1위 후보로 음악 방송에 출연해야 했기에 그 연습을 하러 온 것.
그리고,
작년 추석의 파일럿 프로그램이었던 ‘하영이의 오르골 스튜디오’가 드디어 정규 방송으로 편성되었다.
그래서 담당 PD와 작가가 RD엔터로 방문하여 미팅을 하기로 했다.
강소는 시계를 보았다.
지금 시간은 오전 9시 40분.
그는 옆에서 함께 걷고 있던 차현태에게 물었다.
“오늘 스케줄이 어떻게 됩니까?”
“아, 우선 10시 반에 DBS 방송국 측과 미팅이 있습니다. 그리고 점심을 먹은 후 노민아 양이 오면 함께 노래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렇군요.”
그때 백은하가 그들을 마중 나왔다.
“하영 양. 안녕.”
“안녕하세요. 언니.”
“그럼 우리는 머리 예쁘게 하러 갈까?”
“네.”
아직 아침이었기에 유하영은 머리를 감고 말리기만 한 상태였다.
백은하는 유하영의 손을 잡았고, 차현태가 강소에게 말했다.
“그럼 우리는 미리 회의실에 가 있을까요?”
“그렇게 하죠.”
유하영이 어디에 있든지 강소는 즉시 갈 수 있었다.
그리고 스타일리스트실에서 그냥 죽치고 있는 것도 뭔가 이상했다.
그곳의 많은 스타일리스트들과 연예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것에 대해 부담은 없지만, 그로 인해 그들의 일을 방해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백은하가 웃으며 말했다.
“하영 양 스타일링 다 끝나면 제가 데려다줄게요. 5회의실 맞죠?”
“네. 맞습니다.”
“그런데 거기 보통, 잘 안 쓰지 않아요?”
“그건 그렇습니다만, 오늘따라 회의실이 전부 차서 거기밖에 안 남았다고 하더라고요.”
유하영은 손을 흔들며 강소에게 말했다.
“이따가 봐.”
“그래.”
강소와 차현태는 5회의실로 향했다.
‘음?’
강소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들이 들어가려는 5회의실 안에 누군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미팅하러 온 방송국 관계자들인가 싶었지만, 울고 있다는 게 이상했다.
“차 매니…….”
강소가 차현태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말하려던 그때, 이미 차현태는 문을 열어 버렸다.
“…….”
그리고 차현태는 회의실 안에 있던 한 젊은 여자를 보았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녀는 고개를 들었고, 그 바람에 그들은 서로 눈이 마주쳤다.
“아!”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본 차현태가 그녀를 불렀다.
“현이…… 씨?”
“아! 죄, 죄송합니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 허리를 숙여 말했다.
“저, 제가 울었다는 거 비밀로 해 주세요.”
그때였다.
스윽.
강소가 회의실 테이블에 있던 티슈 두어 장을 뽑아 그녀에게 내밀었다.
“눈물 먼저 닦으십시오. 운 흔적이 없어야 비밀로 하던지 할 것 아닙니까?”
“…….”
그녀는 강소의 얼굴을 보더니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걸 본 차현태는 헛기침을 했다.
“험험.”
“아!”
그 헛기침에 정신을 차린 현이라는 여자는 얼른 티슈로 얼굴의 눈물을 닦고 다시 허리를 숙였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후다닥 회의실에서 나갔다.
“쯧쯧…….”
차현태가 회의실로 들어가며 말했다.
“많이 힘들었나 보네요. 제가 아직 경력은 얼마 되지 않지만 아이돌들을 볼 때 안타까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방금 그녀는?”
강소의 물음에 차현태가 대답했다.
“페어리Q라는 걸그룹의 리더입니다. 이름은 현이. 본명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부릅니다.”
“페어리Q라…….”
강소는 그 이름을 언젠가 들어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였더라…….’
강소는 곧 자신이 언제 그 이름을 들었는지 기억해 냈다.
이번 폭설 때, 유하영을 데리러 RD엔터에 왔을 때 갑자기 쓰러진 사람을 구해 준 적이 있었다.
A&R부서 2팀장인 김백한이라는 남자였다.
그자를 병원에 데려다주고 다시 RD엔터로 돌아와서 직원들에게 상태를 보고했을 때 직원들이 말했었다.
“이번 페어리Q의 컴백 곡에 대한 부담이 컸나 보네.”
그걸 떠올린 강소가 차현태에게 물었다.
“김백한이라는 분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겁니까?”
그 물음에 차현태는 깜짝 놀랐다.
“와! 거기까지 알고 계신지 몰랐습니다.”
“그건 아닙니다. 저번 폭설 때 병원에 데려다주는 와중에 잠깐 들었을 뿐입니다.”
“하하하. 그러셨군요.”
차현태가 말을 이었다.
“김백한 팀장님께서 이번 페어리Q의 컴백곡 프로듀서를 맡고 계신데, 스트레스가 엄청 크신 모양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도 인기를 얻지 못하면 페어리Q는 재계약을 하지 못하거든요.”
원래 외부인들에게 말하면 곤란한 이야기였지만, 강소는 더 이상 외부인이 아니었으니까.
“재계약이라면?”
“아이돌 지망생들은 연습생 계약서를 작성합니다. 그 기간은 3년이죠. 물론 계약 연장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데뷔를 하면 다시 아티스트 계약서라는 것을 작성합니다. 아티스트 계약 기간은 7년이고요.”
차현태가 말을 이었다.
“데뷔하여 인기가 많으면 계약은 다시 연장되고, 이때에는 아티스트 측에 유리한 계약을 합니다만…….”
“인기가 없으면 재계약 없이 끝난다는 뜻이군요.”
“맞습니다.”
“그럼 페어리Q는?”
“올해가 6년차이니 사실상 마지막 기회입니다.”
차현태가 씁쓸하게 말했다.
“저번 주 간부회의에서 결정된 모양입니다. 페어리Q에 대한 지원은 이번 앨범까지라고.”
그 말에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현이 씨가 울다니…….”
차현태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원래 다른 멤버들은 울어도, 리더인 현이 씨는 울지 않는다고 하던데…….”
그 말에 강소가 고개를 저었다.
“세상에 울지 않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참았을 겁니다. 리더는 울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아무도 없는 곳에서 숨죽여 울었겠죠.”
그때 사람들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고영민과 방송국 관계자들이었다.
그 소리에 강소가 차현태에게 말했다.
“다들 오시나 보군요. 우리는 우리 일에 집중합니다.”
“네. 그래야죠.”
* * *
현이는 화장실 안에 있었다.
그녀는 수돗물을 틀어 세수를 하여 얼굴의 눈물자국을 지웠다.
“울면 안 되는데…… 나는 어른인데…….”
하지만 눈물은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그녀가 RD엔터의 연습생으로 들어왔을 때, 즐거운 일도 많았지만 힘든 일도 많았다.
가장 힘들었던 건 자신의 재능이 그저 그런 축에 속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였다.
솔직히 주변에서 노래 정말 잘 한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이곳은 대한민국에서 예쁘고 잘생기고 재능 많은 아이들을 모아 놓은 곳이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그녀의 멘탈은 사정없이 흔들렸다.
그렇게 하루하루 견디고 있을 때, 그녀는 자신이 데뷔조에 들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전혀 생각도 못 했던 일이었다.
그리고 아티스트 계약서를 작성하는 날, 그녀는 그녀가 속하게 된 페어리Q의 프로듀서를 맡은 A&R부서 2팀장인 김백한을 만났다.
당시 40대 초반이었던 그에게 현이는 말했다.
“저, 죄송하지만 제가 왜 데뷔조에 뽑혔는지 모르겠어요. 뭔가 착오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노래도 그저 그렇고 춤도 그렇고 예능감도 그렇고…….”
그녀의 말에 김백한이 말했다.
“그런 소리 하면 섭섭한데.”
“네?”
“현이 씨를 뽑은 게 나거든.”
RD엔터의 A&R부서는 힘이 제법 커서, 팀장급이 되면 원하는 연습생을 지목하여 데뷔시킬 수 있는 파워가 있었다.
어차피 그들의 손에서 탄생하는 앨범이었으니까.
하지만 현이는 그게 당혹스러웠다.
“왜, 저를…….”
“현이 씨에게는 다른 사람에는 없는 뭔가가 있어. 그리고 나는 그 뭔가를 더욱 발전시켜 주고 싶고.”
“…….”
“솔직히 이 바닥에서 살아남는 게 어렵다는 건 나도 알고 있어. 일 년에 거의 백 팀 이상이 데뷔해서 다섯 팀 정도만 이름을 알리는 바닥이 이 바닥이니까.”
김백한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나는 꼭 현이 씨를 그리고 페어리Q의 이름을 대중들에게 각인시키고 싶어.”
그는 힘주어 말했다.
“우리는 할 수 있어.”
그 말에 현이는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자신에게 무엇을 보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녀는 김백한을 믿어 보기로 했다.
하지만…….
“언니, 우리 정말 뜰 수 있는 거예요?”
“우리 이대로 사라져 버리면 어떻게 하죠?”
“나는 해체하기 싫어요.”
그녀들의 1집 앨범은 처참하게 망했다.
2집 앨범 역시, 망했다.
하지만 그녀는 김백한을 믿었다.
김백한은 여전히 자신들을 포기하지 못했고, 그렇기에 그녀 역시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우연히 듣게 되었다.
“그 말 들었어? 김백한 팀장님.”
“아아, 나도 들었어. 이제 슬슬 과장으로 승진해야 하는데, 고집을 부렸다잖아. 페어리Q를 정상에 올려놓고 승진하겠다고.”
“그런데 정말 신기해. 어떻게 다른 그룹의 다른 노래들은 다 1위, 2위를 하면서 페어리Q만 그러는 건지.”
“혹시 페어리Q의 저주 아니야?”
“에이, 농담도…….”
자신의 승진까지 내려놓고 진심인 사람에게, 현이는 그만하자고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가끔, 아주 가끔씩은 너무너무 힘들어질 때가 있었다.
그럴 때는 이렇게 숨죽여 울곤 했다.
그때 화장실로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고, 그녀는 얼른 화장실의 칸 중 맨 가장자리의 칸으로 숨어 들어갔다.
“아, 왜 이렇게 빡세게 굴리는 건데.”
“그러게, 오늘 무슨 날인가?”
“노처녀 히스테리인가 보지.”
“그걸 왜 우리에게 푸는 거야?”
목소리를 들어 보니, 여자 연습생들인 것 같았다.
“아, 그런데 아까 봤어?”
“누구?”
“있잖아 그 페어리Q 선배들.”
“선배는 무슨, 이번에도 1위 못하면 재계약 못 한다면서? 그럼 더 이상 선배 아니잖아.”
“호호홋! 그건 그러네.”
“어때? 이번에 1위 할 것 같아?”
“그게 되겠냐?”
“1위? 1위하면 내가 머리 삭발한다.”
그들의 뒷담화에 현이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럼에도 당당하게 나서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그때였다.
“언니들. 지금 페어리Q 언니들 욕하는 거예요?”
현이는 그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었다.
유하영의 목소리였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44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