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442
441화. 페어리Q (2)
현이는 유하영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가 없었다.
혜성같이 등장하여, 가요계를 뒤흔들어 버린 아이였으니까.
대체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 궁금했었는데 실제로 그녀를 보자 저도 모르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아! 이런 아이니까 인기를 얻는 것이구나!’ 싶을 정도로 반짝반짝 빛이 났으니까.
그냥 귀엽기만 할 것 같은 유하영이 지금 페어리Q의 뒷담화를 하는 연습생들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언니들. 지금 페어리Q 언니들 욕하는 거예요?”라고 가볍게 물은 것뿐이었지만 현이는 알 수 있었다.
지금 유하영은 화를 내고 있다는 것을.
그녀의 물음에 여자 연습생들이 웃으며 얼버무렸다.
“호호호,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네?”
“그러게…….”
“우리가 언제 페어리Q 선배님들을 욕했니?”
그녀들의 오리발에 유하영이 말했다.
“아닌데요. 방금 들었는데요? 그리고 기억하고 있어요.”
유하영이 말을 이었다.
“1위 못하면 재계약 못 하고 그러면 더 이상 선배 아니라고 그러니까 선배라고 안 부른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이번에도 1위 못 할 것 같다고, 1위 하면 삭발한다고도 했는데?”
그녀의 말에 여자 연습생들은 깜짝 놀랐다.
아직 어린 유하영이, 자신들이 했던 말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들은 다시 오리발을 내밀었다.
“그렇게 거짓말 하고 그러면 안 돼.”
“맞아. 그렇게 말 지어 내고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유하영이 말했다.
“강소 오빠가요, 누군가를 욕하고 싶으면 욕해도 된다고 했어요. 욕하는 건 이유가 있으니까 욕하는 거라고요. 하지만 자신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어요.”
유하영은 빙긋 웃으며 자신이 메고 다니던 토끼 가방의 코를 세 번 꾹 눌렀다.
그러자,
“있잖아. 그 페어리Q 선배들.”
“선배는 무슨, 이번에도 1위 못하면 재계약 못 한다면서? 그럼 더 이상 선배 아니잖아.”
“호호홋! 그건 그러네.”
“어때? 이번에 1위 할 것 같아?”
“그게 되겠냐?”
“1위? 1위하면 내가 머리 삭발한다.”
“언니들. 지금 페어리Q 언니들 욕하는 거예요?”
여자 연습생들은 깜짝 놀랐다.
설마, 녹음이 되어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 토끼 가방에는 녹음 기능도 있었다.
연예계에서는 별의별 일이 다 있었고, 만약을 대비하여 고영민이 설치해 주었기 때문이다.
“너, 어, 어떻게…….”
“음?”
유하영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아직 데뷔하지 못한 언니 오빠들이 저에게 선배님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실장 아저씨가 그랬는데?”
“…….”
여자 연습생들은 할 말이 없었다.
그게 가요계의 관례였으니까.
“저도 삭발이 뭔지 알아요.”
유하영이 웃으며 말했다.
“그거 머리 박박 미는 거죠? 그리고 저는 언니들이 자신들의 말에 책임을 지는 그런 언니들이라고 생각해요. 안 그러면 저는 무척 슬플 거예요.”
유하영이 말을 이었다.
“이거, 실장 아저씨가 듣게 될 거라서요.”
“……!”
그 말에 여자 연습생들은 화들짝 놀랐다.
“너, 지금 혀, 협박하는 거니?”
“협박 아닌데요? 이거 원래 실장 아저씨가 일주일에 한 번 검사하는데요?”
“…….”
그 말에 여자 연습생들은 불안해졌다.
왜냐하면, 연습생들이 회사에 들어올 때 작성하는 연습생 계약서에 의하면 회사 내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계약 해지를 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들은 항복하고 말았다.
“미, 미안해!”
“우리가 잘못했어.”
유하영은 결코 무르지 않았다.
올해 7살이 된 그녀는 유순태와 임소영을 닮아 강단이 있으면서도 다부졌다.
그리고 그녀는 눈동자의 사제 능력 덕분인지 다른 7살 아이들보다 훨씬 똑똑했고 총명했다.
“저에게 왜 사과하세요? 언니들?”
“어?”
“욕해도 돼요. 대신 그 말에 책임을 지면 돼요. 참 쉽죠?”
“…….”
결국 페어리Q가 1위를 하면 삭발을 하라는 뜻이다.
그 말에 그녀들은 안심했다.
페어리Q가 이번에 1위를 할 가능성은 정말 1도 없었으니까.
그것도 자신 앞에 서 있는 유하영이 이번에 낸 앨범 때문에 말이다.
그래서 그녀들은 흔쾌히 말했다.
“아, 알았어.”
“페어리Q 선배님들이 1위 하면 우리가 삭발할게.”
“대신 페어리Q 선배님들이 1위 못 하면 그거 녹음한 거 지워야 해.”
“네.”
그러자 여자 연습생들은 화장실에서 후다닥 나갔다.
원래 유하영은 화장실에 갈 때 여자 스탭의 도움을 받아서 가곤 했다.
하지만 이제 스스로 갈 수 있는 나이가 되었고, 그래서 혼자 화장실에 온 것이다.
그리고, RD엔터의 화장실 안에는 어린이를 위한 화장실도 있었으니까.
그녀는 화장실의 맨 끝 칸을 보았다.
문이 닫혀 있는 그곳을 본 유하영은 씩 웃었다.
어딘가 강소와 비슷한, 장난스러운 웃음이었다.
그녀는 거기에 누가 숨어 있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전에 초콜릿 선물을 줬던 사람 중 하나였다.
그때 유하영은 그녀를 보면서 뭔가 반짝반짝 빛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반짝임은 지금도 여전했다.
다만, 그걸 스스로가 모르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강소 오빠가 초콜릿 선물을 받았으면, 보답해야 착한 어린이라고 했으니까.’
* * *
한편,
RD엔터 5회의실에 있던 강소는 이미 유하영에게 어떤 일이 있는지 알고 있었다.
의식하지 않아도 다 들렸으니까.
“즐거운 생각이 떠오르셨나 봅니다.”
“네?”
차현태가 강소를 보며 말했다.
“갑자기 웃으시기에…….”
“아, 네. 맞습니다. 하영이를 떠올리니까 갑자기 미소가 지어지네요. 하하하.”
“역시, 어쩔 수 없는 초코빵이시군요. 하하하.”
잠시 후,
유하영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얼굴로 백은하와 함께 회의실로 왔다.
그리고 이미 도착해 있던 방송국 관계자들에게 인사를 했고, 회의가 시작되었다.
* * *
보컬 연습실.
현이가 들어오자 연습실 밖 휴게실에 있던 페어리Q 멤버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의 표정이 아까와 달랐기 때문이다.
“언니, 무슨 일 있어요?”
“아니, 아무 일도 없어.”
하지만 멤버들은 알고 있었다.
아무 일도 없다고 말하지만 현이가 어디선가 울고 왔다는 것을 말이다.
애초에 두 눈이 부어 있는데, 모를 수가 없었다.
‘언니도 참…….’
‘예효…….’
그냥 알고 있다고 말하지 않을 뿐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뭔가 달랐다.
“애들아.”
“네. 언니.”
“우리, 열심히 하자.”
평소 순둥순둥했던 리더 현이었다. 하지만 지금, 현이의 두 눈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걸 본 멤버들은 생각했다.
‘일도 그냥 일이 아니었구나!’
‘헉! 언니가 저런 눈빛을 하다니!’
‘무, 무서워…….’
* * *
강소는 점심을 먹은 후 유하영과 함께 다시 RD엔터로 돌아왔다.
잘 부탁한다는 의미에서 DBS 방송국에서 온 주병태 PD가 밥을 샀기 때문이다.
점심 메뉴는 만두전골이었다.
납작한 냄비 안 각종 채소가 보글보글 끓을 때마다 함께 들썩이는 만두는, 보는 것만으로도 먹음직해 보였다.
만두는 강소가 있던 세상에서도 흔한 음식이었다. 그런 만두가 이쪽 세상에도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당시 만두는 강소의 주식이었다.
사람에게 필요한 영양소가 전부 들어 있기 때문인지, 훈련하는 내내 식사는 대부분 만두로만 해결해야 했다.
교관들이 제공하는 제대로 된 음식은 만두뿐이었으니까.
그마저도 주지 않을 때는 스스로 사냥을 해서 허기를 채워야 했다.
명절 때면 선심 쓰듯 월병이라는 것을 주긴 했지만 말이다.
훈련에서 살아남아 살수가 되었을 때에는, 어쩔 수 없이 만두를 먹어야 했다.
되도록 사람들의 시선에 띄지 않도록 산길로 다녔으니까.
그럴 땐, 가장 휴대하기 편한 음식이 만두였다.
그렇게 질리도록 먹던 만두인데, 이곳은 참 신기했다.
같은 만두를 먹어도 참 맛깔스럽게 요리해 먹었으니까.
그중 하나가 강소 앞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만두전골이다.
“이제 익은 것 같으니까 드시죠.”
“네, 잘 먹겠습니다.”
강소는 먼저 유하영의 앞접시에 만두를 꺼내어 놓았다. 뜨거워서 식혀야 했기 때문이다.
“김치만두는 하영이에게 매우니까, 고기만두를 먹자.”
“응.”
강소는 젓가락으로 푸짐한 만두를 반으로 갈라 주었다.
육즙이 새어 나오고 김이 모락모락 나면서, 만두 냄새가 풍겨 군침을 돌게 하였다.
“뜨거우니까 조심해서 먹어라.”
“응.”
강소는 인벤토리에서 젓가락을 꺼냈다.
나무로 만들어져 있는 그건, 젓가락을 처음 사용하는 아이들을 위한 교정용 젓가락이었다.
그래서 손가락을 끼울 수 있는 고리가 몇 개 달려 있었다.
유하영은 교정용 젓가락을 손에 쥐고 서툴지만 열심히 만두를 먹었다.
만두를 욤욤거리는 모습에 강소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추운 겨울에는 전골입니다.”
“메뉴 선택을 잘했네요.”
강소는 김치만두를 집어서 한 입 베어 물었다.
김치와 고기가 어우러진 풍부한 육즙의 향미가 기분 좋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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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점심 식사를 마치고, 일행은 헤어졌다.
유하영과 강소 일행은 RD엔터로, 방송국 사람들은 DBS 방송국으로 향했다.
RD엔터 로비로 들어서며 강소는 유하영에게 물었다.
“하영아. 코코아 마실래?”
“응! 코코아 좋아!”
강소는 함께 온 차현태와 백은하 그리고 고영민에게 물었다.
“차 한잔하시겠습니까? 제가 사도록 하겠습니다.”
“아, 저희가 사야 하는데.”
“가끔 이럴 때도 있어야죠. 드시고 싶으신 것 말씀하십시오.”
강소는 카운터 앞 직원에게 음료들을 주문했다. 물론 노민아와 그녀의 어머니 서지수의 것도 주문했다.
음료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유하영이 말했다.
“어? 저기 언니들, 전에 나한테 초콜릿 선물 준 언니들이야.”
그 물음에 강소는 고개를 들어 보니, 아침에 회의실에서 봤던 현이라는 여자와 다른 이들이 보컬 연습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고영민이 그들을 알아보고 말했다.
“아, 페어리Q 멤버들이군요. 가수 2실 소속입니다.”
“표정을 보니 무척 허기져 보이는데, 이 시간까지 식사도 잊고 연습한 것 같습니다.”
그 말에 고영민은 시계를 보았다.
시간은 오후 2시가 막 되어 가고 있었다.
“이거…….”
고영민이 혀를 찼다.
“매니저가 보이지 않는군요.”
역시 관계자의 눈에는 다른 것이 보이는 모양이었다.
그때 강소의 귀에 그녀들의 대화가 들렸다.
“배고프다. 언니, 우리 뭐 먹어요?”
“그러게…… 뭐 먹지?”
“그런데 우리 돈은 있어요?”
“나 2만 원 있어.”
“저는 지갑에 5천 원 있어요.”
“저는 만 원이요.”
“아…… 짜장면 먹고 싶다.”
“그냥…… 짜장라면 사서 끓여 먹자.”
“……네.”
그들의 대화를 들은 강소가 고영민에게 물었다.
“저, 궁금한 게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원래 소속 가수들의 식사는 알아서 해결하는 겁니까?”
“보통 그렇죠. 하지만 스케줄이나 연습이 있을 땐 경비처리 하는 게 원칙입니다.”
“그런데 왜 저 페어리Q 분들은 돈이 없다면서 집에 가서 짜장라면을 끓여 먹는다고 하는 겁니까?”
“네?”
고영민이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잠시 후 표정이 굳었다.
무슨 상황인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때 주문한 음료들이 나왔고, 고영민이 자신이 주문 한 아메리카노를 손에 들며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먼저 가 보겠습니다. 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그렇게 하십시오.”
고영민은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고, 강소와 유하영 일행은 지하의 댄스 연습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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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강소는 고영민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페어리Q를 저희 가수 3실에서 맡기로 했습니다.
급하게 본론으로 들어갔다.
“갑작스러운 이야기군요. 페어리Q가 가수 2실 소속 아니었습니까?”
– 그랬죠.
고영민은 한숨을 내쉬었다.
– 사실 제가 같은 식구들 박대하는 건 못 참아서 말입니다. 그래서 2실장 들이받았습니다.
“하하하.”
– 우, 웃지 마십시오. 제 성질머리가 이런 것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래서 가수 3실로 데리고 온 겁니까?”
네. 그쪽에서도 좋다고 하더군요. 골칫덩이를 떠넘겼으니 좋겠죠.
“혹시 실장님께서도 그들을 골칫덩이로 생각하십니까?”
– 그건 아닙니다. 김백한 팀장이 직접 지명한 이들입니다. 저 역시 그녀들에게서 가능성을 보고 있습니다. 다만, 계기가 없었을 뿐입니다.
고영민은 말을 이었다.
– 그래서 말인데, 트레이닝 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무림에서 온 배달부 44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