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485
484화. 극한 자원봉사 (1)
KFB(Korea Funny Broadcast)
그곳은 한국에 존재하는 5개의 방송국 중 하나이다.
재미를 추구하는 곳이니, 주로 개그 프로그램이라든지 예능 프로그램 등을 방송했다.
또한, 시즌제로 방송되는 드라마를 많이 제작했는데,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명드라마 제조국이라 불리고 있었다.
DBS나, NBS등은 무난한 드라마를 추구하는 반면에 KFB는 기발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드라마를 제작했기 때문이다.
KFB의 드라마국.
그곳의 회의실에서는 한창 회의 중이었다.
“그래서, 유하영 측에서는 대답이 왔나요?”
“아직이요.”
보조 PD가 고개를 젓자, 메인 작가 김철민이 단호하게 말했다.
“어떻게 해서든지 데리고 와야 합니다. 이번 이야기는 하영이가 없으면 안 됩니다.”
지금 그들은 드라마 [디텍티브 포]의 시즌 5의 제작을 앞두고 회의 중이었다.
대본도 완성되었고, 장소 섭외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배우 역시 섭외된 상태였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조각 하나가 빠져 있었다.
그건 바로 유하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네 명의 탐정의 이야기인 ‘디텍티브 포’의 이번 시즌은 의문의 꼬마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매력적이면서도, 연기력 또한 뛰어난 아역이 필요했다.
메인 작가 김철민은 유하영이 등장했던 ‘아저씨와 소녀’를 봤을 때부터 그녀를 염두에 두고 대본을 썼다.
그녀가 아니면 이 드라마는 완성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요즘 유하영 양이 무척 바빠서 말입니다. 그 우주정복인가, 세계정복인가 하는 그룹 활동도 그렇고…….”
보조 PD가 말을 이었다.
“유치원을 자주 빠지는 게 부담스러운 모양입니다.”
“그런가요?”
“네. 그리고 하영이가 이번에 유치원에서 가는 소풍에 꼭 가야 한다고 해서…….”
그러니까, 시간을 낼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김철민은 드라마 제작일정을 늦추더라도 유하영을 반드시 섭외해야 했다.
“계속해서 회사에 접촉해 보세요.”
“알겠습니다만, 그쪽은 아티스트가 싫다면 하지 않는 게 원칙인 곳이 아닙니까?”
그 말은 즉,
결국은 유하영 본인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철민은 잠시 고민하다가 물었다.
“유하영 양의 소풍이 언제라고 했죠?”
“이번 주, 금요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 대답한 보조 PD가 조심스레 물었다.
“김 작가님, 혹시…… 그때 유하영 양에게 접근하시려는 겁니까?”
“네. 맞습니다.”
반드시 원하는 배우가 있을 때, 그 배우에게 개인적으로 접촉해서 설득하는 일이 흔한 곳이 연예계였다.
그래서 그들 역시 그런 방식으로 유하영을 설득하고자 하는 것.
“하지만, 아시다시피 유하영 양이 다니는 새싹 유치원은 워낙 경호가 철저해서…….”
그 말에 김철민이 대답했다.
“방법이 있습니다. 자원봉사자로 가면 됩니다.”
“네에? 유치원 소풍 자원봉사로 말입니까?”
김철민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 옆에서 눈치를 보고 있던 보조 작가 박꽃잎이 물었다.
“선생님,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요?”
“물론이지!”
사실 이번에 제작되는 디텍티브 포의 5번째 시즌은 다른 시즌들의 성공 때문에 더욱 부담이 되는 시즌이었다.
시즌 5의 저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상하게 5번째 시즌은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김철민은 유하영의 캐스팅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는 잠자코 있던 메인 PD 송창열에게 말했다.
“그러니, PD님도 시간을 내셔야 합니다. 이건 다같이 해야 의미가 있는 방법이니까요.”
“……할 수 없죠. 알겠습니다.”
* * *
유하영은 오늘 무척 기분이 좋았다.
내일, 유치원에서 봄 소풍 가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오빠!”
유하영은 자신을 데리러 온 강소를 향해 도도도 달려갔다.
그리고 강소의 다리에 찰싹 붙었다.
“아이쿠! 오늘도 잘 놀았느냐?”
“응!”
“잘했다. 열심히 놀아야지.”
강소는 유하영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회사로 가기 전에, 마트를 들러야 한다.”
“마트? 왜?”
“내일이 하영이 봄소풍이지 않느냐? 그러니 도시락도 싸고 간식도 챙겨야지.”
“맞아! 김밥이랑 과자!”
유하영은 해맑게 웃었고, 그 웃음에 강소 역시 미소 지었다.
“그럼 갈까?”
“응!”
강소는 유하영의 손을 잡고 마트로 향했다.
인근 마트는 제법 컸고, 유순태가 식자재를 구입하기 위해 종종 들리는 곳이었다.
강소는 카트가 있을 곳으로 향했다.
“하영아, 붕붕이 탈래?”
붕붕이는 어린이를 위한 자동차 모형에 카트가 부착되어 있는 것이다.
함께 걸어서 장보기 힘든 어린이를 위한 것.
강소의 물음에 유하영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나 이제 다 컸어. 붕붕이 안 타도 돼.”
그 대답에 강소는 킥킥 웃으며 대답했다.
“알았다. 그럼 잘 따라와야 한다.”
“응.”
강소는 일반 카트를 끌었고, 그 옆에서 유하영이 강소의 옷자락을 잡고 졸졸 따라왔다.
강소는 그녀를 배려해 일부러 천천히 걸었다.
“햄이랑, 단무지하고…….”
그는 임소영이 적어 준 김밥 재료들을 하나씩 카트에 담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계란.”
이제 남은 건 유하영이 먹고 싶어 하는 간식이었다.
“하영아. 과자 코너로 가자. 뭐 먹고 싶어?”
“나, 초코 과자!”
“알았다.”
강소와 유하영은 과자 코너에 도착했고, 유하영은 원하는 과자를 고르라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몇 개 골라야 해?”
“다섯 개만 고를까?”
“알았어.”
곧 그녀의 표정은 심각해졌다.
마치 일생일대의 선택을 하는 듯한 표정.
강소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순태가 이 모습을 봤으면, 난리가 났을 텐데.’
유하영은 세상 고민스런 표정으로 신중하게 초코 과자를 골랐다.
“이건 너무 조금 들었어. 그리고 이건 초코와 과자의 비율이 완벽하지 않아.”
그렇게 하나하나의 감상을 말하며, 결국 그녀는 다섯 개의 과자를 골랐다.
그런데,
그녀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그에게 물었다.
“오빠. 과자 하나만 더 고르면 안 돼?”
“하나 더 고르겠다고?”
“응.”
유하영이 치즈 과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윤주가 좋아하는 과자야.”
결국,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뜻이다. 그 마음이 기특하여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도록 해라.”
“고마워.”
“그럼 음료수를 고르러 갈까?”
그렇게 음료수까지 야무지게 고른 유하영은 RD엔터로 향했다.
노래 연습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
.
.
“안녕하세요.”
“어서 와.”
노란색 원복을 입은 유하영이 등장하자, 이미 도착해 있던 이들이 유하영을 반겨 주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 보이네?”
LS의 연습생 헤이의 물음에 유하영이 배시시 웃으며 대답했다.
“내일 소풍 가요.”
“오? 소풍?”
“이야! 부럽네! 이 오빠도 소풍 가는 거 좋아하는데.”
“어디로 가는데?”
“백만 송이 정원으로 가요. 거기 꽃이 엄청 많대요.”
* * *
새벽이었다.
오늘, 유하영의 소풍에 강소가 따라가야 했기 때문에 양춘각은 쉬기로 했다.
운기조식을 마친 강소가 1층으로 내려갔을 때, 임소영이 김밥을 싸고 있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네, 잘 잤어요. 편안한 밤 되셨나요?”
“물론입니다.”
강소는 임소영에게 물었다.
“김밥 싸는 거 도와드릴까요?”
“그러면 김밥 좀 썰어 주시겠어요?”
“알겠습니다.”
강소는 주방으로 들어갔고, 손을 씻고 김밥을 도마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슥슥, 김밥을 썰었다.
강소가 잡은 식도 아래, 김밥은 무척이나 매끈하게 그리고 일정한 크기로 잘 썰렸다.
“다 썰었습니다. 도시락 통에 담으면 됩니까?”
“네.”
임소영이 대답했다.
“그리고 김밥과 김밥 사이에 참깨를 뿌려서 김밥이 서로 달라붙지 않게 해야 해요.”
“알겠습니다.”
전에 김밥을 싸 봤기에 알고 있었다.
강소는 냉장고에서 참깨 볶은 것을 꺼내 와 김밥 위에 솔솔 뿌려 가며 차곡차곡 쌓았다.
유하영이 좋아하는 토끼 모양 도시락에 김밥이 가지런히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뚜껑을 덮고, 밴드로 고정시켰다.
“오늘, 하영이 잘 부탁드려요.”
원래 임소영이 따라가야 했지만, 아직 유채영이 어리기에 임소영은 유채영을 돌봐야 했다.
그래서 따라가지 못하는 것.
임소영의 말에 강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
.
.
강소는 유하영과 함께 새싹 유치원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소풍 장소로 향하는 것이다.
“하영아!”
“하영이 왔다!”
“안녕!”
유하영이 유치원에 도착하자, 아이들이 그녀에게로 몰려들었다.
강소는 그 모습을 보며 턱을 긁적였다.
‘매력이 넘쳐도 문제군.’
사실, 강소는 유하영에게서 발산되는 오러를 자신의 기운으로 막아 놓고 있는 상태였다.
어둠의 족속이 유하영의 정체를 알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윤진의 조언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운에 민감한 아이들이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유하영에게 무조건적인 호감을 표하고 있었다.
‘슬슬, 막을 하나 더 씌워야 하나?’
그때 새싹 유치원의 원장 서명선이 나왔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새싹 친구들! 우리 정렬해 볼까요?”
“네!”
그 말에 아이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곧 2열 종대로 섰다.
긴급하게 대피하거나, 이동해야 할 일이 있을 때 가장 효율적인 대형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하루에 한 번은 반드시 정렬하는 연습을 했다.
“오늘 새싹 친구들에게 소개해 줄 선생님이 있어요. 오늘 소풍을 위해서 오신 선생님들이에요.”
원장의 뒤를 따라서 건물 안에서 나온 이들은, 노란색 앞치마를 하고, 또 노란색 캡 모자를 쓰고 있는 이들이었다.
그리고 앞치마에는 [새싹유치원 보조 교사]라고 적혀 있었다.
그들은 KFB의 ‘디텍티브 포’ 드라마 팀원들로, 메인 PD 유창열, 보조 PD 임창식과 메인 작가 김철민, 보조 작가 박꽃잎이었다.
원래 두 명이 더 와야 했지만, 아프다는 사람도 있었고 집에 일이 있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네 명만 계획한 대로 새싹유치원 자원봉사를 위해 온 것이다.
물론 아이들을 돌보아야 하는 일이었기에 이런저런 절차를 거쳐야 했다.
네 사람은 꾸벅 고개를 숙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들의 인사에 아이들은 박수를 쳐 주었다.
서명선이 말했다.
“그럼 이제, 이동하겠습니다.”
아이들과 보호자들은 버스에 올라탔다.
소풍 장소인 백만 송이 정원은, 수원에 있다.
그곳은 말 그대로 백만 송이의 꽃들이 피어 있는 곳이다.
그곳에는 넓은 잔디밭도 있어서, 그곳에서 미니 운동회를 할 계획이었다.
“하영아, 이거 먹어. 너 좋아하는 초코 과자야.”
“고마워, 윤주야. 너도 이거 먹어.”
“내가 좋아하는 치즈 과자네?”
버스 안에서 서로 과자를 나누어 먹는 유하영과 이윤주를 보며 강소는 미소 지었다.
그리고 핸드폰을 꺼내며 그들에게 말했다.
“사진 찍을까?”
“네!”
“여기 보고…….”
찰깍.
사진을 찍었고, 핸드폰 사진첩에 잘 저장되었다.
강소는 그걸 유순태에게 보냈다.
띠링.
잠시 후, 유순태에게 답장이 왔다.
[진짜 누구 딸인지, 왜 이렇게 예쁘냐?]그 메시지에 강소는 킥킥 웃고 말았다.
잠시 후,
백만 송이 정원에 도착했다.
“새싹 친구들. 버스에서 내릴게요.”
“네.”
아이들은 버스에서 내렸다.
먼저 도착한 경호원들이 미리 천막을 치고 또 위험한 것이 없는지 샅샅이 훑은 뒤였다.
“그럼 우리 모두 꽃을 구경하러 갈까요?”
“네!”
“꽃들의 이름을 꼭 확인하세요. 이따가 퀴즈를 내서 선물을 줄 거예요.”
“네!”
아이들은 선생님의 뒤를 따라 천천히 꽃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강소는 다른 보호자들과 함께 아이들의 뒤를 따랐다.
‘꽃들이 상당히 많군. 플로나 여왕이 보면 좋아하겠어.’
백만 송이 정원에 머무는 꽃의 정령들도 보였는데, 그들은 강소를 보자 까르르 웃으며 그에게 다가와 친근함을 표했다.
강소는 이게 플로나가 그에게 부여한 ‘정령왕의 축복’ 덕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이곳을 소풍 장소로 정했는데 꽃이 피지 않아서 걱정이었다고 보리 반 선생인 고소라가 말해 주었다.
‘정말 다행이야. 이 광경을 보지 못할 뻔했어.’
그렇게 꽃 구경을 마치고, 곧 이어진 순서는 꽃을 심어보는 체험이었다.
서명선이 말했다.
“그럼 보조 선생님들께서는 아이들을 도와주세요.”
“알겠습니다.”
곧 강사가 나와 아이들에게 화분에 꽃을 심는 것을 알려 주었다.
그런데,
“으아아앙!”
갑자기 아이의 울음이 터졌고, 메인 작가 김철민이 그쪽으로 다가갔다.
“무슨 일이니?”
“얘가 제 꽃을 부러트렸어요.”
“쟤가 먼저 제 화분의 흙을 쏟아 버렸어요. 으아앙!”
결국, 그 아이도 울음을 터트렸다.
김철민은 멘붕이 와 버렸다.
오늘 유치원 봉사활동을 간다는 말에, 부인이 측은한 눈빛으로 봤던 이유를…… 지금에야 알 것 같았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48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