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484
483화. 부길드장 취임식 (3)
다음 날,
권호는 아침 일찍 일어나 뒷산으로 향했다.
수련을 위해서였다.
“으…… 춥다.”
4월의 폭포수는 여전히 얼음물같이 차가웠다.
그는 꾹 참고 폭포 아래로 들어갔고, 그 아래에서 차가운 폭포를 맞으며 정신 수양을 했다.
호랑이 가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수련이 바로 정신 수양이었으니까.
그 이유에 대해서 조부에게 물어보자, 조부는 이리 대답했다.
“우리 호랑이 가문은 그 성질머리 때문에 이런저런 곤란한 일을 많이 당했지. 그런 일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신 수양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신 수양이란, 바로 인내심의 수련이었다.
그리고 인내심을 어느 정도 가져야만 둔갑술을 비롯한 도술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도와주신다는 거지?’
어제 강소는 그에게 자신이 도와주겠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도와주겠다는 것인지는 말하지 않았기에 궁금했다.
“으아악! 답답해 미치겠…….”
그렇게 소리치던 그는 얼른 다시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평정심, 평정심…….”
그렇게 오늘도 17세 소년, 권호의 수련은 계속되었다.
.
.
.
수련을 마치고 아침을 먹은 권호는 RD엔터로 향했다.
어제 강소와 약속했기 때문이다.
연습에 빠지지 말고 잘 나오라고.
‘약속은 지켜야겠지. 에휴, 말도 없이 빠졌다고 얼마나 많이 혼나려나…… 혹시 계약 해지당하는 거 아니야?’
이런저런 걱정 때문에 표정이 어두웠다.
어제 강소가 회사에 잘 말해 놓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곧, 그는 RD엔터에 도착했다.
“아, 안녕하세요.”
신인개발팀장을 마주친 그는 얼른 고개를 숙였다.
“어제는 죄송했습니다.”
그의 말에 신인개발팀장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어제 할아버지께서 갑자기 쓰러지셨다면서? 얼마나 경황이 없었겠어.”
“…….”
그 말에 권호는 두 눈을 깜박였다.
‘할아버지, 지금 엄청 건강하신데요? 이전보다 훨씬 건강해지셔서 훨훨 날아다니시는데요? 앞으로 백 살은 더 사실 것 같은데요?’
하지만, 경솔하게 그 말을 밖으로 내뱉는 대신, 침착하게 말했다.
“어제 많이 놀라기는 했는데, 다행히 지금은 병세가 호전되셨어요.”
“다행이구나.”
신인개발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들어가 봐라.”
“네.”
그는 다시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하고, 연습실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호야.”
“권호!”
“할아버지가 아프시다면서?”
“지금은 괜찮으셔?”
권호는 강소가 말을 잘 해 놓겠다고 한 게 이걸 뜻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할아버지는 괜찮으시냐?”
“아, 강소 형.”
그때 권호에게 강소가 다가왔다.
“네. 덕분에요. 어제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강소는 그에게 말했다.
“그건 그렇고, 내일 2시에 시간 되냐?”
“네?”
“내일 2시에, 내가 말한 장소로 그 가방을 들고 오면 된다. 말하지 않았느냐? 내가 도와주겠다고.”
그 말에 권호가 대답하지 못하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유하영이 말했다.
“호 오빠. 있잖아. 강소 오빠를 믿어야 해. 안 그러면 많이많이 슬퍼질 수도 있어.”
그리고 그의 손에 사탕 하나를 쥐여 주었다.
권호는 유하영의 눈을 보았다.
그 눈을 보는 순간, 그는 자신도 모르게 대답했다.
“알았어. 그렇게 할게.”
* * *
[오늘, 적룡길드의 부길드장 취임식을 맞이하여 각계 인사들이 초대되어 입장하고 있는 가운데…….]월요일.
TV에서는 적룡길드의 부길드장 취임식을 생중계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적룡길드를 비롯한 3대 길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곳들.
사실상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마수와 최전선에서 싸우는 집단이었으니까.
강소는 TV를 보고 있었다.
“내가 알기로 부길드장 취임식은 오후 2시부터라고 알고 있는데, 벌써부터 중계하는 거냐?”
그의 말에 유순태가 대답했다.
“중요한 행사잖아. 대한민국의 명실상부한 넘버원 길드인 적룡길드의 부길드장 취임식인데.”
그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초대받은 이들도 쉽게 보지 못하는 이들이니까.”
오늘 행사가 열리는 곳은 RD예술센터.
그 앞에는 레드카펫이 깔려 있었고, 펜스 너머에는 수많은 취재진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초대받은 손님이 걸어오든, 차를 타고 오든, 레드카펫 앞에 서는 순간 카메라 셔터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흡사 영화제나 연예대상 등등을 보는 것 같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포토타임이나 인터뷰 같은 것이 없다는 것이다.
대신 레드카펫의 끝에서 김지은이 서서 손님들을 하나하나 맞아 주었다.
적룡길드의 시그니처인 검붉은색의 드레스를 입은 김지은의 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드디어 적룡길드의 후계자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는구나.”
유순태의 말에 강소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그리고 오늘따라 더 아름다워 보이고.”
“지은 씨가 원래 예쁘긴 하잖아.”
“……!”
그 말에 강소는 움찔했다.
방금 유순태의 말은 김지은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강소가 그를 보자, 유순태가 피식 웃었다.
“왜 그런 눈으로 봐?”
“알고 있었어?”
“저 특유의 진한 화장 때문에 처음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알게 되었어.”
“그럼 안주인께서는?”
“당연히 알지. 내게 지은 씨가 적룡길드장의 딸이 아닐까 하는 것을 알려 준 사람이 안사람인데.”
“그래?”
유순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은 씨가 공식 석상에서 하고 있던 목걸이를 보고 알았어. 전에 지은 씨 생일 때 안사람이 선물해 준 거였거든.”
그 말에 강소는 김지은의 생일 때 임소영이 줬던, 앙증맞은 작은 장미 모양 펜던트가 달린 금목걸이를 떠올렸다.
“사실 그거 안사람이 말은 안 했지만, 특별 주문한 거라서 말이야.”
“그랬군.”
“아무튼, 안사람이 말해 줘서 그제야 알게 되었지. 지은 씨가 그 흑장미 헌터라는 것을 말이야.”
유순태가 귀밑을 긁적였다.
“그걸 알게 되고 좀 부끄럽더라고. 흑장미 헌터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 본명이 김지은이라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 말이야. 알려고 하면 얼마든지 알 수 있었는데.”
“…….”
강소는 미소 지었다.
“그런 네 마음을 안다면, 지은 씨가 기뻐할 거다.”
“하하하.”
유순태는 멋쩍게 웃었다.
“아무튼, 지은 씨에게는 나와 안사람이 그 진짜 신분을 알고 있다는 말은 하지 않으려고.”
“그래…….”
그리고 고개를 들어 3층을 보았다.
지금 허만철은 방에서 자고 있었다. 월요일은 늦잠을 잘 수 있는 유일한 요일이니까.
“만철 씨도 알고 있으려나?”
“그건 모르겠다. 물어볼 생각도 없고.”
“세상에는 말하지 않는 것이 좋을 때도 있지.”
그들은 다시 TV로 시선을 돌렸다.
왜 적룡길드 부길드장 취임식을 월요일에 하는지 그들 모두 알고 있었다.
월요일이 양춘각 정기휴일이었으니까.
강소가 힐끔 시계를 보며 말했다.
“아, 이따가 1시나 2시쯤에 잠시 어디 다녀와야 한다.”
“점심은?”
“먹고 가야지.”
“그럼 점심을 일찍 준비해야겠네.”
* * *
오후 1시 50분.
멀리서 RD예술센터를 본 권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딱히 도술을 쓰지 않아도, 얼마나 많은 경비 인력이 행사장을 둘러싸고 있는지 뻔히 보였으니까.
그는 강소의 말을 떠올렸다.
“내일 2시에, 내가 말한 장소로 그 가방을 들고 오면 된다. 말하지 않았느냐? 내가 도와주겠다고.”
권호는 강소의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호랑이 가문이 자리 잡은 마을에 흔적도 없이 들어왔을 뿐만 아니라 그의 조부도 치료해 주었다.
게다가 그의 조부가 말했다. “귀인이시니, 잘 모시도록 해라.”라고.
거기에 쐐기를 박은 것은 유하영이었다.
“호 오빠. 있잖아. 강소 오빠를 믿어야 해. 안 그러면 많이많이 슬퍼질 수도 있어.”
자신의 둔갑술을 꿰뚫어 본 아이가 하는 말이다.
절대 흘려들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오기는 했는데…….
‘대체 어떻게 도와주신다는 건지…….’
그때였다.
“왔군.”
“으헉!”
권호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쉿-!”
그 앞에 나타난 강소가 검지를 입술에 대었다.
“가, 강소 형.”
“이제 그 가방을 나에게 다오.”
“아, 네.”
권호는 블랙맨들이 주고 갔던 가방을 강소에게 건넸다.
그걸 받은 강소는 권호에게 다가갔다.
슥,
그리고 그의 손이 권호의 귀를 스치자, 그의 귀에 달려 있던 발신기가 그의 손에 있었다.
“어? 아,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는데?”
“자잘한 손재주다.”
강소는 권호에게 말했다.
“그럼 너는 이제 가 보도록 해라. 연습해야지.”
그 단호한 말에 권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있어 봤자 방해라는 것을 깨달은 것.
“네, 그럼 저는 가 볼게요.”
“그리고.”
강소는 인벤토리에서 가발과 모자를 꺼내어 씌워 주었다. 순식간에 권호는 금발의 소년이 되었다.
“어?”
“됐다. 이제 가 봐라.”
“네.”
권호가 그곳에서 멀어지자, 강소의 모습이 순식간에 권호의 모습으로 변했다.
내공으로 자신의 얼굴에 다른 얼굴을 덧씌우는, 일종의 변용술이다.
시전자보다 내공이 많은 이들은 본래의 얼굴을 꿰뚫어 보겠지만, 현재 강소보다 내공이 많은 이들은 없었다.
그러니, 그 본래 얼굴을 꿰뚫어 볼 자가 없다는 뜻.
‘이것도, 오랜만에 사용하는군.’
강소는 씩 웃었다.
그리고 RD예술센터 안으로 향했다.
* * *
그 시각.
권평의 수하들이 액정 안의 표식이 움직이는 것을 보며 권평에게 보고했다.
“잠시 멈추었던 고양이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현재 위치는?”
“지금 후문 쪽에 있습니다.”
“심어 놓았던 이들에게 온 보고는 없나?”
“방금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고양이가 후문 쪽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고 합니다.”
고양이는, 그들이 권호에게 붙인 코드명이다.
“후문 쪽에서의 보고입니다. 도술을 사용하여 안으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액정 안의 표식 역시 움직입니다.”
“잠시 멈추…… 다시 움직입니다.”
“좋아. 완전히 안으로 들어가면, 그때 가방을 작동시키도록.”
“네.”
그리고,
마침내 액정 안의 표식이, 행사장 깊숙한 곳에 도달했다.
“작동시켜라!”
“네!”
권평의 명령에 수하가 즉시 버튼을 눌러 가방을 작동시켰다.
이제 곧, 가방 안의 독가스가 살포될 터.
신경독 계열이었기에 그곳에 모인 이들은 순식간에 호흡 곤란으로 죽을 터였다.
“됐습니다!”
“정상적으로 신경독 살포를 완료했습니다.”
“이제 권 사도님께서는 더 높은 서열로 올라가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이번 일을 계획한 진짜 이유는 권평이 더 높은 서열로 올라서기 위해서이다.
사도 아래의 이들도 그들이 따르는 사도의 서열이 높아질수록 그들의 위신도 높아지니 기뻐하는 것.
하지만 권평은 그런 그들을 진정시켰다.
“흑장미, 그 계집애가 죽은 것을 확인하지 못한 이상, 아직 기뻐하기는 이르다.”
행사장 안의 상황을 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여건이 되지 않았다.
무려, 적룡길드의 행사였으니까.
그래서 후문 쪽에 수하를 심어 놓는 게 최선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실패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만큼 완벽한 계획이었으니까.
“권 사도님의 조카를 희생하기로 해서 이번 일을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맞습니다. 하하하.”
그때였다.
퍽-!
그들이 있던 공간의 문이 박살 나서 날아가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항복해라. 이 자식들아! 반항하면 대가리 날려 주마!”
1특수부대 팀장, 박철곤과 그 휘하 직원들이었다.
“젠장!”
일이 틀어진 것을 알아차린 권평은 서둘러 그 자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을 날렸다.
하지만,
퍼억-!
누군가 그의 가슴을 거세게 찼다.
“너냐? 우리 행사를 망쳐 놓으려고 한 놈이?”
권평은 자신 앞에 서 있는, 검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를 보았다.
“흐, 흑장미 헌…….”
분명 행사장에 있어야 할 그녀가, 지금 권평의 앞에 있었다.
짜악-!
“크헉!”
그녀의 불타는 채찍이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권평을 후려쳤고, 그녀는 나뒹굴고 있는 그를 보며 싱긋 웃었다.
“오늘, 내가 왜 홍염의 마녀라 불리는지 알려 줄게. 각오는 되었겠지?”
그녀는 미리 강소에게 상황을 들었다.
그리고 적룡길드를 노린 이들인 만큼, 직접 응징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여 이렇게 박철곤과 함께 이곳에 온 것이다.
권평은 피식 웃었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어떻게 그녀가 이곳에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 독가스 살포는 성공했다.
직접 가방을 들고 있던 권호가 무사할 리는 없었다.
틀림없이 권호는 죽었을 터이고, 자신이 호랑이 가문에 보낸 이들이 자신의 아버지 권익마저 처리했을 터.
그 말은 즉,
‘신물의 힘을 쓸 수 있다!’
그는 즉시 품에서 초대 가주의 어금니를 꺼내었고, 힘을 끌어 올렸다.
하지만,
“…….”
어금니는 깜깜무소식이었다.
“이, 이게 어찌 된……?”
김지은이 말했다.
“그런데 너, 독가스 살포하려고 했더라? 그런데 어쩌지? 그거 실패했는데.”
“뭐, 뭐라고? 거, 거짓말?”
“믿기 싫으면 믿지 않아도 돼. 어차피 넌 오늘 나에게 죽을 테니까.”
김지은의 눈빛이 스산해졌다.
“오늘 네가 누굴 건드렸는지, 가르쳐 줄게.”
.
.
.
그 시각.
다시 본래 모습으로 돌아온 강소는 김지은이 채찍으로 권평을 두들겨 패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지도해 준 보람이 있군.’
그리고 코를 슥 문지르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상황은 종료되었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48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