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530
529화. 환상의 섬 (2)
강소는 눈을 떴다.
언제나 같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날짜는 달랐다.
7월 12일.
양춘각의 휴가 시작이다.
이른 아침을 먹은 후, 유순태 가족과 강소 그리고 허만철은 부지런히 여행 가방을 마저 쌌다.
물론 대부분의 짐들은 어젯밤에 쌌고, 아침에 챙겨야 하는 것들만 마저 챙긴 것이다.
그리고 1층 홀로 내려왔는데 허만철의 표정은 싱글벙글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여행에는 진선아도 동행하기 때문이다.
강소와 유순태는 허만철에게 티켓 두 장을 건넸고, 이에 용기를 얻어 허만철은 진선아에게 함께 여행을 가자고 말했다.
그리고 허락을 받았다.
물론, 방을 따로 쓰는 조건으로 하여 진선아의 어머니의 허락을 받았다.
딸랑.
“저, 안녕하세요.”
그때 머리를 가지런히 쌓은 한 여자가 양춘각에 들어왔다.
“서, 선아 씨.”
진선아가 양춘각에 들어왔다.
오늘 환상의 섬에 갈 이들 중 일부는 양춘각에서 집결하여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진선아는 유순태에게 말했다.
“저도 데리고 가 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을 다 하십니다. 우리 만철 씨가 좋아하는 분인데 당연하죠. 하하하.”
그 말에 진선아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리고 감사는 제가 아니라 강소한테 하셔야 합니다. 오늘 저희가 환상의 섬에 가는 건 강소 덕분이거든요.”
“네? 강소 씨라면? 배달을 하시는?”
그녀는 고개를 돌려 강소를 보았고, 순간 멍한 표정이 되었다.
그동안 헬멧을 쓴 모습만 봤었기에, 사실상 강소를 처음 보는 것.
진선아가 다른 남자를 보고 멍한 표정을 지었지만, 허만철은 질투도 나지 않았다.
‘남자인 내가 봐도 충격 받는 비주얼이니까.’
하늘의 높음을 질투하고 산의 푸르름을 질투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강소의 외모 역시 그러했다.
강소는 미소 지으며 진선아에게 말했다.
“즐거운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네…… 감사합니다.”
강소는 핸드폰에 만들어 놓은 출석부의 이름 중 차현태와 하태복 그리고 백은하의 이름에 체크했다.
그걸 본 유순태가 말했다.
“지금 오고 있구나.”
“한 3분 뒤에 도착할 거다.”
그의 말대로 3분 뒤.
딸랑.
문이 열리고 유하영 케어팀이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그들의 인사에 양춘각 안에 있던 이들이 인사를 받아 주었다.
그리고 유하영이 도도도 달려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보네요. 하영 양.”
어제까지 디텍티브 포를 촬영했으니까.
그리고 촬영은 스케줄을 조정했다.
유하영이 환상의 섬에 체험단으로 간다는 말에 촬영팀에서도 ‘거긴 꼭 가야지’라면서 흔쾌히 스케줄을 조정해 주었다.
이번에 차현태와 하태복 그리고 백은하에게도 함께 가자고 권했을 때, 그들은 기쁨과 예의상 거절해야 한다는 체면 사이에서 엄청 갈등했다.
그래서 강소는 그들에게 말했다.
“하영이가 꼭 여러분과 함께 가고 싶다고 합니다.”
그 말 한마디에 그들은 단번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금 보니 무척 기대하고 있는 듯했다.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환상의 섬이라…….’
강소는 요즘 광고하고 있는 환상의 섬의 캐치프레이즈가 떠올랐다.
딸랑.
그때 문이 열리고 황진혁과 최예진이 들어왔다.
“저희 왔습니다.”
“어서 와.”
유순태가 그들을 맞았다.
“오 사장님은?”
“어머니도 곧 오실 거예요.”
사실 오정희는 함께 가자는 황진혁의 제안에 부부끼리 오붓하게 다녀오라면서 거절했었다.
하지만 유순태가 다시 권했다.
“진혁 씨와 예진이는 자기들끼리 재밌게 놀라고 하고 우리는 우리끼리 재미있게 놀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함께 가게 된 것이다.
곧 오동수와 김지은도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저 왔어요!”
특유의 발랄한 인사에 양춘각 역시 분위기가 밝아졌다.
“이제 이혁 사장님하고 사모님만 오시면 되는 건가?”
강소의 물음에 유순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강소는 시계를 보았다.
8시 20분.
그리고 집합시간은 8시 30분까지이다.
“원래 가까이에 사는 사람이 가장 늦잖아.”
“그런가? 하지만 태복 씨는……?”
“그냥 그렇다는 거지. 하하하.”
딸랑!
“저희 왔습니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이혁과 백현미가 양춘각 안으로 들어왔다.
이것으로, 열일곱 명이 모두 모였다.
도순이는 꼬롱이, 뽀뽀, 아롱이, 다롱이와 함께 강소의 인벤토리에 들어가서 함께 놀기로 했다.
그들에게는 강소의 인벤토리가 휴가지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부웅-!
그때 대형버스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끼익.
곧 버스가 멈추고, 그 안에서 내린 파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양춘각 안으로 들어왔다.
“혹시 환상의 섬에 가실 강소 님 일행 되십니까?”
“네. 맞습니다.”
강소가 대표로 대답했고, 그 남자는 모두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환상의 섬에서 온 여러분들의 안내인 최태백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짝짝짝!
그 인사에 모두 박수를 쳤다.
“그럼 버스에 타 주십시오.”
그 말에 일행들은 화장실에 다녀오는 등의 준비를 마치고 버스에 탔다.
그리고 유순태와 강소 그리고 허만철은 다시 한번 문단속을 했다.
“저, 강소 님은 누구십니까?”
최태백의 물음에 강소가 대답했다.
“아, 접니다.”
강소의 말에 그 파란 정장을 입은 남자가 품에서 명함을 꺼내어 내밀었다.
“여기 명함입니다.”
강소는 그 명함을 받았다.
“오가는 일은 제가 전담하게 되었으니, 문의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모두 버스에 타자, 최태백은 가는 길을 설명해 주었다.
환상의 섬은 동해에 있는 섬이었기에, 그들의 목적지 역시 동해이다.
여기서 버스를 타고 가면 약 2시간 후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격변의 시대 이전에는 약 3시간 정도 걸렸지만, 마수로 인해 파괴된 영동고속도로를 다시 건설하며 쭉 뻗은 직선의 고속도로가 생겼다.
그리고 통행량 역시 격변의 시대 이전보다 훨씬 적었기에 그만큼 시간도 빨라진 것.
“언니. 이거 먹어 봐.”
“고마워요. 하영 양.”
유하영은 자신의 옆에 앉게 된 백은하에게 초코 막대 과자를 꺼내어 주었다.
그렇게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며 강소는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던 책의 구절이 떠올랐다.
‘목적지에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은, 마음이 맞는 사람과 함께 대화하며 가는 거라고 했었지.’
그리고,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강소를 보는 누군가가 있었다.
바로, 김지은이다.
그녀는 흐물흐물해진 표정으로 강소의 옆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유순태는 그런 김지은을 애써 외면했다.
.
.
.
“와! 바다다!”
유하영은 창문 밖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7번 국도를 달리는 버스의 창문 너머로 동해안의 모습이 보였다.
바다에서 육지로 넘어오는 마수를 막기 위해 철책이 쳐져 있었지만, 그래도 바다는 바다였다.
기묘한 해안선의 바위 위로 파도가 칠 때마다 포말이 우유처럼 바위 위로 흘러내렸다.
“하영 양은 바다가 좋아요?”
백은하의 물음에 유하영이 대답했다.
“좋아. 바다 보고 있으면 시원해져. 언니는 바다 좋아?”
“저도 좋아하죠. 그래서 무척 설렌답니다.”
그리고,
유순태의 품에 안겨 있는 유채영은 바다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안도로를 달리던 버스가 멈추었다.
끼익.
버스가 멈추자 유순태가 최태백에게 물었다.
“도착한 겁니까?”
“아닙니다.”
그들 앞에 보이는 건 하얀색과 파란색으로 잘 어우러진 한 건물이었다.
“이곳은 휴게소 겸 식당입니다. 여기서부터는 바다로 가야 해서요.”
“아, 그렇군요.”
그곳에서 일행은 잠시 쉬었다가 다시 버스에 올라탔다. 최태백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지금부터 바다로 갑니다.”
유하영이 물었다.
“그럼 저희 배 타고 가요?”
“아닙니다.”
“그럼 뭐 타고 가요?”
유하영의 물음에 최태백이 대답했다.
“이 버스를 타고 갑니다.”
“네?”
치익-!
철컥-!
버스에서 기계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버스가 바다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설마…….”
유순태가 물었다.
“수륙양용버스입니까?”
“네. 맞습니다.”
격변의 시대 이전에도 있었던 수륙양용버스는 마정석 기술에 힘입어 이제 바닷길도 다닐 수 있게 된 것.
부우웅-!
버스는 힘차게 바닷물을 가르고 나아갔다. 그리고 처음 해 보는 경험에 일행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걸 보며 강소는 생각했다.
모두와 함께 오기를 잘했다고.
다른 이들은 모르고 있지만, 강소에게는 느껴졌다. 현재 이 버스는 인어들이 경호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마수의 습격을 받지 않을까 염려하여 인어들이 바닷속에서 경호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보다 안전에 신경을 쓰고 있군.’
약 20분 정도 나가자 저 앞에 섬이 보였다.
“저곳이 바로 환상의 섬입니다.”
무슨 기술이 적용된 것인지, 섬은 그 자체로 반짝이고 있었다.
은유적인 비유가 아니라, 진짜 반짝이고 있었다.
버스는 곧바로 섬에 들어가지 않고 섬을 한 바퀴 돌았다.
그 와중에 최태백은 버스에서 보이는 시설들을 하나씩 설명해 주었다.
“저기 보이는 저곳은 숙소입니다. 전 객실이 오션뷰라서 바다가 아주 잘 보일 겁니다.”
“저곳은 물놀이 공간입니다. 가 보시면 알겠지만 아주 만족하실 겁니다.”
그렇게 친절한 설명과 함께 섬을 한 바퀴 돈 버스는 섬의 선착장으로 향했다.
부웅-.
드디어 버스는 섬에 올라왔고, 그대로 환상의 섬 리조트의 프론트 동 앞에 멈추었다.
“다 왔습니다. 오랜 여정, 수고 많으셨습니다.”
최태백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가시는 길도 제가 전담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돌아가시는 길에 뵙겠습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최태백은 일행을 프론트에서 온 직원에게 인계한 후 버스를 타고 떠났다.
프론트에서 온 여직원이 그들을 반갑게 맞아 주었다.
“환상의 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체크인을 도와드리겠습니다. 로비로 와 주십시오.”
그들은 여직원을 따라 로비로 들어갔고, 체크인을 마치자 어느새 달려온 벨보이들이 짐들을 카트에 실었다.
그때 강소는 로비의 라운지에 앉아 있는 두 남녀를 보았다.
익숙한 기운.
단번에 누군지 알아차렸지만, 그는 일부러 다가가거나 하지 않았다.
‘성진호 과장님과 김명희 과장님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할 수는 없지.’
.
.
.
유순태 가족에게 배정된 방은 스페셜 다이아 룸이다.
그러니까, 패밀리 스위트 룸으로서 환상의 섬 리조트에서 가장 크고 좋은 방이다.
김명희는 약속을 지킨 것.
“와!”
“우와!”
“방 엄청 좋아!”
직원의 안내를 받아 방에 들어온 유순태와 임소영 그리고 유하영은 감탄이 절로 나왔다.
방이 너무너무 좋았으니까.
큰 방이 두 개나 되었고, 거실과 부엌이 따로 있었다.
욕실도 두 개였다.
그리고 발코니를 통해 보이는 전망은 끝내줬다.
“방이 참 좋죠?”
“네.”
“그러네요.”
직원이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 방에 묵게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그럼 이 객실에 대해서 설명 드릴게요.”
직원은 객실의 이모저모에 대해서 꼼꼼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사항이 있었다.
“체험단 프로모션 적용으로, 모든 식당의 식음료는 무료로 제공됩니다.”
“아, 그렇군요.”
“그리고, 홈바에 비치된 모든 술, 음료, 과자 등은 물론이고 룸서비스의 모든 메뉴 역시 무료입니다.”
“……네?”
“물론 일반 객실은 한 객실당 룸서비스가 3번이라는 제한이 있지만 스위트 룸 고객님들은 제한 없이 서비스를 누리실 수 있으십니다.”
“…….”
유순태와 임소영은 너무 좋아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설명을 마친 직원이 나가고, 유순태는 눈물이 글썽글썽한 눈으로 강소를 보았다.
“강소야.”
“뭐, 뭐냐?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건데?”
“고맙다.”
“뭐, 즐겁게 놀다가 가자.”
어쩐지, 뭔가 뿌듯했다.
* * *
강소가 로비에서 체크인을 하고 숙소로 향할 때.
이미 와서 체크인을 마친 성진호와 김명희는 라운지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들은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다.
외모 변환 아티펙트 덕분이었다.
“정말 기술도 좋아. 이런 곳을 반 년 만에 짓다니!”
“여기에 최고의 기술자들을 다 투입했으니까. 그나저나 블랙맨으로 보이는 이들은? 있는 것 같아?”
김명희는 성진호의 가슴에 기대며 대답했다.
“아직은 없는 것 같아.”
“내일쯤 움직이려나?”
“내 생각도 그래…… 어머! 저기 하영이 가족이 왔네?”
유하영은 오늘도 귀여웠다.
“인사드리고 싶지만, 그러면 이 외모변환이 탄로 나니까 그냥 있어야겠군.”
“이해해 주실 거야.”
“그런데…… 꼭 이런 민망한 자세로 대화를 나누어야 하는, 거, 건가?”
“왜? 이게 어때서?”
김명희가 성진호의 가슴에 기댄 채 두 팔로 그를 안고 있었으니까.
“이래야 의심을 덜 받지 않겠어? 요즘 연인들은 다 이러고 있던데?”
“……대단하네.”
아무래도 자신은 냉수라도 한 잔 마셔야 할 것 같았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53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