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558
557화. 특별한 선물 (2)
윤진은 자신의 집에서 대본을 읽고 있었다.
한 퓨전 사극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것.
“도성에 흉흉한 소문이라니! 아, 이것 참으로 걱정이로구나!”
탐관오리나 부정부패한 관리들의 집을 습격하여 이중장부를 빼돌리는 도둑으로 활동하는 왕자의 이야기였는데, 제법 흥미진진했다.
그렇게 대본에 집중하고 있을 때,
부우우웅.
그의 전화가 울렸다.
보통 대본 연습할 때 오는 전화는 다 무시하는 편이었지만 왠지 꼭 받아야 할 것 같다는 강한 촉이 느껴졌다.
그래서 핸드폰을 들었고, 발신인을 확인했다.
“!”
강소였다.
그는 얼른 전화를 받았다.
.
.
.
잠시 후.
윤진은 미리내 공원으로 향했다.
강소가 자신의 집으로 오겠다는 것을, 자신이 미리내 공원으로 가겠다고 한 것.
직접 운전해서 도착한 미리내 공원은, 참으로 아름다운 공원이었다.
그 안쪽의 정자로 다가가자 강소가 그를 맞이해 주었다.
“어서 오십시오.”
“네.”
강소는 그에게 차를 내밀었다. 어디서 났는지 김이 펄펄 나는 따뜻한 차가 머그잔에 담겨 있었다.
“드십시오. 도라지 꿀차입니다. 목에 좋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차를 마시던 그는 강소에게 물었다.
“그런데 저에게 묻고 싶은 게 있으시다고?”
“네. 그렇습니다.”
강소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하영이가 영웅의 운명을 타고 났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
순간 윤진은 차를 뿜을 뻔했다.
그 정도로 훅 들어왔다.
“그, 그건…….”
“하지만 하영이에게 주어진 운명이 그것 하나뿐이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제가 궁금한 건 그겁니다. 대체 하영이에게 주어진 또 다른 운명이 뭡니까?”
“…….”
“전에 솜니움 아틀리에에서 맞춘 옷을 본 당신과 스텔라 함 디자이너는 뭔가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
윤진은 당시를 떠올렸다.
그때 스텔라 함이 만든 드레스를 입은 유하영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에 윤진은 식겁했다.
그래서 당장 스텔라에게 전화해서 따졌다.
“대체 어쩌자고 그 드레스를 만든 거예요?”
– 내 의지가 아니다.
“……무슨 뜻이에요? 설마?”
– 그래, 그리고 그걸 하영이가 고른 거지. 난 설마 그 아이가 그 옷을 고를 줄은 몰랐어.
“오늘 그 옷을 입은 것을 봤어요. 은은하게 빛이 나더라고요.”
– 그럴 거야. 그리고 그 아이도 알더라고. 그 옷에서 빛이 난다고 말하더라.
“네? 그게 사실입니까?”
– 사실이야.
“드디어 찾았군요. 문제는, 만약 그걸 그들이 알아차린다면…….”
문제는 그걸 강소가 듣고 있었다는 것.
그래서 결국 윤진은 그에게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 옷은 광휘의 족속들이 입는 옷입니다. 광휘의 족속이 가진 능력으로 인해 그 옷에서 빛이 납니다.”
“그럼 그 빛을 모든 이가 볼 수 있습니까?”
“그건 아닙니다. 저희 같은 광휘의 족속이나 어둠의 족속들만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시선을 뗄 수 없을 겁니다.”
“……?”
“주목시키는 힘이 있거든요.”
“그렇다면 지금 하영이에게는 좋은 것이군요.”
“그렇게만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만약 어둠의 족속의 누군가가 본다면 하영이의 존재를 들키게 될 것이고, 하영이가 위험해질 겁니다.”
“하영이의 존재라니, 하영이의 존재가 대체 무엇이기에 그런 겁니까?”
“하영이는, 빛과 어둠 양쪽이 모두 원하는 존재입니다. 그녀를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 어둠의 족속들은 무슨 짓이라도 서슴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그녀를 원하는 건 광휘의 족속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던 것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망각은 인간들이 받은 선물이지 자신들 같은 존재가 받은 선물이 아니었으니까.
“…….”
잠시 정적이 흘렀고, 윤진은 강소를 보았다.
그러고 보니 그때도 그렇고, 이번에 홀리 웨폰에 대해서 말할 때도 강소는 윤진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었다.
‘잠깐……. 그 말은 즉, 광휘의 족속만큼이나 격이 높다는 뜻인데? 격이 높다고? 인간이?’
역사상, 이렇게 격이 높은 자들은 대부분 그 이름이 기록되어 대대로 전해져 내려왔다.
하지만 그건 참으로 드문 일이다.
그렇기에 자신이 미처 그걸 깨닫지 못했었다.
“그래서, 말해 줄 수 없는 겁니까?”
그때 들려온 강소의 말에 퍼뜩 정신이 돌아왔다.
“아, 아닙니다.”
윤진은 고개를 저었다.
“알려 드릴 수 있습니다. 제 말이 왜곡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으니까요.”
윤진은 아직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는 컵을 두 손으로 감싸며 말을 이었다.
“하영이는, 신의 사랑을 받는 자입니다. 그리고 세상 모든 만물을 꿰뚫어 보며 신의 뜻을 행하는 자이기도 하지요.”
“신의 뜻이라면?”
윤진이 빙그레 웃었다.
“사랑입니다.”
“…….”
“하영이는 모든 것을 사랑의 눈으로 바라봅니다.”
그 말에 강소는 그간 유하영의 모습이 이해되었다.
다른 아이가 보이는 미움, 다툼, 시기, 질투 등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세상 모든 만물은, 신의 손과 그 의지에 의해 만들어진 피조물입니다. 그렇기에 알게 모르게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요.”
“그 말은?”
“네, 신이 그 아이를 사랑하기에 세상 모든 만물이 그 아이를 사랑하게 되는 겁니다. 저희 광휘의 족속은 물론이고, 원래 광휘의 족속이었던 어둠의 족속들까지 말입니다.”
“…….”
윤진은 여전히 미소 짓고 있었다.
“그건 저항할 수 없는 겁니다. 하지만 저는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째서입니까?”
“그 대상이 하영이라서요.”
그 말에 강소 역시 빙그레 웃었다. 윤진은 어쩔 수 없는 초코빵이었다.
“그렇게 신의 손길이 닿아 있기에, 인간임에도 광휘의 족속들의 옷이나 무기 등에 반응을 보이는 겁니다.”
그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운명을 타고난 아이를 이렇게 부릅니다. 사랑의 선지자라고.”
“…….”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이 그들을 스쳐 가며 머리카락이 날렸다.
“그렇군요.”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유하영이 타고난 또 하나의 운명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진작 물어볼 것을 그랬나?’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강소가 윤진에게 유하영에 대해서 지금에서야 물어보게 된 것은 뭔가 하늘의 뜻이 있는 것일 터.
강소는 문득 의문이 생겼다.
사랑의 선지자라는 운명은, 신의 뜻인 사랑을 행하기 위한 운명이라고.
하지만 그 운명은 그것만을 위한 것이 아닌 듯했다.
‘혹시?’
전에 Good Music Project 콘서트 때를 떠올렸다.
인간도, 광휘의 족속도, 어둠의 족속도 모두 함께 어우러지던 그 모습이 보기 좋다고 생각했을 때 강소의 옆에 노파가 나타났다.
그 노파는 이렇게 물었다.
“보기 좋지?”
그리고 그 노파는 정말 환하게 웃었다.
“…….”
강소는 알 것 같았다.
신의 뜻인 사랑, 그 사랑에는 모두를 하나로 모으고 싶다는 의지도 담겨 있음을.
.
.
.
윤진은 자신의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며 거울을 보았다.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그가 강소에게 말해 주지 않은 것이 있었다.
그건 왜 어둠의 족속이 유하영을 원하는지, 그 진짜 이유에 대해서였다.
‘사랑의 선지자가 타락하면, 세상은 그들의 손에 떨어지니까.’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이번 사랑의 선지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듯했다.
‘타락은커녕, 감화되고 있으니까.’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 * *
아침이었다.
유하영은 눈을 떴다.
“핫!”
그리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늘은 9월 10일.
자신의 생일이었으니까.
유하영은 침대에서 나왔다.
그리고 엄마가 알려 준 대로 침대를 잘 정리하고, 자신이 안고 자는 토끼 인형을 침대 위에 잘 올려놓으며 말했다.
“오늘 내 생일이야. 너랑 만난 지 벌써 1년이 되었네?”
그 말에 왠지 토끼 인형이 웃는 것처럼 보였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유하영은 목욕탕으로 들어가, 발판을 끌어다 세면대 위에 놓았다.
그리고 허푸허푸 세수를 하고 수건으로 물기를 잘 닦은 후 베이비 로션도 찹찹 발랐다.
그렇게 아침맞이 준비를 한 유하영은 쪼르르 1층으로 내려갔다.
“어니! 어니!”
1층 홀에서 보행기에 앉아 있던 유채영이 유하영을 불렀다. 그러자 강소가 뒤를 돌아보았다.
“좋은 아침이다. 하영아.”
“응.”
그때 주방에서 유순태가 고개를 쑥 내밀었고, 웃으며 말했다.
“생일 축하한다. 하영아.”
“감사합니다.”
그리고, 함께 주방에 있던 임소영도 유하영에게 말했다.
“생일 축하해. 하영아.”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강소와 허만철이 말했다.
“생일 축하한다.”
“생일 축하해.”
“고마워.”
.
.
.
아침상에 미역국이 올라왔다.
그 미역은 강소의 인벤토리에서 채취한 미역으로, 그 미역을 본 유순태가 깜짝 놀랐다.
“아니, 무슨 미역이 이렇게 질이 좋고 싱싱해?”
그리고 좋아했다.
좋은 미역으로 유하영의 생일 미역국을 끓여 줄 수 있겠다면서.
생일상에는 이런저런 음식들이 가득 차려졌다.
너비아니, 불고기, 잡채, 샐러드에, 이런저런 나물 등 진수성찬이었다.
아침부터 유순태와 임소영 그리고 강소와 허만철이 열심히 움직인 덕분이었다.
허만철은 돕지 않아도 되었지만, 나중에 진선아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자신이 직접 생일상을 차려 주겠다면서 그 실습이라고 우겨서 돕게 된 것.
그리고, 가운데 놓인 건 이혁이 만든 케이크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촛불을 후 불어서 껐다.
“케이크는 이따가 후식으로 먹자.”
“네!”
그렇게 아침을 먹고, 케이크를 먹을 때 유순태가 선물을 건네었다.
“자, 하영이 선물.”
“와! 감사합니다.”
유하영은 포장지를 풀어 보았다.
포장지 안에서 나온 것은 예쁜 구두였다.
“와! 예쁘다!”
유하영은 즉시 구두를 신어 보았다.
“어때? 하영아. 발은 편해?”
“네!”
요즘 신발은 대략적인 사이즈만 알면, 어떤 신발을 신어도 각 사람의 발에 스스로 맞추었다.
마정석 기술 덕분이다.
그래서 모양과 착화감까지 모두 챙길 수 있는 것.
“감사합니다.”
유하영의 인사에 유순태가 말했다.
“좋은 신발은 좋은 곳으로 데려다준다는 말이 있지. 하영이가 그 신발을 신고 가는 곳마다 좋은 일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준비했어.”
“이거 신고 가면, 좋은 일이 있을 거예요.”
그다음으로, 강소가 선물을 내밀었다.
“자, 선물이다.”
“어? 팔찌네?”
역시 유하영은 포장지를 뜯지 않고도 안에 있는 것을 알아보았다.
“맞다.”
치두가 만든, 유하영의 운명을 가려 줄 아티펙트였지만, 그건 말하지 않았다.
유하영은 선물을 뜯어 그 안의 팔찌를 확인했다.
“한번 해 볼까?”
“응!”
임소영이 유하영의 팔에 팔찌를 채워 주었다.
우웅.
살짝 진동하던 팔찌는 유하영의 팔에 착 붙었는데, 그녀는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와! 팔찌가 엄청 가벼워!”
현재 유하영은 그것 말고도 다른 팔찌를 두 개나 차고 있었다.
그리고,
그 팔찌들과 마찬가지로 강소가 선물해 준 팔찌 역시 투명화 기능이 있었다.
“그 팔찌가 너를 지켜 줄 거다. 그러니까 항상 하고 있어야 한다.”
“알겠어. 선물 고마워.”
유하영은 팔찌를 보며 빙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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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집에 돌아온 유하영은 이런저런 선물을 잔뜩 받아 왔다.
차현태에게 듣기로, 촬영장에서 유하영의 생일 파티를 해 주었다고 했다.
유하영은 무척 행복해하면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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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유하영은 한 여자를 보았다.
참 아름다우면서도 강인해 보이는 여자였다.
그녀는 유하영을 바라보았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것들이 유하영을 슬프게 만들었다.
유하영은 그녀에게 다가가 토닥였다.
“언니. 울지 마.”
“나는 울고 있지 않아.”
“아니야. 언니 지금 울고 있잖아. 사람은 꼭 눈물을 흘려야 우는 게 아니라고 했어.”
“……그렇구나.”
그녀는 유하영에게 물었다.
“네 이름은 뭐니?”
“나는 유하영이야. 음……. 언니 이름은 뭐야?”
“나? 내 이름은 프레이.”
“있잖아. 음……. 나는 언니가 울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자신의 토끼 가방 안에서 초콜릿을 꺼내 주며 말했다.
“이거 먹어.”
그 말에 그녀는 초콜릿을 받았다.
“이거 먹으면 하나도 안 슬퍼져.”
“고마워.”
유하영은 그녀를 보며 말을 이었다.
“너 역시 나와 같은 운명을 타고났구나.”
“운명? 그게 뭐야?”
하지만 그녀는 유하영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너는 나처럼,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는 내 호위기사의 말을 믿었어야 했어. 하지만 나는 믿지 못했지.”
유하영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것 같으면서도 알 수 없었다.
“너는 네 호위기사를 믿으렴. 그리고 부디, 너는 행복하길.”
그 말과 함께, 유하영의 눈앞이 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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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는 자신 앞에서 사라진 소녀를 떠올렸다.
참 귀엽고 깜찍한 소녀였다.
‘이번 대에는 그 아이가 나의 운명을 이어받은 건가?’
뭔가 안타까웠다.
자신의 운명은 그런 아이가 감당하기에 참으로 가혹했으니까.
그녀는 죽었고, 죄책감에 이 일을 맡기로 했다.
자신의 운명을 이어받은 아이에게 조언해 주는 일.
하지만,
행복한 결말로 이어진 적은…… 거의 없었다.
그때 그녀의 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프레이 님. 여기 계십니까?”
그녀의 호위기사였다.
언제나 그녀를 지켜 주던 호위기사는 죽어서도 자신을 지켜 주고 있었다.
자신은 부끄러워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호위기사는 믿음을 주지 못한 건 자신의 잘못이라 말했다.
프레이는 손바닥 위의 초콜릿을 보았다.
초콜릿은 두 개였다.
‘알고 준 건가? 나눠 먹으라고?’
왠지 이번에는, 예감이 좋았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55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