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599
598화. 추수 감사 자선 파티 (4)
강소는 파티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모두 진심으로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그동안 강소는 방송국에서 촬영하는 연예인들을 보며, 그들이 정말 즐거워서 웃는 게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하영이 앞에서는 진심으로 웃었지만.’
강소는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알지만 어쩐지 씁쓸했다.
그 상황이 안타까웠던 그였기에, 지금 그들의 즐거워하는 모습에 만족감을 느꼈다.
“있잖아요. 어제 채영이가 다섯 걸음이나 걸었어요.”
“오? 그래?”
“하영이가 동생을 무척 좋아하는구나.”
“네. 채영이 너무 좋아요.”
유하영은 초대받은 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강소는 씩 웃으며 테이블의 빈 접시를 쟁반에 담았다.
현재 이곳에는 자원봉사를 하는 이들 말고도 양춘각 식구들도 있었다.
그들은 웨이터복을 입고 서빙을 하는 등의 보조 역할을 하는 중이었다.
강소가 맡은 건 테이블의 빈 접시와 빈 잔을 치우는 일이다.
‘여기도 있군.’
그는 또 다른 빈 접시를 쟁반에 담았는데, 점점 그를 지켜보는 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뭐야? 서커스인가?”
“와, 저게 안 넘어지네?”
그들의 반응에 강소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들 그러는 거지?’
그는 그냥 평범하게, 접시 위에 잔 세 개를 올렸는데 공간이 부족해서 그 위에 빈 접시를 다시 두 개 올리고, 다시 컵 하나를 놓고 다시 접시를 두 개 올렸을 뿐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런 강소를 보고 감탄하는 것.
그는 그냥 무덤덤하게 그 위에 빈 잔을 두 개 더 올리고 접시를 하나 더 마저 올린 후에 주방으로 쓰이는 곳으로 향했다.
“헉! 행님!”
“혹시 예전에 서커스 단원이셨어요?”
그런 그를 보며 설거지를 하던 맹철영과 허만철이 깜짝 놀랐다.
“그건 아닙니다만, 아까 보니까 사람들이 다들 저를 보며 두 분과 같은 반응이더군요. 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정말 모르겠다는 반응에 뒤에서 밀 트레이를 끌고 들어오던 오동수가 말했다.
“당연히 놀라죠. 그거 형만 할 수 있는 거니까요.”
“뭘 말이냐?”
“그거요. 접시랑 컵으로 탑을 쌓는 거요. 다른 사람들은 그만큼 쌓기도 전에 균형을 잃고 엎을 거예요.”
그 말에 강소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건 흔들리지 않는 하체와 상체의 힘 그리고 힘을 적당히 흘려 주는 그런 기술만 있으면 가능한 거다. 너도 원한다면 이렇게 할 수 있다.”
“형…….”
오동수가 눈으로만 웃으며 말했다.
“사양할게요.”
화왕 선발 대회 당시의 특훈만 떠올리면 뭔가 허무해졌고, 또다시 그런 경험을 하는 건 사양하고 싶었다.
“뭐,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할 수 없지.”
강소는 쟁반 위의 그릇을 설거지통에 넣고는 다시 파티장으로 나갔다.
유하영과 노민아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보며 고영민도, 유하영을 케어해 주는 삼인방도, 임소영과 임송규도, 유채영도 모두 즐거워하고 있었다.
지금 강소에게는 분명히 느껴지고 있었다.
유하영이 웃을 때마다, 그리고 즐거워할 때마다 그녀에게서 무척이나 맑은 오러가 사방으로 퍼지고 있었다.
‘혹시 저게 플로나가 말했던 사랑의 선지자가 중요한 이유인가?’
뭐가 어찌 되었든, 유하영이 즐겁다면 된 거다.
‘그런데…….’
아까부터 영 파티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한 남자가 보였다.
그의 이름은 이건호.
전에 강소가 감명 깊게 봤던 동영상 속 ‘가을비보다 햇살이 좋아’를 부른 가수이다.
이번에 노민아와 유하영의 크리스마스 콘서트에 초대 손님으로 지원했고, 제비뽑기를 잘해서 초대 가수로 참석할 예정인 가수이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그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강소 형.”
그때 뒤에서 누군가 그를 불렀다. 고개를 돌려보니 헤븐스 차일드의 오창수와 멤버들이다.
“파티는 즐겁니?”
“네. 형.”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정말 오랜만에 뵙네요. 전에 보컬 트레이닝을 했을 때는 그래도 자주 뵈었는데.”
오창수의 말에 함께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도 말했듯이, 이제 트레이닝을 받을 단계는 지났다. 앞으로는 스스로 해 나가야지.”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거예요.”
“맞아요.”
홍석원의 말에 다른 멤버들이 동의했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 오창수가 물었다.
“그런데 어딜 그렇게 보고 계셨어요? 뭔가 심각한 표정이시던데.”
“아, 별건 아니고 저기 이건호 씨. 뭔가 고민이 있어 보여서 말이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심각한 표정이시더라고요.”
“하영이가 주최한 파티에, 즐겁지 않은 사람이 한 사람도 있어서는 안 되지.”
강소는 오창수를 보았다.
“창수야. 네가 가서 무슨 일인지 좀 알아 봐라.”
“제가요?”
“나보다는 그래도 후배인 네가 낫겠지.”
그 말에 오창수는 다른 멤버들의 응원을 받으며 이건호에게 다가갔다.
* * *
이건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모처럼 왔는데 마음껏 즐기지 못하다니!’
안타까웠다.
신나는 파티였음에도, 자신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앨범에 대한 고민 때문에 마냥 즐길 수 없다는 게 답답했다.
“안녕하세요.”
그때 앞에서 한 젊은 청년이 인사를 했다. 방송국에서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아, 헤븐스 차일드의?”
“네, 오창수입니다.”
“리더였죠?”
“맞습니다. 선배님.”
전에 음악 방송에 출연했을 때 대기실로 인사 온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별로 없던 그들이었기에 어색했지만 곧 친해질 수 있었다.
그들에게는 유하영이라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팀원 중에 홍석원이라는 친구, 부럽네요. 하영이에게 반지도 받고.”
“안 그래도 저도 엄청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나는 초대받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덕분에 이렇게 친목을 다질 수도 있고 또 즐거운 시간도 보낼 수 있으니까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때 오창수가 머뭇머뭇하다 말을 꺼냈다.
“저, 이런 말…… 주제넘은 참견일 수도 있지만, 얼굴이 어두워 보이십니다.”
“…….”
“고민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오창수는 고개를 살짝 들어 저쪽에 있는 강소를 보았다. 강소가 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창수의 말에 이건호가 하하 웃었다.
“예리한 친구네요.”
오창수는 말을 이어 갔다.
“사실 제가…… 리더라서 그런지 팀원들의 기분을 살피는 것이 버릇이 되어서…….”
“좋은 리더군요.”
“부족한 리더입니다.”
이건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창수 씨도 그런 경험이 있겠죠? 이번 앨범이 다음 앨범보다 성적이 더 좋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물론이죠.”
그건 인기를 먹고 사는 직업이라면 절대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수입과 직결되는 부분이었으니까.
하지만,
더 깊게 들어가면 단순히 수입이 있고 없고가 아닌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건 ‘나는 더 이상 대중이 원하지 않는 존재인가?’하는 그런 자아 성찰 말이다.
“그런 겁니다.”
이건호가 말을 이었다.
“다음 앨범을 내야 하는데…… 도무지 이거다 싶은 게 없는 거죠.”
“…….”
자신의 고민에 대해서 말하려 하지 않았지만, 왠지 입을 열기 시작하자 말이 계속 이어졌다.
아마도 은연중에 바라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누군가 자신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봐 주기를 말이다.
사실 매니저에게도 이런 고민을 털어 놨었다.
매니저 최현우는 성심성의껏 그를 위로했지만, 그의 위로에도 그 걱정이 해결되지는 않았다.
어쩔 수 없었다.
그와 매니저의 입장은 달랐고, 직접 곡을 만들고 그 성적에 책임을 지는 건 이건호였으니까.
그래서 이곳에 와 보기로 한 것이기도 했다.
그와 같은 입장에 있는 이들을 만나서 대화 좀 나누어 볼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하늘 같은 대선배인 그에게 쉽게 다가오는 이들이 없었고 그게 아쉽던 참에 헤븐스 차일드의 오창수가 그에게 말을 건넨 것이다.
“선배님께서도 그런 걱정을 하시다니!”
“왜요? 놀라운가요?”
“네. 신기하네요.”
“하하하.”
이건호가 웃었다.
“신기할 게 뭐 있나요? 나도 인간이고…… 나도 가수인데.”
“…….”
“이겨 내야죠.”
그 말에 오창수가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저…… 데뷔할 때 쓰러진 적이 있었어요.”
“그래요?”
“네. 데뷔하기는 하는데, 성적이 좋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뭐 그런 걱정 때문이죠.”
정확하게 말하면 엄청난 투자금이 들어왔는데, 그 투자자가 만족할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할까 봐 그게 두려웠다.
“그때 제가 아는 형이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
“중압감은 이겨 내는 것이 아니라 익숙해지는 거라고요.”
“익숙해지는 거라고요?”
“네.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중압감이 저를 짓눌러 올 거라고요. 하지만 금방 익숙해질 거라고 했어요. 그것에 익숙해질 만큼 실력과 경험이 쌓이게 되니까요.”
오창수는 아직 강소가 자신에게 해 준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저희 그룹의 좌우명이, ‘나를 삼키지 못하는 중압감은 나를 성장하게 한다.’죠.”
이건호는 그 말을 중얼거렸다.
“나를 삼키지 못하는 중압감은 나를 성장하게 한다라…… 그렇군요.”
“하지만 선배님은 저희와 다른 입장이셔서…….”
그 말에 이건호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결국은 같은 입장입니다.”
“선배님은 저희보다 더 많은 경험이 있으시잖아요. 지금까지 내신 앨범이 몇 개인데요.”
그 말에 이건호는 순간 멍해졌다.
그리고 뭔가 깨달은 듯 “아!”하는 소리를 내었다.
“왜 그러세요?”
“고마워요. 덕분에 중요한 사실을 하나 깨달았어요. 그건 지금 내가 느끼는 중압감을 앨범을 낼 때마다 느꼈다는 겁니다.”
그는 하하 웃었다.
“그리고 이번이 유난히도 더 강한 압박감이 느껴지지만, 이걸 이겨 내면 나 역시 성장할 수 있다는 거겠죠.”
그 말에 오창수가 심각하게 말했다.
“선배님은 그만 성장하셔도 괜찮아요. 제 롤모델이 선배님이신데…… 너무 멀리 가시면 저 울어요.”
“하하하.”
이건호는 유쾌하게 웃었다.
“생각이 좀 정리된 것 같아요. 덕분입니다. 고마워요.”
“별말씀을요.”
그렇게 한층 밝아진 얼굴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때, 그곳으로 유하영이 다가왔다.
“선배님. 왜 안 즐거워요?”
유하영도 이건호의 고민을 알아차린 듯했다. 이렇게 다가온 것을 보니 말이다.
“아, 이제는 괜찮아.”
유하영은 고개를 들어 이건호를 빤히 바라보았고, 그 시선에 이건호는 헛기침을 했다.
“험험, 그러니까 사실은…….”
그리고 자신의 고민에 대해 말했다.
“그래서 생각했어. 압박감에 대해서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자고.”
“그렇군요.”
유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압박감은 왜 느껴요?”
“응?”
“노래하는 거 즐거운데, 왜 그런 거 느껴요?”
“그건 이번 노래가 저번보다 성적이 좋지 않을까 봐 그런 거지.”
그 말에 유하영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그럼 선배님은 1등 하려고 노래 부르는 거네요?”
“……!”
그 말에 이건호의 두 눈이 커졌다.
생각지도 못한 유하영의 말이 그의 정수리에 비수를 꽂아 넣었다.
“아…….”
그리고 그 말은 자신의 노래 인생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였다.
* * *
강소는 피식 웃었다.
‘역시 하영이네.’
유하영은 이건호와 대화를 했다. 그리고 이건호는 뭔가 허탈하게 웃었다.
그럴 만도 했다.
방금 유하영이 이건호에게 던진 말은 근본적인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보았다.
시간 관계상 윤한종과 성진호는 잠깐 얼굴을 비추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신과 조셉은 아직 남았지만 아직 사람들은 그들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한민국의 제로급 각성자인 이신이다.
옆에 미국의 제로급 각성자도 있었지만, 그의 신상은 철저한 기밀이었기에 그냥 이신의 지인이라 알고 있었다.
아무튼, 허들이 너무 높았다.
덕분에 그들은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무알콜 맥주만 마셔대고 있었다.
그때였다.
“심심하지 않아요?”
언제 왔는지, 이건호 옆에 있던 유하영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심심하지 않아.”
“거짓말인데? 거짓말하면 안 돼요.”
유하영은 이신의 거짓말을 알아차렸고, 이신은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었다.
“하하하, 그러게. 아무도 와 주질 않네.”
그는 말을 이었다.
“우리가 다가가도 어색해하고 그래서…….”
“잠시만요.”
그때 유하영이 어딘가 쪼르르 달려갔다. 그리고 누군가의 손을 잡았다.
“어?”
그녀가 손을 잡은 사람은 도깨비 장단의 리더 영훈이다.
“오빠. 이리 와요. 내가 친구 소개해 줄게요.”
영훈이 유하영에게 끌려가자 멤버들도 얼떨결에 함께 끌려갔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이신이 있는 테이블이다.
“여기, 좋은 오빠예요.”
유하영 덕분에 이신과 그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어……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그런데 저희 초면은 아니죠?”
“전에 도깨비 마을에 찾아갔을 때도 뵌 것 같네요.”
“맞아요. 그리고 공식 행사에서도 뵙고.”
어색한 분위기에서 나누기 시작한 대화는 어느새 화기애애해졌다.
유하영이 그들을 연결해 준 건 좋은 판단이었다.
너무나도 대단한 ‘이신’에 대한 거리감을 가지고 있는 이들과 달리 도깨비 장단은 도깨비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말은 이신에 대한 거리감이 없다는 뜻이다.
강소는 피식 웃었다.
생각보다 유하영이 파티 주최자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었다.
이건 타고난 게 아니었다. 분명 누군가에게서 배웠을 터이다.
그때.
유하영이 어딘가를 보았고, 그녀의 시선이 머문 곳에는 김지은이 엄지를 들어 보였다.
‘그렇군.’
최고의 스승이 가까이에 있었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59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