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633
632화. 가요대상 (3)
유하영이 소리쳤다.
“또 파묻혔어요!”
“도와주세요!”
이미 백은하와 지미현이 옆에 대기하고 있었기에, 두 사람은 웃음을 참으며 두 아이를 구해주었다.
“음.”
“음음.”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노민아와 유하영은 무대 가운데로 향했다.
“그럼 소감을 들어 보겠습니다.”
현이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고, 노민아와 유하영은 스탭이 건네준 마이크를 들었다.
“안녕하세요.”
“민하 걸즈입니다.”
“오늘 이렇게 좋은 상을 받았어요. 이 상을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려요.”
“감사드리고 싶은 분이 많은데, 말하다가 빼먹으면 기분이 상하실 것 같아요.”
“그러니까요, 모두 모두 감사드립니다.”
“모두 모두 사랑해요!”
간단하게 인사를 마친 그녀들은 무대에서 내려왔다.
2부에서는 다섯 번째부터 여덟 번째까지의 우수상과 작곡자 상, 편곡 상 등등이 발표되었다.
2부가 거의 끝나 가는 시각,
노민아와 유하영은 대기실에서 열심히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고 있었다.
2부의 클로징 무대가 바로 그녀들과 디어플로의 합동 무대였기 때문이다.
“준비 다 됐어?”
대기실로 찾아온 디어플로의 물음에 그녀들은 얼른 대답했다.
“네!”
“준비 다 됐어요!”
* * *
저녁 8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추운 겨울철이라 그런지 저녁 홀 손님은 늦게까지는 없었다.
대부분 7시 반이 넘으면 식사를 마치고 돌아갔기에 지금 홀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늘은 좀 일찍 문을 닫을까?”
“그러자.”
오너인 유순태의 허락이 떨어지자 강소는 문 앞에 [영업종료] 팻말을 걸었다.
TV에서는 NBS 가요대상을 하고 있었다. 화면을 보고 있던 허만철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하영이 무대 하네요.”
“아! 그래?”
그 말에 유순태가 2층을 향해 외쳤다.
“지금 하영이 무대 한대!”
그 말에 임소영이 유채영을 안고 얼른 1층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모두 TV 앞에 경건하게 앉아 민하 걸즈의 무대를 지켜보았다.
어두운 무대,
화면 밑에는 [Moonlit Night / 원곡 UP&S / 편곡 조현철, 김준경/ 노래 디어플로, 민하 걸즈]라는 자막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격변의 시대 이전에 큰 인기를 누렸던 UP&S라는 그룹이 부른 노래로 강렬하고 빠른 템포의 노래였다.
두둥! 두둥!
긴장감 넘치는 소리와 함께 무대에 불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빠른 비트의 음악이 들려올 때 화면에 보이는 하얀색 막 뒤로 누군가의 선명한 그림자가 보였다.
그리고 곧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춤을 추던 그 누군가는 갑자기 하얀색 막을 찢고 나왔다. 디어플로의 메인 댄서이다.
한복 풍의 옷을 입은 그가 중저음의 소리로 읊조렸다.
“여기 지금, 달이 뜬다.”
동시에 카메라 앵글이 돌아가며 노래가 시작되었고, 남은 다섯 명 역시 한복 풍의 옷을 입고 안무를 하며 노래했다.
여기, 지금, 달이 뜨는 밤.
우리는 달 놀이 간다.
세상이 잠들어도
우리는 잠들지 않지.
소란스러운 세상 따윈
우리와 상관없지.
앵글이 다시 바뀌었다.
노민아와 유하영 역시 한복 풍의 옷을 입고 연습한 안무와 노래를 했다.
이곳은 무릉도원.
달이 뜨는 그 아래, 찬란한 꽃들
피어라 화려하게
달밤 아래에
순간, 비트가 갑자기 빨라지기 시작했고, 탈을 쓴 여섯 남자는 꽃이 그려진 부채를 들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아니, 여섯 명이 아니었다.
어느 순간, 가운데 탈을 쓴 사람이 한 명이 더 생겨났다.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누구지?’
‘키가…… 작은데?’
‘어린이?’
그렇게 춤을 추던 일곱 명은 동시에 탈을 벗어 위로 던졌다.
순간, 사람들은 가운데에서 춤을 추던 사람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깜짝 놀랐다.
그건 양춘각의 식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 하영이?”
“하영이었네요?”
“하영이가 저 안무를 같이 춘다고?”
파워풀하면서도 유연성이 없으면 힘든 춤이었지만, 유하영은 힘들이지 않고 춤을 췄다.
그걸 보며 모두 신기해했지만, 강소는 여유롭게 미소 지었다.
‘사실 저 정도는 하영이에게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니지.’
손수 유하영을 지도하는 강소이다.
그는 유하영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더욱더 철저하게 지도했다.
그때, 여섯 명에게 둘러싸인 유하영은 그 상태에서 좌우의 디어플로 멤버를 붙잡고 뒤로 재주를 넘어 앞으로 나왔고, 들고 있던 꽃부채를 허공을 향해 던졌다.
카메라는 꽃부채를 향해 앵글을 고정했고, 떨어져 내리는 꽃부채를 노민아가 잡았다.
음악은 순식간에 느려졌고, 노민아는 꽃부채를 촤악 펼치며 노래했다.
여기 이곳은 시끄러운 인세와
떨어진 곳
우리는 여기서
천년만년 달 놀이하네.
두두두두!
드럼 소리가 울려 퍼지며 다시 비트가 빨라졌다.
그 사이 디어플로와 민하 걸즈는 한 무대에 모였고, 빠른 안무를 함께 추며 노래했다.
여기, 지금, 달이 뜨는 밤.
우리는 달 놀이 간다.
세상이 잠들어도
우리는 잠들지 않지.
소란스러운 세상 따윈
우리와 상관없지.
그렇게 무대가 끝났다.
[곧 3부가 시작됩니다]그런 자막과 함께 TV 광고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조금 전 무대가 아직도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초코빵들은 난리가 났다.
[역시 민하 걸즈는 본업할 때가 제일 멋져!] [여러분! 착각하지 마세요! 민하 걸즈는 가수입니다!] [하영이 춤출 때, 내 심장도 춤췄다] [애들아! 제발 천년만년 노래해 줘!] [저 어려운 춤을 7살 아이가 췄습니다! 여러분! 하영이는 천재가 틀림없어요!] [부채 받을 때, 민아 표정 연기에 치입니다] [과연 민하 걸즈의 재능의 한계는 어디까지입니까?] [이 아이들이 아직 7살, 8살이라는 게 두렵다]강소는 핸드폰으로 인터넷 댓글들을 살폈다. 그리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반응이 아주 좋다.”
“다행이네.”
허만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쁠 리가 없지요.”
유채영도 두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아부! 파우우!”
유하영을 응원하는 듯한 그 소리와 몸짓에 모두 웃었다.
* * *
밤이었다.
연말을 마무리하며 TV와 세상이 떠들썩했지만, 은탑은 오늘도 여전히 밝게 빛나고 있었다.
야근의 불빛이다.
사무실에 켜 놓은 TV에서는 NBS 가요대상을 하고 있었다.
각성자 협회의 직원이라면 시류에 어두워서는 안 되었다. 블랙맨이 언제 어떤 경로로 틈을 타고 암약하고 있을지 알 수 없었으니까.
그래서 시상식 같은 건 사무실에 켜 놓은 채 일을 하곤 했다.
지원 1과 1팀.
사람들은 노민아의 아버지 노건민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축하합니다.”
“따님이 이번에 본상을 받았다죠?”
“여기 스타의 아버지가 있었네요.”
그들의 축하 인사에 노건민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답례를 했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그때 사무실에서 나온 성진호가 그에게 축하를 건넸다.
“축하합니다. 노건민 씨.”
“감사합니다. 과장님.”
“이제 내일이면 떠들썩한 축제도 끝이 나는 거군요.”
“그렇죠.”
내일 31일의 DBS 가요대상을 마지막으로 이번 연도가 마무리되는 것이니까.
“다행이군요.”
성진호의 말에 갑자기 사무실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동향을 분석하고 오더를 내리는, 사람으로 치면 두뇌와 같은 곳이 지원 1과이다.
그렇기에 뭔가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전장을 겪어 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었다.
뭔가 피 냄새가 난다는 것을.
“아, 갑자기 요즘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네요.”
그때, 지원 1과 사무실로 누군가 들어왔다.
머리를 깔끔하게 틀어 올린 그녀를 보자 직원들은 얼른 인사를 했다.
“아! 과장님.”
“과장님 오셨습니까?”
감찰 2과장 김명희다.
“무슨 일인데 그럽니까?”
공석이었기에 성진호와 김명희는 서로 공대를 했다.
“방금 개미에게 연락이 왔거든요. 그런데 오늘 저녁에 감시하던 곳에서 갑자기 일이 있었다네요.”
“일이라면?”
“이번에도 조직 중 하나인 검은 이파리의 조직원들이 모두 살해당한 채 발견되었어요. 아무래도 보스가 모든 조직원들을 살해한 것 같은데 이번에도 보스의 행방이 묘연해요.”
“단지 그것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건 아닐 것 같습니다만?”
성진호의 물음에 김명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그녀는 서류를 건네며 말했다.
“여기 자세한 내용이 적혀 있어요. 핵심만 말하자면, 이상하게 죽은 조직원들이 모두 극심한 공포를 느끼며 죽은 것 같아요.”
“…….”
서류와 그곳의 사진을 살핀 성진호가 말했다.
“이번에는 사진이 있군요. 그동안은 타 버린 것밖에 없어서 증거를 잡기 힘들었는데…….”
“아무래도 증거 인멸에 실패한 것 같아요. 그래서 좀 기대하고 있어요.”
“음, 마치 표정들이 절망한 듯한…….”
그 순간, 성진호와 김명희는 뭔가 알 것 같다는 표정을 지었다.
‘절망의 구슬’이라는 단어가 떠오른 것.
하지만 그건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다. 팀장급 이하의 직원들에게는 극비로 취급되는 정보였으니까.
* * *
다음 날 아침.
“안녕하세요!”
김지은이 출근하며 밝게 인사를 건넸다. 그녀는 무척이나 기분이 좋아 보였다.
“좋은 일 있으십니까?”
강소의 물음에 김지은이 대답했다.
“그럼요! 어제 민하 걸즈가 상을 탔잖아요. 게다가 어제 무대 할 때는 얼마나 멋있었는데요!”
“직관한 보람이 있으시군요.”
그렇게 어제 있던 NBS 가요대상을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강소에게 메시지가 도착했다.
“……?”
발신인은 천해진이다.
확인해 보니 오늘 브레이크 타임에 잠시 만나자는 내용이었다.
강소는 흔쾌히 [알겠습니다]라고 답장을 보냈다.
.
.
.
그날 오후.
강소는 전에 천해진을 만났던 합정역 근처의 카페로 향했다.
3층에 위치한 카페로 들어가자, 손님은 천해진 단 한 명뿐이었다.
‘손님은, 아닌가? 실질적인 주인이니.’
강소를 보자마자 천해진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서 오십시오.”
“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표정이 별로 좋지 않으십니다.”
강소의 말에 천해진은 멋쩍게 웃었다.
“제가 나름 표정 연기에 자신이 있는데, 강소 님 앞에서는 소용이 없군요.”
“아닙니다. 표정 연기라면 훌륭하십니다. 저는 단지 상대방의 기운, 그러니까 오러로 판단하는 겁니다.”
“하하하. 그렇군요.”
천해진은 그에게 자리를 권했다.
“앉으십시오. 음료는 제가 미리 주문했습니다.”
곧 카페 사장이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따뜻한 핫초코를 가지고 왔다.
“여기 주문하신 메뉴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마워.”
천해진의 말에 카페 사장이 웃으며 말했다.
“별 말씀을요. 그럼 편하게 대화 나누십시오.”
그리고 카페 사장은 곧 준비대로 돌아갔고, 그릇을 설거지하기 시작했다.
강소는 잔을 들어 핫초코를 마셨다.
따스함이 밀려오며 마음이 편안해지는 듯했다. 역시 달콤한 게 최고였다.
“그런데, 저를 왜 보자고 하셨습니까?”
강소의 물음에 천해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위리 님에 대해서 아십니까?”
“그 흉터가 많은 분 말입니까?”
“네.”
“같은 초코빵이기에 알고 있습니다.”
“사실 그분은, 왕의 가장 충실한 수하입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그분이 그러더군요. 고민해 보라고요. 어떻게 하면 이 빌어먹을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말입니다.”
“…….”
“아무리 고민하고 또 고민해 봐도, 저에게 방법은 하나뿐이더군요.”
“저를 만나는 것 말입니까?”
“맞습니다. 강소 님을 만나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 말입니다.”
“그래서, 무슨 상황이기에 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겁니까?”
강소의 물음에 천해진은 자신의 품에 있던 명령서를 내밀었다.
그는 그것을 펴 보았다.
그곳에 쓰여 있는 건 두 번째 인간계 그 어떤 곳의 문자도 아니었다.
하지만,
강소가 익힌 술법이 그가 그걸 읽을 수 있게 했다.
“그건 왕의 명령서입니다. 그 안에 적힌 내용은…….”
“읽을 수 있습니다.”
“네?”
“저는 읽을 수 있습니다.”
“…….”
강소는 쓰게 웃었다.
[이 서신을 받은 모든 어둠의 족속들은 어비스로 귀환하여 세상을 손에 넣기 위한 최후의 전쟁에 임하라]역시 자신의 예감이 맞았다.
그는 명령서를 천해진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그럼 이쪽도 준비해야겠군요. 힘든 결정이었을 텐데, 이렇게 나서 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와주신다고 하니 감사합니다.”
“이건 천해진 씨를 돕는 게 아닙니다.”
“네?”
명령서에 적힌 대로, 일이 벌어진다면.
그래서 만약 왕이 이 세상을 손에 넣는다면, 이 두 번째 인간계 역시 왕의 손에 들어갈 터였다.
그렇게 되면 사랑의 선지자인 유하영이 위험했다.
유하영이 위험한 상황은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이유는 그뿐이었다.
강소는 천해진의 반문에 대답했다.
“그냥,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겁니다.”
* * *
저녁이었다.
말라흐는 오늘 저녁으로 먹을 라면을 사서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컵라면으로 얼른 저녁을 때우고 DBS 가요대상을 시청할 계획이다.
‘오늘도 하영이가 상을 타겠지.’
왠지 유하영이라는 아이에 대해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나는 것 같았다.
프레이를 닮은 소녀이자, 그녀가 생각나게 하는 소녀.
어느새 그녀는 자신에게 중요한 존재였다.
그때, 말라흐의 발걸음이 딱 멈추었다. 그리고 골목을 바라보며 말했다.
“거기 있지?”
“…….”
“나와.”
말라흐의 말에 잠시 후 골목길 안쪽에서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한 여자가 나왔다.
검은 너울을 쓰고 있는 아스타이다.
“안녕.”
“네가 무슨 일이지?”
싸늘한 말라흐의 대꾸에 아스타의 입매가 비틀렸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이미 예상했던 반응이니까.
가슴이 너무 아팠지만, 괜찮았다.
정말 괜찮았다.
그녀는 입을 열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왔어.”
“뭔데?”
“하영이를…… 지켜 줘.”
“뭐?”
무림에서 온 배달부 63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