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636
635화. 소고기 파티 (1)
아침이었다.
새벽같이 일어난 강소는 양춘각의 안팎을 쓸고 닦았다.
오늘은 1월 1일.
간밤에 보신각 타종까지 보고 자서 그런지 유순태 부부와 허만철은 아직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유하영도 그동안 시상식에 참석하느라 힘들었는지 코 자고 있었다.
그래도 상관은 없었다.
오늘은 월요일. 정기휴일이었으니까.
“……?”
그때 누군가 움직이는 게 강소의 기감에 잡혔고, 건물 밖을 쓸던 강소는 얼른 안으로 들어왔다.
“…….”
유채영이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엉금엉금 뒷걸음질하여 계단을 내려오는 것을 보며 강소는 피식 웃었다.
‘채영이가 참 똑똑하군.’
아기들은 몸보다 머리가 무겁다.
그렇기에 계단을 기어서 내려올 때 앞으로 기어서 내려온다면 틀림없이 데굴데굴 굴러서 큰일 날 터.
그리고 이제 제법 걷는다고 해도, 계단은 아직 14개월 차로 갓 접어든 아기가 걸어서 내려오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유채영은 제법 안정적으로 뒷걸음질 하여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강소는 가만히 유채영을 지켜보았다.
지금 유채영은 세상을 탐구하는 중이었고, 위험하지만 않으면 방해하지 않는 편이 좋았으니까.
그러다 문득 든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저 문은 대체 어떻게 연 거지?’
1층 홀과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앞에 손님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비밀번호가 있는 문이 하나 있었고, 유순태의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도 문이 하나 더 있었다.
그리고 유순태의 집 출입문은 몰라도 계단 앞의 문은 항상 잠겨 있었다.
그래서 안쪽에서는 손잡이를 돌려야 열 수 있는데, 어떻게 했는지 그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오는 중이다.
‘뭐, 똑똑하니까 어떻게든 했겠지.’
양춘각에 오는 손님들 말을 들어 보면, 아기들은 눈만 떼면 대체 뭘 어떻게 한 건지 상상도 못 한 곳에 있거나 상상도 못 한 사고를 저지른다고 했으니까.
그렇게 한 계단 한 계단 조심조심 내려온 유채영은 드디어 마지막 계단까지 내려왔다.
“까부우!”
유채영은 만세를 하듯이 두 손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강소와 눈이 마주쳤다.
“…….”
“까르륵.”
하지만 곧 유채영은 까르르 웃었고, 강소 역시 웃으며 유채영을 안았다.
“대체 어떻게 내려온 거냐?”
강소는 1층에 있는 보행기에 유채영을 앉혀 주었다.
“배고프면 맘마 먹을래?”
그 물음에 유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웅! 마마! 마마!”
강소는 유채영을 위해 이유식을 만들기로 했다.
유채영은 윗니와 아랫니가 몇 개 났고 그래서 이제 잘게 다진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조금만 기다려라. 고기랑 애호박을 넣어서 맛있는 이유식 만들어 줄 테니까.”
“웅!”
유채영은 자신의 의사 표현을 확실하게 할 수 있었다.
강소는 먼저 손을 씻고는 1층 주방에 들어가서 냄비를 꺼내고, 냉장고 안에서 식재료를 꺼냈다.
“어디 보자…… 애호박이…….”
냉장고 안에 애호박이 없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인벤토리 안에 호족들이 기른 애호박이 있고 강소는 언제든 그 애호박을 가져다 먹을 수 있었으니까.
강소는 인벤토리를 열어 그 안에서 애호박을 꺼냈다.
물에 잘 씻은 후.
타다다다닥!
순식간에 잘게 다졌다.
소고기 역시 잘게 다졌다.
강소는 무공을 적절하게 사용하여 불과 10분 만에 우채영을 위한 이유식을 만들었다.
“자, 맘마 먹자.”
강소는 이유식을 잘 식혀서 부드러운 실리콘 재질의 수저와 함께 유채영 앞에 놓았다.
“혼자서 먹을 수 있을까?”
그 물음에 유채영은 고개를 끄덕였고, 서툴지만 혼자서 이유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걸 보며 강소는 고개를 갸웃했다.
‘원래 저 나이가 혼자서 밥을 먹는 게 가능한 나이인가?’
하지만 곧 결론을 내었다.
‘채영이는 똑똑하니까 가능한 거겠지.’
그렇게 이른 아침을 먹은 유채영은 강소를 향해서 손을 흔들었다.
“오아! 오아!”
“날 부르는 거냐?”
“웅!”
그리고 유채영은 손으로 뭔가를 가리켰다.
강소는 유채영의 시선을 따라가 보았고 뭘 원하는지 알 것 같았다.
“아, TV 틀어 달라고?”
유채영은 고개를 끄덕였고, 강소는 홀의 TV를 켰다.
보통 아이들은 관심이 없거나 재미없어하는 뉴스였지만, 유채영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뉴스를 보았다.
그때 유순태의 기척이 느껴졌다.
‘채영이가 안 보이면 당황하겠지.’
그는 핸드폰을 꺼내 유순태에게 전화를 했다.
– 어, 나야. 무슨 일 있어?
“새해 복 많이 받아라.”
– 너도 새해 복 많이 받아라. 그런데 새해 인사하려고 전화한 거야?
“아, 채영이 지금 1층에 있다고 알려 주려고 전화한 거야. 채영이가 안 보이면 당황할 것 같아서.”
– 그래? 채영이가 1층에 있다고? 어떻게 내려간 거야?
“나도 그게 의문이긴 하다. 중간에 문이 두 개나 있는데 말이야.”
– 아무튼, 알려 줘서 고맙다. 많이 당황할 뻔했네.
강소는 피식 웃었다.
“오늘 아침에 떡국 먹을 거지?”
– 어.
“소고기 미리 삶고, 떡도 미리 담가 놓을게.”
– 땡큐.
강소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뉴스를 보고 있는 유채영을 불렀다.
“채영아.”
“웅.”
“새해 복 많이 받아라.”
“웅. 오아도!”
“그래, 나도 새해 복 많이 받으마.”
.
.
.
오늘 아침 메뉴는 떡국이다.
새해 첫날이니 떡국을 먹어야 한다면서 어제 조아 정육점에 가서 오늘 떡국에 쓸 소고기를 사 왔다.
그리고 오늘 저녁 소고기 파티에 쓸 소고기 가격도 협상하고 미리 계산도 했다.
1월 1일인 만큼, 조아 정육점의 휴일이지만 그 고기만큼은 직접 가져다주기로 했다.
강소가 미리 소고기 양지를 곰솥에 넣고 끓인 것을 보며 유순태가 말했다.
“소고기가 푹 삶아졌네.”
“그렇군.”
“다른 곳에서는 사골 국물에 떡국을 끓이곤 하는데, 우리 가족은 고깃국물로 맑게 끓이는 것을 더 맛있어하더라고.”
그렇게 그들이 요리하는 사이, 허만철이 식탁에 수저와 김치 등을 놓았다.
“이제 고기를 꺼내고 떡을 끓이면 될 것 같다.”
“그럼 고기를 꺼내서 썰도록 하지.”
강소는 허공섭물로 펄펄 끓는 솥 안에서 고기를 꺼내 도마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결 반대방향으로 썰었다.
그동안 유순태는 떡을 솥에 넣고 끓였다.
“고기 다 썰었다. 고명 만들까?”
“그럼 고맙지.”
강소는 달걀을 꺼내 깨트렸다.
그리고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하여 그릇에 담아 잘 섞어서 약한 불에서 익혀 주었다.
“지단이 마름모 모양인 건 알지?”
“당연하지.”
지단은 주재료와 같은 모양으로 잘라야 하는 법.
그래서 국수는 길게, 떡국은 마름모 모양으로 잘라서 올려놓아야 했다.
곧 떡국이 완성되었다.
그릇에 잘 담아서 위에 노란색과 하얀색 지단과 초록색 파와 붉은색 실고추까지 올려놓았다.
그걸 준비대 위에 올려놓자, 허만철이 그릇을 식탁으로 날랐다.
“자, 그럼 먹자.”
“네!”
오늘 유하영은 스케줄이 없었다.
그렇기에 느긋하게 아침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유하영은 떡국을 먹으며 말했다.
“나 오늘부터 8살이에요.”
“맞아.”
임소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영이, 오늘부터 8살이야. 그래서, 8살이 된 소감이 어때?”
그 물음에 유하영이 웃으며 말했다.
“아직 모르겠어요. 학교에 입학해야 소감을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녀는 말을 이었다.
“빨리 학교에 가고 싶어요.”
* * *
적룡 길드에서는 시무식이 한창이었다.
평범한 회사는 정상 근무가 시작되는 날 시무식을 하지만 적룡 길드는 평범한 회사가 아니었으니까.
달력의 빨간 날은 의미가 없었다.
게이트가 터지면 일하는 거고, 게이트 안에 들어가 있으면 일하는 거다.
그러니까 1년 365일 일하는 거다.
그래도 각성자 협회는 민원실같이 공휴일에는 쉬는 부서도 있었기에 내일 시무식을 하지만, 헌터 길드는 그냥 무조건 1월 1일이 되면 시무식을 했다.
적룡 헌터 길드의 대강당.
오동수는 방학 중 활동을 하는 다른 학생들과 함께 그곳에 있었다.
시무식은 그들 역시 참석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형식적인 의례가 끝나고, 사회를 맡은 직원이 말을 이었다.
“그럼, 김해철 길드장님께서 시무식을 맞이하여 한 말씀 하시겠습니다.”
그의 소개에 김해철이 단상에 올라왔고, 사람들은 박수로 환영했다.
“반갑습니다. 김해철입니다. 우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그는 말을 이었다.
“지금 이 자리에 함께 참석하지 못한 직원들이 보이는군요. 자리를 비울 수 없거나 현재 레이드 중이거나 그런 이유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겠죠. 그리고 영영 참석할 수 없게 된 이들도 있고요.”
“…….”
“내년 시무식에는, 이곳에 참석한 모두가 참석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김해철의 말은 그리 길지 않았다.
모두 함께 이번 연도도 힘내서 열심히 살고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는 것뿐이니까.
박수와 함께 김해철이 내려왔다.
“이어서 김지은 부길드장님께서 한 말씀 하시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에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가 들렸다.
홍염의 마녀 흑장미라 불리는 김지은은 적룡 길드의 여신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김지은이 단상 위에 올라왔다.
“안녕하세요. 김지은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길드장님께서 다 하셨네요.”
그녀는 빙긋 웃었다.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은, 우리 적룡 길드는 업계 1위입니다. 그 말은 즉, 여러분은 현재 국내 최고의 헌터라는 겁니다.”
김지은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제 곧 인천공항이 재건되고, 헌터계에 지각변동이 생길 겁니다. 헌터의 국제화죠.”
그 말에 헌터들은 가만히 김지은을 보았다.
“그건 양날의 검입니다.”
그녀의 말대로이다.
그들이 해외로 나갈 수 있다는 건, 다른 나라의 헌터들도 국내로 들어올 수 있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저는 우리 적룡 길드에게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바로 국내 1위를 넘어서 세계 1위가 될 기회 말입니다.”
쾅-!
김지은이 대리석으로 만든 강연대를 내리쳤다.
쩌저적-!
강연대가 가루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이대로는 세계 1위가 될 수 없습니다. 끊임없이! 지금보다 더욱더! 자신을 갈고닦으세요!”
박력 있게 외치던 김지은이 미소 지었다.
“그렇게 자신을 갈고닦다 보면 당신은 세계 1위 헌터 길드인 적룡 길드의 길드원이 되어 있을 겁니다.”
김지은이 고개 숙여 인사했고, 모든 직원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야, 엄청 멋있지 않냐?”
오동수는 자신 옆 학생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멋있네.”
하지만, 그녀의 실체를 알고 있는 오동수이다.
이를테면, 잔뜩 풀어진 얼굴로 강소를 보며 좋아하는 모습이라든가, 유하영이 등장하는 공개 방송에 가서 열렬하게 응원봉을 휘두르는 모습 같은 거 말이다.
저 카리스마 있는 모습과 전혀 다른, 그런 모습이다.
그리고 오동수는 또 다른 것도 알고 있었다.
정말 무자비하게 훈련을 시키고 자신은 그보다 더 고되게 훈련을 하는 독종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기에 입 다물고 있어야 했다.
자칫하면 또 끌려가 훈련을 받게 될 수도 있으니까.
.
.
.
시무식이 끝났다.
하지만 부길드장이 해야 하는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바로 일종의 면담이었다.
각 부서의 부장이나 부부장, 그리고 팀의 팀장이나 부팀장은 개별 면담을 진행했고 그 밖의 부원이나 팀원들은 단체 면담을 했다.
“후우, 피곤하네.”
김지은의 말에 진모영이 말했다.
“이제 피곤하신 면담은 다 끝났습니다. 개별 면담은 방금 전 크사이 팀의 부팀장이 마지막이니까요.”
“그건 좋은 소식이네.”
김지은은 시계를 보며 말했다.
“5시 전에는 끝낼 수 있겠지?”
“전에 말씀하신 것 기억하고 있습니다. 오늘 저녁에 중요한 약속이 있으시잖아요.”
그 중요한 약속이 양춘각 소고기 파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5시 전에 끝낼 수 있도록 스케줄을 잡았습니다.”
“고마워.”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김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오세요.”
진모영의 말에 문이 열리고 여섯 명의 남녀가 들어왔다.
그들은 홍보팀 소속의 홍보 헌터들이다.
남자가 네 명, 여자가 두 명.
김지은이라는 존재로 인해 여자 홍보 헌터를 두는 의미는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아예 두지 않을 수는 없었다.
“안녕하십니까?”
“어서 와요.”
김지은이 그들을 맞이했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 한 사람씩 악수를 했다. 그때 적룡 길드의 홍보 헌터 중 하나인 유성현이 말했다.
“이렇게 또 뵙게 되다니! 영광입니다.”
“네?”
김지은의 반문에 유성현이 말했다.
“그 전에 NBS 가요대상 때 제가 인터뷰를 했지 않습니까? 그때 민하 걸즈의…… 컥!”
유성현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그는 배를 잡고 비틀거렸다.
너무 빨라서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했지만, 직접 맞은 유성현은 알 수 있었다.
김지은이 주먹으로 자신의 배를 쳤다는 것을 말이다.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적수공권만으로 대리석으로 만든 강연대를 가루로 만드는 그녀이다.
자신이 지금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했다.
하지만,
‘나 대체 왜 맞은 거지?’
그녀에게 맞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어머? 괜찮으세요? 말씀하시다가 사레가 들리셨나 보네요.”
“콜록! 콜록!”
배를 맞아서 그런지 아니면 그 고통 때문인지 기침이 나와서 말을 제대로 이을 수 없었다.
“진 비서. 유성현 헌터를 데리고 의무실에 다녀와요.”
그 말에 진모영은 눈을 빛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김지은은 나머지 홍보 헌터들을 보며 말했다.
“그럼 우리는 대화를 나누어 볼까요?”
무림에서 온 배달부 63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