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672
29화. 승전기념 콘서트 (2)
승전기념 콘서트가 결정되었지만, 문제는 재원이었다.
사실 전쟁이라는 것은 어마어마하게 돈이 많이 깨지는 일이다.
그게 침략을 위한 것이든, 방어를 위한 것이든.
게다가 전후 복구를 위해서도 상당히 많은 돈이 필요한 건 당연했다.
각성자 협회 본부.
협회장의 사무실에는 성진호와 강은혜 그리고 재무를 담당하는 재무과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콘서트까지 열고 나면 재정이 간당간당 합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협회의 재정은 국민들을 위해 쓰라고 있는 거니까.”
“옳은 말씀입니다. 하지만 재무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간당간당한 재정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쓰려서 말입니다. 하하하.”
그 말에 강은혜가 말했다.
“죄송하네요. 제가 그런 의견을 내서…….”
그녀의 말에 재무과장이 얼른 손사래를 쳤다.
“아, 아닙니다. 그냥 푸념이었습니다. 하하하. 몇몇 길드에서 후원금을 내기로 했으니까 어느 정도는 커버가 될 겁니다. 안 되면 다른 돈 많은 양반들에게 굽실거리죠. 뭐. 하하하.”
옆에서 성진호가 중얼거렸다.
“어디서 거액이 뚝 하고 떨어졌으면 좋겠네요.”
“그럼 좋지만, 어디서?”
“……그러게요.”
그렇게 대화를 마무리하고 있을 때였다.
인터폰에서 비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 협회장님. 김명희 과장님이십니다.
윤한종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일단 들어오게 했다.
“무슨 일이지? 김 과장이 지금 내게 볼일이 없을 텐데…….”
문이 열리고 김명희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그녀는 퇴원한 후, 이전보다 더 펄펄 날아다녔다.
이전 전쟁으로 홀리 웨폰과의 싱크로율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마침 여기에 다 계시네요.”
“그래, 무슨 일인가?”
공적인 자리였기에, 윤한종 역시 김명희를 공적으로 대했다.
“아스타라고 아시죠?”
“알지.”
윤한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번 전쟁 때 도움을 주었다고는 하지만 그녀의 본질은 어둠의 족속이다.
그렇기에 그녀의 말에 덜컥 걱정부터 되는 거다.
“그녀가 왜?”
그런데, 김명희의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맺혔다. 윤한종은 고개를 갸웃했다.
“방금 연락해 왔거든요. 이번 승전기념 콘서트에 후원금을 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와서요.”
“후원금?”
재무과장이 얼른 물었다.
“얼마나 낸답니까?”
김명희는 그 금액을 말해 주었고, 그 금액에 재무과장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진짜요?”
“네.”
“진짜 그 거액을…… 후원금으로 낸다고요?”
재무과장의 말에 김명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강은혜가 말했다.
“하지만 그런 거액을 낸다는 건 뭔가 바라는 것이 있다는 건데…… 아닌가요?”
그녀의 물음에 김명희가 대답했다.
“맞아요. 그녀는 바라는 것이 있어서 그런 거액을 후원하는 것 같아요.”
“그녀가 바라는 게 무엇인가?”
윤한종이 물었다.
“그게 무엇이냐에 따라서 이번 후원을 받아들일지가 결정되겠지.”
그 물음에 김명희가 하하 웃으며 말했다.
“콘서트 티켓이요.”
“응?”
“이번 승전기념 콘서트에서 유하영을 잘 볼 수 있는 좌석의 티켓 두 장이면 된다는데요?”
잠시 그곳의 이들은 모두 멍해졌다.
그 거액의 후원금의 대가가 고작 티켓 두 장이라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시에 혹시 뭔가 흑심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김명희는 모두의 반응에 이해한다는 듯 웃었다.
“이해해요. 하지만 이건 다른 꿍꿍이가 있어서가 아니라 찐팬이라 그래요.”
“그러고 보니…….”
성진호가 말했다.
“아스타, 그녀 역시 초코빵이죠?”
“네.”
이번 콘서트를 현장에서 직관하기 위해서 위리는 경호원으로 지원했고, 아스타는 후원금을 냈다.
네르갈, 아니 천해진은……
‘그러고 보니 이번에 사회를 그가 보는군.’
성진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하여간, 대단한 초코빵들이군요.”
“그래서 어떻게 하시겠어요?”
김명희가 물었고, 재무과장이 그에게 말했다.
“협회장님! 초코빵이라고 하잖습니까? 그러니까 받아들이죠.”
재무과장은 다급했다.
그 돈이면 다른 이들에게 굽실거리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구멍 난 곳도 메울 수 있었으니까.
윤한종은 웃으며 말했다.
“좋네. 그 거래, 받아들이지!”
“감사합니다!”
그때 성진호가 물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왜 티켓이 한 장이 아니라 두 장이 필요한 겁니까?”
“음?”
“그러고 보니…….”
“뭐, 같이 가고 싶은 사람이 있나 보죠.”
* * *
승전기념 콘서트 티켓팅이 시작되었다.
시간은 미리 여러 차례 고지한 대로 오후 8시다.
그리고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위해서 오전 10시부터 현장 예매를 했다.
물론, 현장 예매가 가능한 나이는 70세부터였다.
일각에서는 그걸 이용해서 부당한 이득을 챙기려는 자들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건 어쩔 수 없었다.
그 어떤 제한을 두더라도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는 자는 부당하게 이득을 취했으니까.
아무튼, 오전의 현장 판매는 성황리에 종료되었다.
양춘각.
영업을 일찌감치 끝내고 강소는 손가락을 풀었다.
우득, 으드득.
티켓팅을 위해서다.
민하 걸즈의 콘서트 같은 행사에는 가족들을 위한 티켓을 따로 준비해 줬었지만, 이번 콘서트는 아니었다.
그래서 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티켓팅을 해야 했다.
“후우…….”
강소는 크게 숨을 내쉬었다.
지금 그의 심정은 마치 흑도의 수장과의 결전을 앞둔 듯했다.
아니 그보다 더 긴장되었다.
‘루시퍼와의 생사결을 앞둔 기분이군.’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긴장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그의 능력이라면 아무도 모르게 들어가서 콘서트를 볼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해서는 마음 놓고 유하영을 볼 수 없었다.
정식으로 배정된 자신의 자리에 앉아 마음 편히 보고 싶었다.
그는 각종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티켓팅 성공률 높이는 방법을 섭렵했다.
그 결과, 유순태의 말이 어느 정도 맞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말 운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자신의 운이 좋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저녁 7시 59분이다.
강소는 핸드폰의 미리 띄워 놓은 예매창의 예매 버튼을 터치했다.
그러자 좌석을 선택하는 페이지가 나왔다.
그는 빠르게 좌석을 훑었고, 사람들이 선택하지 않을 법한 좌석을 찍고 선택 버튼을 터치했다.
[A-20 좌석을 선택하시겠습니까?]강소는 [네] 버튼을 터치했다.
결제창이 떴고, 강소는 간편결제로 결제했다.
[결제가 완료되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마이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아자자!”
강소는 환호성을 질렀다. 피 말리는 티켓팅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이다.
“뭐야? 성공한 거야?”
유순태의 물음에 강소는 뿌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래, 성공했다.”
그 말에 유순태와 허만철이 축하해 주었다.
“축하해.”
“축하드립니다.”
“그나저나 정말 운이 좋은가 보다.”
“그러게 말이다.”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면 정말 자신은 운이 좋았다.
“너를 만난 것부터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말에 유순태가 팔을 비비며 말했다.
“야! 깜빡이 켜고 들어오라고 했지!”
그 말에 허만철이 웃으며 말했다.
“강소 형님이 좀 낯부끄러운 소리를 잘 하는 것 같습니다.”
유순태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허만철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진짜 부럽네요. 저는 그냥 포기했거든요. 오늘 오전의 티켓팅도 장난이 아니었다고 해서요.”
사람들은 혹시 자녀들이나 손주들이 자신의 조부모들에게 부탁해서 티켓을 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했었다.
하지만,
“뭔 소리여? 시방, 이걸 왜 줘?”
“내가 가려고 두 시간 줄 섰어. 이건 내 보물이야!”
“우리 같은 노인네들은 콘서트도 가지 말라고 하는 겨? 지금?”
아니었다.
대부분이 본인들이 가려고 예매한 거였다.
그만큼 이번 콘서트에 대한 관심은 무척 컸다.
딸랑.
그때 문이 열리고 유하영이 들어왔다.
요즘 계속해서 RD엔터로 콘서트 준비를 위해 출근했기 때문이다.
“하영이, 왔어?”
“오늘도 고생 많았네!”
그리고 유순태는 유하영을 데려다준 하태복과 차현태에게 인사를 했다.
“오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별말씀을요. 그럼 가 보겠습니다.”
“살펴 가세요.”
그렇게 그들은 양춘각을 나서고, 유하영은 강소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오빠. 오늘 기쁜 일 있었어?”
그건 유하영에게 미래를 보는 눈이 없어도 알 수밖에 없었다.
그 정도로 강소는 싱글벙글이었으니까.
그러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랐다. 이상하게 유하영의 눈에 강소와 유채영에 대해서는 보이지 않았으니까.
유하영의 물음에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티켓팅 있던 거 알지?”
“응. 오늘 승전기념 콘서트 티켓팅 있잖아.”
“오늘 티켓팅에서 오빠가 승리했다. 티켓 예매에 성공했단 말이지. 하하하.”
그 말에 유하영은 고개를 갸웃했고, 말했다.
“아. 그래서 콘서트에 아빠도 같이 오는구나.”
“응?”
강소는 반문했지만, 이내 유하영은 2층으로 쪼르르 올라가 버렸다.
강소에게 유하영의 말은 뭔가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무슨 뜻이지? 순태도 티켓팅은 포기했는데?’
띵동.
그때 허만철의 핸드폰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 내용을 확인한 허만철이 말했다.
“형님, 지금 김명희 과장님께서 오신다고 하는데요. 미리내 공원에서 만나자고 합니다.”
잠시 후,
강소와 허만철은 미리내 공원에 있었다.
그들이 그곳의 정자에서 기다리기를 한 10분쯤.
부스럭.
그곳으로 한 여자가 다가왔다.
김명희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세요. 과장님.”
김명희는 정자 위로 올라와서 안부 인사를 건넸다.
“잘 지내시죠?”
“네.”
“다행이네요. 저희는 정신이 없어요. 그래서 실례를 무릅쓰고 늦은 밤에 찾아뵙게 되었네요.”
그녀는 곧바로 말을 이었다.
“이렇게 찾아뵙게 된 것은 이번 승전기념 콘서트 티켓을 드리려고요.”
“네?”
강소는 반문했고, 김명희가 말을 이었다.
“사실 이번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던 건 강소 씨와 이신 헌터 그리고 성기사들이 있었기 때문이잖아요. 그래서 콘서트 티켓을 드리기로 했어요.”
김명희는 품에서 티켓 두 장을 꺼내 내밀었다. 그들은 그 티켓을 받았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볼게요. 좋은 밤 되세요.”
김명희는 다시 은탑으로 향했다.
한편, 강소는 자신의 손에 들린 티켓을 보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만철 씨. 나는 무엇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손가락을 풀면서 티켓팅을 했던 걸까요?”
그 물음에 허만철은 멋쩍게 웃었다.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는 난감한 기분이었다.
“아!”
허만철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아까 하영이가 그랬잖습니까? ‘그래서 아빠랑 같이 오는구나!’ 하고요.”
“아…….”
강소는 이제야 유하영의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 * *
그 시각.
말라흐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 결국 안 되네.”
그는 컴퓨터 화면에 뜬 메시지를 보았다.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그렇게 연달아 두 번이나 그 메시지를 보았고, 결국 그렇게 티켓팅이 끝났다.
쓰린 가슴을 안고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깔끔하게 포기하고 TV생중계로 콘서트를 시청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실, 말라흐는 TV보다는 현장에서 노래를 듣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게 더 생생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니까.
그때였다.
“……!”
말라흐의 기감에 누군가의 오러가 느껴졌다.
“이 오러는…… 아스타?”
그녀는 자신이 사는 빌딩의 문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
말라흐는 한숨을 내쉬며 외투를 집어 들었다.
“아, 이 추운 날에…….”
그는 밖으로 나갔고, 곧 건물 앞쪽 조각상 근처에 서 있는 그녀를 보았다.
하얀 날개를 형상화한 조각상과 그녀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하얀 날개를 펼친 듯이 보였다.
“아!”
아스타는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여전히 그녀의 얼굴은 검은색 면사에 덮여 있었다.
“말라흐!”
“무슨 일이야?”
“잘 지냈어?”
“나야 뭐…….”
말라흐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나저나 왜 온 거야? 이 추운 날에, 안 춥냐?”
“추워…… 그런데 이거 주고 싶어서.”
아스타는 가방 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이게 뭔데?”
“이번 승전기념 콘서트 티켓.”
“뭐?”
“이번에 내가 후원을 하고 얻은 거야. 너랑 같이 콘서트 가고 싶어서.”
아스타는 쑥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나랑 같이, 가 줄 수 있어?”
“…….”
말라흐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모습에서 아주 오래전, 자신이 프레이의 호위 임무를 위해 떠나기 전 보았던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하아, 진짜!”
그는 머리를 긁적였다.
“들어와.”
“응?”
“들어와서 몸 좀 녹이고 가라고. 이 겨울에 그렇게 얇은 옷 입고 다니면 어떻게 해!”
그는 아스타의 손목을 잡아끌며 말했다.
“생강차 있는데, 먹을래? 아, 너 단 거 좋아하지? 꿀도 좀 넣어 줄게.”
그 말에 아스타는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응.”
무림에서 온 배달부 외전 2부 – 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