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72
71화. 껄끄러운 손님 (2)
조셉이 갑자기 느껴진 시선에 당황하고 있을 때.
그가 묵고 있는 5층 객실 창문 밖, 허공에서 강소가 철가방을 든 채 그를 보며 씩 웃고 있었다.
강소는 지금 비천공을 사용하여 허공에 몸을 띄우고 있었다.
비천공은 허공답보에 태허무영신법의 묘리를 적용하여 만든 무공으로 기존의 허공답보나 능공허도 같은 경공술보다 더 운신이 자유로웠으며 속도 역시 빨랐다.
물론, 다른 사람의 이목에서 자유롭다는 것 역시 장점이었다.
강소의 눈에는 바짝 경계하고 있는 조셉이 보였다.
‘제법 하는군.’
이신이 하도 걱정을 해서, 미국의 제로급 각성자의 실력을 알아보기 위해 배달 중에 살짝 그의 숙소로 왔다.
김명희가 양춘각에 방문했을 때 그녀에게 들킬 뻔했던 경험을 교훈 삼아 주의해 조셉의 기운을 살피었다.
하지만 조셉은 그 찰나의 시선을 알아차린 것!
그것만 봐도 조셉이 강자라는 증명이 되었다.
그러나 완벽하게 기운을 갈무리한 강소를 조셉이 발견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격이 달랐으니까.
강소가 조셉을 살핀 시간은 찰나에 불과했지만, 그는 충분히 조셉의 실력을 살필 수 있었다.
강소가 냉정하게 평가한 그의 실력은 이신과 호각.
걱정할 건 없었다.
‘한 판 붙어도 무승부로 끝나겠군. 문제는 그 난리를 펴도 괜찮은 땅이…… 아, 죽음의 땅이라면 괜찮겠군.’
강소는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보았다.
오후 7시 30분.
‘동네 분들이 오실 시간이네!’
오늘은 목요일이었고, 양춘각의 홀에 모여 다 같이 맥주 한 잔씩 하면서 유하영이 등장하는 드라마를 볼 예정이었다.
이미 맥주컵이라든지 젓가락 같은 것은 세팅해 놓고 왔지만 그래도 먼저 가서 맞이하는 것이 여러모로 그림이 좋았다.
그리고.
중요한 심부름이 있었다.
강소는 발을 굴렀고, 그 순간 허공에서 그의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
.
.
약 3분 후.
강소는 양춘각 앞에 서 있었다.
‘마트에서 시간이 좀 걸렸군.’
그가 들어오자 주방에서 탕수육을 튀기고 있던 유순태가 뒤돌아보았다.
“왔냐? 고추냉이는?”
“사 왔다.”
강소는 인벤토리에서 고추냉이 튜브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요즘 탕수육을 먹을 때 핫하다는, 고추냉이 소스를 만들기 위한 필수 재료였다.
“배달은?”
“영업 종료다.”
“그렇군.”
유순태가 말했다.
“꼬롱이랑 뽀뽀 배고프겠다. 먹이 좀 챙겨 줘.”
“알았다.”
지금은 영업이 끝난 시간이었기에, 꼬롱이와 뽀뽀는 홀에 내려와 있었다.
뽀뽀는 양춘각의 새로운 식구가 된 큰 귀 토끼로, 유하영의 간절한 소원으로 인해 함께 살게 된 녀석이었다.
강소를 유난히도 잘 따랐는데, 그건 게이트 생물인 큰 귀 토끼의 숨겨진 특성 때문이었다.
뽀뽀는 강소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극약체인 게이트 초식동물 큰 귀 토끼는 유별나게도 포식자의 감정에 민감했다.
그야 게이트 안의 마수들은 지구의 맹수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포악하고 강했기 때문에 그렇게 진화된 것 같았다.
그렇기에 토끼가 죽든 말든, 이용하기로 마음먹은 두더쥐파 조직원들의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할 리 없었다.
이갑식의 테이밍 때문에 강제로 행동하게 되었음에도 그 공포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이걸 네 뱃속 주머니에 넣고, 절대 꺼내지 마라!’
이갑식이 지시하는 대로 억지로 마약을 삼키고 도망치던 뽀뽀는 한 남자에게 붙잡혔다.
그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어라? 왜 토끼가 마약의 기운을 지니고 있지?”
그 남자의 시선에 뽀뽀의 몸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오들오들 떨렸다.
자신이 만났던 그 어떤 마수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존재라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네 의지가 아니었구나! 이런 죽일 놈들!”
그 살의가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남자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해치지 않을 터이니, 삼킨 것 내놔라.”
그 말과 동시에 뽀뽀를 지배하고 있던 기운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우엑!
삼켰던 마약을 뱉었다.
원래 큰 귀 토끼의 뱃속 주머니는 크기도 컸을 뿐만 아니라 토하는 것을 못하는 일반 토끼와는 달리 토해 내는 것도 무리가 없었기에 쉽게 뱉어 낼 수 있었다.
일반 토끼들과 많은 것이 다른 게이트 토끼였으니까.
“순순히 내줘서 고맙다. 그럼 이제 네가 살던 곳으로 가도 된다. 다시는 이상한 기운에 조종되지 않게 조치했으니까, 이용당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 순간, 뽀뽀는 자신을 붙잡은 남자가 자신을 살렸음을 깨달았다.
그와 동시에 큰 귀 토끼만의 본능이 깨어났다.
목숨을 구해 준 개체를 향한 충성심이 말이다.
사실, 자신의 목숨을 살린다는 건 강하다는 뜻이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자신을 살려 준 강한 존재를 따르는 습성이 발달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극약체인 큰 귀 토끼가 생존해 오고 있음은 사실이었다.
“……뽀오?”
“진짜 가도 되냐고? 가도 된다니까.”
“뽀…….”
“왜 안 가냐?”
“뽀? 뽀뽀!”
“응?”
“뽀뽀뽀!”
“나를 따라오고 싶다고?”
“뽀뽀!”
“안 된다. 원래 동물은 사람의 손이 아닌 자연에서 생활해야 하는 것. 그러니까 네가 있던 곳으로 가라.”
“뽀…… 뽀오…….”
“……아니, 가라고 한다고 그렇게까지 우울해할 필요는 없는데…….”
뽀뽀는 계속해서 강소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고, 결국 이곳 양춘각까지 와서 새로운 식구가 된 것이었다.
“밥 먹자.”
강소는 꼬롱이 앞에 호박씨와 우유, 그리고 뽀뽀 앞에는 깨끗한 물과 건초가 담긴 접시를 놨다.
“꼬뀨!”
“뽀뽀!”
그들은 먹이가 담긴 그릇으로 다가왔고, 냠냠거리며 식사를 시작했다.
“뀨우?”
그때 꼬롱이가 슬쩍 뽀뽀의 건초를 보았다.
자신의 먹이보다 훨씬 양도 많았고, 은은한 향기도 나는 듯했다.
꼬롱이는 슬금슬금 뽀뽀의 건초더미를 넘보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윽.
그때, 꼬롱이의 이상행동을 포착한 뽀뽀가 큰 귀가 움직여 꼬롱이를 밀어냈다.
“뀽!”
“뽀뽀! 뽀!”
한동안 꼬롱이가 다가가고, 뽀뽀가 귀로 꼬롱이를 밀어내기를 반복했지만 집념의 꼬롱이가 결국 승리했다.
뇸!
꼬롱이가 건초를 한 입 먹는 데 성공한 것.
“뀨? 뀨우우!”
하지만 꼬롱이는 질겁하여 뒤로 화들짝 물러났다.
이게 무슨 맛인가 싶었다.
꼬롱이는 부들부들 떨었다.
건초, 아니 풀떼기의 배신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소는 피식 웃었다.
애초에 우유와 호박씨 같은 눅진하고 고소한 것을 좋아하는 던전랫트의 입맛에 건초가 맞을 리가 없었다.
“꼬롱아. 너 초식동물 아니다.”
“뀨우…….”
딸랑.
“안녕하세요.”
“저 왔어요!”
그때 문이 열리고, 김지은과 오동수가 들어왔다.
“왔냐?”
“어서 오세요. 동수도 어서 와라.”
유순태와 강소를 그들을 맞아 주었다. 그때 2층에서 임소영과 유하영이 내려왔다.
“어서 와요!”
“오빠! 언니!”
김지은은 유하영에게 쪼르르 달려가 폭 안아 주었다.
“어떡해! 오늘도 하영이 너무 귀여워!”
“윽! 언니! 숨 막혀!”
“미안미안!”
사실 오늘 이신도 오고 싶어 했지만, 한미중 헌터 특별훈련의 일정 때문에 함께 하지 못했다.
‘지은 씨도 오늘 헌터 특별훈련 일정상 이곳에 오기 힘들었을 텐데?’
하지만 워낙 똑 부러지는 김지은이었다.
‘빠져도 상관없는 일인가?’
강소의 짐작은 사실이었다.
한미중 헌터 특별훈련은 세 나라의 영토에 감당할 수 없는 게이트가 발생했을 경우의 협력을 위한 조약에서 파생 된 일종의 요식행사에 불과했다.
어차피 중요한 인물끼리는 따로 모이게 되어 있었고, 이번 특별 게스트인 조셉 화이트 역시 그때 만날 터였다.
‘그냥 자리만 지키고 있으면 되는 일이니까.’
그래서 김지은은 남동생 김호은을 강제로 헌터 특별훈련 행사에 보내 버리고 자신은 이곳으로 온 것이었다.
강소는 김지은과 오동수가 습관처럼 식탁에 빠진 것들을 챙기는 것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았다.
‘이혁 사장님인가?’
강소가 기척을 느낀 대로 이혁이 등장했다.
“하하하! 나 왔네!”
– 좋은. 저녁.
이혁의 어깨에 앉아 있던 도순이가 뽀로롱 날아서 가게 한 바퀴를 돌았다.
그리고 꼬롱이 옆의 뽀뽀를 보았다.
– 새 친구. 귀여워.
도순이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뽀, 뽀뽀뽀!”
– 나도. 반가워.
“뽀오. 뽀.”
– 맞아. 꼬롱이. 돼지.
“뀨융. 뀨뀨뀨!”
그들이 인사를 나누는 사이에 마을 사람들도 하나둘 씩 도착해서 인사를 나누었다.
“자자, 탕수육 준비되었습니다.”
그때 유순태의 야심작인 탕수육이 상 위에 올라가고, 맥주가 한 바퀴 돌았다.
“시간 되었어요! 얼른 앉아요!”
“그래야지!”
따따란, 따다~
그때 오프닝 곡과 함께 드라마 ‘백장미의 복수’가 시작되었다.
“아! 시작했다!”
그 말과 함께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모두들 조용히 TV를 향해 시선을 집중하였다.
유하영은 임소영의 무릎에 앉아 모니터링 할 준비를 마쳤다.
드라마가 시작되었다.
“그,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김진 비서님?”
“네? 모, 모르고 계신 겁니까? 홍국 헌터님?”
“제가 뭘 모르고 있었다는 겁니까!”
“그러니까 홍국 헌터님과 저희 대표님이 남매 사이가 아니라는 것…… 진짜 모르고 계셨던 겁니까?”
그 장면에 드라마를 보던 사람들이 놀라 탄식했다.
“어? 남매가 아니라고?”
“남매라고 했잖아?”
“같은 고아원 출신이라고…….”
그때 윤주 헤어숍의 원장 박문자가 작게 소리쳤다.
“조용히 해 봐요!”
그 말에 남자들은 다시 조용해졌다.
“저희 대표님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되어 다시 유전자 검사를 의뢰했고 또 맡겨졌던 고아원에 찾아가 이것저것 조사를 해 보셨습니다.”
“……그럼?”
“네. 여기에는 복잡한 사연이 있는데…….”
“그럼 제게는 왜 남매라고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저와 거리를 두려고 한 거죠?”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네?”
“대표님은 지금 홍국 헌터님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그러시는 겁니다.”
“김진 비서님, 장미, 지금 어디 있습니까?”
홍국을 뒤로하고 장면이 바뀌었다.
“하영이다!”
“하영이 나왔네!”
TV속에 유하영이 등장하자 어른들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엘레닌스 측에서 PPL넣은 캐주얼한 세일러 복 느낌의 치마를 입고 극중 엄마인 백장미와 손을 잡고 공원을 걷고 있는 그 모습은 정말 그림이었다.
“실물도 예뻤는데, 화면으로도 정말 예쁘네! 우리 딸!”
유순태의 말에 목공소 사장이 핀잔했다.
“유 사장! 딸 없는 사람 서럽게, 그러기야?”
“하하하. 죄송합니다. 형님.”
TV화면에서는 첫 번째로 찍었던 장면이 방송되고 있었다. 드라마를 보던 사람들이 감탄했다.
“연기 너무 잘하는 거 아니야?”
“아주 크게 되겠어.”
“싸인 미리 받아 놔야 하나?”
그 말에 유하영의 얼굴이 빨개졌다.
“저, 저는 그냥 가르쳐 주신 대로 했을 뿐이에요.”
그 말에 어른들은 또 난리가 났다.
“어쩜! 겸손하기도 하지!”
“다섯 살 맞지?”
“이 참에 배우로 나가라!”
“맞아 맞아! 이 아줌마가 열심히 홍보해 줄게!”
그때 이혁이 탕수육을 집어 먹으며 말했다.
“그런데 결국 별이는 누구의 딸인 겁니까?”
그 말에 흐뭇한 표정으로 드라마를 보고 있던 강소가 말했다.
“알고 싶다면 알려 드릴 수 있지만.”
“……?”
“저는 내일까지 모르고 계시는 편을 추천드립니다.”
강소가 너무 정색하고 말하자 이혁은 움찔했다.
“어? 그, 그래?”
“네. 저는 지금 마지막 화 대본을 본 것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그럼 궁금해도 참도록 하지.”
“그리고.”
“……?”
이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갑자기 강소가 미소를 지었는데 그 미소가 왜인지 섬뜩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따 운동하실 때 맥주와 탕수육 드신 것까지 계산해서 운동량을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
“윽!”
무림에서 온 배달부 7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