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God wants to live in peace RAW novel - Chapter 318
마신은 평화롭게 살고 싶다 318화
* * *
경찰차가 펜션으로 들어왔다.
초조한 얼굴로 마당을 서성이던 박예희가 반색하며 경찰차로 뛰어갔다.
“신고자분 되십니까?”
“맞아요, 제가 신고했어요.”
“실종 신고를 하셨네요.”
“제발 저희 남편 좀 찾아 주세요. 저희 남편이 어젯밤에 안 들어왔어요!”
“진정하시고 차근차근 말씀을 해 주시겠습니까?”
박예희가 울먹거리며 진술을 이어 나갔다.
“일단 접수는 되셨고요.”
“바로 찾아주시는 거죠?”
“남편분께서 애가 아니잖습니까. 반나절 실종됐다고 저희가 바로 찾을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그게 무슨…….”
“기다리고 계시면 저희가 따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게 다예요?”
“지금으로서는요.”
“남편 혼자만 실종된 게 아니라니까요? 다른 부하 직원들도 같이 안 들어왔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예의 경찰은 아니었다. 아이들의 손에 이끌려 숙소를 나오던 서준이었다.
“서준 씨!”
“방금 무슨 말씀이십니까?”
“흑흑. 남편이 안 들어왔어요.”
서준이 흠칫거렸다.
어젯밤 분명 담배를 피러 다녀온다며 일어났던 황태수다.
그러고는 한참 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물론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고 뒷정리를 했다.
다 큰 성인이잖은가.
한데 안 들어왔다니…….
“분명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 한 번도 이런 적은 없었다구요. 흑흑흑.”
흐느끼는 박예희.
“뭐 아무튼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사건 접수는 되셨고요. 저희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기다리고 계시면 연락드릴게요. 그럼.”
그에 경찰관은 은근슬쩍 자리를 빠져나갔다.
경찰차를 무심한 눈길로 좇던 서준은 기감을 확장시켰다.
‘없다.’
최소한 반경 5km 내에는 없는 게 확실했다.
“흑흑. 답장 안 봤을 때 알아챘어야 하는데…… 흑흑흑.”
“답장이요?”
“밤늦게까지 카톡을 했었어요…… 그리고 연락이 없길래 또 어디서 퍼질러 자나 보다 생각했는데…….”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는 말씀이시지요?”
박예희가 훌쩍거리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설마.’
뇌리에 무언가 스쳐 지나갔다.
서준이 다급히 물었다.
“혹시 몇 시까지 연락을 주고 받으셨었습니까?”
“밤 11시 30분까지였을 거예요.”
서준이 눈을 부릅 떴다.
‘11시 30분이라면…….’
어제 서준은 연준과 대화를 하다가 모종의 기운을 느꼈었다.
하지만 찰나에 불과했던터라 크게 개의치 않았었다.
아니, 착각한 거라 생각했다.
한데 11시 30분이라면 모종의 기운을 느꼈을 때와 비슷한 시간대다.
이게 우연일까?
‘우연일 리 없다.’
아까도 섬ㅤㅉㅣㅅ한 예기를 느끼고 잠에서 깨지 않았던가?
“빌어먹을…….”
서준의 입술을 비집고 욕지거리가 새어 나왔다.
예전에도 한 번 당할 뻔한 적이 있었다.
천신들이 본인들의 추종자를 보내 연준과 서우를 납치하려 했었다.
한데 그 일이 또 반복됐다.
물론 안배를 해 두긴 했지만…….
어쨌든 일단은 놈들의 의도대로 되고 말았다.
“뭔가 있는 거죠. 서준 씨는 뭔가 짐작 가는 게 있는 거 맞죠? 뭐예요? 네? 말씀해 주세요. 제발요.”
얼버무리고 싶었다.
하지만 박예희의 간절한 눈빛을 마주하고 있노라니 차마 얼버무릴 수가 없었다.
“납치를 당한 거 같습니다.”
“납치…… 라니요? 누가요? 누가 왜 저희 남편을 납치를 해요?”
서준이 말해 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였다.
이 이상은 더 말해 줄 수도 없거니와 말한다 해도 믿지 않을 터였다.
“뭔데요. 왜 말씀을 안 해 주시는 거예요. 누가 왜 저희 남편을 납치하냐니까요? 알고 계시잖아요. 제발 말씀해 주세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서준을 구해 준 건 박연이었다.
“마왕!”
박연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헉헉! 이것 좀 봐라. 큰일 났다.”
“큰일?”
박연이 핸드폰을 내밀었다.
[속보]독도 경비대 연락 두절…… 일본의 소행으로 추정. [속보]울릉도 상공에 미확인 비행 물체 발견돼……. [속보]강원도 통합 관제 센터 괴한들에게 습격…… 요원들 생사 확인 불가. [속보]靑, 비상 대응 발효. [속보]백악관 일본에 엄중 경고.“아무래도 놈들이 움직인 것 같다.”
서준은 침음을 흘렸다.
딱히 방심하고 있었던 건 아니다. 언젠가 오늘날과 같은 일이 일어날 거라고 예견하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놀랍진 않다.
‘양동 작전인가.’
이미 일본에서 난다 긴다 하는 실력자들이 모두 한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아니…… 이미 몰려왔다.
서준은 마신이라 불렸다. 하지만 그게 절대적인 무위를 갖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천신들을 상대하며, 바다를 건너온 일본의 각성자들까지 상대할 수는 없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천신들의 노림수는 바로 이것일 거다.
신경이 분산되면 실수가 나오기 마련이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천신들의 의도대로 움직여 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이미 나름의 대비도 해 뒀고.
“어떡할까?”
“어떡하긴, 막아야지.”
“난 뭘 하면 되나.”
“박연 너는…… 저것부터 막는 게 좋겠다.”
* * *
“에이타(えいた) 너는 천명조(天命組)를 맡고 청와대를 염탐한다.”
“예!”
“그리고 신이치(しんいち) 너는 신풍조(神風組)를 맡아라. 사전에 계획한 대로 경상도에 있는 관리국 시설들은 모조리 파괴해야 한다.”
신이치가 깊게 허리를 숙였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임무를 성공하여 걸림돌이 없게 하겠습니다!”
결연한 신이치에 흡족한 표정을 지은 요시로가 주머니에서 띠를 하나 꺼내 건넸다.
일장기 자수가 놓인 띠였다. 띠를 받아 든 신이치는 띠를 머리에 질끈 동여맸다.
“너의 희생을 천황 폐하와 조국이 잊지 않을 거다.”
그 말을 남긴 채 요시로는 부하들과 함께 떠났다.
그리고 잠시 후.
시간을 확인한 신이치가 부하들에게 말했다.
“우리도 갈 시간이다. 모두들 건투를 빈다.”
부하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 흩어지자 신이치도 땅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바람을 가르며 망망대해를 비행한 지 한참.
저기 흐릿하게 육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신이치는 비릿하게 웃었다.
“모조리 죽여 주마.”
신이치는 일본회(日本會)의 간부 출신이었다.
그런 신이치는 몇 달 전 문화재 대여 건으로 도쿄에 시위를 하러 갔다가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조선 놈들과 시비가 붙은 끝에 머리를 조아리는 치욕스러운 경험이었다.
그 일은 심마가 되어 날이 갈수록 신이치를 괴롭혔다.
죽더라도 자존심을 지켰어야 하는데…….
그리 해서라도 조선 놈들에게 머리는 조아리지 말았어야 했는데…….
스스로에 대한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갔다.
자학도 해봤지만 분노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드디어 복수를 할 수 있게 됐다. 치욕을 씻을 수 있게 됐다.
비록 그 대상은 그날의 조선 놈들이 아니지만…… 상관없다. 조선인이라는 건 변함이 없지 않은가.
게다가 신사에 위패가 안치된 영웅들처럼 조국을 위해 죽을 수 있게 됐으니, 장부로 태어나 이만한 영광이 또 어디 있을까.
신이치가 하늘에서 천천히 하강했다.
건물이 한 채 보였다. 신이치는 예의 건물로 걸음을 옮겼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입구의 경비원이 신이치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여기가 통합 관제 센터가 맞나?”
“맞습니다만.”
신이치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신풍조라는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사실 신풍조의 목적은 조국을 위한 산화였다.
그리고 신이치가 맡은 임무는 통합 관제 센터에 대한 기습적인 시설 폭파였다.
이로인해 대한민국 관리국은 연락 체계에 혼선이 생길 테고 그 찰나의 시간은 육망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어떻게 오신 겁니까?”
수상쩍은 모습에 경비원이 잔뜩 경계를 하며 물었다.
“어떻게 왔냐라…… 아주 좋은 질문이군.”
신이치가 히죽 웃었다.
“여길 폭파하러.”
경비원이 뭐라 대꾸도 하기 전에 신이치는 발검을 했다.
쐐애애액-!
빠른 속도로 허공을 가르는 파산검에 신이치는 확신했다.
이제 곧 경비원의 목이 몸과 분리가 되리라는 걸.
하지만…….
채앵-!
누군가 공격을 막아 냈다. 그 반동으로 인해 신이치의 검이 튕겨 나왔다.
‘어떤 놈이 감히……!’
신이치가 신경질적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상대에 신이치는 두 눈을 부릅떴다.
“네놈은……!”
아는 척을 하는 신이치.
“언제 봤다고 놈이래.”
“어?”
“넌 또 갑자기 왜 그래.”
“저 자식, 기억 안 나는 거냐?”
“모르겠는데. 아는 사람이야?”
“도쿄에서 봤잖아.”
“도쿄?”
박연은 기억을 더듬었다.
“아! 기억났다! 너 그때 그 왜구 맞지?”
두식과 도쿄에 갔을 때의 일이다.
박연은 우연히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을 핍박하는 장면을 보게 됐다.
거기까지라면 대충 말리고 떠났겠지만…….
-조선인 주제에 감히……!
이 말이 박연의 뚜껑을 열리게 했다. 그에 박연은 약간의 정신 교육을 시켜 주었었다.
“왜구 너 그때는 싹싹 빌더니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구나?”
무자비한 구타의 기억이 떠오른 신이치가 한차례 움찔거렸다.
하지만 그때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은 다르다.
‘지금이라면 충분히 놈을 죽일 수 있을 것이다.’
당시에는 AAA등급에 불과했었다.
하지만 육망성에 들어오며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다. SSS등급에 이르른 것이다.
놈이 암만 날고 긴다 해도 이제는 자신을 상대할 수 없을 터.
‘차라리 잘됐군. 그때의 일을 설욕할 기회다.’
그런 생각을 하며 신이치가 땅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그러고는 눈으로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박연에게 짓쳐들었다.
‘됐다!’
신이치는 쾌재를 불렀다.
이제 곧 파산검에 놈의 목이 잘려 나갈 것이다.
……라는 생각은 착각에 불과했다.
후웅!
파산검은 애꿎은 허공만 갈랐다.
“어째서……?”
분명 속도며 궤적이며 모두 완벽했다. 한데 왜 허공만 가른단 말인가?
박연은 기꺼이 정답을 들려주었다.
“느려.”
그 말과 함께 박연이 주먹을 휘둘렀다.
퍼억!
* * *
아공간.
지그시 눈을 감은 채 가부좌를 틀고 앉은 황태수를 힐끔거린 김시현은 속으로 감탄을 했다.
자신은 아직도 아까 있었던 일 때문에 심장이 벌렁거린다.
세상에, 천사라니?
그것도 보통 천사가 아니었다.
흡사 신화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타락 천사 같았다.
이 모습이 오죽 비현실적이었으면 헝건이는 거품 물고 기절을 했을까?
심지어 아직 깨지도 못했다.
하지만 사장님은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시다니…….’
사장님께서는 겁이 없는 걸까, 아니면 담이 크신 걸까?
시현은 둘 다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황태수는…….
‘악마 쫄따구라 생각하고 죽이겠지? X됐다. 시발, X됐어!’
속으로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